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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동쪽마녀 사칼린
작가 : 하나송
작품등록일 : 2017.11.17

코딱지만한 반도 국가에서 일어난 토네이도에 휘말렸다.
말하는 까마귀에게 뺨을 겁나게 후들겨 맞고 일어나보니 생판 모르는 세계.
놈이 말한다. 내가 마녀란다.
&
“너 대체 누군데?”
“나?”
놈은 새빨간 눈동자를 번뜩이며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잘생긴 얼굴에 핀 웃음이 아주 음흉해보였다.
“네 애완동물.”
&
[cin4418@nate.com]

 
<3>
작성일 : 17-11-22 09:35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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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상처가 여전한 오른손 엄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으려니까, 굳이 칼이 부연설명 같은 걸 해주지 않아도 착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는 뜬금없이 요상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내 손가락을 뜯어서 피를 냈다. 피가 뚝뚝 떨어져 그가 그린 그림 위에 스며들었을 때 나는 출처 모를 빛을 봤고 그 뒤로 눈앞에 이 낯선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내 비록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도합 12년의 의무교육 기간 동안 열심히 한 거라곤 급식 식단표 체크하는 것밖에 없는 바보 중의 상 바보였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칼이 그림을 그리고 내 피를 짜낸 건 마법을 부리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고,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이 장소는 부려진 마법이라는 걸.

 

 “아까 네가 말한 마법인가? 시간을 되돌려서 구조물 복구한다는?”

 “맞아.”

 “짱이다, 진짜.”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모래 폭풍(아마도 토네이도)의 여파로 처참하게 바스러졌던 흔적들이 눈 깜짝할 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복구된 상황을 어찌 놀라워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이거 꼭 해리포X가 된 기분이다. 아니, 해리포X에 나오는 예쁜 여자 주인공 헤르미온X가 된 기분이라고 하자. 미모의 여성 마법사!

 

 “너, 누구냐?”

 

 혼자 히죽대고 있는데, 뜬금없이 칼이 전에 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누구냐니. 난데없는 칼의 물음을 곱씹으며 나는 나름 성의껏 대답을 골랐다.

 

 “지구별 대한민국에 살던 27세 백조. 할 줄 아는 건 온라인 게임. 오버시계, 사든어택, 리그 오브 레전설, 블레이드 앤 고스트에 이르기까지 장르 불문 닥치는 대로 해. 한때 꿈이 프로게이머였는데 그 정도 실력까지는 안 돼서 아마 죽을 때까지 백조로 지냈을 예정이었지. 여기 오기 전에도 오버시계 승급전 하고 있었어. 갑자기 토네이도에 휘말려서,”

 “네 가슴에 그려진 그림 그거, 마녀들만 가지고 있는 문양이야.”

 

 아마도 이 빌어먹을 까마귀 새끼는 나름대로 성의껏 늘어놓은 내 자기 소개를 하나도 귀담아 듣지 않은 것 같았다. 말을 툭 자르고 들어온다. 불쾌하구만. 조류 주제에.

 

 “사칼린도 너랑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문양을 가지고 있었지.”

 “이거 타투라는 건데? 신림에 신장개업한 타투 전문점 가서 그린 건데? 여기 살던 마녀가 어떻게 똑같은 타투를 하고 있어?”

 

 칼은 내 물음에 대꾸를 않은 채 푸드덕 문을 향해 날았다. 마법으로 지어진 건 아마도 칼과 사칼린이 함께 지냈던 듯한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이었는데 제법 튼튼하고 아늑해 보였다.

 

 삐거덕 오두막 문 열리는 소리가 나기에 총총 걸음을 옮겨 칼의 뒤를 따랐더니 웬걸, 말끔히 정리된 잔해들 사이에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사칼린의 시체가 떡하니 널브러져 있었다.

 

 칼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사칼린의 사체를 부리로 몇 번 뒤적거리더니, 곧 나를 향해 작게 턱짓했다. 와서 보라는 뜻이었다. 보통의 여자에게는 저 문드러진 시체를 보라고 강요하는 게 대단히 매너 없는 행동인데 말이야. 나라서 다행인 걸 저 까마귀가 알기나 할까.

 

 칼이 날갯죽지로 가리키는 시체의 어느 한 부위를 슬쩍 들여다보니 과연, 피에 절어 알아보긴 좀 힘들었어도 확실히 신림 가서 새긴 내 ‘지옥 염소’ 타투와 아주 똑 닮아있었다.

 

 “세상에.”

 

 사칼린은 어디에서 얼마 주고 저 타투 새긴 걸까. 난 35 주고 했는데.

 

 아니지, 아니지. 이건 장난이 아니다. 심각한 칼의 표정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사칼린의 몸에 새겨져있는 이 지옥 염소 타투는 타투가 아니다. 칼의 말을 빌리자면 뭐라고 했더라. 마녀의 문양?

 

 “그 문양은 바포메트의 얼굴이야. 바포메트의 딸이라고 불리는 마녀들은 전부 몸에 그 문양을 새기고 있어. 바포메트의 문양이 새겨진 마녀들은 두 종류가 있지. 마녀의 딸로 태어나 선택권 없이 마녀가 된 모태 마녀들. 사칼린이 그거였어.”

 “모태 마녀라니. 더럽게 악질 같이 들린다.”

 “그리고 평범한 인간이었다가 마녀들의 연회인 사바트(Sabbat)를 찾아가서 바포메트의 마력을 나눠 받고 후천적으로 마녀가 된, 씨받이 마녀들.”

 “어감 더러운데.”

 “말 그대로야. 바포메트와의 성교를 통해서 마력을 나누어 받는 거거든.”

 “헐. 악마랑 그걸 한다는 거야? 심지어 대가리가 염소인 놈이랑?”

 

 질겁하고 있으려니 칼이 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뭐 왜 뭐.

 

 “네가 씨받이 마녀잖아.”

 “아니거든?”

 

 저런 오해 할 줄 알았다. 빽 소리를 내지르며 온몸으로 부정하니 칼이 푸드덕 날아올라 의심스러운 눈을 하고 내 주변을 뺑뺑 돌았다.

 

 “진심 이거 사람이 직접 손으로 새겨준 거라고. 신림 가서 35만원 주고 한 거야. 나 거짓말 할 이유 없다.”

 “그게 그냥 바포메트의 문양을 따라 그린 거라면, 아까 내가 그린 마법진에 백 날 네 피를 쏟아부어봤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런데 어땠지?”

 

 칼은 밖에서 보니 더 근사한 오두막을 제 날갯죽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난 진짜 모르는 일인데. 그리고 난 저쪽 세계에서 여기로 소환인가 뭔가 된 지 반의 반나절도 안 됐다고. 그 염소 악마가 저쪽에도 있는 게 아니라면 가능성 제로 아니냐? 아니다, 설사 지구에 있었더라도 가능성 제로다. 난.”

 “난?”

 “남자 친구가 한 번도 없어 봐서….”

 

 염소 대가리든 뭐든 경험이 있어봐야 ‘와 설마 혹시 내 전 남친 뫄뫄가 실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악마였다던가?’ 하고 그럴싸한 의심이라도 해보지. 눈물 난다. 빌어먹을.

 

 내 말을 이해했는지 칼은 어딘가 모르게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날개를 퍼덕였다. 괜히 얄미워 덥석 날개를 쥐고 손가락으로 깃털 하나를 쑥 뽑아냈다. 불시에 공격당한 칼이 부리를 쩍 벌리곤 또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러댔다.

 

 “진짜! 시발! 그만 뽑으라고!”

 “털 넘쳐나는구만 되게 쩨쩨하게 군다, 너.”

 “아파! 아프다고!”

 “여하튼 염소 대가리랑 붙어먹었다는 오해는 하지 말아주길 바라. 재차 말해서 입 아플 정도지만 한 번 더 사실을 얘기해 주자면, 이 지옥 염소 타투는 작년 여름에 신림 가서 35만원 주고 그린 거야. 내 피로 마법을 쓰고 어쩌고 했다는 건 정말 모르는 일이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칼은 곧 진정한 뒤 내 말을 묘한 표정으로 경청하더니, 푸드덕 날아 어깨 위에 제법 다정하게 두 발을 붙였다.

 

 “야, 부탁이 있어.”

 “뭔데?”

 “물약 하나만 만들어주라.”

 

 

 

 

 ***

 

 마녀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인간이지만 엄연히 인간과는 다른 존재들로, 계약관계로 이루어진 ‘반마’와 가까운 종족인데, 그 시초는 이러하다.

 

 [척박한 동쪽 나라, 멸시받고 조롱당하던 아엘 여인 사칼린의 저주가 악마 바포메트를 강림하게 하매, 여인의 몸에 퍼진 악의 씨앗이 그 피를 덥히고 비로소 강하게 하였다. 사칼린의 피를 닮고자 한 아엘의 뭇 여성들이 연회 사바트(Sabbat)를 만들어 그네들의 아버지인 바포메트를 모시었으니, 그와 정을 나누고 반마로 거듭난 여인들을 ‘마녀’라고 부르게 되었다.]

 

 “나 글자 많은 거 잘 안 읽히는데.”

 “대충 읽어. 다 내가 말해줬던 내용이니까.”

 “그래. 다 읽었어.”

 

 인간들이 마녀에 대해 서술한 걸 보여주겠다면서 칼은 웬만한 둔기보다 더 묵직한 책을 가져와 펼쳐놓고 나더러 읽으랬다.

 

 그걸 읽으면서 신기하게 느꼈던 건 안타깝게도 내용이 아니었다. 여긴 암만 봐도 지구가 아니고 대한민국은 더더욱 아닌데 엄청 신기한 일이었다. 책 전부가 1446년에 세종대왕께서 반포하신 위대한 한국 고유 문자, 한글로 쓰여 있는 게 아닌가. 이 책만 그런가 싶어 사칼린의 책장에 있던 다른 책도 뒤적여봤는데 전부 그랬다.

 

 놀랍다. 칼은 지구도 모르고 대한민국도 모르는데 한글은 안다. 한글로 말하고 한글로 쓰…는 건 아쉽지만 할 수 없겠지. 까마귀니까.

 

 여하간 그거에 한참 놀라고 난 다음이었다. 칼은 이번엔 다 낡아빠져서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변색된 양피지 종이를 가져오더니 거기에 쓰여 있는 걸 새로운 종이에 옮겨 적어보라고 했다. 언제 산화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낡은 종이에 대한 불안함을 그 역시 느낀 모양이었다.

 

 무리 없이 옮겨 적었다. 펜을 안 쥐어본 지 엄청 오래 되어서 글자 쓰는 게 좀 어색했던 것 빼곤 어려울 게 없었다. 아, 지켜보던 칼이 악필이라고 놀리기에 깃털 한 개를 더 뽑아주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물약 만드는 데 필요한 준비물.”

 “그렇구나. 그런데 무슨 물약이냐니까? 정말 안 알려줘?”

 “많은 걸 알면 다친다고 했지.”

 

 파리하 산의 만년설을 녹인 물 50ml.

 엘프의 눈물 50ml.

 기르곤 숲의 독지네 다리 8개.

 살아있는 맨드레이크 뿌리.

 유리수정초 꽃잎 넉 장.

 마족의 피 한 방울.

 레드드래곤의 겨드랑이 비늘 한 장.

 이오닉 산 흡혈 괴수의 어금니.

 쾰른 광산의 블랙 다이아몬드 가루 100g.

 

 내가 옮겨 적은 것들을 다시 한 번 쭉 읽어보던 칼은 갑자기 미친 까마귀처럼 킬킬거리더니 순식간에 싸한 표정이 되어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사칼린 이 지옥불에 떨어질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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