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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만 백만번째
작가 : 박재경양
작품등록일 : 2016.8.22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회사에서 만난 남자친구라는 놈은 등쳐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고. 하는 일 하나없는 여자 나이 서른. 진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렇게 된 바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옆에 있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웬걸, 차주혁,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뮤지컬 배우가 제주도에 찾아왔다. 그것도 진서의 집에! 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잘생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거지?

 
5. 비싼 몸
작성일 : 16-08-31 13:07     조회 : 323     추천 : 1     분량 : 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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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혁인가 뭔가 하는 저 남자가 집을 통째로 빌린 지 하루가 지났다.

 진서에게는 그 하루가 1년 같았다.

 어찌나 까다로운지, 얼굴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았다.

 “시어머니를 두명이나 모시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 엄마가 잔소리 하는 것만으로도 당장이라도 짐싸서 여길 떠나고 싶은데 주혁까지 있으니 정말…

 ‘아… 편히 숨쉬고 싶다.’

 진서는 엄마도 모르게 조용히 집을 빠져 나갔다.

 딱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방 안에만 있는 것도 답답했다.

 하지만 현관을 나가려면 부엌을 지나야 했다.

 부산스레 부엌에서 움직이던 엄마가 진서를 발견 못할 리가 없었다.

 엄마는 끼고 있는 고무장갑으로 진서의 등짝을 세차게 내려쳤다.

 “바람난 여편네처럼 또 어딜 가려고? 응?”

 “시집도 안 간 딸한테 무슨 소리야? 나는 바람도 쐬러 못가?”

 “이 기집애야! 뼈에 바람든 엄마가 고무장갑 끼고 일하는 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도망을 가?”

 “엄마, 무슨 뼈에 바람이 들어. 멀쩡한 거 나도 알거든?”

 다시 한번 고무장갑이 진서의 등으로 날아 들어왔다.

 “이게 오냐오냐 키워 놨더니 엄마한테 말대꾸야. 말대꾸가! 바람 쐬러 가는 김에 빵이나 좀 사와.”

 “또 빵?”

 “느이 상전이 빵 드시고 싶으시단다. 내 살다살다 호모? 그런 빵은 처음 들어본다.”

 “호모가 아니라 호밀빵이겠지 엄마.”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요게!”

 엄마는 다시 진서의 등짝을 세차게 내려쳤다.

 “아니 어떻게 콩떡이 찰떡이 돼!”

 “다 믿으면 콩떡도 찰떡이 된단다, 이 기집애야. 빨리빨리 다녀와. 아조 그냥… 오는 길에 소주나 좀 사와. 저 상전 때문에 내가 아조 그냥…”

 “그냥 뭐?”

 “여린 마음에 상처를 받겠어. 엄마 알지? 얼마나 상처 잘 받는지.”

 진서는 세차게 콧방귀를 뀌었다.

 “엄마가 여린 마음이면 다른 사람들 마음은 뭐 두부로 만들었어?”

 “이게 좀 컸다고 엄마한테 따박따박 말대꾸야. 빨랑 다녀오기나 해.”

 엄마는 억지로 차키를 진서에게 쥐어주었다.

 ‘아 저 망할 자식…’

 진서는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그런 걸로 넘어가줄 엄마가 아니었다.

 저 망할 자식은 왜 갑자기 와서 평온한 나의 생활을 망치난 말이냐!

 

 *

 

 어제, 주혁은 이렇게 말했다.

 물론 돈은 선불로 주었다.

 엄마와 진서가 주혁을 내쫓으려고 평소 가격의 5배를 불렀지만, 주혁은 순순히 그 돈을 건넸다.

 대신, 그 대신… 엄청난 단서가 붙었다.

 “쌀이나 김치 같은 건 안먹어요. 냄새도 맡기 싫습니다. 신선한 원두, 신선한 빵, 빵은 호밀빵같은 것이 좋겠군요. 간단하죠?”

 그 말에 진서는 기가 찼고, 엄마는 눈만 꿈벅거렸다.

 커피라고는 믹스커피 말고는 마셔본 적이 없는 엄마였다.

 “호, 호모빵?”

 엄마는 어리둥절했다.

 시골에서만 자란 엄마가 호밀빵 따위를 먹어본 적이 있을 리가 없었다.

 혹시 먹어본 적이 있었어도 그게 호밀인지 그냥 밀인지 쌀가루인지 알 리는 없었다.

 진서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서 있는 엄마를 대신해 따졌다.

 “이 시골에 원두가 있을 것 같아요? 주위를 좀 보세요!”

 “알아요. 얼마면 해주실래요? 원하는 거 못 먹는건 죽어도 싫으니까.”

 대박.

 진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진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돈이면 뭐든 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진짜 싫었는데 그런 남자를 제주도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진서는 비꼬듯 말했다.

 “돈이 참 많으신가봐요?”

 “네. 많아요.”

 뭐야, 얼마나 많길래 저렇게 당당해.

 비꼬려고 했던 말이었는데, 오히려 한방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

 

 오래된 엄마의 트럭은 덜덜 거렸다.

 시동도 잘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쓰던 거니 그럴 만도 했다.

 “웬만하면 좀 버리고 새거 사지는…”

 새옷사는 것도 아깝다고 거의다 헤어져 가는 헌옷만 입는 엄마니 할말 다하긴 했다.

 “그렇게 돈을 모아서 뭐에 쓰려고…”

 굴러가면 되고, 옷이야 몸만 가리면 된다는 엄마의 말에 동의는 했지만, 속상한 건 사실이었다.

 아버지 없이 진서를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한푼이라도 아껴가면서 딸 하나 서울로 대학보내려고 얼마나 고생하셨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서울까지 가서 대학을 나온 건, 진서와 절친 민희 뿐이었다.

 ‘이제 큰 돈 들어갈 일도 없는데, 예쁜 옷도 좀 사고 나들이도 가시지…’

 엄마는 진서가 서울에서 잘 먹고 잘 살고, 멋진 남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그리고 절대 제주도로 다시 오지 않았으면 했을 것이다.

 아니, 입버릇처럼 절대 돌아오지 말라고 엄마는 늘 말했다.

 그렇게 고생해서 키운 딸이 쫄딱 망해서 다시 제주도로 왔으니…

 진서는 괜히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한적한 이차선 도로변에는 노란 유채꽃, 보라색, 분홍색 들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진짜 오기는 오는 모양이었다.

 “아… 예쁘다.”

 그냥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봄이 오면 뭘하나, 데이트 할 남자도 없는데.

 외롭고, 외로웠다.

 심심하고, 또 심심했다.

 예쁜 꽃도 마음을 달래주지 못했다.

 그래도 처음에 제주도에 왔을 때보다 지금이 많이 나아졌다.

 정태진과 헤어지고 곧장 제주도로 내려왔던 거니까.

 며칠동안 방 안에만 틀어박혀서 우울한 음악만 듣고 있었으니.

 적어도 지금은 정태진이 아닌 누군가랑 데이트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드니까.

 전 남자친구 정태진…

 이제는 생각만으로도 이가 갈렸다.

 진서는 운전대를 꽉 잡았다.

 ‘그놈만 아니었더라도 지금쯤…’

 팀장이 돼 있을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진서의 작업은 인정을 받고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닐 때 친하게 지냈던 입사 동기였다.

 “응? 무슨 일이지?”

 진서는 트럭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입사 동기는 잘 지냈냐는 의미없는 인사를 한참동안이나 나눴다.

 딱히 회사에 다닐 때도 따로 밥한번 먹어본 적이 없던 입사 동기가 갑자기 전화를 하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근데 무슨 일이야?”

 진서는 다짜고짜 물었다.

 “저기 진서씨… 다른 사람한테 전해 들으면 더 기분 나쁠 것 같아서 알려주려고.”

 “무슨?”

 “태진씨 말이야. 결혼한대…”

 “응?”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구남친의 결혼 소식이라니…

 “날짜를 잡았다고 하더라고. 이런 소식 전해서 미안한데… 그리고…”

 그 뒤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눈 앞이 캄캄해졌다.

 정태진에게 감정이 남아서 그런건 아니었다.

 싫은 감정까지 모두 다 써버리고 고운정 미운정까지 다 떼버리고 헤어진 뒤였으니까.

 아니, 헤어진지 얼마나 되었다고 결혼을 한다니…

 헤어진지 석 달이 지났다.

 사귄 것은 5년이 넘었는데, 헤어진 지는 고작 석 달.

 그 사이에 예의도 없이 정태진은 그새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고 하다니.

 입사 동기는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진서도 대충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전화를 끊었다.

 트럭을 길 한쪽에 세워놓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 새끼는 의리라는 것도 없었구나… 나는 정말 그 새끼한테 하찮은 여자였구나…’

 서울에서 정태진과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클럽에서 놀다가 진서에게 걸렸던 일, 진서 몰래 다른 여자와 데이트나 다니던 정태진… 그런 남자를 뭐가 좋다고 5년이나 사귄걸까.

 다시 전화가 울렸다.

 엄마였다.

 “이 기집애야! 빵 만들러 갔니? 밀가루 받아서 만들어 와? 빨랑빨랑 안와? 멧돌로 갈아서 빵가루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어… 어 엄마. 알았어.”

 엄마는 전화를 끊었다.

 이 답답한 마음은 누구한테 하소연을 해야 할까.

 진서는 다시 트럭을 운전했다.

 뭐, 구남친이 결혼한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괜찮아 괜찮아!

 

 

 *

 

 결국 진서는 읍내에 가서 막걸리를 사왔다.

 물방울이 송송 맺힌 막걸리병…

 진서는 조수석에 잘생긴 남자 대신 앉아 있는 막걸리 병을 보았다.

 그렇게 싫어하던 막걸리를 스스로 사오다니…

 “이런 청승이 있나… 에휴~”

 그렇게 말하면서도 진서는 막걸리를 사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뭐, 어때.

 오랜만에 마당에 앉아서 막걸리도 마시고!

 진서는 힘차게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빨리 가서 할 일을 해야지! 힘내!”

 

 

 *

 

 주혁은 방 안에 있었다.

 아니 방이 아니지.

 원래는 20명 정도의 단체 손님이 묵는 넓은 별채였다.

 주혁은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아니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자고 있나…?’

 진서는 소리가 나지 않게, 발꿈치를 살짝 들었다.

 깊이 잠든건지, 주혁은 진서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가까이 다가간 주혁의 한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영어다.’

 진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주혁이 있는 책은 제목이 영어로 돼 있었다.

 간밤에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에 의하면 주혁은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것 치고는 한국말을 참 잘해.’

 진서는 생각했다.

 또박또박 한국말을 잘 하긴 했으니까.

 주혁은 진서가 들어온 것도 모른 채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어머니가 영국계 사람이라서 그런가 머리 색깔이…’

 주혁은 토종 한국인 진서처럼 까만 머리, 까만 눈썹이 아니었다.

 햇빛에 비춰보면 머리색도 갈색에 가까운 검정색이었다.

 ‘신기하다… 염색을 한건가…’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주혁의 넓고 단단한 가슴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여자들이 안기고 싶어 안달이 난 그 가슴이었다.

 ‘매일 운동을 하는건가… 하루종일 자는거 보면 그러는 것 같지도 않고…’

 진서는 점심을 가져다주러 왔다는 것도 잊고 한참동안이나 주혁을 보고 있었다.

 “돈 많아요?”

 “네?”

 “내 몸이 탐나요?”

 자는 줄 알았던 주혁이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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