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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삼국 the 신수기
작가 : 라칸
작품등록일 : 2017.10.31

[대체역사물+판타지]
신수를 얻는 자가 천하를 제패한다!

 
나, 황룡과 화씨지벽(5)
작성일 : 17-11-22 03:39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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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유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니 내 소개를 하는 게 그렇게 긴장할 일인가?

 나는 백자를 쳐다보았다. 주유가 저러니까 괜히 내가 더 긴장되잖아.

 “주유, 내가 말할게. 백자라고 하셨지요?”

 주유가 당황해있을 것 같지만, 그런 얼굴은 살짝 잊어두기로 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조환이라 합니다. 실제론 황룡이지요.”

 백자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저 사내는 무슨 일이 닥쳐도 언제나 그랬듯이, 저런 시선으로 상황을 마주할 것인가 보다. 노인이 왜 저 자에게 백자라는 이름을 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이름이 뭔가 덜 불려진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외관은 사람인데요. 공자께서 황룡의 신수를 갖고 계시단 말씀이신지...”

 “아니오. 제가 바로 신수입니다. 주유 소저가 곤경에 처했던 저를 구해주시고 돌보아 주셔서,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백자는 그제야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귀하게 자란 태가 나지만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평온한 얼굴로 음모를 꾸밀 수도 있는 법이고.

 노인 또한 머릿속으로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소인의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황룡이라기엔 외관이 너무나 평범하여...”

 “아닙니다.”

 나는 멋쩍게 응수했다. 저렇게 귀티 나는 얼굴로 저리 말하면 너 이 자식 뭐라고 했어? 맞짱 뜨자는 거야? 이렇게 몰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주유 사매가 신수를 가졌다니, 이는 참으로 복된 일입니다. 죽매당의 문하에서 걸웅傑雄이 나온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주유는 타이르듯 말했다.

 “그렇지만은 않아요. 황룡의 신수를 가졌다는 건 모두의 표적이 된다는 뜻과 같으니까요. 환 또한 그를 노리는 무리들에게 붙잡혀 죽을 뻔했습니다. 상처가 다 낫기는 했지만, 그 당시엔 심각했어요.”

 상처가 그렇게 깊지는 않았다. 화살을 맞고 좀 베이고 긁힌 자국들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심리적인 게 더 컸다. 생판 모르는 곳으로 던져진 것도 모자라 영문도 모르고 낯선 이들에게 쫓겨야만 했으니까.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때의 황망함, 공포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

 아마 주유는 내가 정신적으로 많이 고통받았을 거라 생각하면서, 말을 떼는 것 같았다.

 “내, 이 죽매당 안에만 있어 미처 그런 걸 생각지 못했습니다. 사매가 내 불찰을 용서해요.”

 “아닙니다.”

 주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들어올렸다.

 “네 사매를 붙들어가려는지, 육가의 사람이 찾아들었다. 이를 아느냐?”

 “예. 용모가 준수하고 차림새가 고귀한데, 무언가 느낌이 이상해서 고하지 않았습니다. 스승님께서 바쁘시어 출타하셨다고만 하고요.”

 “잘하였다. 주유가 예 계속 있으면 그 자는 물론, 그 자가 끌고 오는 이들 또한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백자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렇다면, 내일 동이 트는 대로 떠나면 됩니까?”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더 일찍 떠나도 좋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라.”

 백자는 어쩐지 신나보였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라, 싫은 내색을 할 만한데도 그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쟤, 주유를 좋아하나?

 그런 게 아니라면 어디 넋 빠진 사람처럼 실실 웃어제낄 리가 없을 텐데.

 옆구리가 근질근질거리는 것 같다. 나는 남의 연애질하는 걸 봐주려고 여기까지 온 적 없다. 로맨스는 사절이야.

 “차가 다 식었겠습니다.”

 아차차.

 복숭아꽃차였나? 향내가 무척 좋았는데.

 찻잔을 만져보았더니 미지근했다. 좀 뜨겁다 싶은 때가 딱 좋은 건데.

 “제가 다시 데워오겠습니다.”

 괜찮다는 말을 할 새도 없었다. 백자는 소반을 들고 부리나케 바깥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고 나니 막상 할 게 없었다. 주유를 빤히 쳐다보는 것도 민망한 일이었고, 그렇다고 오늘 처음 본 노인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뭐했다. 나는 천장만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플스라도 있으면, 아니 책이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머쓱하고 뻘쭘할 데가 있을까.

 주유조차도 그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시선이 사뭇 고요했다. 그녀는 저런 눈을 하고서 여태껏 살아왔겠지...많아 봐야 내 또래쯤 될 법한 나이. 그러나 아직 손견이 죽지 않았고, 손권은 너무 어렸다. 주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목덜미 안쪽에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할 것 같았다. 귓속에도 그럴까? 눈 밑에 그림자를 드리운 속눈썹이 보였다. 얼마나 속눈썹이 길면 눈밑에 음영이 질 수가 있지?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딱히 할 일이 없기도 해서 주유를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그러고보니까...내가 이렇게 가까이서 여자랑 마주 앉아 본 적이...없었다. 없고 말고.

 왜 그러냐. 새삼스럽게. 주유가 이 세계에서 여자란 걸 몰랐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왜 그러는가. 유아 얼굴에 뭐라도 묻었는가?”

 “아, 아닙니다.”

 나는 얼른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천장은 말끔했다. 나무로 지은 집들이 본래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안에서 고요하고 잔잔한 나무 냄새가 풍겨왔다. 백자가 나가면서 문을 열어두고 갔나보다. 안으로 다소 차가운 바람이 솔솔 불어왔고, 그 바람결에 나무의 고요한 냄새가 실려왔다.

 죽매당 안에 들어앉아 살면,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을 것 같았다. 이곳에서, 서고에 가득한 서책들을 꺼내어 읽으면서 사는 거다. 바깥 소식에는 어두울망정 눈은 점점 밝아지겠지. 공부하고, 정양하기엔 참으로 좋은 장소였다.

 시골에 온 것 같았다. 할머니집 가면, 갈 때는 불편해도 막상 도착하면 편안하고 좋았다. 특히 가을 무렵에 마루에 앉아 있으면 하늘에 쏟아질 듯이 많은 별들이 어우러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인공위성인지 뭔지만 보이고, 별들은 실상 보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도시에서 별을 훨씬 더 잘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개소리다. 내 눈에는 하나도 안 보였다. 가끔 달만 보였지.

 아무튼, 시골집 하늘은 검고 높았다. 거기 떠 있는 별들은 하얀 소금처럼 반짝거렸고, 다다를 수 없을 만큼 먼 거리에 있었다. 나는 그런 별들을 바라보면서 한없이 감상에 젖어들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런 감상이.....

 “소인이 늦었습니다.”

 ...가능하지 않구나.

 백자가 문을 열고 들이닥치면서 무너졌다. 하여간 감상에 젖을 타임도 주지 않는다. 이걸 매정하다고 할 수도 없고.

 나는 얼른 백자가 내어주는 찻잔을 받아들었다. 그릇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차는 뜨거웠다. 다기와 맞닿은 손가락이 화로에 구워지는 것 같았다.

 “으앗!”

 나는 찻잔을 떨어뜨렸다. 바보같이! 그 바람에 뜨거운 찻물이 내게로 넘쳐왔고, 찻잔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쨍그렁! 아주 크게도 소리를 내면서 깨어지고 말았다.

 이걸 어째. 조신하고 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음전하게 굴어야 저 사람들도 나를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입으로 나는 황룡의 신수요, 말을 했는데!

 이렇게 체신머리없이....에잉 쯔쯔쯔.

 난 어디서 위엄 갖추고 이런 건 못해먹을 것 같다. 금방 약점 잡힐 거야.

 “괜찮아?”

 주유가 얼른 다가와선 내 손을 살폈다. 괜찮다고 말하려 했는데, 손가락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그 사이에 데인 건가...어쩐지 뜨겁다 했다.

 “다쳤습니까?”

 백자 역시도 내 손을 살폈다. 이러니까 내가 꼭 어린애가 된 것 같잖아. 민망하게끔.

 “아니, 아니...이몸이 실례했습니다. 생각없이 찻잔을 쥐었더니.”

 “조심하셔야지요. 다친 데는 없지요?”

 “백자형, 이걸 봐요. 손이 전부 데였네요. 연고를 가져다 주세요.”

 찻잔을 떨어뜨리고 엎지른 건 분명 나인데, 뒷수습은 왜 저들이 하는 걸까. 그게 더 당황스러웠다. 차라리 칠칠치 못한 놈이라고 하거나 엄마처럼 내 등짝을 확 후려갈기면 나은데.

 어라라, 엄마?

 나는 정지했다. 귓속으로 들려오던 소리들이 멀어지는 듯했고, 내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라니.

 여기 와서 단 한번도 엄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까, 그 궁리밖에는 안했던 것 같다.

 엄마는 잘 지내고 있을까? 내가 여기로 떨어진 다음부터 엄마를 비롯해서 가족들이 날 까맣게 잊었으면 어떡하지?

 “환!”

 “어? 어.”

 주유가 눈앞에 있었다. 나는 엉겁결에 대답을 했는데, 주유가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왜 그래? 넋을 놓고.”

 “어....”

 나 자꾸 왜 이러냐. 바보같이.

 나는 뒷머리를 긁었다. 그러자 주유가 미간을 찌푸리며 내 손목을 잡아당기는 게 아닌가.

 “가만히 있어.”

 주유가 뭘 하나 봤더니, 내 손가락에 연고를 바르고 있었다. 은침으로 조금씩 하얀 연고를 덜어내어 발랐는데, 은침과 연고가 생각보다 차가웠다. 내 손가락이 그만큼 뜨거웠다는 의미인가.

 그런데 아래로 뭔가가 툭툭 떨어졌다. 나는 양손을 내맡기고 있던 터라, 그것이 무엇인지 주워들지는 못했다.

 백자가 대신 주워 들었다.

 그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는데,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황금빛 비늘이었다.

 나는 말을 잃었다. 그건 주유도 마찬가지였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피부에서 비늘이 뚝뚝 떨어지진 않을 테니까. 한편으로는 웃겼다. 명색이 황룡인데, 조금 뜨거운 것도 못 참아서 비늘이 떨어지는 몸이라니. 비브라늄 급은 아니어도 좀 피부가 단단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쩐지 민망해졌다. 저들 앞에서 나는 황룡의 신수요, 했던 게 새삼 부끄러워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국으로 가만히나 있을 것을 그랬다. 주유가 말하도록 내버려두고 나는 엄숙하고 진지한 척 입 다물고 있으면 됐는데.

 다른 때 같았다면 그까짓 비늘 쯤이야, 얼른 감춰버렸을 거다. 내다버렸든지. 신수라니까 이런 게 떨어지나보다 했겠지.

 그런데 지금은 주유가 눈앞에 있었다. 내 손바닥에 연고를 발라주고 있는데 그런 게 떨어질 게 뭐냔 말이다. 젠장.

 주유가 다행히도 못 본 척 해주었다. 내가 민망해하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그걸 들어올려서 이게 뭐냐 묻는 것도, 이 출처를 확인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

 고맙게도 그녀는 모른 척 해주었다. 백자와 노인이 아니라면, 나는 그녀에게 정말 고맙다고 육성으로 말했을 것이다.

 "연고가 마를 때까진 계속, 이렇게 하고 있어."

 주유는 손을 들어올리는 시늉을 해보였다. 안 그래도 나는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여 들어올린 채였다. 손에 바른 연고들이 처음에는 차갑더니 점점 껄끄럽게 느껴졌다. 생크림덩어리를 손바닥에 듬뿍 얹은 듯한, 그런 기분이랄까.

 생각 같아선 그냥 내 멋대로 하고 싶었지만,

 "알았어."

 눈앞에 노인과 백자가 있었으므로, 나는 순순하게 따랐다.

 

 

 
작가의 말
 

 매일매일 올릴 지...쫘라락 2, 3일에 한번씩 올릴지..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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