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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9
작성일 : 17-11-22 02:36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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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쿵쿵!!

 

 “으으으…?”

 

 쿵쿵쿵!!

 

 현관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잠을 깼다. 서재에서 자료를 찾다가 그만 잠이 든 모양이다. 무언가 중요한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꿈에서 내가 일본인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누구세요?”

 

 “박성배입니다.”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박성배는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한숨을 크게 내쉰다.

 

 “왜 그러십니까?”

 

 “대답이 없길래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습니다. 다행이군요. 일단 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나는 박성배를 소파에 앉혔다. 그러고보니 외부인이 집안에 들어온 것은 김부민 기자를 제외하곤 처음이었다. 박성배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물을 단숨에 들이키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언가를 봤습니까?”

 

 “네?”

 

 “강둑 말입니다. 강둑을 내려가려고 하다가 급히 올라오는 걸 보았습니다. 혹시 그 때 그 아래에 뭔가가 있었습니까?”

 

 박성배에게는 그 것이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역시 그 때의 그 것은 사람이 아닌게 분명하다.

 

 “박 형이었습니다. 낚시를 하는 박 형이 그 자리에 있었어요.”

 

 박성배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꽤 당황스러운 듯 했다.

 

 “증상이 빠르군요. 너무 빨라….”

 

 “보통은 이렇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보통은 저주에 걸리지도 않아요! 이 동네 사람이라면! 아… 이런 젠장… 실언입니다.”

 

 박성배는 화가 난 듯 크게 소리치다 이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말하지 말하야 할 것을 말해버린 사람 특유의 행동이었다.

 

 이 동네 사람이라면 저주에 걸리지 않는다고?! 대체 마을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저주에 걸리는 사람과 걸리지 않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일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군요.”

 

 박성배는 한참을 고심하더니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휴우. 이 마을에는 아시다시피 저주가 있습니다. 매년 여름에 마을 내에 있는 사람이 사망하는 저주이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마을 토박이들이 죽는 것은 아닙니다. 저주는 우선적으로 외지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리고 외지인이 없거나 적합…하지 않을 경우, 지역 주민이 대상이 되는 겁니다.”

 

 역시 아까 마을에 들어오면서 떠올린 생각이 맞았다. 관광업의 추진은 제물이 될 외지인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을 저주로부터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파제로써.

 

 “적합 하지 않다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저도 잘 모릅니다. 그저 경험에서 나온 말일 뿐이에요. 예를 들어 서양인은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일본인이나 중국인은 대상이 되는 걸로 봐서는 인종에 따라 대상이 되거나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먹은 이들도 제외됩니다. 당신과 아버님은 아니었지만요.”

 

 그랬구나! 박성배는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과일과 야채를 가져다 주었다. 그 것은 단순히 환영의 뜻이 아니라 마을 주민으로 나를 받아들이며 저주를 피해가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내가 그것을 깨달은 표정을 짓자 박성배는 쓴웃음을 지었다.

 

 “소용 없었지요. 결국은.”

 

 “무슨 이유일까요? 그 기자도 제가 준 오이와 복숭아를 먹었지만 결국 죽었습니다.”

 

 “아마 9번 갱도의 사당을 보았기 때문일겁니다.”

 

 “붉은 나무로 지어진 사당 말씀입니까?”

 

 “네. 제 아버지가 지었던 사당이죠. 결국 아버지도 저주로 돌아가셨지만요.”

 

 박성배는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원혼을 달래기 위해 사당을 지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건가.

 

 순간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사진 속에서 본 사당의 지붕은 짚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짚은 오래 가는 재료가 아니다. 절대로. 그렇다면 누군가 계속 사당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혼을 달래지도 못하는 실패한 사당을….

 

 “그 사당은 버려진 겁니까?”

 

 여기에서 박성배의 답변에 따라 나는 그를 믿을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그가….

 

 “아뇨. 마을 측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관리하지 않으면 큰일이 납니다. 다만 저주가 내린 사당을 입에 담는 것조차 위험한 일이기에 되도록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겁니다. 마을에서도 지주들 몇을 제외하곤 진실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없습니다.”

 

 “그들은 사당의 존재를 알고 있어도 괜찮은 겁니까?”

 

 “우리도 항상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관리를 하러 갈 때면 목욕재계를 한 뒤 절대로 사당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 마을의 규칙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전에는 굉장히 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셨는데 오늘은 꽤….”

 

 “집 안에서는 괜찮습니다. ‘그 것’은 허락없이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 말에 나는 솔직히 크게 안도했다. 가장 두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대체 왜 이 마을에 살고 있는 겁니까?”

 

 가장 궁금한 질문이었다. 저주를 알고 난 뒤부터 박성배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던 내용이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내 입장에선 이 마을은 지옥도나 다름 없는 곳이었다. 그런 마을에서 태연히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아무리 저주를 피할 수 있다고 해도 그 확률이 100%가 아닌 이상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건 재밌는 이야기군요. 고향이니까요. 라고 한다면 너무 뻔한 답변일까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이 저주는 마을에 이득을 주기도 하니까요.”

 

 뭣?! 저주가 마을에 이득을 준단 말인가? 그건 대체 무슨….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당을 지은 뒤 아버지는 아셨다고 합니다. 원혼을 달래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 다음 년에 엄청난 풍년이 찾아온 것을요. 광업은 망했지만 우리는 살아날 길이 생겼던 거지요. 그리고 매 년 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두 명이 사망하면 그해 가을은 평범한 소출이 났습니다. 세 명 이상 사망자가 나오는 해에는 엄청난 풍년이 찾아왔지요. 마을 인원으로는 다 추수하지 못해 외부에서 인력을 불러와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마을의 아버지 세대는 알아챈 겁니다. 원혼을 이용할 방법을요.”

 

 박성배는 고해성사를 마치고 떠나가는 죄인처럼 완전히 속시원한 표정을 짓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우는 것처럼 애처롭게 들렸다.

 

 “죽음을 각오하고 풍년을 기원한단 말입니까? 아니 그 전에 이유도 모르고 죽어간 외부인들의 심정은 생각지 않는단 말입니까?!”

 

 “그래서 전 당신을 살리려고 애를 썼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당신이 안타깝지 않다면 이렇게 비사를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박성배의 말이 맞다. 그가 나를 외면했다면 나는 아마 기자와 마주친 그 다음날 싸늘한 시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젠 저주의 진실을 아는 이들도 매우 적습니다. 제가 늙어갈 정도가 되면 한 손에 꼽을 정도만이 남겠지요.”

 

 “저주를 피할 방법은 없습니까?”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돕겠습니다.”

 

 “나는 이 원혼들의 억울함을 풀어낼 겁니다. 그럼 이 마을의 풍년도 끝나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이미 이 마을은 끝났습니다. 농사를 지을 땅들도 거의 팬션으로 변해가는 중이지요. 저도 더 이상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기 싫습니다.”

 

 “그럼 도와주십시오. 저는 이 마을에 내려진 저주를 풀겠습니다. 힘이 필요합니다.”

 

 박성배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힘차게 서로의 손을 붙잡았다.

 

 “혹시 제가 알아야 할 다른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절대 숲에 들어가지 마세요. 그리고 경험하셨겠지만 길이 아닌 곳으로 다니면 안됩니다. 아! 가장 중요한 것이 있군요.”

 

 “뭔가요?”

 

 “밤에 누군가 현관을 두드리거나 찾아온다면 들여보내지 마십시오. 그게 설사 형제나 부모의 목소리라도 말입니다.”

 

 “그건 아마도 ‘그 것’이 흉내를 내는 것입니까?”

 

 “네. 좀 전에 말했듯 ‘그 것’은 허락없이 집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저주가 진행 될수록 ‘그 것’은 집 안에 들어오려고 할 겁니다. 절대 들여보내면 안됩니다.”

 

 이제서야 김 부민 기자가 했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이 마을 사람들이 집 안에 타인을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한 것은 시골사람들의 원초적인 방어기제 따위가 아니었다. 그건 철저하게 경험으로 이루어진 저주를 피하는 방법이었다.

 

 “어쩌면 저주를 피할 수도 있을 겁니다. 10월이 끝나면 잠잠해지니까요.”

 

 나는 그 말이 진실이기를 간절히 바랬다. 원혼을 달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완전히 바뀌게 된다.

 

 박성배를 보내고 나는 아버지의 서재에 다시 들어갔다.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나서 그런지 머리가 좀 더 제대로 돌아가는 게 느껴진다. 박성배가 태어난 무렵, 아니 그 이전부터 저주는 존재했다. 박성배의 아버지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당을 건립했다. 여기에서 볼 때 박성배의 아버지는 이 마을의 가장 힘이 센 지주 중 하나 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당의 목적은 실패했으나 은동마을사람들은 저주의 이면을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주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박성배가 말해 준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다. 왜 하필 일본식 사당이지? 무당의 말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혼고술이야! 이건 왜놈들 껀데.’

 

 혹시 이 저주는 일제시대에 희생된 이들의 원혼이 만들어낸 것인가? 그렇다면 왜 무당은 이걸 고독이라고 했지? 무당은 저주 자체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는데 누가 이 엄청난 원한을 만들어냈다는 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나는 아버지의 서재를 뒤적이며 흐트러진 퍼즐을 맞춰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이리저리 서재를 뒤적이던 중 큰 단서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2010년부터 2011년 8월까지의 아버지의 일기가 담긴 얇은 수첩이었다.

 

 

 

 2010년 11월 마을의 버려진 광산 9번 갱도와 10번 갱도를 잇는 외부 입구에서 사당을 발견. 풍요기원과 원혼천도의 혼합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사료됨.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을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보임.

 

 2010년 12월 스미레 양의 도움으로 사당의 주술이 원혼천도가 아닌 고독술의 일종임을 확인.

 

 2011년 4월 울산대학교 노장은 교수에게서 민속학 자문.

 

 2011년 5월 은동리 지주에게서 마을의 비사를 듣다.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

 

 2011년 5월 스미레가 교통사고를 당하다. 사당의 저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왜? 여름도 아닌데?

 

 2011년 8월 후지와카 스미레 향년 27세. 이국 땅에서 귀천. 나 때문이다. 내가 한 여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2011년 8월 가새귀를 경험하다. 스미레가 말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2011년 8월 그 것들은 어디에서든 나오고 있다. 더 많은 못이 필요하다.

 

 2011년 8월 이제는 진짜와 환청이 구분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휴대전화를 통한 아들의 목소리 뿐이다.

 

 2011년 8월 (알 수 없는 낙서가 그려져 있다.)

 

 2011년 8월 이 일기를 발견한 사람에게 알린다. 지금 당장 그 마을에서 나가라.

 

 2011년 8월 모든 것은 후쿠베 신이치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진실을 알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2011년 8월 문 밖에 나갈 수가 없다. 그 것은 모든 틈을 통해 내게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일기는 그 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일기의 마지막 장에 또 다른 단서가 적혀져 있었다.

 

 -혹시 이 일기장이 친우 노장은 교수의 손에 들어간다면 책상의 두 번째 서랍에 들어있는 붉은 수첩을 함께 전달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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