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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 세계의 이야기
작가 : macarong
작품등록일 : 2017.10.30

[현대판타지]
일그러진 세계, 탐욕으로 물든 전쟁속에서 깨어나서는 안될 존재들이 눈을 뜬다

다가오는 그 날을 막기 위해 자신을 망가트려야만 했던 그 세계의 이야기

 
#0011 세계의 모순
작성일 : 17-11-22 01:07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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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분명 눈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버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찾아올 손님에 대해 미리 언질을 받았던 서영호는 과거의 존경을 담아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서영호는 즉시 통신석을 꺼내 가문에 서지훈이 돌아왔음을 알린다. 곧 연락을 받은 단주들이 직접 서지훈을 맞이하기 위해 내려왔다.

  단주들은 서지훈을 탐탁치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가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서지훈은 아무 말없이 그들을 따라 걷는다.

  자신을 위해 내려온 길을 그녀를 위해 다시 올라간다. 이 길이 그녀를 구해줄 것이라 믿으며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

 

  나아가던 발걸음이 체념하듯 그 자리에 멈춰 선다.

 

 “가문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서지훈은 올라오는 무언가를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수십의 조율자들이 가문을 빠져나간다. 서지훈은 그들이 서지애를 데리고 오기 위해 준비된 인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는 다시 조율자로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가문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던 사내가 지금은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차마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없었던 서정욱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등을 돌렸다.

 

 “앞으로는 네가 조율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예”

 “조만간 사람을 보낼 테니 허튼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그 말을 남겨둔 채 서정욱은 자리를 떠났다.

 

 “하하…”

 

  서지훈은 빌어먹을 현실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다물어진 입가로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 새어 나온다. 죄어오는 현실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이 어떻게 그것에 맞설 수 있을까, 서지훈은 고개를 숙여 자신이 서있는 자리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길을 잃어버린 서지훈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 정말이었구나”

 

  귀를 파고드는 그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이런 나에게도 돌아올 수 있는 자리가 있었던 것일까, 서지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재현아…”

 “오랜만이다”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서재현은 여전히 그곳에 서있었다. 흘러간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았었는지 서로의 모습은 기억 속에 새겨 두었던 그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미안하다… 모두 내 탓이야”

 

  자신을 믿어주었던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그 믿음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이 서지훈을 짓누른다.

 

 “서지훈…”

 

  서재현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자신이 기억하던 당당한 그의 모습은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왜 이곳으로 돌아와버린 거냐…”

 

  그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할 자격이 있었고 자신에게는 그것을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서지훈은 굳게 다물고 있었던 입을 열었다.

  서지훈은 에르스와 관련되어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그동안 자신들이 겪은 모든 일들을 서재현에게 이야기했다. 서지훈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재현의 표정은 점점 굳어간다.

  대략적인 이야기를 끝낸 서지훈은 벌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떨었다.

 

 “나 때문에 지애가 죽어가고 있어…”

 “하, 도대체 어떻게…”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서지훈이 이곳으로 돌아올 리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그저 우연에 우연이 겹치며 일어나버린 일들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미련한 친구녀석은 그것들이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며 죄책감에 무너지고 있었다.

 

 “지훈아”

 “…”

 “야 인마!”

 “…”

 “서지훈!”

 

  서재현은 자신을 피하는 친구의 멱살을 부여잡고 억지로 시선을 마주했다. 하지만 서지훈은 그 시선을 거부하듯 눈을 감아버렸다.

 

 “이 새끼가…!”

 

  참다못한 서재현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서지훈의 몸이 바닥에 쓰러진다.

 

 “너마저 이러면 나는 어쩌라는 거냐!”

 

  서재현은 절규하듯 소리쳤다.

  아버지로부터 두 사람이 가문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그 이유가 무엇이든 다시 예전처럼 셋이서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십 년 만에 만나게 된 소중한 동생은 의식도 없는 상태로 죽어가고 있었고 그 동안의 그리움은 깊디깊은 절망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덕분에 행복했다고 그저 그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이다.

 

 “모두 내 탓이다. 내가 지애를 데리고 나가지만 않았다면…”

 

  망가져버린 친구의 모습, 자신이 바라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지훈아…”

 

  서재현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힘으로 일그러진 것들을 바로잡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어나. 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이냐”

 

  서재현은 움켜쥐었던 주먹을 펴 서지훈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서지훈은 차마 그 손을 잡지 못한다.

 

 “하아…”

 

  서재현은 주저앉은 서지훈을 억지로 붙잡아 일으켜 세우며 조용히 그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려고 하지 마… 네 탓이 아니야”

 “미안하다…”

 “일단 우리집으로 자리를 옮기자”

 

  서재현은 조심스럽게 친구를 어깨를 끌어당겼다. 그렇게라도 따라와주는 친구의 모습에 서재현은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들어가자”

 

  서재현은 과거에는 아버지인 서정욱과 함께 한집에서 살았었지만 지금은 혼자 독립해서 따로 살고 있었다.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혼자 지내기에는 결코 작지 않은 집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서재현은 밖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서지훈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지난 십 년의 시간이 남긴 흔적은 서지훈의 생활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서재현도 마찬가지다.

 

 “앉아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봐”

 

  거실에 서지훈을 방치한 채 서재현은 어딘가로 향했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난 서재현의 손에는 커다란 술병들이 가득 들려 있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한잔 해야지?”

 

  들고 온 술병들을 바닥에 내려놓은 서재현은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거실에는 간소하지만 평범하지는 않은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서재현은 망설임없이 아껴 두었던 술병을 개봉했다.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쌉싸름한 향기가 주변을 가득 메운다.

 

 “자 오랜만에 재회를 기념하며”

 

  서재현은 빙그레 웃으며 술이 가득 담긴 잔을 서지훈에게 건넸다.

  마지막으로 술을 마셨던 것이 언제 였을까, 누구 언제 습격해올지 모르는 생활속에서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서지훈에게 술이라는 것은 멀리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잔을 받아 들고 잠시 주저하던 서지훈은 이내 단숨에 그것을 들이켰다. 입술을 적시며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오는 쓰디쓴 액체는 곧 온 몸으로 스며들어간다.

  서재현은 웃으며 빈 잔을 다시 채워주었다.

  두 사람의 잔이 부딪히며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술이 들어가니 자연스레 그 동안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긴 시간동안 쌓아 둬야만 했던 이야기들은 몇시간이 흘러도 끝나질 않는다.

  쌓여 있던 이야기들이 줄어갈수록 바닥에 나뒹구는 빈병들은 늘어만 간다.

  이미 수십이 넘는 술병들이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서재현은 어디선가 자꾸 새로운 술을 들고 나왔다. 결국 잔으로 만족할 수 없던 두 사람은 병 째로 술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 어쩌려는 거냐?”

 

  손에 든 술병을 기울여보지만 이미 텅 비어 버린 병에선 아무것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서지훈은 텅 빈 병을 아무렇게나 굴려버리고서 새로운 술병을 손에 쥐었다.

 

 “어쩌긴 뭘 어째. 그냥 시키는 대로 움직이겠지”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거냐”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지애만 살릴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지”

 

  취기 때문일까, 서재현의 눈에 비친 서지훈은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오히려 그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

 

  그저 취기 때문이었을까, 서지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몽롱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한다.

 

 “그래…”

 

  이제 더 이상 술은 필요 없다. 서재현은 씁쓸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술병을 내려놓았다.

 

 “여기 어떤 것 같냐? 이 정도면 둘이서 지내기에 괜찮지 않아?”

 “…”

 

  서지훈은 서재현의 물음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지만 이해하지 못한 척 농담을 건넨다.

 

 “설마 그새 여자라도 생긴 거야?”

 “하하…”

 

  서재현은 감정이 없는 웃음을 내뱉으며 결국 단도직입으로 묻는다.

 

 “지낼 곳도 없을 텐데 여기서 같이 사는 건 어떠냐?”

 “그렇게 신경 써줄 필요 없어. 예전에 살던 집도 아직 그대로 남아있더라”

 “부탁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잖아”

 “역시 그렇겠지”

 “미안하다. 나도 어쩔 수 없더라”

 “그래도 너라서 다행이네”

 

  그것은 아마도 서지훈을 감시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상대가 친구라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감시 당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서지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를 바라보았다.

 

 “재현아”

 “…”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서지훈은 조용히 들고 있던 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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