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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정의와 영광
작가 : TOSP
작품등록일 : 2017.11.20

몰락한 가문의 마지막 후예, 정의와 영광이 사라진 왕국을 새롭게 일으킨다!

 
잿더미 아래서(3)
작성일 : 17-11-22 00:33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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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츠!”

 “무슨 일이신지요?”

  밤이 되었지만 프란츠는 수레를 멈추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수레를 모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었지만 왕국군이 언제 추적해올지 몰랐다.

 “아까 꿈을 꿨어.”

  요한 역시 잠시 잠이 드나 싶었지만 다시 깬 모양이었다.

 “도련님, 피곤하시지 않습니까?”

  험한 시골길 위를 달리는 수레는 그리 잠을 청하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지난 며칠간 이런 밤 낮 없는 여정에 지쳤을 요한에게 프란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응....”

 “그런데, 꿈이라니요?”

  요한은 자신이 그날 오후에 꾼 꿈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역시, 피는 속이지 못하는 걸까?’

  요한의 꿈은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용기사는 자신의 용과 첫 맹세를 나누는 순간 강하게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었다. 용과 함께 나는 꿈은 그런 정신적 연결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꿈이 생생할수록 연결이 강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요한의 꿈은 분명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연결의 흔적이었다.

 ‘영주님, 도련님은 분명 이 왕국의 역사에서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 용기사가 될 겁니다.’

  프란츠는 요한이 처음으로 용을 만난 순간의 그 벅찬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프란츠는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며 걸음을 옮겼다. 전 날 성 밖을 나가려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왕국군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성채를 점거했다. 결국 프란츠는 성을 빠져나오는 대신 지하의 비밀 피난처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다시 나온 성은 약탈당하고 불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미 각오하고 있었던 모습이었지만 그 처참한 모습에 집사는 저절로 눈물이 나오려 했다.

 ‘지금은 이런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다.’

  자신을 다독이며 집사는 성채로 들어섰다. 다행히 왕국군은 이미 성을 떠난 것 같았다.

 ‘다행이구나, 왕국군은 우리가 도망갔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요한을 데리고 떠날 방법을 고민하며 프란츠는 다시 지하실로 내려가는 통로에 섰다. 순간 프란츠에게 지하에 숨겨진 물건이 떠올랐다.

 ‘맞아, 용의 알!’

  비록 가문의 마지막 용이 죽은지 이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바인호프 가문에는 여전히 용의 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시도에도 알은 부화하지 않았다. 이후 용의 알은 가보라는 핑계로 지하 깊은 곳에 버려지다시피 했다. 그래도 그냥 버려두고 갈 수는 없다고 프란츠는 생각했다.

 ‘이 문 앞에 서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구나.’

  알이 숨겨진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은 요한이 몸을 숨겼던 대피소와 반대방향에 있었다. 문 앞에서 프란츠는 잠시 망설였다. 이 안에 있는 알 때문에 루드비히 영주가 잃어버린 것들이 떠올랐다. 가문의 재산과 보물, 영지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자식들과 아내까지, 루드비히 영주에게 용의 알은 저주스러운 존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이 알을 그냥 둘 수는 없다.’

  그저 저주스러운 물건이 아니라 루드비히 영주의, 바인호프 가문의 마지막이 담긴 물건이라 생각하며 프란츠는 문을 덮은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치웠다. 낡은 잡동사니들을 치우자 드러난 바닥은 주변과 같은 돌바닥이 아닌 금속으로 된 커다란 하나의 문이었다. 오랫동안 버려진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한참을 애를 쓴 끝에 열린 문 안쪽의 좁은 복도는 먼지로 가득했다. 연신 기침을 하며 집사는 걸음을 서둘렀다. 복도가 넓어지며 작은 방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집사는 들고 있던 횃불을 더 높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의 눈에 이곳에 들어올 때 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무언가가 들어왔다.

 “도련님!”

  급히 피난처로 뛰어 들어온 프란츠의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요한이 보였다.

 “어딜 갔다 온 거야?”

  요한의 질문을 듣지 못한 것인지 프란츠는 대답 대신 요한에게 어서 지하실을 나올 것을 요청했다.

 “어서 나와 보십시오.”

 “무슨 일이야?”

  프란츠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잔뜩 들떠있었다. 언제나 낮고 침착하던 그의 목소리가 지금은 기쁨과 경탄의 기색이 가득했다.

 “가보... 가보가.”

 “가보?”

  요한이 아는 한 바인호프 가문에는 가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보라니, 요한은 프란츠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프란츠, 그게 무슨 말이야?”

  그제서야 프란츠 역시 요한에게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했다. 한참을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힌 프란츠가 자신이 본 것을 말했다.

 “용...용의 알, 바인호프 가문의 마지막 용의 알, 용의 알이 부화했습니다.”

  프란츠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프란츠의 말을 요한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용은 그가 태어나기 전에 사라진 동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용의 알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요한은 알 수 없었다.

 “알?”

  그제야 집사는 요한이 바인호프 가문에 숨겨진 가보에 대한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하나도 듣지 못했음을 기억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이 늙은이가 너무 기쁜 나머지.”

  집사는 요한에게 차근차근 가문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왜 아버지는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았지?”

  그 이유를 집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진실을 모두 전해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프란츠는 생각했다.

 ‘자꾸 거짓말해야 할 것이 늘어나는 구나.’

  하지만 어린 소년에게 언젠가는 알아야 할 것이라는 핑계로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모두 들려줄 수 도 없는 노릇이었다.

 “영주님께서는 아마 용이 깨어나면 도련님께 알려주기로 하신 모양입니다.”

 “그렇구나.”

  요한은 별다른 의심 없이 프란츠의 말을 믿었다.

 “자, 도련님 저를 따라오시지요.”

  집사는 용의 알이 숨겨진 곳으로 요한을 안내했다. 집사를 따라 어두운 통로를 지나서 가보가 숨겨진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요한은 두려움과 감탄이 섞인 탄성 밖에는 낼 수가 없었다. 요한이 태어나기 오래 전부터 용은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수십년에 걸친 내전으로 남은 용들 역시 모두 죽고 새로운 용을 부화시키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요한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내 용이 다시 깨어난 것이었다. 집사와 요한의 눈에 원래라면 푸른 바탕에 남색과 흰색 얼룩이 그려진 알이 놓여있었을 자리가 들어왔다. 그곳에는 알껍데기 색깔과 똑같은 색의 몸을 가진 자그마한 용이 막 인기척에 놀라 몸을 펴고 있었다. 머리는 연신 낯선 두 사람을 경계하기 위해 좌우로 움직이고 노란 눈은 두려움과 경계심에 가득 차 있었다.

 “저게 용?”

 “네, 그렇습니다. 바인호프 가문의 용 입니다.”

  요한은 살짝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비록 강아지보다 작은 덩치였지만 낮게 쉭쉭거리며 자신을 노려보는 모습은 확실히 어린 소년을 두렵게 하기 충분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프란츠는 요한에게 용을 똑바로 바라볼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바인호프 가문에서 명성을 떨쳤던 용기사들과 그들의 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프란츠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도 있었고 이미 들은 것도 있었다. 프란츠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의 두려움이 어느 정도 가시자 요한의 눈빛은 두려움에서 호기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나 경외감과 선망을 갖게 되기 마련이었다. 그 모습을 본 프란츠는 요한에게서 용기사가 될 가능성을 보았다.

 “자, 도련님 가까이 다가가서 제가 알려주는 이 말을 용에게 들려주십시오.”

  집사는 요한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하지만 범상치 않은 기운이 담긴 말을 들려주었다.

 “무슨 말이야 그거?”

  처음 듣는 낯선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요한이 물었다.

 “용은 인간의 말을 알지 못하고 인간은 용의 말을 듣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래 전 선조들은 용언이라는 말을 만들어 용에게 말을 건넬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주문은 용과 기사를 하나로 이어주는 계약의 주문입니다. 이 주문을 용이 들으면 그 주문을 외운 이에게 복종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그 용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너무 어려운 말인지 요한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자세한 이야기는 좀 더 요한이 자란 뒤에 해야 할 것 같았다.

 “도련님이 용기사가 되시는 겁니다.”

 “용기사? 내가?”

 “네, 그렇습니다. 도련님께서 이야기 속에 나오는 바로 그 용기사가 되시는 겁니다.”

 “내가, 용기사가 되는 거야....”

  집사의 말을 들은 요한은 몇 번이나 용기사라는 말을 되뇌었다. 요한은 집사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저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 된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 도련님 어서.”

  집사의 채근에 요한은 집사가 알려준 계약의 주문을 외우며 용에게 다가갔다.

 “자... 착하지?”

  용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요한을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불을 뿜거나 도망가지는 않고 있었다. 마침내 용의 눈에 자신의 얼굴이 비칠 정도로 다가간 요한이 계약의 주문을 용에게 들려주었다. 잔뜩 긴장한 목소리는 생각보다 크게 방을 울렸다. 주문이 끝나는 순간 요한은 마치 자신이 용의 시선으로 그리고 용의 눈빛에서 경계심이 사라졌다. 용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요한을 이리저리 훑어보기 시작했다.

 “프란츠?”

  요한이 불안한 목소리로 프란츠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의 말 한마디가 이 중요한 순간을 망치기라도 할 것처럼 그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방안의 공기 역시 그런 두 사람의 기분을 반영하듯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순간, 용이 움직임을 멈췄다. 곧 용은 날개를 쫙 펼쳤다 다시 오므리기를 몇 번 반복했다. 그리고 마치 예를 표하기라도 하듯 몸을 낮추고 머리를 숙였다.

 “프란츠?”

  그 모습에 요한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도련님. 용은 이제 도련님의 말을 충직히 따를 것입니다.”

  용이 자신의 주인으로 요한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정말요?”

  요한은 기쁨에 겨워 소리를 높였다. 그 순간 집사 역시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동시에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맴돌았다. 몰락해가던 가문이 무너져 내린 날, 용이 다시 깨어난 것은 잿더미 속에서 다시 바인호프 가문이 일어날 징조라고 집사는 생각했다.

 ‘용이 깨어났으니 바인호프 가문 역시 다시 정의와 명예를 수호하는 용기사의 가문으로 일어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용을 바라보며 기뻐하는 어린 소년을 훌륭한 기사로 키울 책임이 그에게 있었다.

 ‘영주님과의 마지막 맹세를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블라우게텐, 얌전히 있어야지. 아니 자꾸 그러지 말고.”

  가느다란 용의 울음소리와 요한의 목소리가 들리자 프란츠는 다시 뒤를 바라봤다. 어둠에 묻혀 목소리만 들렸다. 요한은 용을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훈련을 시키려는 모양이었다. 프란츠는 용을 길들이려 애를 쓰는 요한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아이젠발트 가문에 도착하면 용을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란츠는 아이젠발트 성 근처의 숲에 요한과 수레를 숨기고 홀로 성으로 향했다. 비록 루드비히 영주는 요제프 아이젠발트 영주가 요한을 보호해 줄 것이라 믿었지만 프란츠는 만약을 대비하기로 했다. 성 앞에 선 프란츠가 바인호프가의 집사라는 자신의 신분을 밝혔지만 경비병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소식이 들리지 않은 것인가?’

  영주에게로 안내를 받으며 프란츠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한때는 아이젠발트 가문은 바인호프 가문과 함께 전장에선 동료였다. 하지만 내전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요제프 아이젠발트는 자신의 전우들을 버렸다. 그리고 그는 지금의 왕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 덕에 아이젠발트 가문은 주변의 다른 가문들이 하나씩 반역자가 되어 몰락하는 와중에도 가문을 지켜낼 수 있었다. 아무리 요한의 외삼촌이라고 해도 왕에게 무릎을 꿇기 위해 자신의 다른 가족들을 모두 유폐시키고 반대하는 부하들을 숙청하기까지 한 요제프 영주를 신뢰하기는 힘들었다. 영주의 집무실 앞에 선 프란츠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가문을 몰락시켜놓고는 돌보지도 않던 자신의 아들은 배신자의 영지로 도망가게 한다. 정말이지 참으로 뻔뻔스럽군.”

  프란츠를 본 요제프 영주의 첫 말이었다. 역시 요제프 영주는 이미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프란츠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요제프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 정도도 내가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인가?”

 “그...그건...”

 “물론 자네가 요한을 데리고 이곳으로 올 것이란 것은 왕국군도 짐작 못했던 것 같지만 말이야, 그래 루드비히 영주는 죽은 건가?”

 “예, 영주로서 성을 떠나실 수 없다고....”

 “끝까지 한심한 사람이었군.”

  요제프 영주는 한 숨을 내쉬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이가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누차 경고했었지, 지금은 더 이상 직접 맞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이야.”

  분노나 경멸이 아닌 안타까움과 한심함이 담긴 목소리였다.

 “지금은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라고, 현실을 보라고 말이야.”

  프란츠 역시 그 지적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기에 프란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가문을 자신의 손으로 끝장내고는 그 뒷일은 어린 아들에 떠넘기고, 그 아들을 안전하게 해줄 방법도 없어서 배신자라 경멸했던 자에게 자신의 아들을 떠맡기려 하다니 그게 그 사람의 무슨 명예고 정의였나?”

  요제프의 격양된 목소리와 반대로 프란츠는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지금은 요제프 영주의 자비 밖에 기댈 곳이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참이 지나서야 요제프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인지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핏줄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야. 누님이 요한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으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냉정하게 자네들을 대하기 어려워...”

 “요한 도련님도 아멜리아 마님을 계속 그리워했습니다.”

  쓸데없는 말일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요제프 영주가 요한을 숨겨주도록 해야 했다. 그런 프란츠의 의도가 읽힌 것인지 요제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비정한 자라고 해도 혈육의 정은 어쩔 수 없군, 일단 성에 머무르도록 하게.”

  다행히 루드비히 영주의 생각이 옳았던 모양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프란츠는 요제프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만, 성에서 그리 오래 머물기는 힘들 것이네.”

 “예?”

 “앞으로 요한은 내 조카가 아니라 사생아이네”

  요제프 영주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프란츠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요제프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럼, 설마 내가 반역자 가문의 마지막 후손을 데리고 있다고 온 왕국에 알리기라도 할 줄 알았나?”

 “아, 아닙니다.”

 “요한에게도 내가 따로 말할 것이지만 우선 자네가 잘 일러두도록 하게나.”

 “네.”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요제프의 말처럼 바인호프 가문의 생존자가 남아있다는 것은 결코 알려져서는 안 될 것이었다. 다른 귀족 가문에서 온 시동이라고 하기에도 곤란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닐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차라리 영주의 사생아로 둘러대는 편이 여러모로 나을 것이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감사는 됐네. 이만 가보도록 하게.”

  집무실을 나온 프란츠에게 하녀 하나가 다가와 루드비히 영주의 전 부인, 아멜리아가 그를 찾음을 알렸다. 오랜만에 만난 아멜리아는 예전의 기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프란츠, 소식은 들었어요.”

  바인호프 영주의 이야기였다. 막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 아멜리아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 사람은 결국 포기하지 못한 것이군요.”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루드비히 영주가 했던 수많은 일들은 아멜리아를 슬프게 그리고 분노하게 나중에는 지치게 만들었다. 용을 깨우기 위해 가문의 재산을 넘어 그녀의 친가에 까지 손을 벌렸고 그녀가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던 아들들은 정의 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을 위한 전쟁에 남편과 함께 나갔다 시신조차 돌아오지 못했다. 유품으로 돌아온 반쯤 녹은 투구를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던 그녀의 모습을 프란츠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결국은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버렸군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말투에서는 뜻밖에도 미움이나 분노가 담겨있지 않았다. 그저 한 때 남편이었던 이의 초라하고 비참한 마지막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제가 모자란 탓에 영주님을 제대로 돕지 못했습니다.”

 “지난 일들을 계속 붙잡아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앞으로도 요한을 잘 이끌어 주세요, 프란츠.

 “알겠습니다, 마님.”

  요한이 숨어있던 곳으로 돌아간 프란츠는 잠든 요한과 용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셨던 일은...”

  유모의 질문에 프란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만다행입니다.”

  유모의 말에 프란츠도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에게는 루드비히 영주의 마지막 부탁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었다. 이제 그에게는 바인호프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와 용을 지키고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조심스럽게 수레를 몰며 프란츠는 다시 한 번 루드비히 영주에게 다짐했다.

 ‘이 한 몸, 모두 불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바인호프 가문을 다시 일으키겠습니다.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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