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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14
작성일 : 17-11-21 23:39     조회 : 322     추천 : 1     분량 : 3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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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

 상처를 단단히 동여매어보지만 붕대에는 계속 피가 배어든다. 봄비는 의식을 잃지는 않았으나 눈을 질끔 감은 채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어댄다. 죽음이 가까워온 사람답지 않게 옆사람의 옷깃을 잡은 손아귀 힘이 제법 세다. 버들가지 씨가 그에게 버드나무 껍질 달인 물을 먹여 진정시켜보려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다친 사람들이 많은 탓에 약재가 모자라 짓찧은 쑥을 꿀에 섞은 것을 상처에 바르는 것이 전부, 천막 안의 사람들은 모두 봄비의 배에 생긴 출혈이 멎고 최악의 사태로 흘러가지 않기만을 바란다.

 "흑단들소 벌판을 급하게 빠져나오느라 약재를 충분히 챙기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준비가 철저했더라면..."

 모로비 씨가 고개를 숙이고 코를 푼다.

 "이런 심한 상처에 효험이 있는 지혈제 같은 건 없어요. 당신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하지 마세요."

 제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며 높아져있던 버들가지 씨의 목소리가 차분해진다. 모로비 씨는 코푼 손을 바닥에 털어버리고 고개를 든다.

 "창을 던진 사람은 잿빛양털 씨였습니다."

 "의외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작 어린 봄단풍 계집이 아니라 그를 쏘아죽였어야 했는데..."

 "봄단풍 아씨를 죽였습니까?"

 "몸에 화살 여섯 개를 꽂아놓았고 하나하나가 전부 치명상이었어요. 울대를 뚫어놓았으니 살아남더라도 더 이상 요사스런 술수는 부리지 못할 겁니다."

 

 75.

 너럭바우는 아씨의 숨이 이미 멎었음에도 불구하고 들쳐업고 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시체라도 거두어 장사지내려는 것은 아니다. 죽은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도 아니다. 그는 한참을 달리다가 그녀를 숲 한복판에 뉘어놓고는 그럴 필요도 없는데 등에 박힌 화살을 하나씩 뽑아낸다. 물방울 모양으로 눌러떼기해 만든 화살촉이 상처를 헤집고 빠져나온다. 너럭바우가 화살을 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76.

 나바재 씨가 창대를 질질 끌며 돌아오다가 소식을 전해듣고는 천막까지 쉬지 않고 뛰어간다. 안에 들어가보니 버들가지 씨도 간호하다 지쳤는지 바닥에 누워 잠들어있다. 그는 활줄도 풀어놓지 않고 대기 중인 모로비 씨에게 인사한다.

 "이 정도로 크게 다쳤을 줄이야. 제가 자리를 비우지 말아야 했습니다."

 "잿빛양털 씨가 직접 창을 던졌습니다. 누가 있었어도 막지 못했을 거요."

 "지금 다른 씨족장들은 무얼 하길래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겁니까?"

 "크게 다친 사람들이 있어 각자 필요한 치료를 받는 형편입니다."

 "열한 명이 모두 빠짐없이?"

 "그건 아닙니다. 세 분은 부상자를 확인하러 다닐 정도로 멀쩡하셨습니다."

 나바재 씨가 잠든 버들가지 씨 대신 봄비의 붕대를 갈아준다.

 "모로비 씨. 당신은 봄비 씨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는 공정한 사람입니다.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죠. 죽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보초병들을 인솔하세요."

 

 77.

 낡이 밝기 전 나바재 씨는 봄비를 찾아오지 않은 세 명의 씨족장을 붙잡아 야영지 한가운데에 꿇려놓는다. 소란 때문에 깨어난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게 지금 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하라지 않는가!"

 "기다리시오. 곧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죄를 듣게 될테니."

 "죄? 죄라니?"

 나바재 씨는 씨족장들의 발악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여기! 이 세 사람은, 지난 밤 씨족장들을 죽이고 숲의 땅을 자기 차지로 만들기 위해 봄단풍 씨족들과 내통하였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적들이 이 안까지 들어와서 불을 지를 수 있었겠습니까!"

 묶인 세 사람의 발악이 더 심해진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증거도 없이 사람을 붙잡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소이까!"

 "이들의 음모 때문에 '염통먹는 자' 뿐만이 아니라 다른 씨족장들도 크게 다쳐 누워있습니다. 허나 이들은 두 발로 서서 멀쩡히 걸어다니고 있소. 적들이 이 내통자들을 노리지 않았기 때문이지."

 사람들이 '염통먹는 자'의 부상을 떠올린다. 때마침 모로비 씨가 봄단풍 씨족에서 의탁해온 네 사람을 포박해 끌고 온다. 옷깃 너머로 화상의 흔적이 비친다.

 "그리고 여기! 내부에서 호응하기로 했다는 네 사람의 자백을 들었소! 이 자들은 처음부터 우리의 등에 칼을 꽂기 위해 찾아왔다, 이 말입니다! 이만한 증거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네 사람은 한사코 부인해보지만 격노한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반역자들은 죽음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모두 기억하시오!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나바재 씨가 돌도끼로 일곱 사람의 머리통을 차례차례 부순다. 변호하는 소리는 환호성에 가려 들리지 않는다.

 

 78.

 너럭바우가 퉁퉁 불어버린 눈을 하고 돌아와보니 잿빛양털 씨가 자기 몫의 창을 새로 만들고 있다.

 "계집의 울대에 화살 꽂히는 걸 봤다."

 "네. 저도 똑똑히 봤습니다. 나중에 보니 등짝에 화살이 네 개 더 박혀있더군요."

 "...유감이다."

 "그런 말도 할 줄 아셨습니까."

 "나도 친구를 여럿 잃어봤으니까."

 너럭바우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씨는 내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봄비 씨는 내 친구였다."

 그가 잿빛양털 씨 옆에 주저앉아 부싯돌을 집어든다.

 "아씨를 쏜 녀석은 키가 컸습니다."

 너럭바우가 서툰 솜씨로 부싯돌을 까부순다.

 "그 새끼는 넓은 화살촉을 썼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거칠게 눌러떼어서 화살을 뽑으면 상처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지요."

 잿빛양털 씨가 손을 멈추고 아이의 얼굴을 본다.

 "죽지 않더라도 최대한 고통스럽게 할 심산이었던 겁니다."

 너럭바우가 한 눈을 감은 채로 창날의 대칭을 살핀다.

 "저도 그럴 셈입니다."

 

 79.

 봄비의 상처가 진정되어간다. 붕대를 갈아도 피가 많이 배어 나오지 않는다. 지켜보는 나바재 씨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모로비 씨가 활시위를 풀어놓은 채로 돌아온다.

 "잘 마무리하고 오셨습니까?"

 "네. 다들 공개처형을 보러 가 문지기가 없었습니다. 꽤 쉬웠지요. 다른 씨족장들은 정말 크게 다친 모양이더군요. 콧구멍과 입을 막아도 팔 하나 들지 못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죄송합니다."

 버들가지 씨가 물이 든 항아리를 안고 천막 안으로 들어선다. 두 사람은 어색하게 앉은 자세를 고친다.

 "상처가 덧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나바재 씨가 붕대를 갈 때마다 잘 씻어준 덕분이에요."

 "제가 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당신이야말로 사방에서 약초를 캐어오느라 고생이 많지요."

 "웬걸요. 그나저나, 흑단들소 벌판은 지금 상황이 어떻답니까?"

 나바재 씨가 네 사람만 남기고 사람들을 물린다.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우리가 돌아오길 원치 않더군요. 몸을 의탁해오는 사람들은 늘어나는데 흙벽 안의 땅은 모자라는 형편이에요."

 모로비 씨가 이야기에 끼어든다.

 "네. 힘없는 씨족들은 모두 벽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다른 소식은 없습니까?"

 "가관이에요. 흑단들소 모양으로 돌을 깎아놓고 섬기고 있더랍니다. 흙벽 안에서는 더 이상 농사도 짓지 않습니다."

 "앞뒤로 적이 생겨버렸군요. 봄비 씨가 어서 깨어나야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할 수 있을텐데요."

 

 80.

 "우리는 이제 숲을 버리고 노을녘으로 돌아간다."

 잿빛양털 씨의 결정에 너럭바우가 반발한다.

 "아씨의 복수는요?"

 잿빛양털 씨가 짐을 들쳐메고 대답한다.

 "복수는 지랄. 어르신도 죽고 아씨도 죽고 봄비 씨도 죽었다. 싸울 이유가 안 남았다 이 말이다."

 "하지만..."

 "네 복수에 칠백 명의 목숨을 걸게는 하지 말아라. 이길 자신이 없을 땐 물러나서 기회를 노리는 게 방법이야."

 너럭바우가 땅에 창을 꽂아버린다.

 "어차피 네가 죽이고 싶은 사람도 단 한 명 아니냐. 그렇게 죽이고 싶으면 네 혼자 힘으로 해치워라. 변변찮게 굴지 말고."

 
작가의 말
 

 맛있는 녀석들 재밌네요.

 여러분들도 유튜브 들어가서 보세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7-11-22 05:30
 
점입가경이군요. 봄비와 너럭바우의 대결이 될 모양인데, 적을 키워 후계로 삼을 작가의 의도인 듯. 다음 회 뜨면 계속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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