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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8
작성일 : 17-11-21 20:03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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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익숙해진 낡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 나는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났다.

 

 미친여자였다. 며칠 전이라면 기겁해서 도망쳤겠지만 나는 오히려 터미널 주차장 외벽에 서성이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작은 것 하나까지 모두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여자는 은동마을에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박성배의 말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여름에만 이 여자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리고 마을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 오물과 비명을 지르며 혐오감을 조성했다.

 

 그건 즉 마을의 저주에 희생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여자는 나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 터미널 내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찾고 있는 듯 했다.

 

 “저기요, 제 말 안들려요?”

 

 재차 말을 걸어도 전혀 대답이 없다. 아니 미동조차 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내 말을 듣지 못하는 것 같은 상태였다. 정원에서 봤을 때는 틀림없이 대화를 나눴었는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다.

 

 갑자기 여자가 주차장 안 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외버스가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그녀의 다 해어진 넝마를 붙잡았다. 아니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내 손은 허공을 훑은 듯 그대로 빗나갔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다시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짚으려고 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무당이 말했던 껍데기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허억! 뭐야 이게!”

 

 내 손짓은 그대로 허공을 가로질러 버렸다. 즉 저 미친여자는 존재하지 않는 허상, 유령이라는 거다. 그제서야 그녀의 괴상한 행동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은 꿈이나 공포에 의한 과장된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었다. 저건…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악령은 아니야.

 

 그래, 저건 악령이 아니다. 비록 보기에 추하고 기괴한 행동을 하긴 해도 저 여자는 피해를 주는 존재는 아니었다. 오히려 저주가 내린 마을에 접근하지 않도록 해주는 선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순간도 그녀는 은동마을에 다가서는 이들에게 비명과 오물을 던지며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저 여자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나는 곰곰히 생각을 했다. 저 여자를 만났던 장소는 이 버스터미널과 집의 정원이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대화가 통했던 곳은 정원. 하지만 그 뒤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한참을 고민하던 중 나는 미친 여자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결국 나는 그냥 마을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마을은 전날의 부산스러움은 온데간데 없이 다시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새롭게 들어서고 있는 건너편의 펜션 단지는 어느덧 완공이 되어가는 듯 했다. 이 마을에 놀러오는 이들은 마을에 내린 저주를 전혀 알지도 못한 채 죽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안타까운 죽음이라기 보단 그냥 개죽음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다. 그걸 생각하자 갑자기 무언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젠장!

 

 그거다. 별 것도 없는 폐광마을이 관광지 개발을 하는 이유. 그리고 마을 노인들이 저주를 겁내지 않는 이유!!!

 

 나는 집으로 달려갔다. 아버지의 서재에 틀림없이 관련 자료가 있을 거다. 이 마을에 내려진 저주는 아무런 선별없이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이고 있는 게 아니다. 이건 완전히 제물임에 틀림 없다!

 

 “현도 씨!”

 

 강둑을 따라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도중에 강둑 아래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성배였다. 낚시라도 하고 있는지 낚싯대를 양손에 쥔 채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 역시 그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 태산 같았기에 나는 강둑 아래로 내려갔다.

 

 

 아니 내려가려고 했다. 강 건녀편 팬션에서 걸어오고 있는 박성배를 보기 전까지는.

 

 순간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강둑을 따라 걸어오고 있는 박성배가 진짜인가? 아니면 둑 아래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박성배가 진짜인가?

 

 ‘길을 벗어나지 마세요. 누가 말을 걸거든 모르는 척 하십시오.’

 

 찰나의 선택은 빠르게 결정됐다. 나는 내려가던 것을 멈추고 바로 강둑 위로 뛰어 올라왔다. 아래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여전히 메아리처럼 울려퍼졌지만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양 천천히 강둑을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강 너머에서 다가오던 박성배는 긴장과 땀으로 흥건해진 나를 보며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제가 댁으로 가겠습니다. 나중에 뵙시다.”

 

 눈 앞에 집이 보이는 거리이건만 방금 전처럼 달릴 수가 없었다.

 

 지금도 둑 아래에 있던 그것이 어딘가에 숨어 나를 훔쳐보고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달리는 순간 저

  것이 맹수처럼 내 뒤를 덮쳐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절대 내가 보인다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저 것이 눈치채서는 안된다. 그 강박적인 생각이 나로 하여금 달리고 싶은 본능을 겨우 참을 수 있게 해주었다.

 

 집 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나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강둑에서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우선 창문을 다 닫았다. 미지의 공포, 알 수 없는 곳에서의 침입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2층의 창문까지 모두 잠그고 커튼까지 치고 나자 그제서야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아버지의 서재에 생각이 미쳤다.

 

 아버지의 서재는 다양한 종류의 서적들이 가득 차 있었다. 첫날 보았을 때는 민속학자 다운 서재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완전 다르게 보였다. 이건 은동마을의 저주를 풀기위한 아버지 나름의 발악이었다. 일제시대부터 1990년대 까지의 마을 일람표를 비롯해 애금면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전문적인 서적들, 심지어 일본제국의 당시 광업허가증까지 서재에 구비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저주의 원천을 일본과 관련 지어 생각하신 것일까. 적어도 일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셨던 것

  같다. 블로거 기석준의 보도연맹학살과는 또 다른 견해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마을의 뼈무덤이 언제 생겨난 것인지를 파악하는게 아닐까 싶다.

 

 공식적으로 발견된 것은 1973년. 그렇다면 적어도 그것보다 이전에 생겨난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나는 서재에서 애금면의 역사와 관련된 서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방대한 양이었지만 해볼 수 밖에 없다.

 

 

 

 -

 

 “아버지 꼭 떠나야 하나요?”

 

 붉은 기모노를 입은 소녀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녀의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모두 걱정스런 얼굴로 안방에 모여 있다.

 

 “본국이 항복선언을 하기로 했다. 여기에 있으면 살해당하고 말거야.”

 

 가주로 보이는 기골이 장대해 보이는 남자가 입을 열자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가주님. 후지무라촌은 내지 마을입니다. 여기에 있는 조선인은 저희를 배신 할 리가 없습니다.”

 

 “후쿠베.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여긴 더이상 후지무라촌이 아니야. 본국이 전쟁에서 졌단 말일세.”

 

 후쿠베라 불린 인물은 굉장히 고집이 세게 생긴 남자였다. 그는 짙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격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당장 버리고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재물 아닙니까! 본국에 있는 후지와카 본가의 몇 배는 되는 재산입니다.”

 

 가주는 담담히 눈을 감더니 잠시 후 안광을 빛내며 답변했다. 무사의 눈빛이었다.

 

 “목숨보다 귀한 건 없다. 그리고 그건 원래 조선의 것이야. 전쟁에서 졌으니 돌려줘야 할 것이지.”

 

 “조선이 전쟁에 이긴 게 아닙니다. 구미가 이긴 거요! 고로 돌려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욕에 사로잡혔구나. 후쿠베. 남을 사람들은 남아도 좋다. 나머지는 내일 당장 본국으로 돌아간다.”

 

 가주의 단언에 후지와카 가의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훌쩍거리며 우는 이들도 있었다. 화무십일홍이라! 영광스런 대 일본제국의 영예도 이제는 떨어지는 동백처럼 스러질 때가 된 것이다.

 

 “나는 남겠소. 그리고 남은 재물은 남은 이들끼리 가질 것이오.”

 

 가주는 욕심으로 가득차 있는 후쿠베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더니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가지고 갈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남아주면 오히려 더 안전한 귀향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있었다.

 

 다음날 후지와카 가의 모든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후쿠베 신이치와 몇몇 일본인들은 돌아가지 않았다. 재물에 대한 욕심과 대 일본제국이 항복을 할 리가 없다는 믿음에 기반된 행동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사흘 뒤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왕의 전면항복으로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이했다.

 

 후쿠베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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