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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하나, 혹은 둘 어쩌면 나
작가 : 콤마
작품등록일 : 2017.11.16

바로 그 날,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꿈은 현실이 된다. 나는 저주 받았다.

 
<02. 악몽>
작성일 : 17-11-21 18:12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5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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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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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꿈, 다른 사람들에게는 수면상태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활동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그렇게 나타나 주지 않는다. 꿈을 꾼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꿈 속 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누구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심지어는 하늘을 날 수도 있다는데, 도대체 불가능한 것들을 체험 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람의 뇌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

 우리가 잠을 잔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 동안에도 뇌는 활발히 움직이며 기억을 저장한다. 예전 기억을 꺼내기도 하고 현재의 기억과 과거를 새로 조합해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귀로 들었던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가져오기도 한다. 기억의 조각들을 제 멋대로 편집하며 무의식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그 뇌의 활동을 기억하는 것을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른다. 즉,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매일 수면을 하며 기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꿈을 꾸지 않는 이유는 정말로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아니라 뇌의 활동을 기억 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꿈을 꾸어야 한다기보다는 꿈을 기억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눕지 않고 벽에 기대어 잠을 잤고, 모두가 잠이 든 새벽에 30분마다 알람을 맞춰 놓았다. 수면의 깊이와 꿈의 상관관계를 찾기 위해 알람은 30분, 1시간, 15분, 2시간 등 셀 수 없이 많은 단위의 반복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날을 울려댔다. 그래도 단 한 번도 꿈을 꾸지 않았다. 마치 잠에 들면 뇌가 죽어버리는 것 같았다.

 

 가끔 엄마가 달려와 알람을 끄고는 나를 침대에 바로 눕혔다. 엄마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곤 했다.

 

 “하은아,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꿈을 꾸게 될 거야. 너 아직 15살 밖에 안 됐잖아.”

 

 나는 눈을 감고 못 들은 척 했다. 열다섯 살은 분명 어린 나이였지만, 그 어린나이일지라도 15년간 단 한 번도 꿈을 꾸지 않았다는 건 분명 어딘가 이상한 일이었다.

 

 생일이 끝나가는 밤이었다.

 커튼으로도 가리지 못한 달빛이 방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나는 행복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침대 옆에는 친구들과 엄마에게 받은 선물이 가득했다. 맛있는 음식들로 채운 적당한 포만감과, 친구들과 하하호호 하며 나누었던 즐거운 대화들을 떠올리니 꿀 같은 졸음이 밀려왔다. 행복한 꿈을 꾸면 그렇게 달콤하다는데, 과연 그런 허상 따위에 불과한 꿈이 실제로 겪는 오늘 하루의 행복보다 더 달콤할 수 있을까? 나는 별안간 꿈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 이렇게 행복한 기분이라면 꿈 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았다. 그저 늘 그랬듯 ‘오늘은 꼭 꿈을 꾸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는 습관적으로 외며 잠에 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6년 동안 그렇게 간절하게 바랐던 그 기도는 꿈에 대한 미련이 사라진 바로 그날 밤 이루어졌다.

 

 

 깜깜한 밤.

 희끗한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긴 남자가 골목에 주차된 고급 세단에 다가섰다. 깔끔한 흰색 셔츠에 체크무늬 조끼를 입은 남자는 50대 중반 치고는 조금 큰 키와 단단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단정하고 깔끔한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오다리를 갖고 있었다. 또 하나 이질적인 것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그의 누리끼리한 눈동자였다. 그 번뜩이는 눈빛과 한쪽만 슬쩍 올라간 입꼬리는 어딘가 악랄하고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겼다.

 핸들을 잡은 남자의 손 사이로 보이는 자동차 계기판의 바늘은 100km를 넘어서고 있었다. 남자는 새벽의 텅 빈 고가도로 위 은밀한 속도감을 즐기는 건지, 아니면 다른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지, 연신 휘파람을 불어댔다. 그는 백미러를 통해 자신의 치아를 비춰봤다. 나이에 비해 희고 고른 치아를 통해 자신의 건강함과 힘을 과시하려는 것 같았다. 남자의 입에서 ‘쪼끄만 계집 따위가’ 하는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무언가를 떠올리며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 보인 중년의 남자는 백미러에서 거둔 시선을 자연스레 앞 유리로 돌렸다. 순간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핸들을 꺾었다.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고 있던 승용차는 격렬하게 휘어지며 가드레일을 들이박았고,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한 가드레일은 그대로 차에게 레일 뒤의 빈 공간을 열어주었다. 차가 추락하며 나는 다시 운전석에 앉은 남자의 모습을 본다. 안전벨트도 메지 않은 남자는 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며 목이 꺾였다가 바로 앞 유리에 이마를 들이박고는 조수석으로 날아갔다. 차가 땅에 맞닿으면서 남자는 천장으로 추락하듯 달라붙었다가 튕겨져 나갔다. 이리저리 흔들리던 남자의 다리는 찌그러진 본네트와 좌석 사이에 끼었고 남자는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산산조각난 자동차 유리, 여기저기 안이 구부러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좌석과 몸이 이리저리 꺾여 피범벅이 된 남자. 급기야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트렁크 쪽에서 폭발음이 일며 화염이 번지기 시작했다. 끔찍하게 일그러지는 얼굴과 고통에 찬 신음, 나는 그저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 목과 시선은 누군가 압정이라도 박아 놓은 듯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고개를 돌릴 수도, 눈을 감을 수도 없다. 어두운 밤. 사고가 나 전복된 차량을 발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남자는 끅끅 거친 숨을 내쉰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도 없는 남자는 아무런 구조요청도 하지 못한 채 쇤 소리로 비명을 질러댄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멀끔하고 신사적임을 뽐내던 남자의 모습은 이제 검붉은 피에 범벅돼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은 연기와 시뻘건 불길 속에서 남자의 형체가 가려진다. 남자의 끔찍한 비명도 잦아들었다.

 

 …

 

 동시에 번뜩 눈을 떠보니 어두컴컴한 방 한 가운데 누워있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다. 틀림없는 내 방, 내 침대 위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만 같다. 분명 방금 전까지 나는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남자의 앞에 서 있었다. 아니, 서 있었는지 떠 있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남자를 보고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거칠게 뱉어지는 숨과 쿵쿵대는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얼굴과 머리, 다리 등을 만져보니 아픈 곳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어떻게 사고현장에 가 있었는지, 어떻게 차와 동일한 속도로 이동하며 남자를 지켜봤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이게 꿈이구나.

 

 그것은 중학교 2학년, 내가 처음으로 꾼 꿈이었고, 동시에 처음으로 목격한 죽음이었다.

 

 다시 잠들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피범벅이 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고, 자동차가 추락하는 굉음과 함께 남자의 끔찍한 비명이 귓가에 맴돌았다.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허탈했다. 이런 끔찍한 꿈을 꾸고 싶어서 6년 동안 매일같이 그렇게 열심히 기도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 생생하고도 끔찍한 죽음의 순간을 보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렇게나 간절히 바라고 바라던 첫 꿈은 그 간의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다. 서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토록 기대하던 선물상자를 열어보니 달콤한 캔디 대신 썩은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있는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선명했다.

 꿈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진다는데, 내 머릿속에서 그 꿈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모든 순간과,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 끔찍한 장면들이 내 머릿속을 잠식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 꿈에 갇히는 게 두려워 엄마가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엄마의 몸을 흔들자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엄마에게 꿈에 대해 말했다. 그 할아버지가 어떻게 죽어갔는지, 표정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그리고 그 꿈이 지금 내게 얼마나 생생하게 느껴지는지.

 “엄마, 그냥 실제로 본 것 같아. 꿈이 아니고, 진짜로 내가 보고 온 것 같다고. 원래 꿈이라는 게 이래?”

 엄마는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악몽이야. 그냥 악몽을 꾼 것뿐이야. 악몽 꾸면 누구나 다 그래.”

 따뜻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엄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

 선화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겨우 딸 하은을 진정시키고 옆에 재웠지만 마음이 뒤숭숭했다. 하은에 관해서라면 조금만 좋지 않은 낌새가 있어도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하는 선화였다. 그 전까지 선화는 하은이 꿈을 꾸지 않는 다는 것에 대해서 일부러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노력했다. 분명 의문을 품었었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처음 꾼 꿈이 누군가가 죽는 그런 끔찍한 꿈이라니. 이것 또한 어떻게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평범한 사건일 수 있었지만 선화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마치 곧 어떤 폭풍이 불어 닥칠 거라는 지구 반대편 나비의 날갯짓 같았다.

 ‘별 일 아닐 거야. 그냥 악몽이야. 하은이는 다른 평범한 애들과 다르지 않은 아이야.’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었다. 눈물로 볼이 촉촉하게 젖어들었지만 천사같이 잠들어 있는 하은이를 보면서 선화는 뜬 눈으로 잠을 지샜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하은은 여전히 그 꿈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꿈이란 건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잊혀 지는 법인데 하은은 여전히 그 꿈을 방금 꾼 것처럼 기억해냈다. 선화는 애써 하은을 안심시키며 학교로 보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하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안부문자를 하라고 신신당부하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자신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그저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는 하은이 무언가 의심을 할지도 몰랐다. 자신은 언제나 하은을 안정시켜주고 든든하게 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했다.

 

 선화는 혹시나 무슨 사고라도 날까 하루 종일 뉴스를 주시했다. TV에는 별 다른 뉴스가 나오지 않았고, 하은 또한 별 탈 없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날 밤도 역시 하은은 꿈을 꾸지 않았다.

 ‘역시 과민반응이었나.’

 어쩌면 아예 꿈을 꾸지 않는 것 보다 악몽이라도 꾸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선화는 더 이상 하은의 꿈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 종일 긴장했던 선화는 첫 동이 터 오는 걸 보면서 단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평소와 다름없이 혜영의 아침을 준비하며 열심히 계란 후라이를 뒤집는 선화의 뒤로, 새벽에 일어난 차량 전복사고에 관련한 뉴스가 짧은 토픽으로 흘러 나왔다.

 

 [16일 새벽 3시, 금곡대교에서 추락한 차량 전복 사고로 50대 김모씨 그 자리에서 즉사, 경찰 블랙박스 통해 사고 경위 확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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