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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7
작성일 : 17-11-21 17:14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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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이 되어서야 무당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것도 준비가 필요하니 좀 더 기다리라는 말에 두 시간을 더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무당은 저번과는 다르게 하회탈을 쓴 채였는데 나를 보는 게 아니라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번의 방문과는 다르게 그녀의 행동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내 초췌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무언가를 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신방에는 예전과는 달리 벽마다 빽빽히 이해할 수 없는 부적들이 붙여져 있었다.

 

 “쯧쯧. 내가 가지 말랬지?”

 

 평소라면 무당이나 귀신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절대 믿지 않을 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어른 거리는 가새귀를 보고 있는 나는 그녀의 말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없이 입술을 굳게 깨문 내 얼굴을 보던 무당이 혀를 끌끌 찼다.

 

 "심하게 당했군. 어디 좀 보자."

 

 무당은 팔을 걷어붙이더니 내 얼굴을 붙잡고 이리저리 고개를 휘휘 돌려본다. 뭔가 느껴지는게 있는걸까?

 

 “어디 어디. 크으. 악취가 코를 찌르는 구나. 아주 사악한 것들이야.”

 

 “것들 이라고요?”

 

 “그래. 한 둘이 아니야. 수 백은 족히 되겠어.”

 

 뼈무덤. 그 원령들이 하나가 되어 저주의 근원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석준의 말대로라면 은동마을의 뼈무덤의 수는 기껏해야 백 여명일 터다. 수 백의 숫자는 될 수 없을 텐데.

 

 “어허. 최근에 하나가 또 달라붙었구만. 자네도 아는 놈이야.”

 

 무당의 말에 나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

 

 “마을에서 누구 하나가 최근에 죽었지? 이건 원령의 덩어리야. 지가 죽인 놈을 그 덩어리에 포함시켜 강해지는 아주 고약한 것들이야.”

 

 나는 어제 사망한 고구려 타임즈의 김부민 기자를 떠올렸다. 그의 영혼도 원령이 되어 이 저주 속에 갇혀있다는 건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수 백의 원혼이란 애금면과 은동마을에서 매년 사망한 희생자들의 원혼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언젠가 이 저주에 갇혀 영원히 누군가를 괴롭히는 신세가 된다는 거다. 아버지의 영혼도...!

 

 나는 공포로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상해. 굉장히 오래된 것도 있고, 최근의 것도 있고. 이게 이럴 수는 없는데? 자연적인 게 아냐. 엇? 으아앗!!!”

 

 무당이 갑자기 앉은 채 발버둥을 쳤다. 투명한 무언가가 그녀를 바닥에 눕힌 채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무당은 뒤로 넘어가 캑캑 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순간 장지문 건너편에 대기하던 남자들이 달려와 그녀의 어깨를 잡아 이끌어 세웠고, 그제서야 무당은 벌떡 일어나더니 방으로 통하는 모든 문을 하나씩 다 닫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따라왔어. 따라왔어!! 따라왔다고!!!”

 

 나는 직감했다. 무당이 말하는 대상이 은동마을의 저주라는 것을. 서울까지도 저주가 따라온단 말인가. 그것이 저 강력해 보이는 무당이 저렇게 치를 떨 정도로 강력한 저주였던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무당이 벽에 걸려 있던 장군탈을 던져주었다.

 

 “얼른 써!”

 

 무당의 말에 나는 즉시 장군탈을 썼다. 찌잉 하는 느낌과 함께 머릿속의 어딘가가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시야에 가득 차 있던 가새귀들이 점차 줄어드는 게 보였다.

 

 “고독이야. 고독이었어! 아주 지독한 것에 들렸어! 이건 나도 해결 못해.”

 

 무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단순히 창문을 닫는 행위로만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던지 그녀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고독이 뭡니까?”

 

 “독한 것 중에 가장 독한 것! 그걸 모아서 상대에게 살을 날리는 거야. 이건 미쳤어. 수백 명을 죽여서 만든거야!! 이런 건 있어서는 안되는 수준의 고독이야.”

 

 무당은 정신을 놓은 것처럼 계속 미쳤어를 연발하고 있다. 고독이라고? 고독이 대체 뭐길래?

 

 “그럼 저주를 보내는 상대가 있다는 겁니까? 저를 죽이려고 하는?”

 

 “그럴 리는 없어! 이건 통제가 안되는 수준의 고독이야. 고독은 돌려받는 놈도 강해야 하는데 이런 고독을 돌려받고 살아날 놈이 없어. 만든 놈도 죽었을거야. 이건 천재지변 수준의 악령이야.”

 

 무당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내게 고독이 무엇인지 일러주었다.

 

 고독이란 고대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독성이 있는 벌레나 두꺼비, 뱀, 전갈 따위를 항아리에 넣고 밀봉한 뒤 일정 기일 후 꺼내어 살아남은 녀석의 독을 이용하는 저주술 중 하나라고 했다.

 

 이 고독술은 점점 발전하여 중세 이후로는 영적인 고독들이 등장했다. 어린 아이를 굶어죽기 직전까지 만들어 둔 뒤 항아리에 집어 넣고 음식을 밖에 내놓으면 음식과 생존에 대한 강한 원념이 생기는데 그걸 이용한 인고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원념을 모아 그 안에서 더욱 큰 원념을 만들어 내는 혼고술 등이 있다. 통칭 고독이라 칭하며 고독은 시전자에게도 강한 반발력을 가져오므로 최후의 한 수로 사용되는 무고술이라 한다.

 

 “그럼 전 어떡해야 합니까?”

 

 “풀어야지. 이건 푸는 것 말곤 방법이 없어.”

 

 “풀다니요? 무엇을?”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야 해. 왜 저렇게 되었는지 알아야 해. 그리고 달래서 저승으로 보내야지. 힘으로는 절대 못 이겨.”

 

 저걸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건가? 조금 정보를 파헤친 정도로 사람을 죽여대는 저 원한 덩어리를? 나는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다시 그 마을에 가야하는 겁니까?”

 

 “네놈 집이니 네놈이 알아서 할 문제지. 내가 보니 이대로 가면 열흘도 못 살 팔자야. 저승꽃이 폈어. 지금 뭔가 보이지?”

 

 “네. 거무스름한 것이 보입니다. 가새귀라고 한다던데요.”

 

 “아! 맞아. 가새기. 가새이. 혼고술의 증상이야. 왜놈들 꺼인데? 형체는 없나? 그냥 아른아른 해?”

 

 일본의 주술이라고? 김부민 기자가 보여주었던 붉은사당의 사진이 생각났다. 그건 확실히 일본식의 사당이긴 했다.

 

 “네. 아지랑이처럼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초기 증상이야. 아직 괜찮아. 조금 지나면 아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거야. 그때는 모른 척 해야해. 보이지 않는 척, 들리지 않는 척, 느껴지지 않는 척! 알겠어? 그래야 살아 남을 수 있어.”

 

 박성배의 말과 비슷하다. 보이지 않는 척, 들리지 않는 척. 숲에 들어가지 말고 길로만 다닐 것.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 때 대답하지 말 것. 그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게 틀림 없다.

 

 “명심하겠습니다.”

 

 “방어부 하나 써 줄테니 챙겨 가.”

 

 정신이 완전히 돌아왔는지, 무당이 휙휙 부적을 그려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긴장되어 있는 것이 아직 느껴진다. 손 끝이 떨리고 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 없어. 저승길 노잣돈이라고 생각 해. 앞으로 찾아오지마. 더 이상 도와줄 수준이 아니야.”

 

 무당은 퉁명스럽게 부적을 하나 던져 준다. 그 작은 부적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안도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럼 가봐. 명심해. 원혼을 풀어야 저주가 없어질거야. 살아날 방도는 그거 하나 뿐이야.”

 

 

 나는 무당이 챙겨준 부적을 품에 넣고 당집을 나섰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차가운 새벽의 공기가 폐부를 찌르며 들어온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기운이 났다. 절대 넘어서지 못할 것 같던 벽을 넘을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에.

 

 동구에게 연락을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전화를 하지 못했다. 무당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친구 끌어들일 생각은 하지마. 네놈은 영이 강하지만 그놈은 안돼. 바로 살 맞을 상이야.’

 

 이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혼자서 헤쳐나가야 한다. 우선은 아버지의 서재. 다음은 박성재와 김부민 기자가 언급했던 붉은 사당을 알아내야 한다. 목표가 생기니 강한 자신감이 밀려들어왔다.

 

 오랜만에 온 몸이 상쾌해지면서 짜릿해지는 기분이 느껴진다. 한창 선수 시절에 느꼈던 ‘러너스 하이’ 증상이다.

 

 절망이라 생각했지만 희망이 있었다. 이 불합리한 공포를 이겨낼 방법이 어디엔가 있다. 그리고 나는 죽어도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제 나는 다시 저 지옥의 마을에 들어서야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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