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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작가 : 박재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살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한채강
눈치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현아진

갑작스러운 사고로 판타지 세계로 가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

 
[11화] 각자의 생각
작성일 : 17-11-21 15:04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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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11화] 각자의 생각

 

 가미르를 둘러싼 병사들이 헤벌쭉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가미르를 성안의 한 장소로 끌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흑발의 남자가 갑옷을 입고 앉아 있었다.

 

 “저 아이가 가미르인가?”

 “그렇습니다. 부카이님.”

 

 부카이는 심드렁하게 가미르를 바라보았다.

 

 “전우 하나님의 명령은?”

 “죽지 않을 만큼 데리고 놀라고 하셨습니다.”

 

 부카이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은 허락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는지 더욱 신나서는 가미르의 갑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가미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특별히 강한 저항도 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성인의 식을 잘 치러낸 아이로구나.”

 

 부카이는 작게 혼잣말을 했다. 그는 그대로 앉아서 앞에 놓인 지도를 살피고 있었다. 지도에는 신의 마음과 축축한추움이 그려져 있었다. 지도 위에 있는 조각들은 전장 상황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는 동쪽에서 넘어오고 있는 괴물에 대항하는 호오리의 총사령관이었다.

 

 가미르를 둘러싼 병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가미르는 역시나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가만히 괴로워하는 기색도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잠깐. 다들 멈춰봐.”

 

 큰 키, 긴 머리, 진한 화장, 그리고 큰 가슴. 그리고 허스키한 목소리. 그녀의 등장에 병사들이 순간 행동을 멈췄다. 심드렁하니 지도만 보고 있던 부카이의 얼굴에 살짝 불편한 기색이 돌았다.

 

 “그랜마...”

 

 한 병사가 이름을 중얼거리며 행동을 멈췄다. 그 눈빛에는 두려움이 그득했다.

 

 “무슨 일이지?”

 

 부카이가 그랜마를 보면서 차갑게 물었다. 그러자 그랜마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생은 말이야, 나를 너무 남처럼 대한다니까? 전장에서만 그러자. 동생아.”

 

 그랜마는 부카이의 누나였다. 나이는 이미 40대 중반을 넘겼지만, 그녀는 여전히 최전선에서 검을 휘두르는 병사였다. 특히나, 죽음과 마주한 병사들 앞에 항상 나타나 목숨을 구해주고 제대로 안 싸운다고 쌍욕을 퍼붓고 사라지기 때문에 병사들에게는 그랜마, 즉 할머니라고 불리고 있었다. 앞에 욕쟁이는 맞을까봐 못 붙이고.

 

 “다른 건 됐고, 저 아이 말이야. 저렇게 두는 건 좀 아깝지 않을까?”

 

 그랜마의 말에 부카이는 한숨을 쉬었다.

 

 “전우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물론 명령은 명령이지만 말이야. 그리고 망한 가문도 망한 가문인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귀족 출신이잖아. 저런 식으로 대했다가는 나중에 어떤 큰 화를 당할지 알 수가 없다고. 안 그래? 차라리 투호 가문이랑 협상이나 하자고. 무기나 좀 더 사게.”

 

 그랜마의 말을 듣고 있던 가미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애기는 입 다물고.”

 

 그랜마가 가미르의 말을 잘라 버렸다. 부카이는 그랜마의 이야기를 가만히 곱씹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잘 처리해.”

 “고마워 동생.”

 

 그랜마는 윙크를 하고는 가미르를 데리러 갔다. 그 때, 병사 하나가 칼을 뽑았다.

 

 “부카이님! 아무리 사령관님의 누나라고 하지만 이건 명령 위, 헉.”

 

 그랜마가 휘두른 칼이 병사의 입 안으로 순식간에 들어갔다. 병사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내가 막 대들어도 되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랜마가 병사들을 노려보자 병사들이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정 계집질 하고 싶으면 나한테 오라고. 몇 명이 오든 한꺼번에 놀아줄 테니까.”

 

 그랜마는 입고 있던 옷을 죽 내려 오른쪽 가슴을 꺼내 보여줬다.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못했다. 단지 쭈뼛거릴 뿐이었다.

 

 “하여간 겁은 많아가지고.”

 

 그랜마는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가미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병사들은 마음 편히 숨을 쉬었다.

 

 “바보 같은 놈... 실력으로는 부카이 사령관보다 그랜마가 위라고...”

 

 한 병사가 혼잣말하며 혀를 찼다. 병사들이 죽은 병사를 끌고 방을 나갔다.

 

 -

 

 “다들 잘 주무셨나요?”

 

 아진의 말에 대신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왕좌에 앉아있는 아진의 모습은 꽤 어울려서 마치 오랫동안 여왕으로 군림한 것 같았다. 그녀가 가진 재능이 돋보이는 것은 재능인 눈치를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을 잘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진의 옆에 있던 이안이 아진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아진은 가볍게 목례로 답했다. 이안이 지팡이로 바닥을 때리자 대신들이 고개를 들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신의 전사가 성을 나갔습니다.”

 

 아진의 말이 알현실을 풍성히 채웠다. 왕의 자리에 앉으면 소리가 그렇게 퍼지도록 애초에 설계가 된 것이었다. 아진은 그 정교함에 놀라고 있었다.

 

 아진의 말에 대신들은 특별히 입을 열지 않았다. 채강이 성을 나간지 이미 일주일이 넘은 뒤였다. 완전히 은밀하게 일을 진행하지는 않았기에 당연히 대신들도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추이를 살피는 중이었다.

 

 “이제 저는 혼자이고, 여러분들은 이래저래 저울질을 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해요.”

 

 아진의 말에 대신들이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저희 대신들은 그저 이 아스트의 발전을 위해 고민할 뿐이옵니다. 그 외에는 어떠한 생각도 하질 않고 있습니다.”

 

 한 대신이 소리 높여 이야기를 했다.

 

 “누구죠?”

 “재무대신 위안원입니다.”

 

 이안이 대신의 이름을 알려줬다. 들어본 이름이었다. 영주제인 아스트에서 재무대신의 역할은 각 지역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돈을 가져와 아스트시티를 위해 쓰는 것이었다. 위안원은 전 지역에 자신의 정보망을 운영하며, 아스트시티의 금고를 충실히 채우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좋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하지만, 있지 않나요? 폰 자바르 국왕을 다시 빼내고 싶은 사람이.”

 

 아진의 직설은 대신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하지만 대신들의 다양한 표정은 필요한 모든 이야기를 아진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나는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나라가 이 지경이 됐어요. 서쪽에서는 반란, 동쪽에서는 괴물, 북쪽에서는 악마. 정말 최악의 상황이죠. 그런데도 여러분의 마음은 하나로 모여 있는 것 같지가 않거든요. 다들 원하는 게 뭔가요?”

 

 의혹의 눈초리. 그리고 그것을 추궁하는 어투. 아진의 말이 잠시의 적막을 만들어 냈다.

 

 대신들의 숨소리, 그리고 들리진 않지만 들을 수 있는 대신들의 눈 굴리는 소리. 알현실 안의 모두가 함께 느끼는 이상한 이질감.

 

 “그렇지 않사옵니다!”

 

 한 대신이 용감하게 소리를 질러,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러자 다른 대신들도 함께 소리를 지르며 그렇지 않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방금 입을 열지 않은 사람도 있군요.”

 

 물론 그냥 한 소리였다. 하지만, 그 그냥 하는 소리가 갖는 힘을 아진은 체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수많은 알바와 공무원 생활동안 익힌 삶의 지혜였다.

 

 “어쨌든, 앞으로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신의 자식이라고 순식간에 천국을 만들어 주지는 않아요.

 이 말을 다시 하자면,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바꾸거나 갑자기 변화를 꾀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에요.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여러분들은 나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다양한 방식으로.“

 

 아진의 말에 대신들의 표정이 또다시 다양하게 변했다. 웅성거림은 없었으나 심장이 뛰는 소리는 전보다 더 커져 있었다.

 

 “그러니 나를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 하지 말고, 나랑 이야기를 하도록 해요. 혹시 지금 당장 나를 죽이거나 감옥에 쳐 넣고 싶은 사람 있나요?“

 

 아진의 물음에 아무도 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닙니다! 하고 외치는 분도 없네요?”

 

 아진은 살짝 웃었지만, 대신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은 커녕 표정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협상하고 싶은 대신들은 이안을 통해 주세요.”

 

 아진은 기분이 좋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 알현실을 나섰다. 대신들은 도저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알현실 밖에 선 아진은 다리가 미세히 떨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나는 말입니다. 직위를 믿지 않습니다.”

 

 전우 하나의 조용한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나는 성 안의 감옥 같은 곳에 매달려 있었다. 양팔은 굵은 쇠사슬에 묶여 벽에 걸려 있었고, 상의는 벗겨져 있었다.

 

 “그러니 당신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신의 전사라면 신의 전사다운 모습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전우 하나의 말은 합리적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스마트폰을 꺼내 켜고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의심이 가득한 전우 하나에게 그것은 또 하나의 의심거리에 불과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 묶인 채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더라? 아무래도 없는 것 같았다.

 

 “비으네의 반란을 막고 싶지 않습니까?”

 

 내가 묻자 전우 하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반란 따위. 별 관심 없지요. 뭔가 크게 오해하는 것 같은데, 반란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스트시티 정도 일거요. 어차피 아스트는 영주제.

 누가 왕이 되든, 왕국을 세우든, 내 지역은 내가 다스릴 뿐이지.“

 

 그렇게 말하며 전우 하나는 앞에 놓인 와인을 입에 가져갔다. 그의 울대가 심하게 꿀렁거렸다.

 

 “궁금한 게 있소. 그렇다면 나를 왜 이렇게 묶어 놓은 겁니까? 내가 당신에게 특별히 문제될 일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요.”

 

 전우 하나의 눈빛이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나도 역시 바라보았다. 언제나 어려움의 순간에는 정도를 따르는 것이 정답이었다. 대놓고 묻는 것이 필요했다. 갑작스럽게 나를 묶어 놓은 것을 보면, 전우 하나에게는 분명 뭔가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있었을 테니까.

 

 “신의 전사치고 하는 짓은 투박하군요. 그래요. 내가 당신을 잡은 이유를 알려주도록 하죠.

 내일 당신을 신의 마음에 버리고 올 겁니다.“

 

 전우 하나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반란이고 뭐고 나는 관심 없습니다. 하지만 신의 마음에서 신의 눈물을 채취하지 못하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요. 괴물이 신의 마음에 있고, 그것을 막아줄 마법사들은 빌어먹을 폰 새끼 때문에 서쪽으로 떠났지요. 멍청한 병사들은 죽이는 것보다 죽는 것들이 더 많고. 신의 눈물 채취는 이미 멈췄습니다.

 신의 눈물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가 뭐죠? 이 전우 하나님이 돈에 미쳐서 그런거라고! 웃기지 말라고 그래! 지금 호오리의 재정도 파탄이 되어가고 있다고!

 그런데 빌어먹을 나한테 와서 병력과 돈을 요구하려고 해? 이 얼마나 개새끼들이요.

 그러니 당신이 책임져요.“

 

 전우 하나의 말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이 얼마나 깔끔한가?

 

 “그런 거였군. 그렇다면, 내가 신의 마음에 가서 괴물을 없애 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힘이 들어간 내 표정과 말투에 전우 하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망치지 않는군요? 신의 전사가 맞긴 맞다 이건가?

 어쨌든, 그렇게만 해준다면야, 내가 약간의 여비와 병사를 줄 수도 있지요.”

 “병사는 바로 필요 없습니다. 대신 일을 마무리 지으면, 내가 요청할 때 잠시만 비으네로 병력을 보내주면 됩니다.”

 

 전우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대신, 내일까지 풀어줄 생각은 없어요. 그동안 나를 죽일지 누가 알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개새끼, 의심 졸라 많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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