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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거의 법칙
작가 : 하나송
작품등록일 : 2017.11.17

눈 떠보니 너는 나, 나는 너!
기구한 인생에도 열심히 살아가던 ‘죽고 싶지 않은 여자’ 유수연과 못 가진 거 없이 다 가지고도 ‘죽고 싶은 남자’ 강태주의 예측불허 바디체인지 동거 로맨스.
&
“촌스럽게 제 얼굴 하고 그러지 좀 마십시오. 제발.”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이쪽과는 영 연이 없는 소시민이라….”
&
[cin4418@nate.com]

 
3. 그 남자의 집
작성일 : 17-11-21 14:53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5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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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3>

 

 겉보기에는 다 쓰러져가는 그냥 가정집 같았으나,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무당집 분위기가 났다. 붉은 등 아래 절에서나 볼 법한 탱화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고, 탱화 아래에는 수십 개의 불상들이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 매일매일 닦기라도 하는 건지 반짝 빛이 났다. 그 앞에 작은 상을 두고 앉은 선녀보살이 쭈뼛쭈뼛 선 수연과 태주를 향해 턱짓했다.

 

 수연이 태주의 손을 끌어 선녀보살의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무슨 일이야?”

 “저 알아보시겠어요?”

 “알아보지, 그럼.”

 

 원래부터 잘 알던 사이라고 하더니,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둘을 보고 태주는 한 번 더 놀랐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가 서로 머리를 세게 부딪쳤는데, 정신을 잃었다가 일어나보니 이래요. 지금 제가 유수연이고요, 여기 유수연 같이 생긴 분이 강태주 씨예요.”

 

 계속 수연을 바라보고 있던 선녀보살의 시선이 옆에 앉은 태주에게로 옮겨왔다. 아직 개장을 안 해 그런지 선녀보살은 TV 같은 데서 봤던 것처럼 무섭고 진한 화장을 하기 전이었으나, 매서운 눈초리는 그런 것 없어도 보는 사람을 떨게 만들었다.

 

 “돌아가. 내가 뭐 도와줄 게 없어.”

 

 한참 태주의 눈을 들여다보던 선녀보살이 말했다.

 

 “예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평생 이러고 살아야 된단 말이에요? 아니죠?”

 

 잔뜩 울상 지은 수연이 대뜸 상 위로 손을 짚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선녀보살이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모든 일에는 다 일어나는 이유가 있는 법이야. 이렇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는 게지.”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뭔데요?”

 “내가 어찌 알겠냐!”

 “아윽… 선녀니임… 돌아올 수는 없는 거예요?”

 “요런 장난을 친 신께서 만족하시는 때가 오면 돌아오겠지!”

 

 그렇게 대꾸하면서, 선녀보살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태주를 쏘아보았다.

 

 “내가 더 해줄 말은 없다. 다만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네가 풀려고 노력해야 할 거야. 결자해지. 그 말을 명심해.”

 

 선녀보살은 눈을 무섭게 부릅뜨며 검지를 쭉 뻗어 태주를 가리켰다.

 

 결자해지라….

 

 태주는 가만히 그 말을 곱씹었다.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수연은 재수가 없었을 뿐이고,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나게 된 건 자신이 자살하기 위해 공사 중인 7층 건물에서 투신했기 때문이니까.

 

 태주는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켰다.

 

 “저, 전무님? 어디 가요?”

 

 “아예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니라지 않습니까. 대충 알았으니 이만 일어납시다. 아아, 잠시.”

 

 대뜸 수연이 입고 있던 슈트 재킷을 잡아 벌린 태주가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펼치니 샛노란 지폐가 가득이었다. 수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씀 감사합니다.”

 

 도대체 얼마인지도 모를 돈뭉치를 대충 집어 빼낸 태주가 상 위로 그것을 올려놓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 * *

 

 이런 상황에서도 잠은 온다. 무당집을 나와 하릴없이 걸으며 수연은 하품을 뻑뻑 해댔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꼬박 날을 샜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졸립니까?”

 “아아… 아니요.”

 “졸리면 졸린다고 하지, 뭘 아닙니까?”

 

 남의 눈치 보는 게 몸에 배인 여자 같다. 제 얼굴을 하고 이렇게 구는 것은 영 내키지 않는데.

 

 못마땅한 듯 수연을 바라보던 태주가 어제의 사달이 난 공사 현장 건물이 있는 대로 쪽으로 걸음을 빨리 했다. 한참 걷자 건물 뒤편의 골목길에 주차된 차가 한 대 보였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수연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마치 한 마리의 검은 야생 늑대가 차의 모습으로 현신한 듯했다. 차에 붙은 날개 모양 엠블럼을 가만히 바라보던 수연이 입 떡 벌어진 표정 그대로 태주를 돌아봤다.

 

 “전무님 차예요?”

 

 아마 내 몸값보다 비싸겠지?

 놀라 벌어진 입을 틀어막는 수연의 슈트 재킷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며 태주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촌스럽게 제 얼굴 하고 그러지 좀 마십시오. 제발.”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이쪽과는 영 연이 없는 소시민이라….”

 “타시죠.”

 

 익숙하게 운전석에 오르는 태주를 따라 수연이 냉큼 옆자리에 올라탔다.

 

 “그런데 어디 가게요?”

 “일단 잠을 좀 자야할 것 아닙니까? 저도 피곤해서.”

 “잠을 어디서…”

 “내 집에서 자지, 어디서 자려고요?”

 “히익!”

 

 수연이 양 팔을 엑스자로 교차시켜 제 가슴을 가리며 크게 몸을 물렸다. 어이없다는 듯 태주가 코웃음을 쳤다.

 

 “지금 그런 걱정을 할 상황은 아닌데.”

 

 몇 번 눈을 깜빡이던 수연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태주의 몸은 굳이 더듬어보지 않아도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80은 훌쩍 넘는 것 같고 190은 조금 못 되어 보이는 놀라운 키도 키였고, 옆으로 슬쩍 고개를 돌리면 시야에 차오르는 좌우로 떡 벌어진 태평양 같은 어깨라든가 바위처럼 단단한 듯한 허벅지가 일품이었다. 나란히 세워놓으면 태주 덩치의 절반도 안 될 듯한 제 왜소한 몸을 힐긋 바라보며 수연이 작게 여러 번 고개를 끄덕거렸다.

 

 “흠흠. 전무님이 조심해야겠네.”

 “뭐요?”

 

 시동 걸던 태주가 수연을 바라보며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장난이에요.”

 

 어깨를 으쓱하며 눈을 접어 웃는 것이 참 태평해 보인다.

 

 “일단 한숨 자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걸로 합시다. 내가 봤을 때 월요일까지 몸이 돌아올 일은 없을 것 같고, 생업을 내팽개쳐둘 수도 없으니…”

 “세상에! 그럼 전무님이 콜센터 나가시겠다고요?”

 “그럼 어떡합니까? 오지랖 부려달라고 바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유수연 씨가 나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됐잖습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계속 느낀 건데, 태주는 수연이 상상해왔던 재벌들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심심할 때면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재벌들의 갑질 논란 뉴스들부터 시작해 수연이 원래부터 갖고 있던 그들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것에 따르면, 시온그룹의 후계자씩이나 되는 강태주는 이런 성격이면 안 됐는데 말이다.

 

 자기 때문에 피해를 봤으니 일이 해결될 때까지는 생업을 책임져주겠다?

 

 익숙하게 핸들을 움직이며 운전하는 태주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수연이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다. 비싼 외제차를 멋있게 모는 자신의 모습이 엄청 멋있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전무님.”

 “감사할 거 없는데. 유수연 씨도 나 대신 출근해야죠.”

 “예. 예?”

 “뭘 놀랍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 아니… 제가 뭘 알고 전무님 일을 해요?”

 “그러니까 집에 가서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자는 거 아닙니까.”

 

 멍해진 수연을 태운 태주의 차는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급 오피스텔의 지하 전용 주차장에 부드럽게 차를 세운 태주가 여전히 벙찐 채로 앉은 수연의 얼굴을 바라보며 픽 웃었다.

 

 “내려요.”

 

 

 * * *

 

 복층으로 된 태주의 오피스텔에 들어선 수연은 또 한참 입을 벌린 채 멈춰있어야만 했다.

 

 투명한 통유리 너머로 크고 말끔한 건물들과 대로변을 품은 C동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조잡한 인테리어를 싫어하는지 최소한의 것들로만 채워진 내부는 안에서 축구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널찍했다. 바로 보이는 단출한 거실에는 영화관 스크린만큼이나 큰 TV 모니터와 소파, 값비싸 보이는 양주들이 줄줄이 서있는 장식장이 전부였다.

 

 휘적휘적 걸어 소파에 몸을 기대는 태주를 따라 수연이 냉큼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피곤하세요?”

 

 소파 등받이에 깊게 목을 기대고 한 손으로 미간을 꾹꾹 눌러대는 태주를 보고 수연이 물었다.

 

 “조금요. 위층에 침대가 있으니까 거기서 자면 될 겁니다. 전 여기서…”

 

 목을 기댄 채 감고 있던 눈을 뜬 태주의 입이 딱 다물렸다. 어느새 뒤에 서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수연 때문이었다. 새삼 자기 눈으로 자기 얼굴을 보게 되는 상황이 어색했다.

 

 “잠시 손 좀 치워보세요.”

 

 미간 언저리에 나풀거리던 태주의 손을 잡아 내린 수연이 대뜸 그의 얼굴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합니까?”

 “마사지요. 엄청 시원해요.”

 

 당황한 태주의 표정은 아랑곳 않고 수연이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태주의 얼굴이었다면 부담스러워 시도도 하지 않았을 일이었으나, 29년 동안 보고 만진 제 얼굴이니 어렵고 어색할 게 전혀 없었다.

 

 두피와 관자놀이, 미간을 꼼꼼히 지압하는 수연의 손길에 태주는 멍하니 얼굴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됐다고 거절할 타이밍을 놓친 것도 있지만, 그녀의 말마따나 엄청 시원해서 순간 정신이 나른해져 버렸다.

 

 “짱 시원하죠?”

 “아, 예… 아니, 이제 됐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태주가 수연의 손을 걷어내고 기울인 목을 일으켰다.

 

 “가서 눈 좀 붙이시죠? 아까 피곤하다고 하품 쩍쩍 하시지 않았습니까?”

 “네, 그런데…”

 

 수연이 불편한 슈트 차림을 내려다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 위층에 옷장 있습니다. 욕실도 있고. 편한 걸로 아무 거나 꺼내 입으세요.”

 “오, 옷을 갈아입으라고요?”

 “옷 불편했던 거 아닙니까?”

 “아니, 그건 맞는데요.”

 

 멍청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수연을 빤히 바라보던 태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부끄러워하실 거 없습니다. 어쩔 수 없잖아요.”

 “네에. 그렇죠?”

 “말 나온 김에 전화 한 통만 좀 해주십시오. 저도 옷이 좀 있어야 하니.”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태주에, 수연이 갸웃하며 다가왔다.

 

 “가만 있자….”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 태주가 입고 있던 베이지색 카디건을 젖히더니 겨드랑이에서부터 골반까지를 쥐고 길게 훑어 내렸다.

 

 “악! 뭐하시는 거예요!”

 “여자 옷, 실내용이랑 외출용 44사이즈로 여러 벌 배달해줘―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갑작스럽게 제 몸을 더듬거리는 태주에 발끈할 겨를도 없이 손에 그의 핸드폰이 쥐어졌다. 액정에는 [황비서] 세 글자가 정 없이 박혀 있었다. 신호가 제대로 가지도 않았건만 바로 달칵, 하는 연결음이 들렸다.

 

 - 예, 전무님.

 “어어, 비, 비서님.”

 

 얼결에 전화를 받은 수연이 멍청하게 대꾸하자 듣고 있던 태주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 전무님?

 “어, 네. 다른 게 아니고요.”

 “반말, 반말.”

 

 인상을 찌푸리며 작게 입모양으로 반말을 부르짖는 태주에 수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옷 좀 배달해주겠어? 실내용이랑 외출용으로 여러 벌. 44사이즈로 부탁해.”

 

 말하면서도 뜬금없이 여자 옷을 주문하는 태주가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기우였다. 비서는 별다른 의심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은 수연이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래도 월요일에 나 대신 출근하려면 유수연 씨는 배워야 할 게 많겠군요.”

 “으아, 맞다. 전무님, 저 진짜 자신 없어요.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전무님 그래도 힘 좀 있으시잖아요. 출근 좀 보류해두면 안 되는 거예요?”

 “어떻게 그럽니까? 회사가 장난도 아니고.”

 “진짜 미치겠네.”

 

 수연이 앉은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

 

 한참 걱정하던 표정으로 앉아있던 수연이 외마디 탄성을 내뱉으며 태주의 눈치를 봤다. 뭐냐는 듯 쓱 한 쪽 눈썹을 올리는 태주의 시선을 비스듬히 피하며 수연이 못할 말을 꺼내놓으려는 사람처럼 망설였다.

 

 “뭡니까?”

 

 태주가 재촉하고서야 달싹이던 입술이 겨우 열렸다.

 

 “저 오줌 마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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