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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6
작성일 : 17-11-21 14:18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4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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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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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은동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블로거 주인 기석준의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그리고 그가 한 말들처럼 모든 것이 보도연맹학살과 연결되어 있다면 대체 왜 은동 마을에서만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링에 올라서서 상대를 바라볼 때 베테랑 선수들은 상대의 손 위치, 다리를 뻗는 스텝의 강약으로 그가 가지고 있는 신체의 현 상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인대에 문제가 있다던지, 심리적 저항을 느끼고 있다던지, 혹은 자의식 과잉 상태라던지.

 

 확실한 것은 기석준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틀림없이 공포정치의 희생양일 터였다. 공명정대한 대학생이 고문실을 거쳐 소심하고 이중적인 모습의 패배자로 전락하는 것은 상상력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더라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겁먹은 태도와 앞니를 제외하곤 다 빠져버린 이빨들. 어쩌면 생니를 뽑는 고문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 처참하고 잔인한 지옥 속에서 살아남았다면 당연히 그렇게 소심하게 변해 버릴 수도….

 

 아니, 아니! 쓸데 없는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보도연맹학살이 은동마을과 연관이 있느냐는 점. 그 외의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는 우선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서재를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아버지는 틀림없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을은 평소와는 다르게 부산스러웠다.

 

 딱히 마을 주민이라고 보기엔 여전히 거리낌이 있는 나였으므로 나는 모른 척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집이 있는 언덕에 도착했을 때 그제서야 나는 마을의 부산스러움이 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 앞 정원에 여러명의 경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현도씨 맞습니까?”

 

 사복 차림의 남자가 내게 말을 건다. 얼핏 내민 신분증에서 그가 강력계 형사임을 알 수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만?”

 

 “잠시 서로 동행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거절할 명분도, 그럴 분위기도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며 경찰차에 올라탔다. 싸한 사이렌 소리가 마치 나를 비웃는 것 같이 느껴졌다.

 

 

 

 “에 그러니까, 김현도 씨는 어제 아침나절에 피해자 김부민 씨와 인사를 하고 먹을 것을 건네 주었다. 이 말이죠?”

 

 격투기 선수 시절에도 들어와 본 적 없는 취조실이라니. 인생은 역시 알 수가 없다.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로 흐르는 아이러니를 아버지는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오셨던 것일까.

 

 “이야기를 들으셨겠지만, 피해자 김 부민 씨는 김 현도씨와 헤어진 직후 마을 개천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심장마비라고 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심장파열쪽에 가깝습니다. 살해 의혹이 있다는 겁니다.”

 

 “저는 그 후에 대구에 볼 일이 있어서 은동마을을 떠났습니다. 아까 증거물로 제출한 버스표도 있구요.

 그리고 대구에서 만난 사람의 연락처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그 쪽의 주장이구요. 용의자 의혹을 벗기 전까지는 나가실 수 없습니다.”

 

 영장발부의 원칙따윈 시골 경찰에겐 통하지 않는다. 나는 완전히 된통 걸렸다는 걸 제대로 깨달았다.

 

 취조실의 희미한 백열전등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무언가 거무스름한 것이 오른쪽 눈가에 아른 거리기 시작했다. 그림자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선명한, 하지만 무언가의 형체라고 보기엔 그 형태가 일정치 않은 그것은 내 눈동자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고 있다. 순간 나는 그것이 마을 노인들이 말했다는 가새귀라는 것임을 직감했다.

 

 ‘저주가 내리기 전에 먼저 오는, 이른 바 전조 현상 같은 거랍니다. 뭔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네요.’

 

 머리카락 끝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가새귀가 왔다는 것은 나 역시 10월이 가기 전에 저주로 인해 죽을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절망시킨 것은 은동마을을 떠나 애금면 너머에 있는 경찰서 취조실까지 저주가 따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왜 나에게 가새귀가 붙은 것일까?

 

 나는 그동안의 행적을 다시 되새겨 봤다.

 

 미친 여자는 저주와는 상관이 없는 듯 하다.

 

 아버지는 은동 마을의 저주와 관련되어 돌아가셨다.(심장마비)

 

 박성배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

 

 김부민은 무언가를 알았다. (심장마비)

 

 김부민이 알아낸 것과 갱도의 붉은 사당은 저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박성배는 내가 붉은 사당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크게 당황했다.

 

 

 붉은 사당! 그거다. 김부민이 사망한 것은 붉은 사당의 비밀을 알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지금 가새귀를 겪고 있는 것은 내 입으로 붉은 사당에 대한 이야기를 박성배에게 꺼냈기 때문?

 

 이야기는 딱딱 들어맞긴 하지만, 이 이론 대로라면 저주라는 초자연적 현상이 실제로 존재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혹시 다른 논리로 이야기를 파헤칠 수는 없을까.

 

 미친 여자는 마을의 연쇄살인의 간접적 피해자로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

 

 아버지의 사망에는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음독 살인이 있다.

 

 박성배는 연쇄 살인의 배후를 알고 있다.

 

 김부민은 아버지와 같은 수법으로 음독살해되었다.

 

 갱도의 붉은 사당은 마을의 연쇄살인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하지만 가새귀는? 지금 내 눈 앞에 어른 거리는 이 검은 실 같은 것은 설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 미친 여자의 움직임은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은동 마을 내부에 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 초자연적 현상에 순응하고 있다.

 

 

 

 취조실에서 나온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서야 출근한 서장이 부하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나를 풀어주라 지시했던 것이다. 일련의 행동에 이해가 되지 않은 나는 꼬치꼬치 캐물었고 내 행동에 질린 늙은 경사가 흡연실에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거참. 운동한 사람이라 그런가 끈질기구만.”

 

 “말 해주시기로 하셨죠?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자네는 무죄 방면이야.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서장의 한마디로 분위기가 돌변했습니다. 제가 무슨 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의심스럽지 않겠습니까?”

 

 늙은 경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특이한 양반이네. 특이한 양반이야. 그러니 그런 동네에 들어가 살 생각도 하는 거겠지.”

 

 “그런 동네요?”

 

 “은동리 말이야. 그건 그렇고, 어제 일은 신임 부서장의 독단으로 일어난 거요. 진급 욕심에 살인 사건으로 몰아갈 생각을 했던 거지.”

 

 “살…인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에이 시펄. 입이 문제지. 뭐 동네 사람이면 알 건 알아야지.”

 

 “경청하겠습니다.”

 

 이 남자의 말은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았다. 아니 이들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

 

 “애금면부터 은동리까지 8월에서 10월 사이에 일어난 사망사건은 자살로 처리하는게 규칙이우.”

 

 “네? 아니 그런 말도 안되는….”

 

 “경찰 내부의 독단적인 규칙이 아니우. 쩌어기 윗쪽 나랏님네들이 결정한 지시라서 어쩔 수 없어.”

 

 “정부 지시란 말입니까?”

 

 “내가 신입순경일때도 있던 규칙이니까 뭐 이제는 바뀔 때도 된 것 같긴 한데 새로운 나랏님이 아시기는 하실까? 펑펑 돈쓰면서 놀기나 하겠지. 암튼 그런거요. 새로운 부서장이 규칙을 몰라서 자네를 잡아둔거니 이해하고.”

 

 “제가 진범이라면 어쩌실려고 이러는 겁니까?”

 

 “진범? 하하하. 그럴리가 없어요. 그 마을엔 진짜 뭔가가 있거든. 이건 늙은 경찰의 감이라고 생각해주시게.”

 

 은동마을의 저주에 정부가 연관되어 있었다는 건가. 나는 극심한 무기력감을 느끼며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

 

 이건 개미지옥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헤어나올 수 없는 거대한 개미지옥. 발을 들인 자는 결국 죽음에 이를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왼쪽 눈동자에서도 아른 거리기 시작하는 검은 형체를 보며 나는 지독한 절망감을 뼈저리게 느꼈다.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을의 저주는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절망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마치 거대한 벽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개인의 노력 따위는 그대로 뭉개버릴 수 있다는 듯 조금씩 조금씩 내 희망을 짓밟아 가고 있다.

 

 버스터미널로 가는 내 시야는 부옇게 흐려져 있었다. 그게 눈물 때문이라는 걸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포나 두려움을 넘어서서 이겨 낼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완전한 패배감이 나를 뒤덮었던 것이다.

 

 떨리는 손으로 버스표를 사기 위해 지갑을 꺼내다 그만 지갑을 떨어뜨린 나는 지갑 속에 있다 바닥에 떨어진 명함을 보았다. 북촌의 무당의 연락처였다.

 

 “은동마을 맞으십니까?”

 

 무미건조한 매표소의 아가씨를 향해 나는 다급히 소리쳤다.

 

 “서울! 서울로 가는 가장 빠른 버스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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