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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르세라의 딸들
작가 : Alphafemale
작품등록일 : 2017.11.17

미래의 가상의 어느 나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성의 인구 비율이 여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자 정부가 남여를 차별하는 남아 특혜 정책을 시작한지 어언 삼십 년. 게다가 파산 직전의 정부는 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의 개발 투자를 급격히 제한하며 도시간의 빈부 차이를 심하게 조장해왔다.

이런 불평등한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는 깡촌 르세라. 그곳에서 자란 어린 클로이가 도시 청년 케이시를 만나면서 그들의 불평등한 계약관계가 암암리에 시작된다.


alisa46@hotmail.com

englishchung@gmail.com

 
피하고 싶은 만남
작성일 : 17-11-21 09:08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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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신경 끄라고? 자기가 무슨 조이의 엄마라도…

 

 갑자기 악취가 그녀의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클로이가 그때서야 비로소 오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는 리틀 조이의 엄마를 발견했다. 그녀의 머리에서 아직도 신선한 피가 조금씩 조금씩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총상 주위로 한시라도 빨리 죽음을 맛보려는 크고 작은 파리들이 들끓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어.”

 

 그녀의 놀란 표정을 본 그가 짤막하게 말했다. 감정 하나 섞여있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였다. 그녀가 그의 상황에 처했더라도 똑같은 행동을 취했으리라. 그러나 빠르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그녀가 그에게로 걸어가서는 조이를 뺏어 안았다.

 

 “조이는 내가 돌보겠어요. 그쪽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예요!”

 

 그러나 그녀의 의지와는 반대로 이전과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없었던 아기 캥거루가 클로이의 품안에서 발버둥쳤다.

 

 “괜찮아질거야. 조금만 참아… 아야!”

 

 발로 그녀의 턱을 강타하고 자유의 몸이 된 조이가 깡충깡충 뛰어서는 남자가 내려놓은 주머니 안으로 쏙 들어가 숨어 버렸다.

 

 “누가 돌볼지는 이미 결정이 난 것 같은데.”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내뱉은 남자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조이에게 다시 우유를 먹이기 시작했다. 민망하기도 하고 치욕스럽기도 한 이 상황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클로이가 결국 자전거의 의자에 올라타서는 빠르게 페달을 밟았다.

 

 “어린 애가 성질머리 하고는… 쯧!”

 

 그녀가 사라진 방향으로 혀를 찬 그가 조이를 부드럽게 감싸안고는 남은 우유 한방울이라도 더 먹이려고 우유통을 높게 세웠다.

 

 

 

 

 페달을 미친듯이 밟은 클로이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집에 도착해 있었다.

 

 “아니, 물건을 훔친 여자들을 화형에 처하는 법안을 검토중이라고…? 아니 이런 미친 새*들이… 클로이! 오늘 학교 어땠…?”

 

 자전거를 땅에 내동댕이치고는 인사도 없이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딸을 보자 매튜가 어이없어 했다.

 

 “십대들이란… 쯧쯧.”

 

 그가 잠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읽고 있던 지역 신문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도시의 정치를 하는 새*들은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예 너네들을 깡그리 모아다가 불에 집어넣는 게 더 낫겠다. 망할 것들 같으니라고…”

 

 

 

 [쾅!]

 

 방에 들어오자 마자 침대 위로 던져진 그녀의 몸은 여전히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남자, 대체 누구야? 대체 누군데 르세라에서 함부로 돌아다니고 있는거야? 그것도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먼고 국립공원 안을… 잠깐만... 정부에서 나온 순찰원인가?

 

 그도 그럴 것이 조이를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유야 어쨌든 죽은 엄마 때문에 그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텐데 어떻게 그가 조이를 설득해 품안에서 우유를 먹일 수 있었는지는 미스테리 중에 미스테리였다.

 

 “아야…”

 

 그제서야 턱이 시려오는 것을 느낀 그녀가 베개 밑에 넣어놓은 손거울을 꺼냈다. 아무리 아기라 할지라도 그 발길질은 사람의 주먹질만큼이나 강했다.

 

 제대로 맞았네.

 

 멍만 들었는 줄 알았는데 발톱으로 긁힌 자국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정말 귀찮게 하네!”

 

 쿵쾅거리며 내려온 그녀가 주방에서 다시 요란하게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니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매튜가 창문을 통해 그녀를 건너다봤다. 클로이가 찬장과 서랍을 뒤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빠 차 한잔 부탁해요~”

 

 “아빠! 여기 서랍에 있던 플라스터 어디 있어?“

 

 “뭐?”

 

 “반창고!!!”

 

 그녀가 소리를 꽥 지르자 매튜가 안으로 천천히 들어와서는 테이블 밑에 놓여있던 작은 상자를 꺼냈다.

 

 “딸아, 아빠가 수십 번 말했지? 모든 구급 약품들은 이 상자 안에 넣어져서 요 테이블 밑에 있을 거라구.”

 

 민망해진 그녀가 상자를 그의 손에서 낚아채서는 뚜껑을 열었다.

 

 “턱은 왜 그러니?”

 

 “아니카가 할퀴었어.”

 

 “뭐?”

 

 그녀가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는 것은 말하기 싫다는 뜻의 간접적인 표현이었다.

 

 “이리 줘.”

 

 매튜가 상처 위에 반창고를 붙이려는 그녀를 보고는 말했다.

 

 “너는 아무 상처에나 반창고를 붙이려 하니... 감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먼저 연고를 발라야지.“

 

 그가 상자에서 여러번 접히고 접혀 그 모양새를 더이상 알아볼 수 없는 연고를 꺼내서는 그것을 힘껏 짜냈다.

 

 “이 연고도 거의 다 썼네. 다음에 밀듀라에 가면 하나 사와야겠다.“

 

 이미 수십 번도 더 들은 소리다. 혹시 현금이 바닥난 것은 아닐까. 상처에 연고를 조심스럽게 발라주는 아빠의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스레 늙어 보였다. 직사광선을 하루 종일 받아 주글주글 타들어가는 그의 피부가 안쓰럽다. 아무래도 조만간 버니 할아버지를 따라 밀듀라에 다녀와야겠다고 그녀가 생각했다.

 

 

 

 

 ***

 

 [꼬꼬꼬꼬댁!]

 

 이미 눈을 뜬 클로이가 부산스럽게 주방에서 우유를 데우고 있었다.

 

 “아함~~ 오늘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네가 웬일로 이 시간에 일어났냐?”

 

 졸린 눈을 한 매튜가 식탁에 앉고는 다시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아빠 커피 만들어 주려고?“

 

 “아빠, 우유병 어디 갔어? 지난주에 아기 양 먹인다고 썼었잖아!“

 

 “네 바로 앞 찬장 안에. 갑자기 우유병은 왜?“

 

 아빠의 질문에 대답할 의향이 전혀 없어 보이는 그녀가 달구워진 우유를 조심스럽게 우유병 안으로 부었다.

 

 “앗, 뜨거!”

 

 우유병 밖으로 흘러내린 우유가 손가락을 스치자 그녀가 자리에서 펄쩍 뛰며 소리쳤다.

 

 너무 뜨거워서 조이가 이걸 마실 수 있으려나? 물! 그래 물을 타자!

 

 우유병에 우유 반, 물 반을 채운 그녀가 우유의 온도를 다시 확인해보니 약간 따뜻한 것이 조이가 좋아할 것 같았다. 가방에 우유병과 사과, 부드러운 이불을 챙겨 넣은 그녀가 가디건을 입고서는 매튜에게 소리쳤다.

 

 “나 언제 돌아올지 몰라. 기다리지 마!”

 

 현관문이 쾅 소리를 내고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십대들이란…”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남은 뜨거운 우유에 커피 한 스푼과 차가운 물을 붓고는 조심스럽게 마셨다.

 

 “내 커피는 적당히 따뜻하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그가 식탁 위에 놓인 지역 신문을 펼쳤다.

 

 

 

 

 이미 새벽 아침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하루의 기온 차가 이십도를 훨씬 웃도는 르세라의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 그녀는 어제 그 재수없는 남자를 만났던 곳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캥거루의 특성상 조이는 어미가 죽어있는 곳에 아직도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지금쯤 아기 캥거루는 배고프다 못해 엄청난 허기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 뻔했다.

 

 조이가 엄마를 잃은 것이 자신의 가족 때문이라는 견딜 수 없는 죄책감이 그녀의 마음을 다시 눌러내리자 클로이가 페달을 더 힘껏 밟았다.

 

  [끼이익]

 

 어제의 같은 장소에 도착한 그녀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버렸다.

 

 어쭈, 여기에 아예 살림을 차리셨네?

 

 아침을 먹고 있던 남자가 놀란 기색도 없이 그녀를 올려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조이 아직 밥 먹을 시간 아니야. 내가 어젯밤 열두 시에 먹였으니 삼십 분 정도 더 있어야 해.“

 

 할말을 잃은 그녀가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그 자리에 서 있으니 스프에 빵을 찍어 먹던 그가 다시 말했다.

 

 “여기 스프 많이 있으니까 앉아서 먹어.“

 

 풍겨오는 소고기 스프의 냄새가 갑자기 그녀의 허기를 돋궜다.

 

 “아침 먹었어요.”

 

 너한테 내가 뭐 얻어먹게 생겼어? 밥맛 떨어지게 생긴 주제에…

 

 그녀의 예상과 달리 그는 정부 순찰원의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았다. 하얀색 상의에 카키색 바지를 단출하게 입고 땅바닥에 아무렇게도 앉아 있는 태가 얼핏 보면 시골 사람 같아 보였지만 그는 어딘가 모르게 세련된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클로이는 도시 사람을 한번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었지만 그녀가 항상 머릿속에서 상상해오던 그런 도시 사람의 이미지를 말이다.

 

 솔직히 그녀의 눈에는 그런 그가 더 거슬렸다. 르세라 주민들이 정부 직원들보다도 더 싫어하는 게 시티 사람들이었다. 시골의 농부들을 어색하게 흉내내려는 그의 태도가 꼴 같지 않고 건방져 보였다.

 

 “그럼 커피라도 끓여줄게. 앉아. 너 부들부들 떨고 있잖아.”

 

 그의 말이 맞았다. 급하게 나오느라 옷을 제대로 챙겨입지도 못했다.

 

 “불 앞에 가까이 앉아. 그리고 이거라도 덮고 있어.“

 

 추위를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그녀가 엉거주춤 모닥불 앞으로 와 앉자 그가 텐트 안에서 이불을 꺼내왔다.

 

 “덮으라구.”

 

 그녀가 선뜻 이불을 받지 않자 그가 힘을 주어 다시 한번 말했다.

 

 꽤나 자존심이 강하신가 보네. 여자한테 거절당하는 걸 못 참겠나 보지?

 

 작은 승리감을 맛본 그녀가 인심이라도 쓰듯이 이불을 받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휴~”

 

 못말리겠다는 표정을 한 그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둘 사이에 기나긴 정적이 흐르자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처에 사니?”

 

 아주 반말이 입에 붙었구나!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꾸~욱 참고는 그녀가 활활 타는 모닥불에 집중했다.

 

 “네.”

 

 그 짧은 대답에서도 못마땅한 내심이 확연히 드러났다.

 

 조금만 참자. 조이한테 우유만 먹이고 가면 그만이야.

 

 메고 온 가방 밖으로 둥그런 우유병이 만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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