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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경성크툴루
작가 : 최믹하
작품등록일 : 2017.11.17

경성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들, 괴력난신 소녀와 유학파 탐정사무소 소장님이 진실을 파헤쳐갑니다.

 
손 (3)
작성일 : 17-11-21 08:18     조회 : 546     추천 : 2     분량 : 7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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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과의 극적인 조우를 마친 뒤, 문 앞에 주저앉은 소장님은 새하얗게 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와... 정말 무섭고..."

 

 평생 정신 못 차릴 것 같던 소장님이 죽음의 위기 앞에서 드디어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아, 나는 떫게 웃으며 바닥에 앉은 소장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소장님은 소장님이었고, 나는 아직 그 사실을 정확히 이해를 못하고 있었으며…

 

 소장님은 묘하게 떨려오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짜릿해..."

 "아 쫌!!!!"

 

 죽어봐야 정신을 차릴 사람이 내 눈 앞에 있었다.

 심지어 내 월급을 주는 사람이었다.

 

 이 정신 없는 대화에 뒤에서 마담이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방금 원한에 찬 귀신과 마주한 사람들 치고는 영 긴장감 없는 분위기다. 소장님은 정신이 드는 듯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묘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몸이… 짜릿짜릿해지 않아?"

 

 나는 두 번쯤 생각이 그대로 입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삼킨 뒤, 소장님의 손을 콱 잡고 끌어 일으키며 낮고 진중하게 속삭였다.

 

 "소장님, 지는 평범하게 나이 먹구, 곱게 늙어 죽고 싶어유."

 "이런 혼란스러운 시대에 쉽지 않은 걸 꿈꾸네."

 

 애초에 내가 경성에 올라온 것도 취업사기였고, 소장님이랑 만나게 된 것도 그게 어지간한 취업사기가 아니라 식인귀의 먹이로 빼돌려지다가였다. 보기에도 혼란스럽고, 그 감춰진 속내는 더더욱 혼란스러운 시대가 맞기는 했고, 어쩌면 내 꿈이 좀 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걸 지금 소장님이 말할 처지가 아니지 않은가. 지금 누가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났는데.

 나는 인상을 콱 쓰고는 버럭 호통쳤다.

 

 "아, 방금 구신 만난 사람이 태평하게 그런 이야기나 늘어놓고 있슈!?"

 "그럴 수도 있지..."

 "무우슨 그럴 수가 있슈! 이제 어쩔 거유?"

 “어… 음.”

 

 소장님은 내 눈을 피해… 천천히 다시 문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는 반복해 불투명 유리에 머리를 부딪쳐온다,

 검은 머리카락이 파도처럼 철썩철썩 부딪쳐왔다

 머리로 몇 번이고 유리를 들이받고도 문이 열리지 않자

 손톱을 세워 천천히 창문을 긁어내렸다

 명백한 의사의 전달

 나는 여기 있어

 들여보내줘

 

 이 명백한 의사표현을 흘끔 본 소장님은 얼굴을 한 번 손으로 쓸어내렸다가, 다시 머리를 벅벅 긁고는, 다시 한번 문을 흘끔 보고는 힘빠진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아, 무섭다.”

 “한 번만 더 무서우면 사람 죽겠슈.”

 

 소장님은 웃었다.

 

 “그래도 알 수 없고 끔찍하니까 더 끌리는 것 같아.

 풀어보자, 이 이야기.”

 “잠시만요, 마지막에 제가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나는 야멸찬 서울말로 딱 말을 자르고 들었다.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퇴치하는 것도 아니고, 네?”

 “방금 전엔 너무 갑자기 만나서 긴장했지만 이제 얼굴도 봤고, 슬슬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되짚어볼 때도 됐잖아?”

 

 아니 그러니까, 혼자 말하지 마시고. 나는 인상을 팍 썼다.

 

 “무슨 이야기요?”

 “귀신 이야기 말야. 이 괴담은 평이해. 허술하고, 앞뒤도 안 맞지. 하지만 이 이야기는 진짜야. 지금 문을 두드리고 있지.”

 

 소장님은 문에 슬쩍 눈길을 줬다.

 우리의 시선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일까, 그림자는 다시 머리를 뒤로 젖혔다.

 

 쿵, 쿵, 쿵.

 

 뱃속을 누가 손으로 꽉 쥐는 것 같다. 껄끄름하고 불쾌하다.

 

 “단순한 도시괴담이 실제가 된 것이라기엔, 이건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괴담은 ‘진짜’에 대한 이야기야.

 

 저 문 밖에는 ‘진짜’가 서 있고, 이 괴담은 그 진짜에 적당히 이것저것 붙은 이야기인 거야. 그렇다면 이 앞뒤 안 맞는 이야기에 ‘진짜’의 실마리도 있겠지.”

 “무슨 그런 말장난…”

 

 짜증내려던 내 입을 막은 것은, 마담의 웃음소리다.

 괴담의 한가운데치고는, 마담은 꽤 시원하게 웃었다. 이게 바로 그 마담의 전매특허라는, 괴담 들은 뒤의 웃음소리인가. 왜 웃는 거지? 우리 모습이 재밌어서? 아니, 그거랑은 약간 다른 것 같은데…

 하지만 마담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헬렌, 제법이네.”

 

 마담은 웃음의 여파가 남아 초승달처럼 둥글어진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그럼, 한번 이 이야기를 풀어봐줄까?”

 

 소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볼까. 어떤 여자 귀신이, 밤마다 동네를 돌면서, 사람을 찾는다. 이 문장을 정보로 치환해보자.

 

 1. 그 귀신은 여자고,

 2. 죽었어.

 3. 밤에 동네를 돌아다니고,

 4. 사람을 찾고 있지.

 5.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한테 따라붙어.”

 

 “깔끔하구먼유.”

 

 정보의 사실여부를 확인해볼까?

 우리 눈으로 본 것이 긴 머리에 조선 치마저고리, 여인네가 맞다. 그리고 그 텅 빈 것 같으면서도 이글거리는 고리눈. 딱 보기에도 섬뜩한 기운. 아무래도 사람은 아니다. 죽은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정보는 약간 애매하다.

 

 “근디, 저 이는 낮에도 돌아다니는 것 같은디유.”

 

 이야기에서는 밤에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낮에도 돌아다닌다.

 이상하다.

 처음부터 낮에도 돌아다녔으면 진작에 김 형이라는 자가 도망을 가지 못했을 것이고, 이야기는 깔끔하게 아무도 모르는 채로 끝났을 것이다. 그럼 이건 아까 소장님이 말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다.

 

 소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정보를 추가하자.

 3-1. 이야기에서는 밤에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낮에도 돌아다닌다.

 흠. 왜 이야기 속 귀신은 밤에만 다닐까? 존재한다면 밤낮없이 다니고 있을 것 아냐.”

 “이번 기회에 알아낼 수 있음 좋겠구먼유. 쓸데없는 이야기 말구, 계속 이야기하쥬.”

 

 나는 소장님이 삼천포로 빠지는 것을 단호하게 막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알게 뭐야.

 

 “하여간 네 번째도, 사람을 찾는다고는 했는데 이게 또 한결같지 않아유. 마지막엔 찾는다는 말을 안 한단 말이쥬.”

 “음, 그것도 그렇지.”

 

 동네 사람들이 이야기, 아내의 이야기, 김 형의 이야기에서는 그 여자가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마지막, 화자의 경험담에서는 사람 찾는 것을 그만두고 ‘들여보내 달라고’만 말한다.

 소장님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뭐, 이야기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어. 이제 좀 생략할 만한 때이긴 하지.”

 “흠, 똑같은 말이 너무 자주 나오믄 재미가 없쥬.”

 

 이야기적으로 생략된 부분인가, 혹은 그냥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인가, 아니면 실마리인가. 아직은 알 수 없다.

 계속 정리해보자.

 

 “그리고 아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세부 정보들.

 6. 찾는 사람은 딱 김 형 같은 생김새.

 7. 김 형의 이야기를 들은 화자의 집에 찾아왔다.

 8. 마지막으로, 화자의 집에 ‘있다’ 고 말했다.

 내 생각에, 이 세부정보 부분이 좀 중요한 정보인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부정보 부분에 구신이 찾는 대상의 조건이 정확히 제시되어 있잖슈?”

 “딱 당신 같은 키에 당신 같은 목소리의 사내.”

 

 조건은 아주 확실하다.

 남자고, 김 형과 같은 키고, 김 형과 같은 목소리다. 여자가 찾고 있는 것은 김 형 본인이었을까, 아니면 재수없게 그냥 걸린 것일까. 나는 그 점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지만, 소장님은 불쑥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왜 찾는 걸까?”

 

 앗, 약간 당연하고, 가장 중요하기까지 한 질문이다.

 나는 잠시 생각했지만, 사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살았을 적의 은원 아니겠시유? 하지만 저 꼬라지를 보면 은혜는 절대 아닐 것 같은디.”

 

 우리는 다시 문을 흘끗 바라보았다.

 조용하다.

 이제 문 틈을 바라보고 눈을 마주칠 때인가. 으으,어림도 없지. 절대 문 틈 따윈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부자가 되면 우리 집 현관문에는 꼭 저런 울룩불룩한 색유리를 박아둬야지. 문 너머가 너무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뭐가 있는 건 알아볼 수 있는 유리 말이야.

 

 “원한이겠지?”

 

 내가 딴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소장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런… 사람을 찾는 괴담에서는 보통 원한관계, 그보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살인자나 그 공범을 찾는 경우가 많으니까. 죽음에서 돌아온 피해자의 원한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던 살인범이 마주하게 되는 패턴이고, 보통 거기서 끝나지…

 이 이야기는 좀 다른 것 같지만.”

 

 괴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아간다는 것은 좀 합리적이긴 한 것 같다. 죽을 만큼 억울한 사연이면, 죽어서 찾아가는 것이 뭐 큰 흠이랴.

 

 “흠, 그러면 그 김 형이라는 사람이 그 여인을 살해한 범인이란 말이유?”

 “그렇다면 ‘4. 사람을 찾고 있다’ 부분이 해결되지.”

 “그르믄 ’8. 화자의 집에 ‘있었다’’ 도 해결돼유.”

 

 앞서의 상황에서는 모두 어떤 사람을 찾는 중인데, 마지막, 화자의 집에서는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가장 간단한 정답은, 이미 그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자의 집에서 ‘뭘 찾든 여기 없다’는 호통에 ‘있는데?’ 라고 대답한 것과도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 말의 뜻은 ‘찾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소장님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근데 그러면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자, 그럼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본 ‘진짜’에 대한 정보다.

 

 9. 머리로 문을 두드린다.

 10.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찾았다’ 라고 말했다.

 11. 들어오려고 했다.”

 “어, 그리구 12. 허락을 받아야 들어올 수 있슈. 화자의 집에서도, 빠 포에따에서도.”

 “예의를 아는 귀신이구만.”

 

 소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흘끗 마담을 바라본 다음, 덧붙였다.

 

 “하지만 빠 포에따는, 마담 허락 없이 들어오면 정말 혼날 테니까 일단 예외로 봐야 해.”

 “내가 좀 무서워야지.”

 

 우리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마담은 툭 끼어들어 천진하니 웃어 보였다. 마담은 맹한 얼굴이 열일해서 일단 외관 상으로는 무서워 보이지 않았지만, 소장님이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12번은… ‘화자의 집에 들어가려구 했다.’고 바꿔유.”

 “음, 좋아. 그럼 13. 빠 포에따에도 들어가려고 했다… 으음. 같은 맥락일까.”

 

 음, 애매한데. 일단 이 애매한 12번을 좀 더 확실히 해보자.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아내의 이야기, 김 형의 이야기에서는 찾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자의 이야기에서는 하는 말이 좀 다르다. 여인의 목소리는 ‘들어가도 될까요?’ 에서 ‘들어가게 해주세요.’로 변한다.

 

 아니, 그냥 ‘들어가도 될까요?’ 가 아니다. ‘혹시, 들어가도 될까요?’ 다.

 

 살짝 어감이 다른 것도 같은데.

 미묘한… 뭔가의 차이점이…

 뭔지 알 수 없는 것을 더듬느라 머릿속이, 혀끝이 간질간질하다.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아. 나는 도움을 바라는 애탄 눈빛으로 소장님을 바라봤다.

 

 “그런디, 그 여인네가 하는 말이 전이랑 후랑 좀 달라유. ‘혹시,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가게 해주세요’… 아이고, 이거 말이 뭔가 다른디.”

 

 으, 내가 정확하게 설명한 것이 맞을까.

 순 주먹질만 하고 힘만 쓰다가 이런 섬세한 말의 느낌 차이를 설명하려니 영 젬병이다. 하지만 내 개떡 같은 말을 몇 번 곱씹은 소장님은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역시 소장님이야. 내 찰떡같이 알아들을 줄 알았다.

 

 “어, 그렇네. 둘 다 부탁인데… 하나는 의문형이고, 다른 하나는… 음… 그래, ‘혹시, 들어가도 될까요?’는… 가능성이 들어간 말 같아. 들어갈 수도 있고, 못 들어갈 수도 있지만 부탁하는.”

 “허지만 ‘들어가게 해주세요’ 는 달라유. 그건…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들어가게 해달라는… 부탁, 요청 아니유?”

 

 둘다 국어랑은 별로 친하지 않은 삶을 살아서 확실한 설명은 못하겠는데, 확실히, 그 말이 뭔가 다르다는 것은 우리 둘 다 인정했다.

 소장님은 살짝 턱을 긁고는 말했다.

 

 “어쩌면, 김 형의 집과 화자의 집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는 거지?”

 “야. 사람을 찾을라구 들어가려는 곳이랑… 그냥 들어가야 하는 곳이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누군가는 말장난이라고 할 수준의 아주 작은 차이지만. 좀 비약에 가까워지는 논리지만, 우리는 어차피 시간도 많고,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이 작은 꼬투리를 좀 더 파고들어도 될 것이다. 가능성이 있는 추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으니… 좀 더 진행해볼까?

 

 “왜 두 번째 집은 그냥 들어가야 할까유? 그리구 왜 그 전엔 글루 들어가지를 못했을까유?”

 

 소장님의 눈길이 허공을 더듬다가, 문득 멈췄다.

 

 “...남의 집을 들어갈 때는, 허락을 구해야 해. 혹시, 하고 물어봐야 하지.

 하지만 들어가게 해주세요는, 다르지. 애원이라고. 애원을 하려면 먼저, 그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해. 하지만 화자는 그 전에 여자를 만난 적 없는데…

 아니, 다시 집중하자. 어쩌면 그 이유는… 사람을 찾는 거랑 관련 있을 수도 있지. 아니, 우리가 추론할 수 있는 건 그 이유밖에 없지. 그 여자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사람을 찾는 거였으니까.

 혹시, 그 여자는 사람을 찾아서, 돌아와야 했던 것은 아닐까.”

 

 잠깐, 이렇게 진행하면 하나 더 들어맞는 구석이 있다. 그 여자가 화자의 집에서 마지막으로 들어가기를 간청했던 말이 뭐였지? 여인의 대사를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그 말은 살아있는 것처럼 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입에 올리는 것 만으로도 입안이 씁쓸해지는 말이었다.

 

 “…이제, 들어가게 해주세요.”

 

 어떤 사람을 찾기 위해 집을 돌아다닌다.

 돌아다니면서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다.

 그리고 자신이 찾던 것에 딱 부합하는 사람을 찾아낸다.

 그리고 다른 집에 또 나타나서… 이제, 들여보내달라고 묻는다.

 

 ‘이제, 들어가게 해주세요.’ 는 그 전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는 뜻이다. 전에 들어갈 수 있는 집이라면… 자기 집.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어떤 사람을 찾아오는 것이 집에 들어가는 조건이었다면, 사람을 찾았으니 들어가게 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죽어서 찾아다닐 정도면 원한관계의 사람이다. 살인자거나 자신에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다. 그런데, 화자와 김 형은 절친한 사이다. 집에서 쫓아낸 사람과, 살인자가, 같은 집에 우연히 있었다…

 둘이, 같이, 도대체 왜?

 

 소장님은 번갯불이 번쩍이는 것 같은 속도로 마담을 돌아봤다.

 

 “마담, 그 화자는 누구죠? 아니, 그 사람… 그 사람 아내, 젠장할! 그 사람 아내는 어떻게 죽었죠?”

 “자살. 목을 맸지.”

 

 소장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노호했다.

 

 “그럴 리가 없지, 손이 묶여 있어서 머리로 문을 들이받고 있는데!!!”

 

 젠장할, 모은 손, 휘감긴 노끈이 아니라…

 

 묶인 손.

 

 그렇지, 그러지 않고서야 머리로 문을 들이받고 있을 리가 없지.

 

 기괴함이 적게나마 합리성을 가진다, 괴담이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아주 끔찍하고 불쾌한 현실, 비참한 범죄, 그렇게 되는 그 한순간 공기가 무게를 가지고 무겁게 빠 안을 채웠다.

 

 그 묵직함에 짓눌리지 않는 천진함으로 마담은 함박 웃었다.

 

 “정답이야.”

 

 
작가의 말
 

 그러고보니 1화의 딥원고기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다시 말씀해드립니다. 여러분을 학교와 직장에서 자유롭게 해줄 그런 만병통치약, 무안단물같은 고기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너무 상심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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