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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칼끝이 너를 향할 때
작가 : 몬밍
작품등록일 : 2017.11.21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스캇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 쪽 눈썹이 날개처럼 치켜 올라갔다.
'언제까지 저 소리를!'
지긋지긋한 말에 이젠 노여움이 타올랐다.
그는 몸을 돌려 분노를 내뱉으려 했다.
그러나...
그를 응시하는 로렌의 눈동자에 까마득한 슬픔을 보고는 온몸이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어째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1편.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는다.
작성일 : 17-11-21 03:51     조회 : 425     추천 : 1     분량 :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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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로져스 산 절벽에서 나를 용케 찾은 네놈은 기특하다만,“

 

 도착지를 몇 키로 안남기고 바리테온 스캇의 목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졌다.

 

 “대가리에 똥만 숙성시키는 오크보다 못한 네 왕과 제국은 썩었어."

 

 

 "닥.쳐"

 

 로렌 경의 꽉 다문 입매가 열렸다.

 

 

 “이제 곧 봄이 올 거다.”

 스캇은 관심 없는 눈으로 서리가 내린 잎사귀들을 힐끗 보았다.

 “오물 더미 속에서 해를 맞이하고 싶은거냐?”

 

 왓슨 로렌 경은 눈에 보이는 뻔한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 한 때 전장의 패왕으로 불렸고 이제는 패전국의 평기사 따위로 전락한 신세가 되었지만, 그는 명예를 아는 자였다.

 

 “나는 크라온 제국의 기사다.”

 

 스캇은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한때는 빛났을 갑옷을 입은 젊은 기사를 탐색하듯 바라보았다. 그러나 꽉 다문 입매와 투구 아래 가려진 로렌 경의 눈동자에 무슨 생각이 숨어 있을지는 전장의 사신이었던 바리테온 스캇으로도 알 길이 없었다.

 

 

 “왜 멈추는 겁니까?”

 

 그 때, 아까부터 둘의 대화가 거슬렸던 워커가 독촉했다.

 

 “빨리 가는게 좋을텐데?”

 

 스캇은 보지 못한 듯했지만, 오랫동안 로렌을 봐온 워커는 그의 눈동자에 스친 감정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그 감정이 짙어질까봐 조마조마했다. 스캇은 말없이 서있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워커의 바람과 달리 그의 입은 쉬지 않았다.

 

 "크라온이 아니라 클라운(clown)아닌가?“

 

 자신을 끌고 가는 적국 기사들의 나라를 비웃는 스캇의 말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아주 달변가에다 사람은 웃기는 재주가 있단 말이야. 겨우 불가촌 천민이였던 자가 왕위를 친탈하지를 않나, 같잖은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질 않나-“

 

 스캇의 계속되는 비아냥에 로렌을 제외한 두 기사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제는 조목조목 그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말만 골라하는 그의 말에 기사의 손이 검 손잡이에 닿았으나, 로렌 경에 의해 저지되었다.

 

 “무시해라.”

 

 이제 일행은 덤불 사이를 뚫으며 산등을 오르고 있었다.

 얇게 얼어붙은 땅은 미끄러웠고 곧 땅거미가 짙어질 것이다. 협상을 위해 최대한 빨리 윌터펠 제국의 병사들을 만나야만 했다.

 다행히 이 산등을 지나 어느 파수목만 지나면 그들이 도착지가 있었다.

 쓸데없는 분란은 좋지 않았다. 왓슨 로렌은 짙어진 하늘을 한차례 훑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

 

 그들은 건너편으로 내려와 파수목을 지나고도 한 참을 걸었다. 어느새 하늘은 검은 빛으로 물들고 별들이 보이더니 반달이 떴다.

 

 “이쯤이라 했는데.”

 

 한 공터에 다다르자 보이자 로렌 경은 주변을 훑으며 말했다.

 그러나 윌터펠 제국의 병사는 물론이고 사람의 흔적도 없었다.

 

 스캇를 붙잡고 있는 로렌과 로렌에게 붙잡힌 스캇 외에 일행들; 워커와 플란은 달빛을 빌려 빈 공터를 수색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스캇은 그들은 눈으로 좇으며 옆에 있는 로렌에게만 들릴락 말락 하게 중얼거렸다.

 

 “명예를 잃는 게 두렵나?”

 

 로렌은 굳지 대답하지 않았다.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 더더구나 사냥에 실패한 무능력한 놈이야....”

 

 스캇의 얼굴은 조소의 흔적이 가득했다.

 

 “살려둘 이유가 없지. 너도 솥에 삶아지기 전에-”

 

 검으로 풀숲을 휘졌던 로렌 손의 흉터 위에 실핏줄이 도드라졌다.

 아까는 기사들을 말렸지만, 사흘 동안 스캇의 비아냥을 주구장창 들고만 있던 로렌의 인내심도 끝에 와있었다. 왓슨은 잇새로 한 자 한 자 씹어 뱉었다.

 

 "가르침이 필요하다면 내가 요청하지."

 

 쓸데없이 떠드는 스캇을 치워버릴 요량으로 로렌은 주변에 묶을만한 나무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마침 마땅한 녀석을 발견했다.

 로렌이 나무에 다가가려는 그때 귓가에 이상한 말이 들렸다.

 

 

 

 “내 아래로 와라."

 

 "...?"

 

 

 "내가 너의 목숨을 지켜 줄 수 있다."

 

 

 로렌은 미간을 찌푸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도대체 놈은 아까부터 무슨 생각이지?

 아무리 자신들이 패전국의 끈 떨어진 기사들이고 그는 승전국의 수장이라지만, 지금은 자신들의 포로였다.

 

 '아 설마...그 점이 자존심 상해서 실성하길 택한건가?'

 

 로렌은 살짝 고개만 돌려 그를 보았다. 그러나 이내 당황했다. 그를 보고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할 말을 더듬었지만 무엇을 말해야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덥수룩한 스캇의 검은 머리카락 아래 자리한 회색 눈은 자신을 향해 날것 그대로의 욕망을 고스란히 표출하고 있었다.

 

 

 다음화에서 계속..

 
작가의 말
 

 잘 부탁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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