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연애GO자
작가 : 변청하
작품등록일 : 2017.11.7

외로운데 소개받긴 싫고, 외로운데 누굴 만나기가 귀찮은 연애고자, 진나봄.
그녀 앞에 고난도 면담 스킬을 활용하여 여자를 꼬시는 날라리 정신과 의사 이설호가 나타난다.
이 시대의 연애고자들을 위한 공감자극 로맨스.

 
뜻밖의 데이트
작성일 : 17-11-20 17:40     조회 : 226     추천 : 3     분량 : 495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7화 뜻밖의 데이트

 

 

 

 

 

 “나봄 씨!”

 

 운전석 창문을 내린 팀장님은 환히 웃어보였다. 얼었던 볼이 더 붉게 물들었을 같아 목도리에 얼굴을 조금 묻었다. 조수석 문을 여는 나를 그는 반갑게 맞이했다. 차 안의 따듯한 온기에 얼었던 몸이 슬슬 녹아내렸다.

 

 “춥죠? 일단 밥부터 먹어요. 어디가 좋을까..”

 

 부드럽게 운전을 하는 그의 모습이 또 사뭇 달라보였다. 난 유독 운전하는 모습에 종종 설렘을 느낀다. 뭔가 어른스럽고 남자다운 모습이랄까, 춥냐는 그의 물음에 난 또 생각했다. 오늘 같은 날씨면 집안에 숨어 이불을 꽁꽁 싸맨 채 귤을 까먹으며 있어야하는데, 라고.

 하지만 내가 이렇게 밖으로 나온 이유는 그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계속 있다가 보면 우울증이 또 도져서 울기밖에 안하니까.. 아니면 미친 사람처럼 일만 하니까.. 그리고 오늘은 왠지 모르게 나오고 싶었다. 내 기분 때문인지, 팀장님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회사가 어딨어요? 이렇게 막 특별 휴무일도 주고. 그쵸?”

 “그래도 어차피 마감일은 맞춰야하는 거잖아요..”

 “헐. 나봄 씨 생각보다 디게 예리하다.”

 

 장난스럽게 너스레를 떠는 그의 말이 웃음을 머금게 했다. 충분히 어색할 수 있는 차 안에서 어색함은 찾기 힘들었고, 서로의 작은 미소들만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가 이끌고 간 곳은 서울 외곽의 한 작은 밥집이었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분위기에 아늑한 인테리어가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빨간 벽돌집에 엉켜있는 넝쿨과 따뜻한 벽난로가 식당과 잘 어울렸다. 그리고 이 식당을 안내해준 사람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너무 이뻐요..”

 “제가요?”

 

 절로 나온 감탄사에 팀장님은 태연하게 장난을 던졌다.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이다.

 

 “..네? 아니요.. 식당이..”

 “에이 농담인데, 나봄 씨. 제가 예쁜 편은 아니죠.”

 

 예쁜 편은 아니라 해놓고, 예쁘게 살짝 웃는 그를 보니 마음 어딘가 이상해졌다. 남자와 단둘이 차를 타고 서울 외곽 어딘가의 식당에서 밥을 먹어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그러다 문득 라멘집 속 이설호 의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 이렇게 좋은 시간에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고 난리람. 고개를 휘젓곤 메뉴판을 보았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요?”

 “네? 아, 아니요..”

 “여긴 기본 세트가 제일 맛있어요.”

 “그럼 이걸로 할게요.”

 

 고개를 젓는 나에게 센스 있게 추천을 해주는 그였다. 창가에 앉은 우리에게 따듯한 햇살이 비춰주고 있었다.

 

 “여기 되게 사람 없죠?”

 “네.. 분위기는 좋은데 사람이 없네요.”

 “제가 사람 많은 곳을 안 좋아해서요. 그리구 나봄 씨도.. 그러시는 것 같구.”

 

 말을 늘이며 눈치를 보는 그가 고마웠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곳으로 데려와준 것이 꼭 배려 받는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받아보는 선의에 내려가 있던 입 꼬리도 점점 올라갔다.

 

 “근데.. 회의나 회식이나 왜.. 그렇게까지 안 오시는 거예요..?”

 

 그의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5학년 수련회 이후로 초중고 수학여행은커녕 대학교 엠티마저도 가지 못했던 것이 나였다. 왜 가지 않냐는 사람들의 질문엔 난 항상 “우울증이 있어서요.”라며 답했고, 사람들은 그때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내게 묻지 않았다. 어렸을 땐 내가 가진 트라우마 때문에 가질 못했지만, 나중에 커서는 내가 가진 우울 바이러스가 남들에게도 퍼질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의 물음에 우울증 이야기가 선뜻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난 그냥 마찬가지로 사람 많은 게 싫다며 둘러대기 바빴다. 그는 더 이상 나에게 물어 오질 않았고, 난 아무렇지 않은 척 식사를 마쳤다.

 

 “아, 그리고 저.. 늦었지만 그땐 정말 죄송했어요. 편집장님하고 그 새벽에..”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런데 어쩌다가 저한테..”

 “아.. 그날 사실 정규직 전환 기념 회식이었거든요. 근데 나봄 씨만 보이지 않아서.. 편집장님이 좀 서운하셨나 봐요.”

 

 단톡방을 대충 본 게 화근이었다. 분명 정규직 전환 기념 회식이라고 공지가 떴을 텐데, 난 평소처럼 평범한 회식인 줄 알고 그냥 읽씹을 했었나보다. 팀장님은 회식에서 또 나의 이야기가 나오길래, 잠자코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또 사람들은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추측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거기서 팀장님이 참다못해 나섰다고 말했다.

 

 “뭐라고 하셨는데요..?”

 “그냥 제가 실제로 나봄 씨 얼굴을 봤다구요. 사람들이 어디서 봤냐며 어떻게 생겼냐며 막 물어대길래 나봄 씨 집에서 봤다고 했죠. 그리고 엄청.. 아름답게 생겼다고도 하고요.”

 

 이렇게 훅 들어오면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가려고 팀장님은 저런 얘기를 하실까. 붉어진 얼굴색을 숨기려 물을 마셨다. 정작 말을 뱉은 팀장님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였지만.

 

 “그.. 그렇게 말하셔도 회식 참석 못해요, 전!”

 “..그런 거 아닌데..”

 “네??”

 “..아니에요. 이제 일어나죠.”

 

 그의 아부 섞인 멘트에 속지 않으려 난 애썼다. 팀장님을 생각해서라도 회식에 참석하고 싶지만, 막상 사람들의 시선과 분위기가 겁이 났다. 선뜻 다음에는 꼭 참석하겠다는 입에 발린말도 난 그에게 하지 못했다. 우리는 주변에서 드라이브를 더 하다가 팀장님에게 급히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다시 동네로 돌아오고 말았다.

 

 “미안해요. 나봄 씨. 내가 먼저 불러내놓고..”

 “아니에요. 얼른 가보세요.”

 “그럼 다음에 봐요, 조심히 들어가고요.”

 

 차에서 내린 나를 끝까지 배웅해준 후, 그의 차는 떠났다. 골목길을 벗어나는 그의 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짧은 꿈같은 오후였다.

 

 “새로운 의사 찾았나 봐요?”

 “아, 깜짝이야!”

 

 정말 간이 진자운동을 한 것 마냥 들썩였다.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기겁하며 뒤를 돌아보니 뜬금없이 돌팔이, 아니 이설호 의사가 서있었다. 이 사람 뭐지?

 

 “뭐..에요?!”

 “섭하네. 벌써 못 알아보는 거예요?”

 “아, 아니. 누가 못 알아본대요? 갑자기 튀어나와서 뭐하시는 거냐구요.”

 “갑자기 튀어나온 거 아닌데.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아시잖아요, 나봄 씨 동네가 제 동네이기도 하다는 거.”

 

 원래 이렇게 뻔뻔한 캐릭터였던가, 후드티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은 그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어딘가 껄렁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흰 가운을 입고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전혀 의사처럼 생긴 사람이 아닌데...

 

 “저 의사는 자기 환자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나 보죠?”

 

 분명 뼈가 있는 말이었다. 나를 약간 흘겨보며 물어보는 그의 뉘앙스가 그리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에게서 멀어졌는지, 그도 이제 아는 눈치겠지.

 

 “저 분 의사선생님 아니거든요?”

 “음.. 혹시 그럼.. 남자친구에요?”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아니오. 라고 말하기 민망한 상황이었다. 직장 상사라고 솔직하게 답하기에는 내가 뭔가 초라해보였다. 워낙 여자가 많은 그 사람 앞이라 그런지, 난 대답을 회피하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의사면 의사답게 환자를 편안하게 해줘야하는데 저 의사는 볼 때마다 편안하지 않았다. 어서 빨리 황 박사님께 다른 주치의를 구해달라고 다시 연락드려봐야겠다. 씻고 나와 집 청소를 하니 어느새 밖은 어두워져있었다.

 

 “아. 맞다.. 약.”

 

 멍하니 앉아있었던 이유를 다시금 깨달았다. 생각 속에 빠져들어 약 먹는 것도 잊어버렸다. 팀장님과 함께 보냈던 낮이 꿈만 같아 멍을 때렸나보다. 낮과 밤은 상반되게 너무나도 쓸쓸했다. 바퀴벌레도 들어왔다가 실례하겠습니다, 라며 나갈 정도로 깔끔한 집이었지만 너무나도 춥고 허전했다.

 약 먹는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결국 나는 밖으로 나와 버렸다. 집 안에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기 십상이라는 황 박사님의 말씀이 생각나 무조건 집을 나섰다. 후드티에 패딩을 걸치고 나온 바깥의 공기는 차가웠다. 동네를 한 바퀴 돌까 하여 옆 골목으로 들어서자, 빨간 포창마차가 눈에 띄었다.

 전에는 유희와 가끔 갔었는데, 요새 유희가 바쁜 바람에 들리지 못했었다. 오늘은 우울증 약 대신 전 국민의 약, 촉촉한 이슬이로 밤을 지새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술은 충분히 날 우울하지 않게 하고, 잠도 잘 오게 만드니까 말이다.

 

 “이모, 소주 여기 일병이요.”

 

 한동안 들리지 못한 포장마차에는 운치가 가득했다. 고급 와인바보다 이런 허름한 포장마차가 더 매력적이기에 난 이런 곳을 좋아했다. 주머니 사정도 잘 맞기도 하고.

 

 “총각, 그만 마셔. 집이 어디야?”

 

 뜨끈한 우동 국물에 씁쓸한 소주 한잔을 한 모금하고 있었는데, 오른쪽 끝 테이블에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취해 앉아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고, 그를 달래고 있는 포장마차 이모가 있었다. 어딜 가나 저런 취객이 있지, 뭐가 저렇게 힘들기에 혼자 처량하게 술에 취해있을까. 어딘가 모를 동질감과 함께 난 저렇게까지 오늘 취하진 말아야지 하는 교훈 같은 결심이 들었다.

 

 “나봄 씨...?”

 

 하마터면 먹고 있는 우동이 목에 걸릴 뻔 했다. 전혀 들을 수가 없는, 들릴 리가 없는 내 이름이 포장마차 안에 울려 퍼졌다. 순간적으로 내 이름이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까 봤던 취객이 날 부르고 있었다.

 

 “어? 진짜 맞네. 진나봄 씨.”

 

 돌팔이 의사였다. 또 그가 왜? 아니, 도대체 이 시간에 왜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걸까? 하루 동안에 벌써 두 번이나 마주친 좁은 동네를 탓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난 잠시 사고가 정지되어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재빨리 시선을 피해 한 손으로 내 얼굴을 가려 숙였다. 얼굴을 가리고 모른 척 하기엔 너무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가 너무나도 많이 취했길 바라며 하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나봄 씨!!”

 

 아니나 다를까, 쓸데없이 붙임성 넘치는 돌팔이 의사는 나의 이름을 다시 한 번 크게 외쳤다. 포창마차 안에 있던 몇몇의 손님들은 모두 이쪽을 보고 있었고, 포창마차 이모도 다가와 아는 사이냐며 물어보셨다.

 

 “아니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와.. 대박. 나봄 씨 진 – 짜 냉정한 사람이..시네요.”

 

 모르겠다는 나의 말에 상처받은 표정을 하며 말하는 그였다. 아니, 그럼 제정신처럼 있어야 내가 아는 척을 하든 말든 하지. 이미 그의 눈은 풀려있었고, 발음도 탱탱 불은 우동 면처럼 꼬여있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요?”

 

 풀린 눈과 손짓으로 자신을 툭툭 처가면서 말을 해대는 그의 모습이 어딘가 슬퍼보였다.

 

 

 

 

 

 

 

 

 

 

 

 

 

 

 
작가의 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재회 2017 / 12 / 2 212 0 4505   
12 D-day (2) 2017 / 11 / 30 244 1 4695   
11 D-day (1) 2017 / 11 / 29 253 2 5054   
10 다시 찾아온 악몽 2017 / 11 / 26 249 3 5551   
9 할 말 많은 고백 2017 / 11 / 25 240 3 4829   
8 뜻밖의 외박 2017 / 11 / 22 236 3 4956   
7 뜻밖의 데이트 2017 / 11 / 20 227 3 4954   
6 뜻밖의 휴무 2017 / 11 / 16 246 3 4394   
5 그의 정체 2017 / 11 / 14 256 3 6448   
4 우연이 세 번이면 운명이 된다 2017 / 11 / 11 273 3 6177   
3 따듯한 감기 (2) 2017 / 11 / 9 268 4 6224   
2 화려한 회식 (2) 2017 / 11 / 8 299 5 4787   
1 빨리 찾아온 겨울, 느리게 찾아오는 연애 (6) 2017 / 11 / 7 438 5 470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