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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위치 헌터
작가 : 데르벨
작품등록일 : 2017.11.19

가족의 복수를 위해 대륙을 떠돌며 마녀를 사냥하는 남자의 이야기

 
2화 어머니의 마음 (1)
작성일 : 17-11-20 15:38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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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덜커덩

 바퀴가 돌부리에 걸리며, 그 충격이 알버트를 깨웠다.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자신이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에 잔뜩 배어있는 건초 냄새가, 그가 농가의 마차에 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바퀴 축이 연신 삐걱거리는 것으로 봐서 꽤 오랫동안 사용한 것 같았다.

 그의 발끝으로 두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젊은 사내는 알버트의 허리 근처에 앉아있었고, 머리가 희끗한 사내는 앞에서 마차를 몰고 있었다. 둘 다 시야가 전면에 고정되어 있어, 그가 깨어난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상태였다.

 알버트는 몸을 일으키는 대신, 눈을 가늘게 뜨고 상황을 살폈다. 농가의 마차라고 해서 이들이 농부라는 보장은 없었다. 불운한 주인을 대신해 마차의 소유권을 강제로 획득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사내들의 무장은 빈약했다. 젊은 사내의 발밑엔 장전된 단발 석궁 하나뿐이었다. 다른 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혹여 있다하더라도 바로 손에 들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었다. 알버트는 머리가 희끗한 사내의 무장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도적이나 탈영병의 모습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알버트가 의심을 푼 계기는 머리가 희끗한 사내를 향한 젊은 사내의 호칭 때문이었다.

 “아버지,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 돼요?”

 “이웃집 염소도 이것보단 빨리 달리겠다, 이 녀석아!”

 “멀미 때문에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아버지라 불린 사내는 대답 없이 코웃음을 쳤다. 속도도 늦추지 않았다. 젊은 사내가 고개를 숙이며 신음을 토해냈다.

 알버트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열 개 모두 감각이 있었다. 발가락도 마찬가지였다. 몸을 일으키기 위해 뒤척이자, 고통이 밀려왔다. 다행이었다. 마비된 곳이 없다는 증거였으니까.

 “읔.”

 약한 신음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젊은 사내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알버트가 눈을 뜬 것을 본 그가 허둥지둥하며 석궁을 들었다. 알버트를 겨눈 석궁의 끝이 부들부들 거렸다. 그는 이 부자가 절대 강도 같은 부류는 아닐 것이라는 걸 확신했다.

 “아, 아버지! 그가 깨어났어요!”

 “워어~!”

 젊은 사내의 아버지가 조랑말을 멈춰 세우며 뒤를 돌아봤다. 알버트는 그를 향해 겨눠진 석궁을 흘깃하며, 머리가 희끗한 사내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오, 이 양반아. 대체 길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유가 뭐요?”

 “불탄 여관을 봤습니까?”

 “못 봤다면 장님이지. 그게 여관이었다는 건 그쪽 말을 듣고 안 거지만.”

 “이 근방 주민들이 아니군.”

 머리가 희끗한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현상범을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관까지 쫒는 데는 성공했지만, 역으로 당해버렸소.”

 “여관이 불탄 이유는?”

 “놈이 질렀소. 아주 미친놈이었지. 나는 그 악랄한 범죄자가 여관 주인 일가를 다 죽인 후에야 도착했다오. 나와 싸우던 도중 놈이 불을 질렀습니다.”

 알버트는 진실과 거짓말을 섞어서 말했다. 마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납득시키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었다. 여태까진 잘 먹혀들었고, 사내의 표정으로 봐선 지금도 먹힌 것 같았다.

 “흠... 사실 당신의 가방에서 수배범 전단지를 봤지. 그쪽하고 닮은 얼굴은 없더군.”

 “무슨 문제라도?”

 “자네가 현상범 사냥꾼 행세를 하는 그 미친놈일지도 모르잖나.”

 “그거라면 내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소. 특히 석궁이 나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라면.”

 머리가 희끗한 사내가 알버트를 빤히 보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좋아, 관청으로 갈 필요는 없겠어. 그거 내려놔라, 아들아. 세상에 네 발등이라도 쏠 것처럼 부들거리구나. 이리 주고 마차나 몰아.”

 젊은 사내가 머뭇거리더니, 석궁을 아버지에게 넘기고 자리를 바꿨다. 머리가 희끗한 사내가 끙 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더니 알버트를 향해 말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

 “알버트.”

 “난 두나르 일세. 넬센에서 왔지. 반갑네.”

 그가 악수를 청했다. 알버트는 손을 맞잡으며 자세를 좀 더 편하게 했다. 아직도 온 몸이 쑤셨다.

 “넬센이면 이곳에서 나흘 거리 아니오. 이런 먼 곳까지 어쩐 일로?”

 “로딤에 동생을 만나러 가고 있었지. 자네 운이 좋았어. 간밤에 내린 비 때문에 길만 안 막혔어도, 그쪽으로 지나가지 않았을 거야.”

 마녀의 손톱에 베였던 가슴을 만져보자, 천으로 꼼꼼하게 동여매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감사하오.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자네의 운에 감사하게. 그리고 내 아들한테도. 붕대로 쓰려고 녀석 옷을 찢었거든.”

 두나르는 그렇게 말하며 마차 한편을 가리켰다. 그곳엔 술통과 먹거리가 실려 있었다. 그 옆엔 알버트의 무기와 갑옷, 그리고 배낭이 망토 위에 가지런히 쌓여있었다.

 “자네 물건은 저기에 쌓아놨네. 하지만 지금은 손대지 않아줬으면 좋겠구먼.”

 “약속하겠소.”

 알버트는 그렇게 대답하며, 두나르의 석궁을 가리켰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기엔 너무 빈약한 무장 아니오? 단발 석궁이라니... 잘 다루지도 못하는 것 같소만.”

 마차를 몰던 아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두나르가 웃으며 말했다.

 “상인들의 길을 따라왔지. 영주의 부하들이 그 길은 자주 순찰을 다니거든.”

 알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들은 세금에 관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영주들이 그들을 보호하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그 길에서 통행료를 걷는 것도 짭짤한 수입원이었다.

 “값이 비쌌을 텐데...”

 “목숨 값보단 싸지.”

 두나르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그보다 자네 가방을 살피다 특이한 동전들을 발견했는데... 그거 전투에 참가했을 때 주는 동전 맞지?”

 그가 본 것은 중요한 전투에 참전한 병사들에게만 수여 된 기념주화였다. 알버트가 고개를 끄덕이자, 두나르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일곱 개라니! 살아있는 게 용하구만.”

 “높으신 양반들이 주는 것 없이 생색내기엔 최고의 방법이었소. 전쟁이 끝났을 때, 손에 남은 건 그 동전들밖에 없었지.”

 그의 말에 두나르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내 동생도 그 동전을 두 개나 받았어. 그 녀석에 비해 자네는 멀쩡해 보이는구먼.”

 “동생이 심하게 다쳤소?”

 두나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허벅지에 화살을 맞아서 더 이상 싸울 수가 없었지. 지금은 멀쩡해. 다만 몸이 아니라 머리 쪽이 상했어.”

 그가 자기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밤마다 비명을 질러대더란 말이지. 한번은 눈깔이 뒤집혀서 나한테 달려들었는데, 옆에 밀방망이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소?”

 “결국 마을을 떠났어. 결혼해서 로딤에 정착했다는 편지도 받았지. 그리고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며칠 전에 편지가 왔어. 도와달라고.”

 “문제가 생긴 거요?”

 알버트의 물음에 두나르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별 내용도 아니었어. 근황에 대한 얘기와 아내에 대한 불평이 몇 줄.”

 “결혼 생활에 문제가 많은가 보군.”

 두나르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결혼이라는 건 항상 문제의 연속이야. 하지만 웃긴 건 이 녀석이 아내가 무섭다고 써놓은 거라네. 상상이 가나, 알버트? 동전을 두 개나 받은 녀석이 마누라한테 쥐어 잡혀 사는 모습이?”

 “그래서 그걸 해결해주려고 가는 거요?”

 “해결은 무슨. 나도 가끔 우리 마누라가 무서워죽겠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술과 안주를 가져가 녀석을 좀 다독여주는 거지. 제수씨 얼굴도 보고, 아들도 소개할 겸 말이야.”

 자기 얘기가 나오자 아들이 뒤를 힐끔 쳐다봤다. 두나르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동생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찾아갔을 때 녀석이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

 “형제간에 우애가 좋았나 보군요.”

 “동생이 마을을 떠나기 전까진 그랬지...”

 두나르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제가 있나, 알버트?”

 “형제 같은 사람들은 있소.”

 알버트의 대답에 두나르가 고개를 저었다.

 “피로 이어진 진짜 형제를 말하는 거야. 난 녀석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놈 인생이 쭉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 거든. 그러니까 이번엔 정말로 동생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어.”

 “그를 정말 아끼는 모양이군요.”

 두나르가 고개를 돌려 전방을 보며 말했다.

 “동생이니까...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지.”

 

 마차가 로딤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알버트가 마을 초입에서 내려달라고 요청하자, 두나르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봐, 이미 해가 지고 있는데, 어딜 간다는 거야?”

 “이미 충분히 신세를 졌소. 두 분은 가야 할 곳이 있지 않습니까.”

 “자네는?”

 “코린트로 갈 생각이오. 그곳에서 친구가 기다리고 있소.”

 “오늘은 여기서 묶고?”

 알버트가 고개를 끄덕이자, 두나르가 콧김을 뿜으며 말했다.

 “그럼 뭐 하러 여관을 찾나! 나를 따라오게!”

 “동생 집으로 가자는 말입니까?”

 “그래, 내가 말하면 자네한테 잠잘 곳 하나 내주지 않겠나? 괜히 돈 낭비도 안하고 좋지. 가서 한 잔 하자고!”

 “별로 좋은 생각 같지 않소만.”

 “가 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 어서 자리에 앉게!”

 알버트는 두나르의 손길에 이끌려 반 강제적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분위기를 봐서 결정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알버트는 우선 두나르를 따라가기로 했다.

 마차는 마을에서 약간 외각에 있는 집 앞에서 멈췄다. 두나르가 마차에서 내리며 집을 향해 목청껏 소리 질렀다.

 “우나르~! 이 형님이 왔다, 어서 나와!”

 그는 동시에 아들에게 말과 마차를 분리하고, 술통과 안주를 내려놓으라고 지시했다. 아들은 툴툴거리며, 마구를 벗겼다.

 그 사이 두나르는 한 번 더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집 안에선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알버트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두나르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왜 그러나?”

 “만약을 대비해서 나쁠 건 없소.”

 두나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그놈이 술에 잔뜩 취해서 자고 있나보지.”

 “그의 아내는? 지금 시간이면 밖에 나가 일을 할 때도 아니오.”

 그제야 두나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가 집안으로 들어가 동생 부부를 찾는 동안 알버트는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두나르의 동생을 발견했다.

 “두나르! 이리 와 보시오!”

 그의 목소리를 들은 두나르가 뒷마당으로 왔다. 알버트가 발견한 것을 본 두나르가 비명을 질렀다.

 “이, 이게 뭐야?”

 “의식의 흔적이오. 마녀들의.”

 “마녀라고?”

 숯으로 그린 펜타그램1). 별 꼭지마다 놓여있는 타다 만 양초. 그리고 사지가 분해된 제물. 우나르의 머리가 마법진의 한 가운데서 멍한 시선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이게 내 동생이란 말이야?”

 알버트는 대꾸하지 않고,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예상대로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자 두나르의 아들이 술통을 내리려고 낑낑대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 좀 도와줘요.”

 그가 도움을 요청하자, 알버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려놓을 필요 없네. 오늘은 그 술을 마시기 적당한 날이 아니게 됐어.”

 두나르의 아들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를 향해 눈을 껌벅였다.

 

 

 1) 원 안에 오망성을 그려넣은 마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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