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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경성크툴루
작가 : 최믹하
작품등록일 : 2017.11.17

경성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들, 괴력난신 소녀와 유학파 탐정사무소 소장님이 진실을 파헤쳐갑니다.

 
손 (2)
작성일 : 17-11-20 14:45     조회 : 562     추천 : 2     분량 : 4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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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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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괴담 애호가고 뭐고 간에,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훅 치고 들어오면 날고 기는 소장님이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괴담에 별 애호도 없는 나는 말해 무엇하랴.

 우리는 어이없는 웃음과, 창백한 얼굴색,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썹으로, 전반적으로 꽤 이상한 표정으로 잠시 버벅였다.

 

 “어, 어, 어어어?”

 “잠시만, 저, 어머니… 정말?”

 

 쿵, 쿵, 쿵.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건데.

 첫 닭이 울면 사라진다며.

 지금은 한낮인데.

 아니, 애초에 괴담이잖아. 나타나면 안되는 거잖아?

 

 손발이 차가워지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소장님과 나는 괜히 눈빛을 몇 번 주고받고, 뭔가 도움을 바라는 표정으로 마담을 바라보다가, 그리고 어둑하고 조용한 빠 안을 괜히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너무 당황한 상태로 쓸모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는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아, 씨, 어, 서양 귀신이면 물리쳐 본 적이 있는데.”

 "거, 서양 귀신은 어떻게 물리치는데요?"

 "총으로 쏘거나... 음, 그냥 총 말고 샷건..."

 "니미, 서울역 앞에서 총성이 들리면 온 동네 순사 다 오겄슈!"

 "신부님을 불러서 퇴마를,"

 "여기서 예수쟁이를 어떻게 찾아유!"

 

 심지어 여기는 술집이다. 예수쟁이는커녕 그 흔한 전도부인마저 코빼기도 안 보일 만한 곳이다. 아니, 애초에 교회당 근처에도 안 가면서 이럴 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러나 합리성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도무지 서양 귀신에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소장님이 벼락처럼 나를 돌아본 것이다.

 

 "다복아, 조선 귀신은 어떻게 물리치지?"

 

 뜬금없는 질문 앞에서, 하지만 이것은 동시의 나의 위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정말 그 순간 최선을 다해서 내 얕은 지식을 모두 쥐어짜냈다.

 

 "그니께… 어, 옛날 얘기에서 보면... 어... 초임 사또나 지나가는 선비가..."

 "우리도 대충 여기 방문자니까 외부인이고. 이상한 기색도 있어. 오케이."

 "그러니까.... 요사한 기색을 느끼고 외치는 거유.”

 “뭐라고?”

 

 자, 잠시만, 어쩌면 이게 도움이 될 지도.

 나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배에 힘을 꽉 주고는 문을 노려보며 호통쳤다.

 

 “귀신이면 물러나고 사람이면 썩 나타나라!"

 

 쾅!

 

 여인은 대답 대신 유리창에 머리를 거칠게 박았다.

 

 "젠장할..."

 

 당연히 귀신이 갈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사람이… 마담이나, 빠 저쪽 구석에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주섬주섬 일어나 우리 앞에 나타난 것도 아니다. 완벽하게 의미 없는 호통이었다.

 소장님이 멍하게 중얼거렸다.

 

 "반댄가?"

 "사람이면 물러나고 귀신이면 썩 나타나라?"

 

 한풀 꺾인 내 목소리는 이번에도 무의미하게 빠 안을 울렸다.

 순간적인 희망이었지만 좌절된 인간의 반응은, 언제나 그렇듯 공격적이다. 우리는 울상이 되어 짜증을 퍼부었다.

 

 "망할, 그 새낀 왜 이렇게 귀신친화적 인간이야?!"

 “젠장, 우린 다 틀렸슈!!!”

 

 솔직히 말해서, 아주 끔찍했다.

 내 생활공간으로 이런 존재가 찾아와서 들여보내 달라고 간청하는 모습.

 물론 그 모습이 끔찍했던 것은 나 뿐만이 아닌 것인지, 소장님은 오래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적당히 진저리를 친 다음, 다시 다급하게 물어온 것이다. 덕분에 나도 그 이상 짜증을 낼 수는 없었다.

 

 "자, 다복아, 아냐, 괜찮아. 첫 대사같은 건 생략하자. 떠올려봐, 그 다음에 뭘 하지?"

 "어… 원한이나 사연을 들어주지유."

 

 내 말에 소장님은 잠시 침묵하며 나를 바라보고, 그 다음 문을 흘끗 돌아본 다음, 미간을 찡그리며 약간 애매하게 불평했다.

 

 "그 새끼들 진짜 어지간히 오지랖이구만."

 "뭐, 사또는 그 동네 책임자니까 업무의 연장 아닐까요."

 "그걸 하라고 녹봉을 받진 않았을 거 아냐."

 

 그래도 저렇게 딱 보기에도 뭔가 원한에 가득 찬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저렇게 굴고 있다면 귀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도 무서울 것이다. 어쨌든 대충 행동방침이 나온 것 같아, 나는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려는 소장님의 팔을 툭, 쳐서 현실로 끌어내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저 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유?"

 "정황상... 그렇지?"

 

 나도 소장님을 흉내내 미간을 찡그렸다.

 

 "먹힐까유?"

 "몰라."

 

 소장님은 아주 단호하고 절망적으로 말했다.

 그러길래, 위험한 이야기를 굳이 자청해서 듣겠다고 하니까 이런 꼴을 당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위험한 이야기라고 했잖아요!'나 '왜 꼭 위험한 일에 제 동의 없이 뛰어드시는 건데요?' 하고 소장님에게 따져드는 것은 영 치사스럽다.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뭐, 이야기를 들어보려면 일단 대면은 해야 하는디… 그럼 소장님이 나가보셔유."

 "내, 내가?"

 

 소장님은 생각도 안 해봤다는 듯 깜짝 놀라서 나를 봤다만, 화만 내지 않았다 뿐이지 이 상황에 별 책임이 없는 나에게는 씨알도 안 먹혔다. 옆에서 편하게 바 스툴에 걸터앉은 마담이 노랫가락처럼 흥얼거렸을 뿐이다.

 

 "결자해지라."

 "마담까지?"

 "묶은 놈이 풀고, 위험한 이야기를 청한 놈이 위기를 해결하고."

 

 소장님은 마담과 눈싸움을 해보려고 했지만, 생활력으로 보나 배포로 보나 연륜으로 보나 여러모로 부족한 것은 소장님이다. 눈싸움은 아주 빠르게 소장님의 패배로 끝났다.

 이제 상황은 소장님이 나가서 귀신과 한번 결판을 짓는 쪽으로 급격하게 흘러가고 있었고, 이 흐름 앞에서 소장님은 쭈뼛거리다 결국은 내 팔을 붙들고 늘어졌다.

 

 "말은 내가 할 테니까 같이 나가줘..."

 

 구차하다. 타오르는 불길에 일단 달려들기는 했지만 막상 혼자 타려니 무서운 부나방의 말로다. 나는 한숨을 한번 더 쉬고는 소장님 옆에 섰다.

 

 "저렇게 무서운 애한테 어린이를 의지해서 가다니. 너무하네."

 

 뒤에서 마담이 남 일이라는 듯이 툭 던졌다.

 그러고보니 이 이야기를 우리한테 해준 것은 마담이잖아...

 그렇다는 건.

 나는 고개를 홱 돌려 마담과 눈을 마주쳤다.

 

 "잠깐, 들은 놈한테 옮겨오는 구신이면... 마담이 이 이야기를 해줬으니까, 마담은 이미 들었다는 거잖아유. 그래서 저 치가 빠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거구, 마담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비슷하지?"

 

 약간 애매한 대답이다.

 하지만 여기서 마담이 이 상황을 거짓말로 일러줄 이유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눈살을 찌푸린 뒤 마담에게서 다시 현재 상황을 확인했다.

 

 "그럼 악의적으로, 위험한 녀석이 따라붙는다는 걸 확인한 뒤에 이 이야기를 소장님한테 말해준 거에요?"

 "처음부터 위험한 이야기라고 했잖니."

 

 너무 태평스럽게 대답했다.

 어째서 딸에게 안전한 길, 아니, 최소한 평범한 길을 제시하려는 일말의 노력도 없는 것인가. 어머니가 맞나. 어디 다른 곳에 딸이 한 백 명 쯤 더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이 조심성 없는 모녀관계에 대해 한마디 하려다가, 더 궁금한 다른 주제를 떠올리고 말았다.

 

 "잠깐, 왜 마담은 겁 안 먹어요?"

 

 마담은 너무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집 주인인데, 집주인이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일리 있는 설명이다. 아까 이야기에서도 기본적으로 문을 닫고 있으면, 그리고 집 주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했던 것 같다. 갑자기 귀신과 대면해야 할 상황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소장님도 아차,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들어올 때도 따라들어오지 못했지."

 "문을 내가 보고 있었잖아. 숨어들어올 수 없지."

 

 그렇다는 건, 어쨌든 저 여인은 허락 받지 않으면 여기 못 들어온다는 것인가.

 하지만 이따금씩 여인이 머리로 유리를 들이받을 때마다 섬뜩하게 진동이 쿵쿵, 울려댔다. 심장을 직접 절굿공이로 찍어내는 것 같은 무서운 진동이었다. 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마담을 돌아봤다.

 

 "근디 깨고 들어오면유?"

 "그 전에 해결하라고 너희한테 말한 거지."

 

 결국 귀찮은 일을 떠넘긴 것인가.

 나는 고통스럽게 탄식하며 소장님의 팔을 잡았다.

 

 "가죠."

 

 문까지는 몇 걸음 안되지만 어마어마하게 길게 느껴졌다.

 문까지 걸어가서,

 손잡이를 잡고,

 돌린다.

 

 종이 딸랑, 하고 울린다.

 

 

 문을 열자 서있는 것은, 한낮의 햇살 속에서도 태연자약하게 서있는 검은 여인이었다.

 아니, 검은 것은 윗부분 만이었다. 긴 검은 머리가 온 상반신을 거칠게 휘감고 출렁이고 있었다. 뭐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두 손은 모았다… 뭐지, 노끈?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얼굴에는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았다. 검게 뚫린 고리눈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하얀 조선 저고리와 치마. 정갈할 정도로 뽀얗고 창백한, 푸르스름하기까지 한 발목이 내려가다가, 다시 하얀 버선발이다. 흙바닥 위에 서있어도 조금도 더러워지지 않은 것이 섬뜩하다.

 그림자는 없다.

 

 솔직히, 그대로 문을 쾅 닫아버리지 않는 것만이 내 자제력의 한계였다.

 소장님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모양인지, 몇번 손을 꿈지럭거리다가 결국은 입을 열었다.

 

 "들어올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지."

 

 긴장한 듯 목소리는 살짝 높아져 있었지만, 그럭저럭 들어줄 만한 목소리였다. 천하의 소장님도 이런 꼴을 당하면 긴장하기는 하는구만.

 

 "어째서 사람들을 따라다니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찾았다."

 

 칼처럼 소장님의 말을 자르고 들어오는 그 목소리는 묘하게 부드러워서, 소름이 오싹 돋았다.

 

 이목구비가 없던 여자의 얼굴 아랫쪽이 검고 길게 찢어졌다.

  나는 아주 조금 늦게 그게 아주 큰 미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리적으로 벌어진 입과는 상관없이 여자는 빠르게 속삭였다.

 

 "찾았다, 찾았다, 찾았다, 찾았다, 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찾았다"

 

 여자의 손이 천천히 앞을 향해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나아갔다.

 

 그것이 열린 문을 향한 것인지, 우리를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둘 다 일직선상에 서 있었다. 그 손이 소장님에게 닫기 직전에, 나는 소장님을 끌어당기며 문이 떨어져라 거칠게 닫았다. 쾅!

 

 "씨발!!! 씨발!!!!!!"

 

 당연히 욕도 한 사발 퍼부으면서.

 

 

 
작가의 말
 

 이번 화는 좀 짧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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