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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무제
작가 : 시예랑
작품등록일 : 2017.11.19

가뜩이나 힘든 세상, 오지랖까지 넓어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고생하는 수호.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세상, 사람과 깊게 엮이는 것 자체가 질색인 재인. 완전 반대성향인 이 둘의 유쾌한 로맨스.

 
2화 - 열 받게하는 그 남자(1)
작성일 : 17-11-20 14:34     조회 : 88     추천 : 0     분량 : 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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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윽."

 

 "괜찮으십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서류를 보게 되면 주변을 잘 신경을 안 써서.."

 

 "........"

 

 

 재인이라는 그 남자. 정문 쪽으로 안 나가고 하필 이쪽으로 나오냐.. 괜찮다 말하고 바닥에 흩어진 서류를 밟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다가 이번 컬렉션이 담긴 사진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경복의 디자인들이었다. 인성은 쓰레기였지만 한국에서 자기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낼 만큼 경복은 젊은 디자이너로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들었다. 이번 컬렉션도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는데.. 저 자료를 들고 있는 거 보니까 그냥 업무 차 관련된 사람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괜찮으시다 하니 전 그럼 이만...."

 

 "아....저기!..그.....실례지만….. 이름이 혹시 재인…….맞으신가요? 혹시 재희나 재이..뭐 그런 이름이신 거 아니세요?"

 

 "네? 그게 무슨...?"

 

 "아 그게.. 아까 만나셨던 분 있잖아요."

 

 "아까 만난? 아.. 크리스씨요?"

 

 

 크리스는 얼어 죽을... 이 사람은 김경복의 본명을 잘 알지 못하나보다. 디자이너 명인 크리스로 부르는 거 보니 김경복 자존심상 숨긴 것이 분명했다. 평소에도 개명할거라고 노래를 불렀으니...

 

 

 "네 뭐..그 크리스씨.. 저기.. 그 분과 관련해서 뭐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욱 수려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아몬드형의 날렵한 눈매에 이목구비도 시원시원하여 깨끗한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시간 좀 내달라는 수호의 말에 수상한 사람이 아닌지 잠시 가늠하다가 로비라운지 방향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쪽 조용한 곳으로 가서 얘기하시죠 그럼."

 

 

 일단 마주하게 되었는데 이 말을 해도 되는 건지 두려움이 앞섰다. 말해도 되나? 초면인 사람에게 혹시 게이 맞으시냐고 물었는데 아니면..? 명예훼손이라면서 불쾌하다고 막 뭐라 하진 않을까?

 

 

 "그분과 관련해서 여쭤보고 싶다는 게 뭐죠?"

 

 "아..그.. 일단 성함이 재인이라는 분.. 맞는 거죠?"

 

 "....네. 한재인이라고 합니다."

 

 "아네.. 저는 진수호라고 합니다."

 

 "....."

 

 

 악!! 거기서 이름은 왜 말한 건지.. 자기소개하려고 붙잡은 것도 아닌데..

 

 

 "그... 제가 들은 게 있어서요. 이곳에서 일하는 재인씨라는 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경복.. 아니 크리스씨가 얘기했는데 그..남자 분이셔서...제가 잘못 안게 아닐까 싶은데.. 혹시 이 회사에 다른 재인이라는 분이 있나요?"

 

 "글쎄요. 제가 이 회사직원 명단을 다 외우고 다니는 건 아니라서요. 하지만 크리스씨가 좋아한다는 사람은 아마 저 맞을 겁니다."

 

 "네??"

 

 "최근에 고백 받았으니까요."

 

 

 여..역시.. 내가 1년간 사귄 남자가 정말 게이가 맞았구나..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나랑.. 사귄거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호를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재인이 입을 연다.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크리스씨 이쪽업계에서는 그쪽 성향으로 이미 유명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었을 텐데.."

 

 "아네.. 제가 그쪽 분야에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여서요.."

 

 "흠...그럼 묻고자하는 질문은 다 끝난 건가요? 저는 그럼 바빠서 이만.."

 

 "저..그럼!!..그..그러니까..."

 

 

 일어나려는 재인을 급하게 붙잡고는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자 재인은 아몬드형 눈을 가늘게 떠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었다. 수호는 그쪽도 그럼 게이가 맞으시냐고 물을까하다 차마 묻지 못하고 얼굴만 약간 붉어진 채였는데 재인은 다른 입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저런 태도와 저런 눈빛은 여자들 사이에서 숱하게 봐 왔었으니까.. 길가다가 재인을 붙잡고 말을 걸던 여자들의 모습과 똑같았기에 빠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저기..그럼 그쪽은 혹시.."

 

 "아까 진수호씨라고 하셨죠?"

 

 "네?!네.."

 

 "죄송하지만 저는 여자한테 별로 관심 없습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여자한테 관심 없다고요 저. 굳이 말하면 크리스씨랑 같은 성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

 

 

 지금 나한테 대놓고 커밍아웃한게 맞지? 사회의 편견이라는 것도 있는데 커밍아웃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수호는 그래도 회사라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어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했는데 당사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커밍아웃을 하자 도리어 더 당혹스러워했다.

 

 

 "아..그러니까..한재인씨도 크리스씨랑 같은 동성..애자가 맞으시다는 거죠?"

 

 

 상대방의 당당한 공개에 당황하여 동성이란 부분을 소리죽여 수호가 재확인하였고, 그런 배려가 마치 웃기다는 듯이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재인이 웃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뭐.. 근데 크리스씨한테 제 얘기를 어떻게 듣고 여기까지 찾아온 건가요? 둘은 무슨 관계인지..."

 

 "아..그..크리스씨랑은..."

 

 

 본의 아니게 동성애자들 사이에 끼어버린 수호는 차라리 사실대로 말하고 김경복을 물 먹일까 고민했지만 다른 여자도 아닌 남자한테 자신의 남자친구를 빼았겼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창피해서 얼굴을 붉힌 채 쭈뼛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말씀하시기가 곤란하신 모양이군요. 아무튼 저하고 더 이상 말 섞어봤자 시간낭비입니다. 진수호씨가 호감을 표해도 여자한테는 관심자체가 없으니.."

 

 "............네? 제가 호감을 표해요? 언제요?"

 

 "저한테 호감을 갖고 계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찾아 오신 거고요."

 

 

 ............................................하??!!! 역시 김경복이 사랑하는 남자답게 똘끼 있으시네. 얼굴이 좀..이 아니라 상당히 반반한건 인정하겠다만 갓 만난사람이 자길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심한 왕자병 아닌가?! 수호는 분노했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지간하면 화내지 않는 성격이건만 이 순간만큼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거.든.요?!! 도대체 왜 그렇게 오해하셨는지 좀 궁금하네요."

 

 "음.. 정 궁금하시면 화장실에서 거울 보던가요. 거기서 그 붉은 얼굴 좀 식히고 가세요."

 

 

 붉은 얼굴...? 수호는 조금만 놀라거나 창피해도 쉽게 얼굴을 붉혔다. 이것은 습관처럼 흔한 일상이었는데 이 얼굴과 행동 때문에 그런 오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설마 동성애자일지도 모르던 남자에게 그것도 자신의 전 남자친구를 빼앗은 남자에게!! 자신이 호감을 갖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모든 생각이 정리되자 붉은 끼 돌았던 얼굴은 완전 새빨개졌고 그 모습을 보던 재인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하였다.

 

 

 "이야기 다 끝나셨으면 저는 그럼 이만.."

 

 "하아.. 저기요!!"

 

 
작가의 말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부디!!추천과 코멘트 부탁드려요♥♥ 즐거운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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