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트리플 러브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11.6

한 번, 두 번, 세 번...... 수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완전한 사랑, 트리플 러브가 펼쳐진다.

 
제 9화. 아마도 운명이 아닐까 - 2037년, 여경
작성일 : 17-11-20 10:27     조회 : 343     추천 : 0     분량 : 437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긴 왜?”

 “형도 가끔 차가 필요하잖아요. 더 이상 고집 부리지 말고 자율주행차 구입해요.”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이 운전을 대신하기 때문에 태영의 몸 상태와 상관없이 운행이 가능하다. 지리산으로 내려오면서 구입을 적극 권유했지만 그는 내키지 않아 했었다.

 

 “차라리 네 낡은 전기차를 팔고 이걸 사면 어때? 난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내 손으로 직접 하는 게 아니면 영 찜찜해.”

 “형 차가 따로 있으면 아무래도 자주 외출하게 되잖아요. 60대 부부한테도 각자의 생활이 필요한 거라고 형이 말하지 않았던가?”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내 주장을 관찰시키고 싶었다. 우리는 자동차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국내산도 종종 있었으나 토요타, 메르세데스, BMW, 아우디, 구글, 애플 등 대부분이 외국산이었다. 자동차 인공지능에 관한 윤리적 논쟁이 뜨겁던 국내 업계가 개발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던 탓이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랑 맞붙은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네.”

 “그러게요. 그땐 인공지능에 대해 반신반의했었는데.”

 “난 지금도 좀 그래. 인공지능이 철학이나 윤리에 기반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앞에 두 사람이 걷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을 피하면 나머지 한 사람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인공지능이 어떤 선택을 할까?”

 

 그의 의문은 단순히 개인적인 우려의 수준이 아니었다. 인공지능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사회는 예기치 않은 윤리적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었다.

 

 “프로그래밍이 아주 정교해져야겠죠. 더 작거나 취약한 사람, 성인보다는 아이를 선택하는 쪽으로 말이에요.”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인공지능이 그만큼 정교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구.”

 

 그는 내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자율주행차의 구입을 결정했다. 지리산의 험준함, 스포츠카에 대한 그의 로망을 고려해 실용성과 가속력을 갖춘 스포츠 세단형을 선택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민영과의 만남에 대해 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가 불쑥 먼저 말을 꺼냈다.

 

 “민영인 별로 변한 게 없더라구.”

 “그래요?”

 

 이후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오늘도 민영이한테 참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구.”

 “왜요?”

 “다시 태어나면 자기랑 연인이 될 수 있겠냐고 묻길래 대답을 못했거든.”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가 스크린 위의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천천히 훑으면서 말했다.

 

 “미안해서 대답을 못한 거라고 봐야지.”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가 고른 노래는 에드 시런의 ‘Thinking out loud’. 세월과 함께 잊힌 정겨운 옛 노래 중 하나였다.

 

 『세월이 흘러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질 때가 되어도/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주겠니?』

 

 우리는 익숙한 멜로디를 함께 흥얼거렸다.

 

 『일흔 살이 넘어서도 너를 사랑할 거야/나의 심장은 여전히 스물 셋처럼 두근거릴 거야/난 매일 너와 사랑에 빠지는 듯해.』

 

 어스름한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 낡은 전기차는 구불구불한 산길로 들어섰다. 하늘 가득 퍼진 붉은 기운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흐드러져 있었다.

 

 『내 머리가 벗겨지고 기억도 흐릿해져갈 때/사람들이 내 이름을 잊어가도/너는 날 계속 사랑해줄 거라 믿어/우리의 영혼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늘 푸르기만 할 거야/너의 미소는 내 가슴과 기억 속에 평생 남아있을 거야.』

 

 우리의 침묵에도 아랑곳없이 절절한 멜로디는 계속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만난 거야/아마도 이건 운명이 아닐까.』

 

 운전대를 잡은 내 손 위에 그의 손이 살포시 얹혔다. 행복의 기운이 온몸 가득 전해져왔다.

 

 ***

 

 “언제 다 작업하셨어요?”

 “틈나는 대로 했죠. 벽돌 만드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라구요.”

 “벽돌 쌓기 시작하면 절반은 된 거라고 봐야죠. 축하드려요. 정말 대단하세요.”

 

 작년 가을 귀농한 신혼부부 태율과 해나. 우리 집에서 2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그들의 파란 지붕집이 나온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된 셈이다. 태율의 직업은 디지털 고고학자.

 

 “두 사람 오랜만에 왔네. 많이 바빴나?”

 “산 중턱에서 새로 발견된 석조 유물이 있었거든요. 디지털 복원 작업 들어가면 끝날 때까지 꼼짝을 못해요.”

 

 귀농 부부이긴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계형 농사를 짓지는 않는다. 각자의 직업을 갖되 젊은 나이부터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이었다.

 

 “귀농이 한창 시작됐을 땐 도시에서의 직업을 정리하고 생계형 농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지.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 사람들도 부지기수였어.”

 “20년도 넘은 얘기죠.”

 “그러게. 요즘 트렌드는 자네들 같은 부부지.”

 “그렇게 치면 선생님 댁도 트렌드에 걸맞는 귀농 부부시네요.”

 

 음식 솜씨가 좋은 해나가 고사리와 더덕 무침을 챙겨왔다. 요즘 같은 첨단 시대에도 사람의 입맛만큼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해나는 우주여행 가이드였다. 우주관광 체험객을 상담하고 신체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에서부터 탐사준비, 중력가속도, 무중력 훈련 등을 담당한다. 항공우주공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그녀의 주 전문 분야는 심리 훈련과 후유증 대비 훈련이었다. 지리산 귀농은 그녀의 직장이 남원시로 본사를 옮기면서 성사되었다.

 

 “저희도 선생님 댁처럼 흙벽돌집 짓는 게 꿈이에요. 아이를 가질까 생각 중이어서 미뤄두고 있긴 하지만요. 나중에 노하우 좀 많이 알려 주세요.”

 “원한다면 얼마든지요. 근데 아이 가질 계획이에요?”

 

 2037년의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둔 젊은 부부가 얼마나 될까. 출산율은 이미 바닥을 친 지 오래였다. 1인 가구 수가 전체의 35%를 육박하고 있었고, 2년 전부터 이미 전국의 모든 시도에서 1인 가구 수가 가장 많았다. 이혼과 독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부부와 자녀’라는 가족의 형태는 구태의연한 옛 말이 된 지 오래였다.

 

 “아직 고민 중이에요. 아이를 가진 친구들이 거의 없어서 겁나기도 하구요.”

 

 태영이 작업을 시작했다. 태율이 도우려는지 그의 곁에 바싹 다가섰다.

 

 “선생님 댁은 아이 고민 안 해보셨어요?”

 “안 해 본 건 아녔지. 근데 여러 가지로 여의치 않더라구.”

 

 그의 재활 치료가 정상 궤도에 올랐을 즈음 우린 이미 4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생물학적으로 출산이 불가능한 나이는 아니었으나, 우리는 두 사람만의 가정을 꾸리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항상 궁금했던 게 있어요. 20년 만에 환자가 돼서 돌아온 남자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말이에요. 선생님한텐 약혼자도 있으셨다면서요.”

 

 쉽지만은 않았다. 마음은 오롯이 그에게로 향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딸의 20대를 절망으로 몰고 간 장본인, 그것도 환자가 되어 나타난 태영을 가족들이 받아들이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

 

 “꼭 그래야겠어?”

 

 평소 한결같이 내 편이 돼주던 셋째 오빠마저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지환이랑 걔네 집안까지 관련된 문제야. 무책임한 선택일 수 있다구.”

 “형한텐 내가 꼭 있어야 돼. 그 사람한텐 나밖에 없다구. 지환 씨나 가족들은 적어도 그렇진 않잖아.”

 

 말은 거침이 없었지만 내 가슴은 이미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상태였다. 특히 지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야만 한다는 게 너무도 괴로웠다.

 

 “마음이 그리로 가고 있는 거지?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다른 사람 말고 너 자신만 생각해.”

 

 가장 의외의 반응을 보인 건 둘째 오빠 찬호였다.

 

 “내가 왜 수술이 필요 없는 재활의학을 택했는지 아니?”

 

 전부터 궁금했었다. 조각가가 되겠다던 그의 꿈은 차치하고라도 어릴 때부터 워낙 손재주가 뛰어났던 그였기 때문이다.

 

 “미대 가는 걸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렇다고 아버지 뜻대로 의대에 가긴 죽기보다 싫었지.”

 

 몰랐었다. 불가항력의 아버지 앞에서 그가 손목을 그었었던 사실을. 이성을 잃은 그의 오른손에서 비껴간 칼이 그의 두 손가락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는 것을. 나를 포함한 형제들은 그저 과학 실험 도중 일어난 사고로만 알고 있었다.

 

 “놀라운 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버진 차분히 응급 처치를 하셨다는 거야.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이야.”

 

 아버지의 냉철함에서 오빠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 같은 걸 느꼈다고 했다. 그의 자식으로 태어난 이상 그 어떤 것도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

 

 “덕분에 외과 쪽은 접었지. 그동안 아버지랑 나만 아는 일이었어.”

 “아버지 뜻을 거스를 수 없단 얘길 나한테 하고 싶은 거야?”

 “아니야. 그 일은 아버지한테도 큰 충격이었던 거 같아. 윤호한테도 결국 손을 드셨잖아. 너도 이미 반쯤은 포기하셨을 거야. 다 내가 길을 터놓은 덕이지.”

 

 그러고 보면 셋째 오빠의 학생 운동과 기나긴 방황에는 아버지가 훨씬 너그러웠던 걸로 기억되었다. 희망적인 결론이었지만 어쩐지 서글펐다. 부모와 자식의 삶이란 결국 그런 것일까.

 

 “저희 그만 가볼게요.”

 

 태율이 바짓단에 묻은 진흙을 툭툭 털어내며 채비를 했다. 해나도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선생님 약혼자 얘기도 궁금해요. 조만간 저희 집으로 초대할 테니 그때 꼭 들려주세요.”

 

 두 사람이 언덕길 아래로 조용히 멀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궁금해 하는 지환의 얘기는 나에게 아픈 기억이다. 그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월, 수, 목, 금 연재 2017 / 11 / 6 584 0 -
23 제 23화. 또 다른 세계 - 1997년, 여경 2017 / 12 / 14 388 0 4394   
22 제 22화.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 - 2017년, 태영 2017 / 12 / 13 337 0 4218   
21 제 21화. 보이는 게 전부일까 - 2037년, 여경 2017 / 12 / 11 319 0 4281   
20 제 20화. 끝나도 끝나지 않은 - 1997년, 태영 2017 / 12 / 8 352 0 4202   
19 제 19화. 드라마보다 강렬한 현실 - 2017년, 여… 2017 / 12 / 7 320 0 4237   
18 제 18화.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 - 2037년, 태… 2017 / 12 / 6 341 0 4264   
17 제 17화.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 - 1997년… 2017 / 12 / 4 347 0 4133   
16 제 16화. 수많은 ‘왜’ - 2017년, 태영 2017 / 12 / 1 333 0 4585   
15 제 15화. 보듬고 싶은 상처 - 2037년, 여경 2017 / 11 / 30 342 0 4608   
14 제 14화. 뜨악한 고백 - 1997년, 태영 2017 / 11 / 29 323 0 4783   
13 제 13화. 방치한 나의 시간들 - 2017년, 여경 2017 / 11 / 27 323 0 4185   
12 제 12화. 전할 수 없는 메모 - 2037년, 태영 2017 / 11 / 24 328 0 4972   
11 제 11화. 단 하나뿐인 호칭 - 1997년, 여경 2017 / 11 / 23 331 0 4358   
10 제 10화. 이기적인 연민과 사랑 사이 - 2017년, … 2017 / 11 / 22 327 0 4277   
9 제 9화. 아마도 운명이 아닐까 - 2037년, 여경 2017 / 11 / 20 344 0 4371   
8 제 8화. 밤바람에 흔들리는 - 1997년, 태영 2017 / 11 / 17 330 0 4925   
7 제 7화. 절망과 희망 사이 - 2017년, 여경 2017 / 11 / 16 345 0 4168   
6 제 6화. 그녀만을 위한 삶 - 2037년, 태영 2017 / 11 / 15 310 0 4412   
5 제 5화. 단 하나의 이유 - 1997년, 여경 2017 / 11 / 13 330 0 4489   
4 제 4화. 믿는다는 그 말 - 2017년, 태영 2017 / 11 / 9 332 0 4291   
3 제 3화. 시간과 공간의 추 - 2037년, 여경 2017 / 11 / 8 327 0 4596   
2 제 2화. 그녀의 시선공포증 - 1997년, 태영 2017 / 11 / 7 324 0 4436   
1 제 1화. 무력해진 언어 - 2017년, 여경 2017 / 11 / 6 553 0 445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나의 유령 작사
이류수
사랑에 관한 여
이류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