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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스네이크맨
작가 : 엄길윤
작품등록일 : 2017.11.8

뱀의 능력을 가진 남자가 성범죄자를 처단한다.

 
뱀은 뱀을 잡아 먹는다(2)
작성일 : 17-11-20 09:58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3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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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 튼다. 결국, 발바리는 상가 건물 밑으로 지나가지 않았다. 어쩌면 놓쳤는지도 모른다. 어둠과 차가운 몸은 마치 한 몸처럼 구별하기 어려우니까.

 

 5시간 넘게 꼼짝 않고 누워 있었는데도 몸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형광 뱀에 물린 이후로 인내심이 크게 늘었다. 이 상태로 며칠 정도는 아무것도 안 먹고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놈도 나와 같은 상황이었을 거다. 어둠 속에 숨어 나를 기다리는 게 어렵지 않았을 테지. 그것도 누군가를 죽일 목적이라면 더더욱. 그건 일종의 본능이었을 거다.

 

 놈은 분명 여자들을 강간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계속 자극적인 걸 추구하다 보면 결국 끝을 보기 마련이다. 특히 성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이 그렇다. 세상에서 제일 잔혹한 범죄 현장이 치정이라고 했던가.

 

 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을 비웃고, 짓밟는 새끼들. 그 순간은 자기가 정의고, 세상 모든 법칙을 지배하는 신이라고 생각할 거다. 피해자 자신을 가해자라고 여기는 굴종까지 심어주면서 말이지.

 

 그게 성적 욕망과 합쳐지는 단계에 이르면, 화학적 거세나 고추를 자르는 거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단순히 꼴려서 강간한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다. 그럼 딸딸이나 치겠지. 여자들을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간은 기본적으로 남을 지배하려는 행위다. 몸과 마음은 물론이고, 결국엔 그 생명까지도. 그런 놈은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사람들과의 영원한 단절이라도.

 

 발바리 놈의 상황이 딱 그렇다. 나를 죽이려고 한 거로 보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언제든 여자들을 강간하고 죽일 거다.

 

 날이 더 밝아졌다. 이제 와서 놈이 나타나지는 않겠지. 햇볕으로 붉어진 세상에서 짙은 파란색은 눈에 확 띈다. 물러날 때다. 내가 놈을 보면 놈도 나를 본다. 내가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기습이다. 저번에 당한 것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조져주마.

 

 

 

 벌써 삼 일 째 10층 상가 건물 옥상에 올랐다. 늦은 새벽에 나와 아침까지 대기했는데도 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어둠 속에 숨어서 내가 먼저 움직이길 기다리는 거겠지.

 어림도 없다. 놈의 인내심에도 분명히 한계가 올 거다. 들끓는 욕망을 참을 수 없을 터. 조만간 여자를 따먹으려고 껄떡댈 게 틀림없다.

 

 반대로 난 이미 욕망을 충분히 분출하는 중이다. 놈을 잡으려는 모든 시도 자체가 나에게 참을 수 없는 떨림을 안겨준다.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일단 놈을 잡으면 죽여 버릴 거다. 그 전에 형광 뱀에 대한 이야기를 토해내는 게 먼저겠지만. 그러니까 이 대결에서는 내가 승자일 수밖에 없다. 난 오직 너만을 보고 있거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놈의 그림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놈이 근처를 지나갔다면 한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내가 놈을 너무 얕잡아봤나? 분명 끓어오르는 욕망을 참을 수 없을 텐데?

 

 그래. 참을성만큼은 씹인정한다. 그럼 나도 거기에 맞게 대응해야지? 왜 옛날 영화 중에 프레데터라는 게 있다. 힘을 과시하기 위해 인간을 사냥하는 외계 생명체가 나오는 공포영화. 거기에서 아놀드가 열 감지하는 외계인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아는가? 바로 온몸을 진흙으로 덕지덕지 발라서 체온을 숨기는 거다.

 

 아무래도 놈을 잡기 위해서는 그 정도 수고는 해야 할 것 같다. 영화와는 반대로 열을 숨기는 게 아니라 발산해야겠지만.

 

 낮에는 팔다리와 온몸에 핫팩을 붙였다. 그 후 상가 옥상으로 올라가 놈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밤이 되면 핫팩을 뗐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놈을 기다렸다. 그러고도 이틀이 더 지났다. 놈은 낮이든 밤이든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하다. 왜 안 움직이지? 뭔가 놓친 게 있을까? 점심시간에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카페를 찾았다. 여전히 동네 아줌마들은 카페 한자리를 차지한 채 떠드는 중이었다.

 

 옆으로 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귀를 기울였다. 딱히 누가 성추행을 당했거나, 새벽에 잠을 자다 귀신을 봤다는 호들갑도 없었고,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야단법석도 없었다. 이렇게 조용하다니. 혹시 그일 이후 복수를 예감하고, 아예 동네를 떠난 걸까? 아니다. 그럴 리가.

 

 처음 발바리를 찾아 나설 때와 같은 상황이었다. 그때도 놈은 아무런 흔적도 없다가 내가 방심한 틈에 나타나 나를 제압했다. 분명히 어딘가에 숨어 나를 기다리는 거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곱씹으면서.

 

 먼저 움직이는 자가 지는 거다. 많은 종류의 뱀이 같은 뱀을 먹이로 삼는다. 포식자가 되기 위해서는 놈의 의심을 사야 한다. 내가 놈이 다른 지역으로 떠났을까에 대해 의심하던 것처럼, 놈도 나에 대해 의심해야 한다. 어떻게?

 

 최고의 속임수는 상대방을 속이지 않는 거라고 했다. 그냥 기다리면 된다. 놈이 뱀 굴에서 자신을 의심하도록. 내가 이 지역을 떠난 게 아닐까 하고 고민하도록. 여자를 강간하고픈 욕망이 그 생각에 더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다.

 

 다시 몸에 핫팩을 두르고, 10층 상가 건물 옥상에 올랐다. 복면을 쓰고 가만히 엎드려 놈을 기다렸다.

 

 애초에 놈은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처음부터 목표가 달랐다. 놈은 여자가 목표였고, 난 놈이 목표였다. 생태계에 정해진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였다. 안에 속해있는 한은 깨부술 수 없는 규칙이기도 했다.

 

 뜨거운 오후의 햇볕이 온몸에 내려앉았다. 덥고, 갈증이 나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놈의 몸뚱이를 부수고, 짓이기는 거였다. 그놈의 나불대는 주둥아리를 쥐어 패 다시는 개소리 못 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밤이 찾아왔다. 몸에 붙인 핫팩을 버렸다. 여전히 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아침이다. 준비해 온 새 핫팩을 몸에 붙였다. 아무리 봐도 놈은 없다. 시간이 흘러 또다시 밤이 됐다가 아침이 찾아왔다. 그 사이 핫팩을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 놈은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진짜로 떠난 거라면? 내가 지금 잘못된 판단을 한 거라면?

 

 최고의 속임수가 상대방을 속이지 않는 거라면, 최악의 속임수는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상대방을 믿어버리는 것이다.

 

 믿지 마라. 귀 기울이지 마라. 놈이 나를 놔두고 다른 곳으로 갔을 리가 없다. 놈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일 거다. 그런데도 놈은 결국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균열이다. 여자를 지배하고 해치고픈 욕망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 것이다. 모든 성범죄자는 다 그런 운명인 셈이다. 나에게 짓밟힐 운명 말이지.

 

 순간, 밑에서 뭔가 변화가 생겼다. 열로 붉었던 한 곳이 갑자기 시퍼렇게 변했다. 온도가 낮아졌다는 이야기였다. 내리쬐는 햇볕이 그 자리에서만 사라질 이유가 없다. 분명히 인위적이다.

 

 엉금엉금 기어가 옥상 모퉁이 끝에서 아래를 굽어봤다. 다세대주택과 원룸 건물 사이의 좁은 틈에서 뭔가가 꾸물거렸다. 재활용 쓰레기를 담는 포대가 옆으로 걷히면서 램프를 든 사람이 나타났다. 온몸이 차갑게 식은 사람이었다.

 

 놈이다. 발바리 놈이 나타났다! 내가 있는 곳 바로 밑에서 대기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낮에는 램프의 열로 자신을 숨기고, 밤에는 램프를 끔으로써 어둠과 하나가 됐다. 그 짓을 해가며 지금까지 버티다니 지독한 놈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주머니에서 피젯스피너 두 개를 꺼냈다. 하나씩 일일이 날을 깨물어 마취액을 묻혔다. 놈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왔다. 바로 밑까지 다가오면 뛰어내려 피젯스피너로 대가리를 찍어버릴 거다. 그럼 거품을 물며 쓰러지겠지.

 

 숨죽이며 놈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놈이 상가 건물 출입구까지 걸어왔다. 두 손에 피젯스피너를 쥐고 빙글빙글 돌렸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조금만, 더.

 

 놈이 건물 출입구 앞에서 멈춰 섰다. 이때다! 뛰어내리려고 벌떡 일어섰다. 그때 놈이 얼굴을 번쩍 들었다. 사방을 살피다 나를 올려다봤다. 당황한 얼굴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뛰어내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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