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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개와 늑대의 시간
작가 : 검은베로니카
작품등록일 : 20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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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소녀와, 해결사 청년의 이야기

 
프롤로그
작성일 : 16-08-31 02:43     조회 : 650     추천 : 1     분량 : 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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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여서 미안해요.”

 

 어두운 골목 안으로 소녀의 목소리가 작은 울림을 만들었다. 소녀의 목소리는 작은 새의 지저귐처럼 맑고 가벼웠다.

 

 소녀는 밤의 그림자에 엷게 덮여 어둠에 동화된 것처럼 보였다. 길게 내려오는 베일 같은 검은 머리칼이 불어오는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며 반짝였고, 도자기처럼 매끈한 뺨에 살짝 걸린 장밋빛 홍조는 소녀의 인형 같은 외모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소녀는 베레모를 눌러쓰고 있었지만 그 사이로 비치는 장난기 서린 푸른 눈동자는 감출 수 없었다.

 

 소녀의 눈은 골목의 끝, 쓰레기 더미에 꼴사납게 처박혀 있는 한 남자를 향해 있었다. 쓰레기 더미에 반쯤 파묻혀 있는 남자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한 채 꿈을 꾸는 표정이었다.

 

 소녀는 한 걸음 골목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아저씨한테 물어볼게 있어요. 그러니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순순히 말해 주었으면 좋겠는데요.”

 

 소녀는 맑은 목소리로 ‘아, 이미 험한 꼴은 당하셨던가? 미안해요.’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게 혀를 내밀었다.

 

 소녀의 작은 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권총이 들려 있었다. 소녀는 웃으며 슬라이드를 당겼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겨누었다.

 

 “사람을 찾고 있어요. 순순히 협조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

 

 소녀의 입 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남자를 향해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았다.

 

 “빵!”

 

 하지만 방아쇠를 당긴 뒤에 난 소리는 총성이 아닌, 소녀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남자는 그 소리에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뜨고선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서부극에나 나올 것 같은 자세로 허리에 한 손을 얹고서 총구를 후, 하고 불었다. 남자는 멍청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의 얼굴에 살짝 걸려 있던 엷은 미소는 완연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러고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푸, 푸하. 아하하, 나, 나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어. 패스, 패스.”

 

 소녀는 능숙한 손동작으로 총을 한 바퀴 빙글 돌리더니 손잡이를 벽에 짙게 낀 그림자 쪽으로 내밀었다.

 

 “……너무 지나쳤어 리리.”

 

 그리고 그림자에서 소녀―리리를 다그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림자는 손을 뻗어 리리가 내민 총을 그림자 속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아하하, 잔소리는 나중에 들을게. 너, 너무 웃겨서 풉. 아하하.”

 

 뭐가 그리 웃긴지 리리는 아예 웃음이 터져서 주저앉아 끅끅거리기 시작했다.

 

 리리가 웃음을 참는 동안 짧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벽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인다 싶더니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아직 소년의 얼굴이 남아 있는 앳된 얼굴의 청년이었다.

 

 청년은 검은색 일색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로 접어들지 않은 가을 날씨에 급하다 싶은 검정색 롱코트 차림이었다. 단정하게 다듬어진 짧은 검은 머리칼. 그리고 검은 눈동자엔 올곧이 빛이 담겨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채수씨. 초면에 실례를 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청년은 쓰러져 있는 남자-채수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자리에 주저앉고서 품안을 뒤지더니 작은 종이를 하나 꺼내 남자에게 내밀어 보였다. 명함이었다.

 

 명함에는 쓸데없는 장식 없이 심플하게 아래의 문구만이 적혀 있었다.

 

 「해결사. 유도진.」

 

 남자-채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뭐야…사냥개냐.”

 “흔히들 그렇게 말더군요.”

 

 그렇게 말하며 청년, 도진은 품속으로 명함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웃는 얼굴이 굉장히 맥 빠지게 생겨먹은 녀석이라고 채수는 생각했다.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시는듯하니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면 설명이 필요하신가요?”

 

 “흥. 네놈들 사냥개가 돈만 주면 온갖 일들을 다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겠네요. 이렇게 거칠게 초대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저기 웃고 있는 친구가 워낙 장난을 좋아해서 …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일어서시는 거 도와드리겠습니다.”

 

 도진은 머쓱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으나 채수는 그 손을 쳐내고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진도 어색한 웃음으로 손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채수는 자신의 꼴을 돌아보았다.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있던 탓인지 썩은 냄새가 온몸에서 진동을 했다. 자신의 짧은 스포츠머리에 달라붙은 미역줄기를 때어내고, 아끼는 하와이안 셔츠에 묻은 진물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기분이 나빠지며 열이 차올랐지만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이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진 경위를 머릿속으로 재빨리 떠올리려 했다.

 

 하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고 몽롱했다. 자신은 여느 때처럼 자신의 구역에서 제 때 돈을 내지 않는 업주들에게 반 협박을 하고선 꿀꿀한 기분으로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골목을 지나다 저기 리리라고 불린 소녀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이끌려 간 것 까지는 떠오르는데 그 이후는 백지였다.

 

 “이채수 씨?”

 

 채수는 도진의 물음에 정신을 차렸다.

 

 “옷이 더러워진 것이 신경 쓰인다면 세탁비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잠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미안한 짓은 이미 다 해놓고 대화로 풀자는 도진의 이야기에 채수는 한 방 날려주고 싶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참았다.

 

 “……해봐.”

 “혹시 이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도진이 꺼낸 사진에는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공항을 걷고 있는 한 여성이 찍혀 있었다. 모델같이 큰 키,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군살 없는 몸매. 선글라스로 눈매를 가리고 있었지만 그 뒤로 고혹적인 눈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 번 보고나면 잘 잊혀 지지 않을 강렬한 인상의 미녀.

 

 채수는 한참동안 그 사진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몰라. 그걸로 용건은 끝인가?”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묘한 웃음과 함께 사진을 집어넣었다.

 

 “당신 그거 거짓말이지?”

 

 그 때 맑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웃음이 진정된 리리가 어느새 요정 같은 가벼운 걸음으로 채수의 곁으로 다가왔다. 리리가 너무 가깝게 붙어선 덕에 채수는 반사적으로 반쯤 걸음을 뒤로 물렀다.

 

 리리는 손을 들어 채수의 가슴께에 손을 얹었다.

 

 “당신 거짓말을 하고 있어. 이렇게나 심장이 뛰는걸. 의외로 누군가를 속이는데 서툰 사람이네. 이렇게 티가 나는걸 보면.”

 

 채수는 놀라 한 걸음 더 뒤로 물리다 쓰레기더미에서 튀어나온 빈 캔을 밟고서 뒤로 넘어졌다. 온갖 쓰레기더미가 하늘로 튀어 올라 채수의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리리가 또 폭소를 터뜨렸다.

 

 “젠장!”

 

 이 쯤 되면 상대를 보고 한 번 참았던 채수도 이 이상은 참기 힘들었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여기다 여기!”

 

 때마침 채수가 기다리고 있던 구원군이 도착했다. 곧 사무실로 돌어간다고 연락 했으나, 돌아오지 않으니 부하들이 찾으러 올 때가 되었던 것이다. 골목의 입구에서 대머리 하나가 외치자 이어 네 명이 추가로 더 도착해 골목의 입구를 매웠다.

 

 “자, 그럼 어디 솜씨 한 번 볼까.”

 

 채수는 쓰레기더미에서 또 다시 몸을 일으키며 도진을 향해 비웃듯 말했다. 채수의 말에 도진은 인상을 찡그리고서 채수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짧은 한숨과 함께 리리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게 했다.

 

 “움직이지 말고 여기 서 있어.”

 

 약간 경직된 어투로 이야기하는 도진과 반대로 리리는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레이디의 보호는 남자의 의무지?”

 

 도진은 리리를 자신의 등 뒤에 세우고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골목의 입구를 점령한 덩치들이 일제히 도진을 향해 달려왔다. 골목은 좌우 폭이 꽤 넓어서 도진 한 사람을 둘러싸는 것이 가능했다. 5대 1의 상황은 채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채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짓말 같은 상황.

 

 앞으로 몇 걸음 나선 도진은 처음 정면에서 달려드는 녀석이 휘두르는 주먹을 잡아끌어 팔꿈치로 턱을 올려쳤다. 그리고 두 번째는 등 뒤에서 다가오던 녀석의 발목을 걷어차며 휘청거리는 사이 정수리를 가격. 세 번째는 수도로 목을 가격. 네 번째는 제대로 보지도 못한 주먹으로 복부를 강타. 다섯 번째 녀석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는 사이 턱을 가격당해 그대로 뻗어버렸다.

 

 모두 단순하게 이어진 짧은 동작뿐이었지만 도진의 움직임은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게다가 한 동안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정확하게 급소만 노려 친 일격이었다.

 

 그리고 도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채수의 머릿속은 도진이 보여준 움직임 때문에 패닉에 빠졌지만 그 와중에 벗어날 방법을 떠올렸다.

 

 “거기서 비켜!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그어버리겠어!”

 

 그것은 단순하고 치졸한 방법이었다. 채수는 리리를 자신 쪽으로 끌어와 잭나이프를 꺼내 가늘고 하얀 목 언저리에 가져다 댔다. 갑작스러운 채수의 행동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도진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채수를 향해 돌아섰다.

 

 “헤에 … 나 잡혔어.”

 

 하지만 리리는 붙잡힌 채로 손까지 흔들며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 반응에 당황한 건 오히려 채수였다.

 

 도진은 한참을 말없이 채수를 노려보다 눈을 감고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눈을 떴을 때 살기등등함은 사라지고 본래의 평온한 눈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리리, 따라오기 전에 한 약속 잊지 않았다면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

 “이 아저씨한테 더 물어볼 거 없어?”

 “오늘은 이만하자. 우선은 그를 찾았다는 것부터 보고를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뭐, 그렇다면야.”

 

 도진은 채수를 향해 “그럼, 이채수 씨 가까운 시일 내에 한 번 더 뵙죠.” 하는 말을 남기고서 돌아서서 골목의 바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채수는 갑작스런 도진의 행동에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왜 소녀는 구하지 않고 그냥 가는 거지? 사실은 아무래도 좋은 사이였나? 아니,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이미 공기보다 더한 취급을 받은 채수의 마음속에서 다시 화의 도화선이 불붙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 꼬마를 어떻게 해볼까나.

 

 “없다?”

 “둔하기는. 아저씨 이쪽.”

 

 채수는 목소리가 들려온 자신의 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리리는 붙잡던 손을 빠져나가 자신을 울려다보며 서 있었다. 그리고는,

 

 “에잇.”

 

 하고 양 손으로 남자를 있는 힘껏 밀어냈다.

 

 채수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 또 다시 쓰레기더미에 파묻혔다.

 

 얼마간 어리벙벙한 상태로 있다가 이내 자신의 꼴을 깨달았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이런 꼴을 당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제 그 괴물 같은 녀석도 없겠다, 이 작은 꼬맹이쯤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 빌어먹을 꼬맹이!”

 

 채수는 소리치며 일어서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어머, 레이디에게 입이 너무 험하신 거 아닐까요.”

 

 리리는 채수의 몸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채수에게 작은 소녀의 무게쯤을 충분히 떨쳐내고 일어날 수 있을 힘은 분명히 있을 터였다. 그런데 몸에 아무리 힘을 줘도 지그시 누르는 그 작은 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왜 이러실까? 갑자기 그렇게 멍청한 표정을 지어도 전혀 귀엽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며 리리는 키득키득 웃었다.

 

 “세상에는…….”

 

 리리의 희고 가는 손이 채수의 얼굴에 부드럽게 닿았다. 채수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뺨에 닿은 리리의 손은 가을의 쌀쌀한 날씨에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차가웠다. 마치 얼음을 뺨에 가져다 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에 채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소녀의 손에서 전해진 냉기가 자신의 현실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신기한 일이 참 많아요. 지금 보는 것처럼 말이에요.”

 

 리리가 키득거리는 목소리를 담은채로 말했다.

 

 채수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기 시작했다.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자신이 경험했던 어떤 공포보다도 무서운 것이었다. 말하자면 생물의 본질적인 공포. 야생적인 감각에 따른 자신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생물을 만났을 때 느끼는 근원적인 공포. 소리치고 싶었지만 입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만 뿐이었다.

 

 이런 건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오는 달빛 아래, 그림자 밑으로 두 개의 선명하게 빛나는 눈동자와 하얀 송곳니가 반짝이고 있었다.

 

 리리는 입가로 손을 들어 올리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붉은 입술에서는 노래하듯 즐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레이디의 목에 그런 위험한 물건을 들이대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나쁜 아저씨.”

 

 리리의 얼굴이 점점 채수의 얼굴과 가까워졌다.

 

 더 이상 채수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에는 오로지 붉은 눈동자만이 비쳤다. 무섭다. 그 생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끝끝내 참지 못한 채수의 입에서 공허하게 맴돌던 비명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골목을 가득 채우다 이내 잠잠해졌다.

 

 리리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붉은 입술을 천천히 핥았다. 장난기 넘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차가운 눈으로 쓰러진 남자를 보고 있었다. 리리에게서 아까와 같은 생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리리의 주변의 시간이 모두 정지해 있는 것 같았다. 영원히 정지해 움직일 것 같지 않은 인형. 하지만 곧 인형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리 돌아가자.”

 

 골목의 입구. 그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리리는 천천히 돌아보았다. 리리의 검은색 긴 머리칼이 천천히 흔들리다 사뿐히 내려앉았다.

 

 도진이 골목의 입구에 서서 도시의 불빛을 등지고 천천히 리리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죽어있던 인형은 청년의 미소에 천천히 되살아난다. 인형의 가슴에 숨을 불어넣고, 심장을 뛰게 만들며, 흰 뺨에 장밋빛 홍조를 불어넣고, 팔다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리리는 도진의 모습에 빙긋이 웃으며 입가에 다시 장난스런 미소를 띤다.

 

 “남자들은 어찌나 레이디를 피곤하게 하는지 말이야.”

 

 리리는 좁은 골목길을 기분 좋은 걸음으로 달려 나가 도진의 손을 붙잡았다.

 

 두 손을 맞잡은 그들은 빙긋이 웃고는 도심의 불빛을 향하여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도진이 리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저 사람은 어떻게 했어?”

 “그냥 가볍게 꿀밤을 때렸을 뿐이야. 그랬더니 기절하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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