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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12
작성일 : 17-11-19 23:46     조회 : 343     추천 : 2     분량 : 3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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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잿빛양털 씨는 하늘에 붉은 기운이 치솟는 것을 본다. 저렇게 큰 불길을 보는 게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인가? 어르신들을 다 죽이고 나면 저렇게 초목을 태우지 않아도 되는가? 검은 연기를 본 봄단풍 아씨는 점점 조급해진다.

 "우리가 늦은 것 같습니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을 뽑아 먼저 대응해야겠어요."

 잿빛양털 씨는 혀를 끌끌 찬다.

 "어르신들이 왜 너의 피붙이들을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보냈는지 정도는 이해하고 있을 줄 알았다."

 아씨가 시위에 화살을 먹이며 그를 노려본다.

 "알아요. 그 분들은 우리의 참전이나 복수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는 거."

 "때문에, 서두를 필요도 없다. 너의 싸움은 어르신들의 그것과는 무관해야 해."

 "웃기는 소리. 어르신들이 다 돌아가실 때까지 손놓고 지켜보자구요?"

 잿빛양털 씨가 술을 들이킨다.

 "우리의 싸움이 아니니까."

 "우리의 싸움입니다! 봄비 씨가 어르신들을 다 태우고 나면 다음 차례는 누가 될 것 같아요?"

 "걱정 마라. 봄비 씨는 너희를 해치지 않아."

 "어째서 그렇게 확신할 수 있죠? 안일하기 그지없습니다."

 "봄비 씨는 동족을 해치지 않으니까."

 아씨가 노래를 부르자 구름이 모여든다.

 "그거 잘 됐네요. 나는 그를 해칠 생각인데."

 

 63.

 싸움은 불이 채 꺼지지도 않은 숲의 가장자리를 버려두고 한가운데로 향한다. 아직 말 한 마디 배워본 적 없는 어린 것들을 지키려는 어르신들이 안개를 부른다. 벼락이 수차례 내리치자 진군이 점차 느려진다. 사람의 군대는 대오를 잃고 더 약한 사냥감을 노리기 시작한다. 아이 몇이 죽자 어르신들이 미쳐 날뛴다. 어떤 성성이는 창을 다섯 개는 꽂았는데도 쓰러지지 않고 찢어지는 비명을 질러대며 화살 날린 자의 팔을 째로 뽑아버린다. 어떤 숲코끼리는 엄니에 사람 꿴 채로 거꾸러진다.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말아라! 아이들은 절대 해치지 말고, 무조건 사로잡아라!"

 나바재 씨가 봄비에게 달려온다.

 "저항이 거셉니다! 난전은 우리가 불리해요. 잠시 물러나 재정비합시다!"

 "짐승들 얼마 안 남았습니다! 여기 있는 놈들이 다란 말이요. 죽일 수 있을 때 다 죽여야 해!"

 그가 던진 창이 토끼 발모가지에 박힌다. 남은 사람들이 시체를 모아 벽을 쌓는다. 어르신 하나가 지쳐서인지 피 웅덩이를 밟고 미끄러진다. 뒤집힌 배때지에 창이 날아든다. 봄비가 손을 들어 지시하자 모두 대기한다. 그가 돌칼을 들고 다가간다. 누구도 듣지 못하게 웅얼거린다.

 "끝이다."

 모두 '염통먹는 자'를 쳐다본다. 멧돼지의 모가지에 돌칼이 꽂힌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어르신이 무언가 말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그는 황급하게 돌칼을 꺾고 뽑고 연거푸 다시 내려찍는다.

 "이걸로 끝이다."

 

 64.

 남은 사람들은 시체를 모은다. 사람은 장사지내기 위해서, 짐승은 고기와 가죽과 뼈를 얻기 위해서. 어미잃은 아기들은 목놓아 운다. 나바재 씨가 이끄는 사람들이 아기들의 모가지에 올가미를 건다.

 "봄비 씨. 지시하신대로 아기들은 산 채로 붙잡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봄비는 못 들은 채 나뭇잎으로 돌칼을 닦는다.

 "이번엔 반대로 우리가 이들에게 말을 가르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여전히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안개가 자욱하다.

 "우선 짐승 새끼들은 울타리를 쳐 가두어놓겠습니다."

 그 순간 봄비의 팔뚝에 화살이 한 대 박힌다.

 

 65.

 나바재 씨가 봄비를 데리고 몸을 피하려 하지만 그는 손길을 뿌리치고 일어난다. 안개 속에서 화살이 날아온다.

 "일단 몸을 피하십시오."

 "싸움이 급합니다. 여태 봄단풍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 내보냈는가 싶었는데..."

 봄비가 화살을 부러뜨리고 돌칼을 바꿔쥔다.

 "응전하지 말고 사람들을 물리십시오! 어차피 저들이 지키려는 짐승들은 다 죽었으니 서로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아뇨. 봄비 씨. 이유가 있습니다. 사로잡은 새끼 짐승들이 남아있으니까요."

 봄비가 급히 대답한다.

 "잃어서는 안됩니다! 모두 야영지로 데려가야 해요. 먼저 사람들을 인솔하십시오!"

 짙은 안개 때문에 방향조차 알 수 없다. 한 치 앞에서 활을 쥔 사람이 나와 시위를 당긴다.

 "너럭바우야."

 봄비가 한숨을 쉬며 돌칼을 내던진다. 그는 자기 몸에 묻은 피가 신경쓰인다.

 "살아있었구나."

 너럭바우도 화살을 시위에서 빼낸다. 그는 봄비의 팔뚝에 박힌 화살이 신경쓰인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다 죽였습니까?"

 "나도 모르겠다. 숲을 다 뒤져보지 않았으니까."

 "다 죽일 셈입니까?"

 "나도 모르겠다. 허나 아기들은 죽이지 않았어."

 너럭바우가 다시 시위를 당긴다. 봄비가 웃으며 묻는다.

 "이미 싸움은 다 끝났다. 어르신들은 졌고, 죽었어. 너희들이 더 싸워야 할 이유는 없어."

 "무고한 어르신들을 해치지 않았습니까!"

 "누구 하나 무고한 이는 없었다."

 "아기들은 어떻게 할 셈입니까?"

 "너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화살박히는 소리가 들린다.

 "다음에는 빗맞추지 않겠습니다. 대답하십시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을 거다. 그냥 풀어놓고 말 할 줄 모르는 짐승인 채로 둘 생각이야."

 "그리고는 잡아먹을 셈인가요?"

 "그러면 안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구나."

 

 66.

 "화살을 바로 뽑지 않고 부러뜨린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버들가지 씨가 상처에 짓찧은 쑥을 꿀에 섞어바른다. 붕대까지 감고 나서 팔뚝을 탁탁 두드리자 봄비 씨가 신음을 흘린다.

 "꼭 마지막에 상처를 두드려야 합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천막 안으로 나바재 씨가 들어온다.

 "안 돌아오셔서 한참 찾아다녔는데, 의외로 많이 다치지는 않았군요."

 "아쉬우셔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너럭바우를 만나셨죠?"

 봄비도 자기 상처를 팡팡 두드려본다. 아프다.

 "늠름해졌더군요. 그간 잿빛양털 씨가 거두어 길렀나봅니다."

 "왜 함께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하. 제법 어르신들처럼 말씀하셨습니다."

 그가 나바재 씨를 쏘아본다.

 "죄송합니다."

 "나바재 씨. 아기들은 전부 데려왔습니까?"

 "네. 하지만 몇몇은 봄단풍 씨족들이 빼앗았습니다."

 봄비가 탄식한다.

 "되돌려받아야지요. 조만간."

 "네. 당연한 말씀입니다. 봄비 씨. 아기들은 이제 어떻게 할까요?"

 "말을 가르치지 마세요. 채찍만으로도 충분히 말을 들을 때까지 훈육해야 합니다."

 나바재 씨도 봄비 씨의 상처를 팡팡 두드려본다.

 "아픕니다."

 "압니다. 그냥 다들 한 번씩 해보길래..."

 이번엔 그의 손을 잡고 묻는다.

 "그런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봄비가 웃는다.

 

 67.

 "봄비 씨를 만났습니다."

 봄단풍 아씨가 너럭바우를 빤히 쳐다본다.

 "듣고 있단다. 마저 얘기하렴."

 "... 팔뚝에 화살을 맞았더군요."

 "잘 됐네. 모가지에도 한 발 박아주고 왔니?"

 "그냥 보내줬습니다."

 너럭바우는 아씨가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아 불안하다. 아씨가 한숨만 쉬자 더욱 불안해진다.

 "이해는 한다. 아기 때부터 널 기르다시피 했으니 직접 죽이기는 힘들었겠지."

 아씨가 그를 품에 안는다. 너럭바우는 심장 뛰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낀다.

 "아씨. 어르신들은 다 돌아가셨습니다. 이미 끝난 싸움을 계속 이어나갈 필요가 있을까요?"

 "싫으면 언제든 빠져도 좋아. 하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아직 우리들이 구해야 할 동족들이 있으니까."

 
작가의 말
 

 늦었습니다. 매일 연재는 일정이 조금만 빡빡해져도 힘드네요.

 그러나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로 5만자를 돌파합니다. 이야기가 절반 정도 왔습니다. 그 동안 꾸준히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주는 분들이 없었으면 금방 그만뒀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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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11-20 10:47
 
대단하시네요. 이야기 자체가 수준이 높아서 어지간한 필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텐데 연일 감탄사가 나오는 글이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바람계곡의 나오시카'에서 보듯이 일본형 에니 드라마는 항상 즐거운 결과로 끝나는데 우리의 봄비 씨는 어떤 세상을 만들 지 기대가 커요. 너럭바우를 후계자로 생각하는지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열심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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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대밥수 17-11-20 19:38
 
최근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찾아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결말이 정말 취향에 안 맞는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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