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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이대로 괜찮은.
작가 : 이하지
작품등록일 : 2017.11.7

어른들은 모른다,
우리가 이대로 괜찮은지.
우리들은 궁금하다,
우리가 이대로 괜찮을지.

 
제4화 - 아이의 방법
작성일 : 17-11-19 22:30     조회 : 259     추천 : 1     분량 : 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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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작고

  네모나고

  따뜻한

  나만의 작은 세상이다.

 

  하지는 네모난 종이를 꺼냈다. 옆에는 가지런히 필통을 두고, MP3와 이어폰만 있으면 그야말로 완벽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귀에 흘려보내면서 종이에 펜을 가져가는 것이다. 익숙한 음색에 감정을 완전히 맡기면 생각하기도 전에 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각사각, 펜과 종이가 맞닿으면 그곳에는 사람이 태어난다. 웃기도, 울기도, 화내기도, 쑥스러워하기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연이어서 태어난다. 그 순간 하지는 창조자였다.

  그런 것들을 좋아했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넣는 게 아니었다. 세계를 창조하고 사람들을 만들어서 자신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만들어 내는 것.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 관계, 사랑…. 모든 게 하지에겐 소중하고 중요했다. 그것은 몇 살 부터인가 하지에겐 숨 쉬는 것과도 같이 자연스러운 일로 녹아들었다. 거리를 걷는 것도, 이야기를 하는 것도, 풍경을 보는 것도 일상 하나하나가 전부 나만의 세상에 녹아들어 갔다.

  항상 원하는 이야기를 펴냈다. 글로든 그림으로든 HWP문서로든 혹은 나 자신의 머릿속 안에서든. 그게 나의 행복이고, 행복이었다.

 

  “이하지!”

 

 누군가가 뒷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하지를 불렀다. 같은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었던 옆 반의 아이었다.

 

  “왜?”

 

 솔직히 하지는 그 애와 별로 친하지 않았다. 대화도 면접장에서 고작 서너 마디나 했을까? 그런 애가 하지를 찾아올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면접결과 나왔어! 빨리 봐봐!”

 

  “어?”

 

 하지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리고 시계를 보았다. 쉬는 시간은 1분 남짓 남아있었다. 사이트에 접속하고, 로그인하고,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나는 이번 교시 끝나고 확인할래.”

 

  “어? 왜?”

 

  “그야 쉬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혼자서 조용히,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확인하고 싶거든.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맴돌았다. 그제서야 하지는 한 가지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너는 붙었어?”

 

  그 애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하지는 어쩐지 껄끄러웠다. 뭐야. 떨어졌으면 나를 찾아오지도 않았다는 듯한 태도는. 마치 어떤 드라마의 BGM처럼 종이 울렸다. 그 애는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며, 결과를 자기에게도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는 그렇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자 아이들이 우 하고 몰려들었다. 단숨에 관심을 모으게 되자 하지는 당황했다.

 

  “뭐야?”

 

  “이하지 결과 빨리 봐봐!”

 

  주위를 빙 둘러싼 아이들이 말했다. 하지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나중에. 지금은 종도 쳤고…. 봐, 선생님 오신다.”

 

  “아, 진짜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7교시 담당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아이들은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갔다.

 

  “무슨 일인데 다들 모여 있고 그래요?”

 

 선생님이 물었다. 하지만 아이들 모두 하하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저 어깨를 으쓱하실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저번시간에 몇 페이지까지 했죠? 제 기억에는-”

 

  “선생님!”

 

  그때였다. 갑자기 뒷문이 열리고는 2반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모두 이상한 표정이 되어 2반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수업시간에 죄송합니다, 선생님. 지금 대기업 합격발표가 나서요. 아이가 확인할 수 있게 잠시만 시간을 내 주시면 안 될까요?”

 

  하지의 눈이 커졌다. 누가 생각해도 하지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말이었다. 아이들의 눈이 전부 하지에게 쏠렸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면 어렵지 않죠.”

 

  아.

  정말 싫다, 이런 관심. 하지의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이들이 다시 순식간에 하지의 주위에 모였다. 그리고는 빨리 결과를 확인하라는 재촉을 했다. 하지는 결과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로그인을 했다. 작고 푸른 버튼에 ‘결과확인’ 이라는 하얀 글씨가 적혀 있었다. 갑자기 하지가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은 혼자 확인하게 해줘! 엄청 떨리니까!”

 

  “알았어!”

 

  덩달아 같이 긴장한 아이들이 한 발짝 물러섰다. 왜냐하면, 아직 무역과에는 합격한 아이가 한명도 없다. 즉 1반에도 합격자가 없다는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꼭 두 눈을 감고 버튼을 눌렀다. 합격하길 바라는 마음이 반,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반이었다. 살짝 두 눈을 뜨자 보라색 박스가 보였다. 적힌 언어는,

 ‘Congratulation!’.

  하지가 눈을 깜빡였다. 침착하게 스크롤을 내렸다. 건강검진 장소와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1반 담임 선생님이 헐레벌떡 반으로 뛰어 들어왔다. 하지와 눈이 마주치자 선생님이 다급하게 물었다.

 

  “합격 했어?”

 

  하지가 대답했다.

 

  “네.”

 

  그 순간 1반의 모든 아이들이 일어나며 환호성을 질렀다. 담요와 방석이 날아다니고, 심지어는 교과서도 날았다. 하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웃었다. 선생님들도 웃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모든 게 행복하고 완벽한 이야기로 끝날 줄 알았다.

 

 *

 

  하지는 자기만의 작은 세상을 열었다. 익숙한 하얀 페이지가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넸다.

 하지도 그에 웃으면서 마음속으로 인사했다. 안녕. 오랜만이야. 요즘 소홀하게 해서 미안해.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이번에는 신나는 노래를 틀었다. 스탠드를 켜고, 손에 펜을 쥐고, 생각하기도 전에 손을 움직이면….

  한 아이가 울고 있었다. 서럽게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바닥에 주저앉고 울고 있었다. 하지가 깜짝 놀랐다. 서둘러 옆에 웃고 있는 아이를 그렸다. 새롭게 그린 아이는 한가득 꽃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는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림은 언제나 하지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수단이었다. 슬플 때 화날 때 기쁠 때 항상 무의식적으로 공책을 펼치고 손을 내버려두면 그때그때의 감정이 그대로 묻어 나오기 마련이었다.

  이상하다…. 회사에 합격했는데, 전혀 기쁘다거나 설렌다거나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할 대기업인데. 어째서일까. 고개를 뒤로 쭉 젖혀 본다.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어른들은 모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라고들 한다. 근데 나는 왜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 일을 하려고 하는 걸까. 어른들은 전부 그렇게 전부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 일로 취직하면 좋을까? 그렇게 같잖은 생각을 하며 의자를 빙글빙글 돌렸다.

  나는…내가 하고 싶은 건, 세계를 만들고, 창조하고,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는 그런 일을 하면 누군가가 즐겁게 봐주며 즐거워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꿈은 현실에 묻혀서 없어진다.

  나뿐 아니라 모두 그렇겠지.

  꿈을 꾸어라…. 어릴 적부터 어른들은 우리에게 ‘꿈’을 물어본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뭘 하고 싶니. 아이들은 각자의 꿈을 말한다. 소방관, 경찰관, 간호사, 선생님, 화가 등등.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런 꿈을 꿀까?

  서글프거나 씁쓸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는 순간, 아이들은 이상하리만치 현실에 녹아들어 간다. 각자 선택한 진로를 향해 노력하고 경쟁할 뿐이지, 자신의 꿈을 꿀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하지처럼 하고 싶은 일이 아직도 있다는 것도 드문 편이었다. 취미 같은 건, 다들 똑같았다. 인터넷, 쇼핑, 잠자기.

  아이들에게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고 물으면 절반을 훌쩍 넘는 대답이 ‘잠 잘 때’ 라는 걸, 어른들은 알까? 그런 현실을 제조한 어른들은 대답을 썩 내켜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다.

  나는 도망을 택했다. 간단하다.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외면하는 거다. 그래, 나만의 세계에 빠져서 현실을 잊을 만큼 심취해 버리는 거다. 이곳에서만큼은 내 꿈도 그저 돈벌이 수단이 아니었다. 여기서만큼은 여기가 현실이었다. 즐겁게 웃거나, 때론 울기도 하고, 실컷 화를 내보고, 좋아하는 풀밭에서 굴러 보기도 한다. 이곳은 나의 낙원이자 양귀비 밭이었다.

  누군가 도망치는 나를 보고 말한다. 너는 어리석다. 도망을 택해 보았자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까지나 도망칠 수는 없다. 그렇게 외면하는 것은 네가 책임감 없는 사람이라고 증명하는 것과 같다, 고.

  맞다, 나는 어리석다. 나는 책임지지 못할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는 생각했다.

 도망치는 게 나쁜 것인가? 언젠가는 지금이든 나중이든 마주칠 것이라면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지 않을까?

 

  ‘어른이 말하면 죄송하다고 할 것이지, 어디서 말대꾸야?’

 

  ‘뭘 잘했다고 울어?’

 

  ‘그래서 넌 지금 아무 잘못 없다 이거지? 아주 나를 바보로 만들어?’

 

  우리가 몇 번이고 들어온 말이다. 그렇지?

  어른들은 우리에게 맞서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반론의 여지조차 주지 않고 순종하는 방법만 알려 주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펼칠 것을 강요받는다.

 

  ‘그렇게 가만있지만 말고 네 생각을 말해 보라고.’

 

  ‘나랑 이야기하기 싫어? 왜 말을 안 해?’

 

  ‘지금 나를 무시하니?’

 

  우리는 파블로프의 개다.

  항상 종을 울려놓고 밥을 주셨으니까, 왜 종이 울리기만 해도 밥을 먹으러 오는지 조금은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

  하지가 아랫입술을 꾸욱 짓씹었다. 그러니까 하지는 도망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오늘도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도망치고 싶을 때, 하지는 공책을 펼친다. 그러면 언제나 하지만의 세계는 하지를 안아준다. 하지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하지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었다.

 

  아-

 

  여기는 작고

 

  네모나고

 

  따뜻한

 

  나만의 작은 세상이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4화입니다.

  좀 더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아요.

 표지가 바뀌었습니다! ^^ 기뻐요.

 여전히 심오하고 유쾌하지 못한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즐거워지리라고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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