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르세라의 딸들
작가 : Alphafemale
작품등록일 : 2017.11.17

미래의 가상의 어느 나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성의 인구 비율이 여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자 정부가 남여를 차별하는 남아 특혜 정책을 시작한지 어언 삼십 년. 게다가 파산 직전의 정부는 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의 개발 투자를 급격히 제한하며 도시간의 빈부 차이를 심하게 조장해왔다.

이런 불평등한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는 깡촌 르세라. 그곳에서 자란 어린 클로이가 도시 청년 케이시를 만나면서 그들의 불평등한 계약관계가 암암리에 시작된다.


alisa46@hotmail.com

englishchung@gmail.com

 
어미를 잃은 조이
작성일 : 17-11-19 21:46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64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클로이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지며 한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조이…”

 

 상처를 입은 캥거루의 주머니에서 별안간 솟아오른 작은 머리가 주위를 빠르게 살피고는 다시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아빠…”

 

 “알아. 우선 차안에 들어가 있지 않을래? 버니 할아버지랑 아빠가 잘 해결해 볼게. 알았지?”

 

 고개를 조용히 끄덕인 그녀가 버니의 랜드 크루저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열린 창문으로 껑충 뛰어올라온 스너기가 그녀의 품에 안기며 끙끙거렸다.

 

 “고마워, 스너기. 나 괜찮아.”

 

 일반적으로 르세라 농장주들은 야생동물을 죽이는데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특히나 캥거루는 번식률이 엄청나게 빠른데다 농장에 해를 끼치는 동물이었기에 대부분의 농부들은 캥거루를 보는 즉시 사살했다. 그러나 아기를 가진 엄마 캥거루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아주 달랐다. 여자의 기운이 르세라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는 지역민들은 암컷, 특히 어미라는 존재를 신성시했다. 그러기에 르세라는 역사적으로 큰 전쟁이 있을 때마다 남자만큼이나 강한 여전사들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했고, 르세라의 농부들은 현 정부의 남아 특혜 정책에 반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다리에 엉킨 철사를 떼어낼 수도 없지만 설사 떼어낸다 하더라도 과다 출혈 아니면 세균 감염으로 죽을 거예요. 그럴 바에는 그냥 철조망을 끊어서 놔주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클로이도 지켜보고 있으니…”

 

 클로이가 차안에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한 매튜가 버니에게 조용히 말했다.

 

 “내 생각도 그러네. 빨리 보내줘야 엄마나 아기나 스트레스가 덜 할거야.”

 

 합의를 본 그들이 캥거루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엄마의 불편한 심기를 느낀 조이가 주머니에서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아저씨, 제가 캥거루의 관심을 저에게 돌려놓을테니 상황 봐서 철사 자르세요.”

 

 “알았네.”

 

 매튜가 입으로 캥거루가 내는 비슷한 소리를 흉내내자 잠잠했던 엄마 캥거루가 다시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조심하세요!”

 

 갑자기 꼬리를 땅에 짚고 일어난 캥거루가 버니의 반짝이는 가위가 눈에 거슬렸는지 옆발 차기를 시도했다.

 

 “어이쿠!”

 

 뒤로 나뒹구는 버니를 본 매튜가 가위를 재빨리 집어서는 혼자서라도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화가 머리끝까지 난 캥거루는 그를 일 미터 반경 안으로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언제 왔는지 클로이가 캥거루 앞에 서서는 그 큰 눈을 빤히 들여다봤다. 방금 전까지도 가슴을 두 손으로 두들기며 분노를 호소하던 그 동물이 제자리에 조용히 서서는 얌전히 그녀를 마주했다.

 

 “아빠… 지금…”

 

 클로이가 입만 조심스럽게 열어 말을 마치자 매튜가 가위로 굵은 철사를 끊었다.

 

 “조심해!”

 

 “아악!”

 

 버니가 몸을 날려 클로이의 몸을 감싸자 자유의 몸이 된 캥거루가 쏜살같이 그들의 옆을 지나 시야에서 사라졌다.

 

 “클로이, 괜찮니?”

 

 “네, 감사해요.”

 

 “아저씨, 괜찮으세요?”

 

 버니를 잡아 일으킨 매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 나야 뭐… 더이상 기름칠 할 필요도 없는 아주 녹슬은 기계라… 하하… 이제는 감각도 없네.”

 

 피식 웃은 그가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는 모자를 다시 고쳐 썼다.

 

 “자네, 내가 다음에 톡톡히 보답할세. 오늘 고맙네.”

 

 “아니, 아저씨도 별 말씀을… 그럼 들어가세요.”

 

 “그래. 클로이도 나중에 보자. 내일은 학교 빼먹지 말고!”

 

 다리를 절뚝이며 걷는 모습이 전혀 감각이 없어 보이지가 않는다.

 

 “아빠, 그런데 캥거루는 괜찮을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그녀가 아빠의 얼굴을 말없이 올려다보자 그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다 괜찮을거야. 걱정마.”

 

 

 

 ***

 

 점심시간을 맞은 클로이와 아니카가 건물의 뒷쪽에 마련된 작은 벤치에 앉았다. 그들 주위로 열댓 명 정도의 크고 작은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만든 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와, 맛있겠다.“

 

 클로이가 도시락 뚜껑을 열자 마자 뒤에서 감쪽같이 나타난 작은 대니가 휘둥그레진 두 눈을 빠르게 굴렸다.

 

 “누나는 어떻게 싸오는 음식들이 매일 다 달라? 요거 하나만… 아야!”

 

 클로이가 도시락 뚜껑을 재빨리 닫자 그 사이에 꼈던 손가락을 거머쥔 대니가 울상을 했다.

 

 “누나가 항상 뭐랬니? 식탐은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했지? 네 점심 이미 다 먹었으면 누나도 점심 먹게 놔둬야 하는 거 아니야? 게다가 아무리 내가 널 예뻐한다고는 하지만 불공평하게 너한테만 누나가 가져온 음식을 나눠줄 수는 없어. 르세라의 원칙은 너도 잘 알잖아.“

 

 그 그룹 중의 유일한 남자아이인 대니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고는 엉거주춤 뒷걸음을 쳐 도망갔다.

 

 “너는 어린 애가 장난친 거 가지고 뭐 그렇게 호탕을 쳐? 무안하게…”

 

 “어린 애긴… 대니도 내년이면 아홉 살이야. 그리고 시티에서 도시 애들이랑 학교 생활 잘 하려면 예의범절이 몸에 배어있어야 하는 건 기본인데 아직도 저렇게 철딱서니가 없어서는…”

 

 클로이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자신이 아침에 만든 구운 호박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그나마 대니는 남자아이 치고는 르세라에 늦게까지 남아 있는 편이었다. 정부에서 부여하는 특권을 일찍부터 누리기 위해 보통은 유치원 때부터 시티로 유학을 떠났다.

 

 “그런데 요즘 어머니 몸은 어떠셔?“

 

 입맛을 잃었는지 아니카가 먹고 있던 샌드위치를 내려놓고는 근심스러운 얼굴을 했다.

 

 “거동을 겨우 하셔. 그래도 먹는 게 괜찮아서 다행이긴 해.“

 

 살짝 미소를 지은 그녀가 먹던 샌드위치를 마저 먹기 시작했다. 아니카가 워낙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에 클로이는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가 걱정한다고 딱히 묘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 괜찮을거야.

 

 매튜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자 클로이는 다리를 다친 그 캥거루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학교 끝나고 한번 지나가 볼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그런데… 네가 만든 얌얌… 호박 정말 맛있다. 꿀도 발랐니?”

 

 남의 허락도 없이 구운 호박을 하나 둘씩 집어가는 아니카가 얄미워진 클로이가 자신의 도시락 통을 두 손으로 막고는 소리쳤다.

 

 “너나 아홉 살 먹은 대니나 다를 게 하나도 없어!“

 

 

 

 

 오후 수업을 마치고 아니카와 학교 정문에서 헤어진 클로이가 자전거의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이 학교라고 부르는 곳은 다름아닌 미세스 스미스의 저택이었다. 시티에 있는 학교에서 삼십 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친 그녀는 남편과의 합의 하에 르세라의 땅을 다시 밟았다. 그녀에 의하면 이곳을 떠난 이후로 밤마다 꿈을 꿀 정도로 르세라가 몹시 그리웠다고 했다. 도시의 소음이 없는 이곳의 바람 소리가 그리웠다고 했다.

 

 허름하게 걸려있는 옥슬리 농장의 간판을 지나면서 클로이가 언덕 위의 자신의 집을 바라봤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무 일도 없어 보였다. 사실 무슨 일이 나는 게 더 이상했다. 르세라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하루 종일 어디를 나가 있어도 뭐 하나 도난당하는 일이 없는 꽤나 안전한 마을이었다. 가난했어도 사람들은 정직했고 마을 사람들간의 관계가 가족처럼 끈끈했다.

 

 챙이 넓은 모자가 바람에 밀려 뒤로 넘어가자 그녀는 모자를 고쳐 쓰는 대신 이를 악물었다.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 해보는 거야!

 

 자전거 의자에서 엉덩이를 약간 들어 선 상태로 페달을 있는 힘껏 세게 밟았다. 그녀가 어렸을 때 자신의 성장 속도를 확인하는 방법들 중의 하나였던 자전거 타기가 성장이 거의 멈춘 열여덟 살이 된 지금에도 이렇게 쓰일 줄이야.

 

 “으아아아!”

 

 내리막길이 되어 자전거가 쏜살같이 아래로 치닫자 클로이가 큰소리를 지르며 작은 스릴을 맛보았다.

 

 [끼이익!]

 

 버니 할아버지네와 연결된 펜스가 가까워지자 그녀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자전거를 멈췄다.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철조망이 그날의 기억을 빠르게 되돌려 놓았다. 철사에 엉킨 캥거루 털과 얼룩진 피를 오랫동안 응시하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조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아기 캥거루를 찾아야 해!”

 

 땅 위에 선명하게 남겨진 피가 묻은 발자국을 따라 클로이가 자전거의 페달을 천천히 밟았다. 얼마 후 더이상 캥거루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가 없어진 그녀가 자전거에서 뛰어내려서는 주위를 둘러봤다. 360도를 돌며 사방을 훑어봐도 도저히 어느 방향으로 사라졌을지를 가름할 수가 없었다.

 

 생각을 해, 생각을. 네가 캥거루라면 어디로 갔겠니?

 

 눈을 감은 그녀가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더니 그녀의 전 신경이 하늘로 치솟는 것만 같았다.

 

 르세라여, 나의 르세라여. 내 말에 귀를 기울이소서. 그녀를 찾게 도와주소서. 그 불쌍한 어린 것을 돕도록 허락해 주소서…

 

 이상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관통하는 기분이 든 것도 잠시 몸이 붕 뜨는 듯하더니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아아… 어지러워.“

 

 땅에 주저앉은 클로이가 잠시동안 머리를 감싸고는 심호흡을 했다. 원기를 되찾은 그녀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남서쪽으로 자전거를 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전거를 탔다가는 속을 올릴 것만 같았다.

 

 그녀가 오 분 정도를 걸어 황야를 지나 높게 자란 잡초들 사이를 어렵게 헤쳐 나왔을 때였다. 이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젊은 남자가 조이를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클로이가 못볼 것을 본 사람처럼 고개를 바로 돌려 버렸다.

 

 그녀의 갑작스런 출현에 놀란 기색도 보이지 않던 남자가 클로이에게서 눈길을 걷어서는 조이를 다시 조심스럽게 살폈다.

 

 [쭉! 쭉!]

 

 아기 캥거루가 배가 고팠던지 우유통에서 흘러나오는 우유를 엄청난 속도로 해치우고 있었다.

 

 “조이가 걱정돼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라면 이제는 신경 꺼도 돼.“

 

 그의 말투가 거슬린 그녀가 한마디라도 쏘아붙일 기세로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신경 끄라고? 자기가 무슨 조이의 엄마라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9 새로운 시작 2017 / 12 / 2 232 0 4461   
8 미련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2017 / 11 / 28 246 0 4754   
7 일상의 평온함은 깨지고 2017 / 11 / 27 247 0 4505   
6 남아 특혜 정책 2017 / 11 / 24 253 0 4059   
5 원하지 않던 병원 신세 2017 / 11 / 22 233 0 4824   
4 피하고 싶은 만남 2017 / 11 / 21 241 0 4328   
3 어미를 잃은 조이 2017 / 11 / 19 245 0 4645   
2 일상에서 벗어난 2017 / 11 / 17 280 0 4398   
1 프롤로그 2017 / 11 / 17 409 0 321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추락한 산타
Alphafemale
잉여인간 심건우
Alphafemale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