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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경성크툴루
작가 : 최믹하
작품등록일 : 2017.11.17

경성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들, 괴력난신 소녀와 유학파 탐정사무소 소장님이 진실을 파헤쳐갑니다.

 
손 (1)
작성일 : 17-11-19 21:13     조회 : 736     추천 : 2     분량 : 7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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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 포에따는 여급도 별로 두지 않은 술집 주제에 사람은 제법 많다. 아마 그 인기는 죄다 마담 덕일 것이다.

 

 빠 포에따의 주인은 자신을 그냥 마담이라고 부르라고 말한다.

 마담은 중년의 나이에도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애처럼 얼굴이 동그랗고 토실한데다, 그 눈매는 살짝 처져 있어서 어딘가 맹해 보인다.

 흔히들 백치미라고 하던가. 화류계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천진해보이는 것은 그런 얼굴 덕도 있으리라. 평소에도 다른 사람을 치면서 웃거나, 별것 아닌 말을 할 때도 사람 손을 꼭 붙들고 하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 상대를 유혹려는 은근한 눈빛이나 의도적인 끈적함이 묻어나지는 않는다.

 목소리는 높지 않고, 약간 느리게 대답하는 감이 있다.

 

 제일 신기한 것은, 말하고 행동할 때 보면 조금도 맹해보이지 않지만 어쩐지 머릿속에는 그런 이미지로 남는다는것이다. 무해할 것 같은 여자.

 하지만 상식적으로 역전에서 아녀자 홀몸으로 술집을 운영하는 여인네가 맹하거나 수동적일 리는 없다. 사실 눈을 꽉 감고 마담의 목소리만 떠올려보자면, 굉장히 똑부러지는 대사들만 기억나는 것이다.

 백치미 있는 얼굴이 열일하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이 보기에 맹하고 무해한 마담은 또 재미있는 구석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괴담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딱히 공포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그 뽀얗고 맹한 얼굴로 열심히 괴담을 듣다가는,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양 시원하게 웃는다. 어째서 그렇게 웃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캐릭터화가 빠 포에따의 선전의 이유 중 하나일 지도 모른다. 괴담을 듣고 나면, 마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것이지.

 

 아마 이쯤 되면 괴담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인데, 그렇다.

 

 마담은 소장님의 생모 되신다.

 

 굳이굳이 어머니도 아니고 생모라는 단어를 썼으니, 길러주신 어머니가 따로 있는 것은 자명하다.

 나는 소장님이 그냥 좋은 집의 아가씨인 줄 알았는데, 여기도 뭔가 적당히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소장님이 집에서 생활비가 끊기지 않는다든지, 재혼 압박이 심하지 않다든지, 본가에 가는 것을 귀찮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들을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면 평이한 첩년과 그 딸 취급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뭐, 보통 첩실과 자식과 본처와 마음이 변한 사내 이야기는 여인 혼자 몸으로 먹고 살 것이 없을 때나 구질구질해지는 법이다. 이쪽과는 좀 먼 이야기지. 애초에 파리 날리는 날이 없는 빠 포에따에 여전히 인기 드높은 마담이다.

 지금도 구석 테이블에 한낮부터 뭔가 시켜놓은 사내들이 두엇, 자는 것인지 사색 중인 것인지 별 이야기도 없이 장식품처럼 앉아있다가 이따끔씩 마담을 흘끔거리고 있었다.

 

 특히 오늘 빠에는 매끈한 양장 차림의 처녀와 두툼하고 묵직해보이는 기집애 하나가 앞에 커피를 한잔씩 두고 앉아있었다. 나랑 소장님이다. 특히 소장님은 대낮부터 이런 곳에 와있는 주제에 엄청 기운없이 빠에 엎어져 있어서 신선하다.

  그 와중에 밖에서는 공사를 하는지 어쩐지, 계속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풍경이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머리가 울린다며 몇 번 투덜거리던 소장님은 이윽고 포기했는지 축 늘어져 있다가, 결국은 기운없이 중얼거렸다.

 

 "뭐 재밌는 거 없나."

 

 소음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알록달록한 술병들 앞에 서서 그림처럼 컵을 닦던 검은 양장 차림의 마담은 빙긋이 웃었다.

 

 "경성에 쌔고 쌘 것이 재밌는 일이지."

 "파티나 재즈 말고, 좀더 무섭고 이상한 거요."

 "그런 것도 쌔고 쌨지."

 

 말하는 것 봐. 어디다 대사를 맡겨놓은 양 말한다.

 얼굴은 조금도 안 닮은 주제에 두 모녀는 은근히 비슷하게 군다. 혓바닥에 기름 발라놓은 양 매끄럽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 속을 들여다보는 듯 말하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둘 다 시골 촌년인 나를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굴곤 한다. 내가 힘이 센 것은 사실이지만, 뭐 아직도 이게 사람 면을 세워주는 척 하면서 슬슬 놀리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하여간, 누굴 닮아서 그런 걸 좋아하는지."

 

 마담은 다 닦아 둔 컵을 내려놓고, 소장님 앞쪽 빠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럼 할 일도 없고, 손님도 몇 안되니 위험한 이야기를 해볼까."

 

 불길하다.

 재밌는 이야기도, 무서운 이야기도 아니라 심지어 위험한 이야기였다. 당연히 소장님의 취향을 적격하는 매혹적인 단어 선택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저, 얼마나 위험헌가유?"

 "헬렌이 만족할 만큼."

 

 그 말에 마법처럼 소장님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듣고 싶습니다."

 

 언제나처럼 목숨 아까운 줄을 모른다.

 게다가 제일 나쁜 것은 그게 나한테 월급을 주는 내 고용주라는 점이다.

 하지만 고작해야 빠에서 나누는 무서운 이야기가 위험해봐야 얼마나 위험할 것인가. 현실 범죄 이야기라면 모를까. 물론 현실 범죄는 명랑사회를 위해 얼른 서에 가서 신고해야 할 것이다.

 

 나는 위험한 이야기에 대한 불안함을 현실적인 생각으로 누르며, 찬찬히 마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괴담을 좋아하는 마담의 기벽은 유명한 것이라, 우리 뿐만 아니라 저 구석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말을 멈추고 이쪽을 흘끗거리는 모양이다.

 

 “어느 조선인 손님 이야기야.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그이는 광희정 사는 30대 남자인데, 어릴 적에 결혼을 하긴 했는데 부인은 죽었고 지금은 혼자 살고 있대. 일이 바빠서 재혼은 안한 모양이고.”

 

 뭐 우리 애 하나랑 죽이 맞아서 뻔질나게 제 친구랑 빠에 드나들고 있으니 아직 재혼은 멀었지, 하고 마담은 덧붙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이 빠에 다니던 친구가… 적당히 김 형이라고 하자.

  김 형이 며칠 새 사람이 아주 확 달라져버린 거야. 웃지도 않고, 말도 잘 안하고, 얼굴도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잠도 잘 못 자는지 눈 밑도 움푹 파이고, 일할 때도 영 이상한 실수를 하고. 여러모로 넋이 나간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물어본 거지, 무슨 일 있냐고.

 

 그런데 꼭 이런 이야기에 이럴 때는, 저 사람이 뭔가 숨기는 게 분명한데 이상하게 대답을 안 한단 말야. 그래서 이 김 형이란 사람도, 입이 언 듯이 아무 말도 안 해.”

 “전형적이군요.”

 

 소장님의 말에 마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전형적이고 통속적인 건, 잘 먹히고 사회 전반적으로 공감을 산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어쨌든 영 말을 안 하니까 더 걱정이 되고, 해서 몇 번이고 재우쳐 물어보니까, 간신히 한다는 말이 ‘소문 못 들었어?’ 더라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통에 며칠 만에야 김 형 얼굴을 제대로 봤는데, 잘 보니까 고작 며칠 동안인데 사람 꼴이 말이 아냐. 덩치 큰 사람이 비쩍 마르면 더 안돼 보이잖아. 그래도 친구인데, 그런 게 눈에 들어왔는데도 못 본척 하는 것도 좀 그렇지?

 그래서 그 이가 김 형을 끌고 술집으로 들어가서 좀 마시라고 강권을 했대. 처음에는 몇 번이고 사양을 하다가, 일단 술이 들어가니까 또 뭔가 생각하기 싫은 일이 있는지 잘 마시는 거야. 당연히 있겠지만. 그러다가 한참 술이 좀 들어가고, 얼굴이 불콰해지니까 입을 열더래.

 

 ‘요즘 우리 집에 어떤 여자가 밤마다 찾아와.’

 

 그게 또 괜히 섬칫하니 꺼림칙한 이야기인 거야.

 

 ‘얼마 전에, 아내가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돈단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그때는 그냥 어린애나 아녀자들끼리 떠드는 헛소문이려니 했지.’

 

 그런데 며칠 뒤에 아내가 창백한 표정으로 와서는 또 말하는 거야. 그 동네에서, 밤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쿵쿵쿵, 쿵쿵쿵, 하고 계속 두드린대.

 보통 밤이니까, 사람이 나가긴 귀찮고 저러다 제풀에 지치겠거니 하고 귀찮아하며 나가지 않잖아, 그럼 계속, 계속 두드리며 속삭인다는 거야.

 

 계세요, 계세요,

 저 혹시, 들어가봐도 될까요?”

 

 섬뜩하다.

 

 “으. 밤에 문을 두드릴라면, 지가 누군지 밝히는 것이 먼저 아녀유?”

 “그러니까 괴담이지.”

 

 나와 소장님의 이야기에 마담은 빙긋이 웃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지. 섬뜩하니까 문을 열어주지 않지.

 하지만 그냥 누워있을 수도 없는 거야.

 계속, 계속 두드리니까.

 귀를 막아도 신경쓰이고, 열자니 어딘가 섬찟하고. 그래서 그냥 목소리를 높여서, ‘가세요, 안돼요, 밝을 때 오세요.’ 하고 자는 척 한다는 거야. 그러면 밤새 문을 두들기다가, 첫 닭 울 때쯤에 사라진다고.

 

 그런데 왜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냐면, 자기네 옆집 여자가 밤새 대문 두드리는 소리 듣지 못했냐며 이야기했다는 거야. 그런데 듣던 사람들 중에 자기도 그 이야기 들었다는 사람이 하나 있는거야.

 진짜로 동네에 뭐가 있긴 있었나보지?

 

 옆집 여자가 하루만에 얼굴이 핼쑥해져서는 자기가 들어봤다며, 뭔진 몰라도 조심하고 그런 소리 듣기 전에 빨리 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더래. 그런 이야기를 듣고 오니 걱정이 되더라는 거야.

 그래서 그 김 형도 아내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헛소문이라고 이야기는 해뒀는데 찜찜하더래.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날 밤에, 진짜 그게 왔다고.

 

 담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 발자국 소리 하나 안 들리는, 이상하게 조용한 밤인데,

 누가 대문을 쿵, 쿵, 쿵, 하고 두드리더라는 거야.

 

 아내가 하얗게 질려서 김 형을 보는데,

  ‘계세요, 계세요?’ 하고 묻는 목소리가 들렸대.

 

 분명히 아는 사람 목소리가 아냐. 동네사람도 아니고.

 둘 다 등골이 오싹해져가지고, 보고 있는데, 문을 계속, 계속 두드리는 거지.

 

 쿵, 쿵, 쿵.

 

 ‘계세요, 저 혹시 들어가도 될까요?’

 

 쿵, 쿵, 쿵.

 

 아내가 덜덜 떨며 김형을 잡고 어떻게 좀 해보라고, 막 말하는 거야. 그러니 어째. 처자식은 자기만 보고 있고, 문 밖에서는 밤새 문을 두드릴 것 같고, 사내 체면에 뭔가 하긴 해야겠더라는 거지.

 그래서 좀 꺼림칙하긴 하지만, 대문쪽으로 슬쩍 걸어가서, 좀 거리를 두고, ‘뭔진 몰라도 이집엔 없어, 가시오.’ 하고 말했대. 이렇게 말한다고 돌아가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대충… 뭔가 하긴 한거잖아? 그래서 그렇게 말하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계속, 계속 문을 두드리는 거야.

 

 ‘사람을 찾고 있어요, 들어가도 될까요?’

 ‘딱 당신만한 키에 당신 같은 목소리를 가진 사내에요. 들어가도 될까요?’

 ‘잠깐이면 돼요. 잠깐만 확인할게요. 들어가도 될까요?’

 

 쿵, 쿵, 쿵.

 

 점점 무서워지는데, 계속, 계속 문 너머에서 계속 말해오고,

 이상하게도 동네는 술취한 사람 하나, 지나가는 사람 없이 죽음처럼 조용하고, 침묵이 귀를 찌르고, 다리는 덜덜 떨려오고, 문 밖에서는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계속, 계속 묻는 거지.

 

 쿵, 쿵, 쿵.

 

 ‘들어가도 될까요?’

 

 쿵, 쿵, 쿵.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가도 될까요?’

 

 김 형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그렇게 날이 밝자마자 아내는 친정으로 갔고, 자기는 요즘 밤마다 무서워서 집에 안 들어가고 어디서 버틴다는 거야. 그러고 보니 옷도 구질구질하고, 사람도 잘 못 씻은 티가 나고 그래.

 

 그래서 그이가 말한 거지.

 

 ‘김 형, 나랑 우리 집에 가서 좀 씻고,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잡시다.’

 

 그랬더니 반색하며, 괜찮겠냐고, 그러는 얼굴이 너무 절박해서 순간 좀 무섭더래. 그래도 한번 꺼낸 말이고, 뭐 그 동네 일이니까 큰 문제 있겠어? 그리고 집에 사는 다른 사람도 없고.

 

 그렇게 술 한 잔 하고, 집에 둘이 와서 씻고 누웠다는 거야.

 그런데 문 밖에서,

 

 쿵, 쿵, 쿵, 하고.

 

 까무룩 잠들었던 김형이 얼굴이 꺼매져서 문 밖을 노려보는데, 그이는 아직 술기운도 그대로고 해서 괜한 호승심이 들더라는 거야. 김 형이 안돼, 안돼, 하면서 나가려는 고개를 막 흔드는데,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이가 나간 거지.

 

 쿵, 쿵, 쿵.

 

 ‘들어가게 해주세요.’

 ‘아냐, 안돼. 뭘 찾든지간에 여긴 없어.’

 ‘들어가게 해주세요.’

 ‘없어, 없다고.’

 ‘이제 들어가게 해주세요.’

 

 쿵, 쿵, 쿵.

 

 하지만 술기운이 아직 남아있으니까, 괜히, 그이가 되려 자기가 더 크게 문을 쿵쿵 치면서 성질을 부렸다는 거야.

 ‘없어, 없어, 빨리 돌아가!!!!’

 

 그러니까 소리가 뚝 멈추더래.

 조용해지니까, 얼굴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던 김 형도, 술김에 괜히 호통쳐 본 자기도, 진짜 갔나? 하고 반신반의하는 눈길을 서로 주고받았는데, 진짜 계속 조용한 거야.

 그래서 슬쩍, 대문 틈으로 문 밖을 들여다 보았는데,

 

 어두운 가운데 흰 백옥 가락지 같은 것이 떠 있더래.

 하얀 동그라미 안에 검은 동그라미가 있는데, 처음에는 가락지인가, 했는데,

 그게… 깜박, 하고 감았다 뜨더니.

 

 그 눈이 이쪽을 보면서.

 

 “있는데?”

 

 라고.”

 

 나는 신음을 흘렸다.

 

 “으, 으으.”

 “뭐, 평이한 괴담이네요.”

 내 신음소리와는 전혀 상반된, 소장님의 괴담수집가다운 냉철한 평가다.

 

 “평이하긴 뭐시 평이해유.”

 “괴담은 다 이런 식이라고. 일상에 이상한 존재가 끼어들었다가, 일순간 따돌린 줄 알았는데, 의외의 곳에서 나타나지. 우리 탐정사무소에서 밥벌어먹고 살려면 이 패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

 “하이고, 싫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소장님은 더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대화는 잠시 끊겼다.

 우리의 주고받는 말을 잠자코 들어주고 있었던 마담은 우리의 대화가 끊기자 때가 왔다는 듯 빙긋이 웃었다.

 

 “잠깐, 아직 안 끝났어. 이 이야기가 무서운 이유도 들어야지?”

 “예에?”

 

 이건 내 당황한 목소리.

 

 “이 이야기가 왜 무섭냐면 말이야, 들은 사람에게 찾아오거든.”

 “응?”

 

 이건 소장님의 얼빠진 목소리.

 

 쿵,

 

 쿵, 쿵.

 

 여전히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

 

 “헬렌, 아까 시끄럽다고 했지. 혹시 오늘 이 근처에서 공사 중이라고 생각했어?”

 

 순간 느껴지는 불길한 느낌에, 나는(심지어 소장님도) 기겁해서 빠 포에따의 알록달록한 색유리문을 흘끗 돌아보았다. 문이라고는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뭔가 ‘있었다’.

 

 왜 들어올 때는 몰랐을까.

 

 왜 우리는 여기 들어와서 저쪽 방향을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유리문 뒤에는 인간의 것처럼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딱 봐도 정상적인 인간의 자세가 아닌, 삐뚤하고 기울어진 비스듬한 형체. 긴 검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온다.

 

 그림자는 상체를 살짝 뒤로 젖히더니 머리부터 문에 부딪쳐온다.

 

 쿵, 쿵, 쿵.

 

 우리가 아까부터 듣고 있던 것은 공사장의 소음이 아니라…

 이 소리였던 건가.

 이럴 수가. 아까의 괴담 속에 나오던 동네 사람들이 들었던 것도 이 소리였겠지.

 

 똑, 똑, 똑이 아니라 쿵, 쿵, 쿵이었던 이유는,

 문을 머리로 두드리고 있어서,

 훨씬 둔탁하고,

 크고,

 소름끼치게,

 들여보내달라고 청하는…

 

 마담이 속삭였다.

 

 “목소리, 혹시 들리지 않니?”

 

 팔에 소름이 오르르 돋았다.

 저도 모르게 시선이 색유리문으로 가버리고 만다.

 문 너머에서, 저기서 있는 그림자의 목소리가 들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가늘고 작은, 놀랄만큼 선명한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저기요, 들어가도 될까요?”

 

 어둑한 가게 안, 반짝이는 술병들과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얇은 유리잔들을 뒤로 하고 앉은 마담은 새파래진 우리의 얼굴을 바라보며 여상스럽게 웃었다.

 

 

 
작가의 말
 

 찾아가는 괴담 서비스! 지방 출장도 언제든지 오케이!

 시도때도 없이 열일하는 귀신이 나오는 손 편이 시작합니다.

 역시 사람이든 귀신이든 열심히 살아야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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