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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티그리스 강가에서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16.5.19

빚을 갚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시내로 일자리를 얻게 된 마드린느는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저택은 완벽하지만 그만큼 쓸쓸했다.

 
12장 울지 않는 산맥 (1)
작성일 : 16-06-07 12:09     조회 : 503     추천 : 0     분량 : 2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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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지 않고서 2주 내내 걸었다.

 

 밤에는 야영을 했지만, 낮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다행히도 누군가가 다치거나 야생 동물의 습격이 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절벽이었다.

 

 더 이상 걸었다가는 황천길로 가게 되었다.

 

 리브의 기억에는, 이곳이 맞았다.

 

 이곳으로 가면 된다고 일지에 적혀져 있었다.

 

 다시 확인해 봐도 그랬다.

 

 뭐가 문제인 걸까.

 

 보이지 않는 길이 있는 걸까?

 

 아니면 지도가 잘못된 게 아닐까?

 

 엘제나가 죽은 이후 지리가 변했다는 가능성도 있었다.

 

 바람만이 조용히 불어오는 칼날 같은 절벽 위에서 서 있자,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무서웠다.

 

 위에서 매가 빙빙 돌며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황폐한 절벽 사이에서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절벽에서 절벽 사이로 부딪치며 노래가 들렸다.

 

 

 엘제나의 아이여 환영하네

 당신이 그녀의 유일한 핏줄인가

 자네만을 남기고 갔으니 그녀가 그리워도 할 수 없네

 우리가 인도하지

 티그리스 여신과 약속한 자들까지도

 깃을 각자 가지고서 휘파람을 불고서 뛰어내리게

 그것 뿐일세

 그게 유일한 길일세

 뛰어내리게, 나의 투르크이시여.

 

 노래가 끝나자 매가 사라졌다.

 

 뛰어내리라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자 아찔했다.

 

 여기서 뛰어내리라니.

 

 마드린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저기… 우리 진짜 뛰어내려야 할 것 같은데? 그것도 깃털을 하나씩 가지고서 말이야. ”

 

 가이온은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 여기서? 뭐 마법이라도 부리게 되나? ”

 

 리브도 이 상황이 무리가 있다는 걸 알고서는 약간 당황스러운 목소리였다.

 

 “ 음… 그래도 갑자기 메아리가 울린 건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부자연스럽네요. 이 방법이 아니고서는 다른 방법이 있던가요? ”

 

 가이온이 매몰차게 말했다.

 

 “ 아니. 다른 길은 없어. 설사 있다 해도 우리가 그 길을 통과하리라는 보장이 없지. 좀 불안하지만 그래도 한 번 해 볼 수 밖에. ”

 

 리브가 각자 깃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은은한 분홍빛의 색채.

 

 숨을 크게 쉬고서, 셋은 하나, 둘, 셋 을 외친 뒤 휘파람을 불었다.

 

 청아한 휘파람 소리를 낸 뒤 이제 남은 일은 목숨을 걸고서 뛰어 내리는 것이었다.

 

 각자 깃을 손에 꼭 쥐고서 차례대로 마드린느, 가이온, 리브가 뛰어내렸다.

 사실 마드린느는 첫 번째로 뛰어내리고 싶지 않았다.

 

 가이온과 리브가 등을 떠밀어서 어쩔 수 없이 선두주자가 되버렸다.

 

 “ 대체 왜 내가 첫번째인데? ”

 

 아래로 빠르게 하강하며 세게 외치자, 들려오는 대답이 있었다.

 

 “ 레이디 퍼스트! ”

 

 마드린느는 어이없어하며 그들의 배려대로 제일 첫 번째로 떨어지고 있었다.

 

 “ 굳이 이럴 때? ”

 

 몸이 더 이상 쏠리지 않고서 편안해졌다.

 

 푹신한 뭔가가 등과 어깨에 닿았다.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지만 왜 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뭔가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금새 절벽을 올라가 이제는 절벽을 위에서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셋은 지금 자신들이 하늘을 날고 있으며, 깃털을 가지고서 걸은 주문이 성공했다는 걸 깨달았다.

 

 창공을 가르며 나는 커다란 매를 타고서 구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해가 잡힐 듯 했다.

 

 다들 이 신기한 경험에 뛸 듯이 기뻐했다.

 

 어린 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그치지 않고 웃었고, 손뼉을 치지도 하며 서로를 얼싸 안았다.

 

 온 몸의 근육이 다 하나하나 살아나는 것 같았다.

 

 자신들의 키보다 컸던 나무들이 작은 점으로만 보였다.

 

 위에서 본 절벽은 탐성을 절로 나오게 하는 한 폭의 명화였다.

 

 어쩜 그리 선이 칼날 같으면서도 유려한지.

 

 아래 풍경 구경하랴, 떨어지지 않게 매를 잡으랴, 주위에 나는 새 구경하랴 다들 즐거워하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바람이 그들의 뺨을 계속해서 스치며 상쾌하게 지나갔다.

 

 매는 자유를 찾은 죄수처럼 희망차게 날아갔다.

 

 

 

 *****

 매가 멈춰 그들을 내리게 했다.

 

 셋이 내리자 마자 매는 바로 날아가버렸다.

 

 주위가 온통 녹색빛이었다.

 

 나무들이 하나같이 다들 길고 뾰족해 창을 들고 있는 모습 같았다.

 

 “ 여기가 울지 않는 산맥인가? ”

 

 가이온이 물었을 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머지 둘은 산맥인지 아닌지가 확실치 않아서 그런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여러 명의 사람들, 아니 엘프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은 하나같이 리브와 같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하늘빛과 녹빛이 섞인 눈동자의 소유자들이 많이 모이자 바다 속의 무한한 에메랄드를 보는 것 같았다.

 

 거기에 유독 차갑고도 알싸한 분위기.

 

 다들 아름다웠고 빛났지만 쉽게 다가가기 힘들어 보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신경 따윈 쓰지 않을 것 같은 고고함이 느껴졌다.

 

 많은 엘프들 속에서 한 엘프가 앞으로 나왔다.

 

 그도 붉은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다.

 알싸하게 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머리색을 가진 엘프는 셋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 같은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엄숙하고, 위엄이 있었다.

 

 사자무리 중 갈기가 가장 화려한 우두머리 같았다고나 할까.

 

 키도 그 중에서 가장 커서 커다랗고 단단한 나무를 보는 듯 했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들을 수 있던 소리는 아주 저음으로, 동굴 속에 온 듯 울리면서도 정확한 목소리였다

 

 “ 나는 울지 않는 산맥의 엘프, 지도자 ‘아도니스 투르크’ 라 하네. 엘프와 티그리스 여신의 계약 아래 이어져 있는 자들이라. 기이한 조합이라 내 친히 마중을 나왔네. ”

 

 뒤에 서 있던 엘프들이 무릎을 꿇고서 간소하게 절을 올렸다.

 

 행동을 보아하니, 쫓아낼 것 같지는 않아 보여 다들 속으로 안도했다.

 

 검은 머리의 엘프가 붉은 말 세 마리를 끌고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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