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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더 블랙 (The Black)
작가 : 김신
작품등록일 : 2017.11.18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문명화 되지 않았다.
우리의 삶을 기록할 아무 것도 남길 수 없다.
죽음조차 우리에게는 하나의 별이 될 뿐

 
02. 밤보다 어두운 건 사람이다
작성일 : 17-11-19 14:56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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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블랙

 

 02. 밤보다 어두운 건 사람이다

 

 2013년 01월 15일

  프랑스 마르세유 공항 (MRS)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로 유명하다. 그러나 나한테 먹을 수 있는 건 여기 공항에 있는 서브웨이뿐. 진짜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만들어 둔 일정으로 파리는커녕 마르세유에 내내 붙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뿐인가 자기네 땅이라고 DGSE 놈들이 계속 감시하고 있는데 한가롭게 다니기도 뭣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기 음식이 내 입맛에 안 맞는다는 거고. 간이 너무 제멋대로다. 하는 수 없이 맛이 다 똑같은 프랜차이즈를 이용할 수밖에.

 

 가볍게 세트로 시켜 쿠키와 음료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이제 겨우 포장을 벗기려고 하자 내 앞으로 푸른색 바탕에 흰색 선으로 포인트를 만든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앉았다.

 

 “봉쥬르~”

 “밥은 좀 먹읍시다. 이제 곧 떠날 사람인데 뭘 이렇게 다가와요.”

 

 금발 머리와 푸른눈, 그리고 백인답지 않은 맑고 깨끗한 피부. 그녀는 의뭉스럽게 몸을 앞으로 빼며 턱을 괸다. 그녀의 모습에 괜히 주위 사람들이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보통미인이 아닌데 웬 동양인 앞에서 아양을 떨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미스터 블랙, 진짜 돌아갈 거에요?”

 “그럼 돌아가야지, 아브힐(Avril). 위에서 미인계로 나 좀 꼬셔오라던가. 갑자기 왜 이래.”

 

 새로 나왔다는 서브웨이 메뉴 특유의 냄새가 끈끈했다. 슬슬 출출해지는 마당에 앞으로 얼굴 볼 일도 없는 여자랑 말 섞는 취미는 없었다. 아브힐은 특유의 붉은 립스틱이 반짝이게 웃었다.

 

 “맞아요. 상부에서는 당신이 프랑스에 남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이번 문화재 대여 건도 초장기로 해줄 수도 있다고 하고요.”

 “웃기는 소리.”

 “왜죠? 우리는 예전부터 외국인들을 환영했어요. 세계 모두가 아는 외인부대부터 말이죠.”

 “난 코쟁이 나라의 총알받이는 되기 싫다. 흠 이거 맛있네. 너도 먹어 볼래?”

 

  아브힐의 말을 끊으려고 먹던 터키 베이컨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그녀는 요염하게 혀를 내밀어 그 끝을 살짝 핥았다. 어떻게 가르쳤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그녀가 정말 충실하게 미인계를 활용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드럽게 어디다가 침을 묻혀.”

 “그 침을 맛보려고 환장한 남자들 줄 세우면 여기 마르세유 한 바퀴는 넉넉할 거에요.”

 “웃기는 소리. 나한테 징징거리지 말고 그런 놈들 모아다가 입대시켜.”

 “블랙. 아니 미스터 백. 왜 한국에 남아있으려고 하는 거죠? 당신 정도 실력이면 우리도 우리지만 미국에서도 몇 번 말이 있었을 건데요.”

 “한식이 입맛에 제일 잘 맞아.”

 

 시원찮은 내 대답에 아브힐은 왼눈을 찡긋 이며 몸을 뒤로 뺐다. 깃털처럼 의자에 기대는 그녀의 모습에 적나라한 몸매가 드러났다. 서브웨이 아르바이트도 소스를 짜면서 그녀를 흘깃 보다가 실수로 푹 짜버렸다. 다행히 손님도 아브힐을 보느라 인식하진 못했다.

 나야 앉아 있는 방향이 그쪽을 보고 있으니 본 거고.

 

 “당신이 원한다면 한국인 요리사라도 전속으로 해줄까요?”

 “진심으로?”

 “네. 요리사 몇 명 더 고용해서 당신을 붙잡을 수 있으면 남는 장사죠.”

 “농담을 진심으로 믿다니 순진하군. 이제 어디 가서 마르세유의 레드립(Redrip)이라고 말하지 마. 이거 원 순진해서.”

 

 난 얼른 먹고 사이다를 원샷했다. 반쯤 먹던 쿠키를 들고 가방을 옆으로 멨다. 내 말에 순간 멍해졌던 그녀는 진심으로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그녀의 금발 속 숨겨진 흰 목, 그 위로 빛나는 은빛 귀걸이가 돋보인다.

 

 “마르세유에서도 맛집이 많은데 막상 가서는 한두 점만 먹고 나와버리니 혹시나 했죠.”

 “그건 진짜로 임 맛에 안 맞았던 거야.”

 “블랙, 기억해둬요. 우리의 제안은 언제나 유효하다는걸. 알죠?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 지금 대통령이나, 차기 대통….”

 “쉿.”

 

 난 검지를 들어 입을 막았다.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민감한 문제를 말하는 그녀의 말을 멈추게 했다. 최소한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할 일들은 아니니까.

 

 “후후…. 좋아요. 이렇게 얼굴 보고 이야기 한 건 오랜 만이니 여기까지 하죠.”

 “좋아. 남의 나라 국가 통치자에 관한 이야기는, 그것도 선거 전에는 함부로 타국 정보원이 말하면 안 되겠지?”

 “그건가요. 당신이 한국에 남아있으려는 이유가.”

 

 아브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푸른 원피스와 확 다른 붉은 하이힐 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그녀는 내 옆으로 섰다. 웬만한 남자들보단 큰 높이지만 다행히 그녀보단 내가 키가 컸다.

 

 “글쎄, 입맛이 안 맞는다니까.”

 “다음엔 요리사라도 같이 데리고 오도록 하죠. Au revoir(다시 보죠)”

 쪽-

 

 그녀는 내 뺨에 가볍게 뽀뽀를 하며 떠났다. 칼질도 피하는데 못 피할 게 있겠느냐마는 그녀와 같은 미녀의 뽀뽀는 피하는 것이 아니니까.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느끼며 그녀의 입술 자국을 손으로 쓱 닦았다.

 

 ‘나한테는 안 통한다고 했을 텐데.’

 -칫, 눈치도 빠르셔라. 어차피 정신방벽을 뚫기도 전이었다고요.-

 ‘다음부터 이런 장난은 하지 말고.’

 

 마르세유의 레드립. 정신계열 돌멘능력자로 유명한 그녀, 알고 있기도 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에 혹시 하고 찔러봤는데 역시였다.

 잠깐의 틈만 보이면 찔러 들어오는 세상. 전에는 총칼 혹은 독을 조심해야 했다면 이제는 돌멘능력자라는 별 해괴한 능력들도 상대해야 한다. 대부분 특별한 수준은 아니지만, 간혹 이렇게 섬찟한 능력이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었다.

 

 * * *

 

 2013년 01월 18일

  인천공항 국정원 출장사무실

 

 인천공항 하면 귀빈실. 국가 법령상 귀빈으로 모셔야 할 사람들이 쉬는 곳이면서 동시에 출국 입국 절차가 간소화되어 귀빈실 사용 자체가 권력의 상징이 되었으니까.

 그렇지만 다들 잘 모르는 것이 절차가 간소화되는 곳은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여기. 국정원 출장사무실. 일일이 요원들이 검사받고 다니는 걸 본 적 있는가. 다 여기서 처리하는 것이다.

 물론 재수 없게 가벼운 맘으로 오다가 상사를 볼 수도 있고.

 

 “임무다.”

 

 바로 오지 않고 다른 국가를 여러 신분으로 살짝 돌아 도착하자 마다 들은 소리였다. 귀빈실 더블도어 옆, 국정원 사무실에 들어가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중년의 사내가 있었다. 국정원 해외 1과 김태우 차장. 그는 중지와 검지로 책상을 툭툭 치며 입을 다시 열었다.

 

 “지금부터 해외 1과 파견에서 보직을 변경한다. 국내 2과 산업보안팀 첨단돌멘파트로 변경하고, 임시로 백두돌멘연구소(BDI)에 잠입한다.”

 “국내 2과? 그 댓글이나 쓰는 놈들로 들어가라고요?”

 “그래. 물론 장기간 해외 파견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사실도, 네가 국내 애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도 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가 않아.”

 

 헤링본 양복은 입은 김태우 차장. 나이로 인해 살은 불어 보인다. 그러나 젊었을 때부터 무수한 훈련을 해온 역전의 용사. 얼굴의 상처들부터 몸까지 함부로 할 수 없는 중년의 사내였다.

 

 “중국 쪽 산업스파이 문제입니까?”

 “맞아. 아무리 국내 1과 애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국정원이 국내의 건전한 기업활동은 수호해야 하니까.”

 

 스윽-

 김태우 차장은 평이한 어조로 말하며 A4 종이 한 장을 밀었다. 난 책상에 손을 뻗어 종이를 받아 읽어 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해당한 쪽 일이 아닌 만큼 잘 몰랐던 내용이 적혀있었다. 중국 쪽 산업스파이…. 아니 이제는 산업 약탈자들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1년 연봉을 3년 동안 9배로 준다고 하는 게 진짭니까.”

 “그 정돈 되니까 국내 인력들이 중국으로 넘어가지.”

 “거참…. 뉴스 보니까 한국에서 대우는 영 찬밥이라면서요. 저 같아도 이거 넘어가 버리겠는데요? 한 방에 27배를 버는데. 근데 차장님.”

 “네가 나설 일이 아닌 거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문제가 중요한 건 알고 있다. 그러나 난 어디까지나 전투관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기술보안 쪽보다는 싸울 일에 투입되는 게 보통이었다. 김태우 1차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봐라.”

 

 그리고 서랍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난 앞으로 좀 걸어나가 차장님이 꺼낸 태블릿을 보았다. 능숙하게 조작해서 동영상 하나를 튼다.

 

 평범한 가정집. 창문 밖으로 얼핏 보이는 풍경을 보니 소위 로열층이고 고급 아파트촌이었다. 그리고 화면에 보이는 건 중년 여성이 기괴한 모습으로 마루에 누워있는 것. 꿈틀거리는 걸 보면 죽지는 않았다. 입으론 기괴한 푸른 거품을 물고 꿀럭이며 웃고 있다.

  그리고 옆으로는 남편쯤 보이는 사내가 무릎 꿇고 빌고 있었다.

 

 카메라가 미묘하게 잡지 못하는 화면 아래, 여자 한 명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등허리까지 오는 윤기 있는 흑발의 생머리, 금박이 가미된 화려한 붉은 차이나 드레스. 툭 터진 옆으로 보이는 매끈한 하얀 다리. 완벽한 뒤태. 뒷모습만 보아도 미녀.

 

 “차장님, 음성은 없습니까.”

 

 김태우 차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다. 도청기는 다른 곳에 설치했었는데 부서졌다. 다행히 카메라는 자동으로 전송하게 해놔서 영상만 건졌어.”

 “그런데 저긴 어딥니까. 저 사람들은 누구고요.”

 “여기 무릎 꿇고 있는 남자는 박영태. BDI의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지. 그리고 마루에서 거품 물고 있는 여자는 박영태의 아내 김선애. 여기까지라면 널 부를 필요는 없었지만, 문제는 이 여자. 여기 차이나 드레스.”

 

 김태우 1차장은 답답한 듯 손톱으로 차이나 드레스를 툭툭 쳤다. 그리고 재생시켰다. 박영태는 무릎으로 기며 차이나 드레스에 간절하게 빈다. 그녀는 박영태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그 순간! 녹화하는 카메라로 고개를 휙 돌아본다.

 

 팟-

 

  차이나 드레스는 왼손을 휘둘렀다. 그 즉시 화면은 나가버린다. 단지 꺼지기 직전 붉은빛이 번뜩였다. 인간의 몸에서 갓 튀어나오는 피의 색. 색도 색이지만 그녀의 왼손이 휘둘러지는 방법이 익숙해 보인다. 다리의 움직임 없이 가슴과 등 근육에서부터 어깨에 힘을 폭발해 휘두르는 것.

 

 ‘벽혈수(霹血手)? 무공? 설마 그럴 리가?’

 

 김태우 차장은 차이나 드레스가 카메라를 부수는 부분은 반복재생하며 말했다.

 

 “출입국 기록을 찾아봤지만 다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출입국 기록에 찍힌 부분을 열었다. 공항 사진에서는 목 늘어난 반소매에 와이셔츠를 껴입고 얼굴만 한 안경을 쓰고 있었다. 머리 또한 양 갈래로 어설프게 묶은 모습.

 

 “여권상 이름은 간단하게 린. 하지만 가명으로 일 테고…. 저런 능력으로 보면 돌멘각성자로 추정된다. 여타 다른 능력자들과 달리 공격계열 능력을 개화한 것 같다. 거기다가 김선애가 저런 꼴인 거 아무리 봐도 중국 트라이던트가 자주 쓰는 취생몽사(醉生夢死)에 중독된 모양이다.”

 “아내를 마약으로 중독시키고 본인한테는 찾아간 다라…. 박영태 자체를 노리는 게 아니고 박영태라는 미끼를 통해 뭔갈 얻어가고 싶다는 거군요.”

 “그래. 그쪽의 능력자까지 등장해서 어떤 정보를 BDI에서 빼가려고 하는 것인지 알아내고, 한국에 얼마나 침투해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이런 일을 네 말대로 댓글이나 쓰는 국내 애들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일반적인 산업스파이도 놓치는 게 일상인 놈들이니 알겠습니다.”

 

 김태우 차장은 왼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비밀 문을 가리켰다. 그쪽으로 나가라는 소리에 난 고개를 끄덕이고 향했다.

 
작가의 말
 

 본 소설의 내용은 실제 사실과 다르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기관, 사건들은

 모두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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