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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삼국 the 신수기
작가 : 라칸
작품등록일 : 2017.10.31

[대체역사물+판타지]
신수를 얻는 자가 천하를 제패한다!

 
나, 황룡과 화씨지벽(4)
작성일 : 17-11-18 23:12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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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 소인이 감히 말씀 여쭙겠습니다.”

 보다 못해 내가 나섰다. 무례하다고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다. 가만 지켜보고 있자니 답답증에 목이 막힐 지경이었다.

 “작금의 주유는 천자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 또한 그리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유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 멀리 있는 천자도 한실의 군사들도 아닙니다. 바로 손가와 주가입니다. 손가는 주가와 혼약을 맺었습니다. 손견 장군과 주유를 혼인시키는 거였지요. 때문에 출타 중인 손견 장군을 대신해 손책이 손가를 돌보며 주유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혼인 전에 신랑의 집에 있는 것은 본래 육례에 어긋나지만, 특별한 예외가 있었으리라 미루어 짐작하고 있습니다.

 헌데 주가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일전에 맺었던 혼약을 파기하고 육가와 혼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방금 전 보셨던 육의라는 자와 주유를 맺어주려 하는 것입니다.“

 노인은 이 죽매당을 벗 삼아, 이곳에 파묻혀 지내느라 현실 감각이 둔해졌을 수 있다. 감각이 둔해져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사물의 진실을 보려면 감각이 매우 예민해져야 한다.

 그 감각을 일깨우려면 다소 거친 화법을 써야 한다. 무례하게도 보여도 상관 없었다.

 태평하고 여유로운 것과, 물정 모르고 헛소리를 하는 건 전혀 다른 의미니까.

 “주유는 손가에 남고 싶어합니다. 육가에는 가고 싶지 않아해요. 그런데도 주가는 사람들을 내세워서, 효를 내세워 주유를 끌어가려고 합니다. 손가와 혼약했던 건 까맣게 잊은 것처럼 굴지요.”

 “맞습니다. 환이 그때 도와주지 않았다면...저는 영락없이 끌려갔을 겁니다.”

 주유는 내가 입바람으로 그들을 쫓아버린 일을 이야기했다. 나는 주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주유는 손가와 혼인하면, 교공의 문하에서 더 이상 학문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기에 손가의 혼인을 원하지 않는다 했었다. 그런데 손가에 남고 싶다고? 말이 뭔가 안 맞는데?

 “소녀는....솔직히 혼인을 원하지 않습니다. 육가와 손가 둘다. 어느 누구하고도 맺어지고 싶지 않아요.”

 그 다음 이어진 주유의 말은 가히 폭탄급이었다.

 “이 늙은이가 손가와 감정이 불편하기 때문이냐?”

 주유는 작게 대답했다. 예, 라고.

 “그것은 나와 손가의 일이지, 너의 일은 아니다. 나 때문에 혼약을 불편해할 이유는 없느니라.”

 노인은 서안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유아 네가 걱정하는 바는 알겠다. 손가와 육가가 너를 두고 시끄러운 마당에, 네가 황룡의 신수를 갖고 있는 걸 알면 더 큰 소란이 일까 저어하는 것이지?”

 딩동댕!

 나는 속으로만 외쳤다. 역시 배운 분이라, 보기보다는 눈치가 빨랐다.

 “그렇습니다.”

 “육가까지 끼어들어선, 니전투구泥田鬪狗의 장이 될 게 뻔하고?”

 주유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두손을 꼭 모으고 있을 뿐.

 “그렇다면 네 백자에게 의탁함이 어떠하냐?”

 “예?”

 아니 이 양반이 진짜!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뻔했다.

 다른 가문 사람도 아니고, 조씨 가문 사람이라면서. 그걸 알면서 백자란 사람에게 보내려고 하다니?

 이 노인네, 아니 이 양반 속을 알 수가 없다. 대체 뭘 생각하고 사는 거지? 그때그때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그냥 그대로 내뱉는 타입인 걸까.

 이런 인간이 지혜롭다고 믿는 주유가 가여울 지경이었다. 아니...화가 났다. 뭘 믿고? 대체 뭘 보고?

 “백자는 조씨 가문이기는 하다만, 조숭 쪽과는 거의 교류가 없다. 그렇다고 빈한하게 사는 것도 아니니라."

 “그렇다 해도 본명도 쓰지 않는 자에게 의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점점 말하다 보니 화가 나려고 한다.

 자기 일 아니라고 너무 태평무사안일한 거 아니냐고.

 “백자는 내가 내려준 이름인걸 잊었느냐?”

 “스승님.”

 주유의 저 간곡한 얼굴을 보고도, 노인은 제 생각을 꺾을 의지가 없는 듯했다.

 때마침, 백자가 들어왔다. 소반에 찻주전자와 다기를 받쳐들고선, 하나씩 하나씩 그것들을 늘어놓았다.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정해진 과업을 수행하듯이.

 그 와중에 백자의 허여멀건한 얼굴을 노인은 민망할 정도로 빤히 쳐다보았다. 시선이 느껴졌는지(그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지만)백자가 노인과 눈을 맞췄다.

 “무슨 말씀들을 나누고 계셨습니까?”

 “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다. 백자야.”

 “소인 말입니까? 소인에 대해서 무슨 할 말씀이 있으셨기에...”

 백자는 수줍게 웃었다. 웃음소리가 크지 않았고, 웃을 때 하얀 치아가 보였다. 왼쪽 입가에 도드라진 덧니가 보였다. 그래선지 웃을 때만큼은 백자란 사내가 어려보였다. 스물 남짓은 되었을까. 많게 보아도 내 또래이지 그 위는 절대로 아닌 것 같았다.

 피부가 희고 키가 비교적 큰 것으로 보아 백자는 분명 귀공자였다. 조씨 가문의 일원이라 했으니...아무리 천대받는 이였다 한들 그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자랐을 것이다. 그러니 고대 사람들 중에서도 체격이 좋은 편이겠지.

 육손과는 다른 느낌의 남자였다. 육손은 웃어도 무언가 불쾌감이 감도는 남자였고 이쪽은 몸이 단단하지만 곧바른 느낌의 사내였다.

 그러니 노인이 백자와 주유를 엮어줄 생각을 품었던 것이다. 조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노인의 바람은 그대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관대하고 태평한 소리만 하는 듯한 저 노인조차도, 조씨 가문은 적잖이 신경쓰고 있었다.

 “이 늙은이가 네게 부탁 하나를 해도 되겠느냐?”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소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야...”

 “네가 유아를 좀 돌보아 줄 수 있겠느냐?”

 주유가 뒤늦게 스승님, 하고 불렀지만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자의 손을 꼭 잡고는 가볍게 두들기는 것이었다.

 저 인간 도발하는 건가 뭔가...

 “주유 사매를요?”

 “스승님, 그만두세요.”

 주유가 보다 못해 소리를 높였으나 노인은 듣지 않았다.

 “유아 말은 무시하거라. 유아는 남에게 신세 지는 걸 죽을 만큼 싫어하지 않느냐. 더군다나 유아는 집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단다. 손가에 의지하고는 있지만 거기도 여의치가 않고. 유아는 그를 피해 죽매당까지 온 모양이지만 방금 전에 육가에서 유아를 쫓아왔더구나. 허니 내 집에서도 오래 있을 수는 없겠다. 허니 네 집에 유아를 잠시 머물게 함이 어떠하냐?”

 백자는 주유를 돌아보았다. 백자의 입꼬리가 슬쩍슬쩍 위로 올라가는 걸로 봐선, 주유를 제 집에 들이는 게 그리 싫은 일은 아닌 듯했다. 백자 또한 주유에게 적잖은 호감을 품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걸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저렇게 잘난 놈이 주유한테 들이댄다면 나는 가능성이 없...

 아니 나 뭐라는 거냐. 웬 로맨스 타령?

 정신차려, 조환 이 자식아. 내가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느냐 마느냐도 지금 확실치 않은 마당에.

 “주유 사매라면 언제든 환영이지요. 사매가 곤경에 처했는데, 같은 문하의 형제로서 외면하는 건 도리가 아니고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구나. 그렇담 내일이라도 당장 주유와 함께 떠나거라.”

 백자는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그렇게나 빨리요?”

 “빠르지 않다. 지나가던 과객이 예를 염탐하고 갔다고 하니, 되도록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므나.”

 “하지만...”

 백자가 말끝을 흐리며 주유를 쳐다보았다.

 “사매가 반대하시면 저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지요.”

 그러자 노인이 주유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앉았다. 그는 주유의 손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매우 간곡한 눈빛을 보냈다.

 “유아. 넌 가야 한다. 네 사정이 이러하고 네 신수 또한 의지할 곳이 탐탁치가 않구나. 내 생각 같아선 죽매당에 아예 터전을 일구고 살라 하고 싶다. 그러나 천하의 도리가 그래서는 아니 되는 법. 너는 여인이나 장차 크게 될 사람이다. 내 말 뜻을 알겠느냐?”

 노인은 주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주유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본들 다른 수가 있었을까?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주유에게 선택권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손가에 계속해서 있는다면, 거기로 곧 주가와 육가 사람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죽매당에 죽치고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을 염탐하는 자가 있었고, 더욱이 육손과 마주쳤다. 육손이 안다는 건 육가의 웬만한 남자들이 다 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옛말에도, 본래 화는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가 사람들이 예를 내세워 주유를 데려가면, 실상 손가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주유로서도 일단 끌려가고 나면 답이 없었다. 가법에 의한 것이니 어떻게 처결이 나든 간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인은 세 가문 사이에서 뒤엉켜 새우등 터지느니, 가장 안전한 제 4자의 집으로 피신해 있으라 당부한 것이다.

 즉흥적으로 말한 것 같아도(반은 즉흥이 맞지만) 노인이 주유를 많이 염려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스승님께서 막아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주가 사람들이 온다면...”

 “그건 안돼.”

 내가 나서려던 찰나였는데, 백자가 더 빨랐다. 백자는 사뭇 단호했다.

 “사매는 사매의 집안 사람들을 거역할 수가 있을 것 같아? 그들이 가법으로 데려가겠다 하면, 스승님은 무슨 수로 그들을 막겠어? 한두 번 좋게 타일러서 내보낸다 해도 그뿐이야. 그들은 사매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이상 계속해서 올 거야. 사매가 자기들과 함께 돌아갈 때까지. 그리 되면 사매에게도 고통이고, 스승님과 나를 비롯한 형제들에게도 더할 수 없는 고통일 거야.

 사매는 그리 되길 바라는 거야?“

 "하지만...."

 "내게 폐가 될 거라 염려하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돼. 사매가 오히려 내 집에 와주었으면 했는데, 이번 일 덕분에 사매를 내 집에 모실 수 있게 되었어.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야. 그러니 그렇게 곤란해할 것 없어."

 주유는 노인과 백자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나를 보았다.

 "스승님, 백자에게 환의 일을 일러주어도 되는 건지요?"

 주유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잊고 있었지만 나는 황룡의 신수였지. 지금은 본래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만.

 "백자는 입이 무겁고, 신임이 두텁지. 말해도 괜찮다. 더욱이 백자라서, 너와 네 신수를 의탁하라 한 것이야."

 궁금해졌다.

 노인이 이토록 백자란 남자를 신뢰할 이유가 무엇일까? 그저 희멀건 피부에, 단정하고 귀티가 난다는 점? 그뿐인 건데.

 노인이 육손을 내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는 명망 높은 가문의 자제라 해서 문하에 들이지 않는다. 믿음 또한 쉽게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도 노인은 주유와 백자를 깊이 신뢰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연기를 하는 거라면 연기대상감이라 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주유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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