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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경성크툴루
작가 : 최믹하
작품등록일 : 2017.11.17

경성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들, 괴력난신 소녀와 유학파 탐정사무소 소장님이 진실을 파헤쳐갑니다.

 
물고기의 눈(2)
작성일 : 17-11-18 20:05     조회 : 875     추천 : 1     분량 : 7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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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썩!

 

 소장님과 나는 번쩍 고개를 돌렸다.

 

 쥐새끼 같은 사내는 저쪽 빠께스에서 물을 길어다가 쓰러진 딥-원에게 끼얹다 말고 깜짝 놀라서 내 시선을 마주했다.

  이야기 속의 딥-원과는 달리 이쪽의 딥-원은 눈꺼풀이 가늘게 열린 채로 바닥에 가만히 쓰러져 있었다. 그나마도 산 것보다는 죽은 것에 가까운 상태니 그냥 물이나 대충 끼얹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소장님과 나는 살짝 시선을 주고받았다…

 소장님은 멍하니 나에게 물었다.

 

 “물고기랑 눈이 마주쳐 본 적 있어?”

 

 갑자기 질문이 돌아왔다. 나는 당황하다 대충 대답해버렸다.

 

 “장날 어물전에 있는 자반 고등어랑은 몇번 마주쳐 봤지유.”

 

 당연히 그런 걸 물어본 것은 아니었겠지.

 소장님은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시골 촌년인 것을 어쩔 것인가.

 소장님은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 눈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있어?”

 “아니유. 사람 마음도 어려운데 무슨 물고기유.”

 

 한 길 물 속은 알아도 열 길 사람 마음 속은 모른다고 하는데.

 

 “인간 비슷한 모양을 하고 인간처럼 굴며 인간 사회에 섞여들어온 존재는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나 공포의 대상이야.

  요괴형과 동물형이 있지. 우리나라에도 구미호가 사람인 척 하며 온 동네 사람을 다 잡아먹는 이야기는 흔하잖아?”

 “인어는유?”

 “인어는 말을 못해서 인간 사회에 섞이지 않아. 그렇게 되면 그 해악도, 공포의 규모도 필연적으로 작아져. 인어 설화는 항상 개인적 체험에서 끝난단 말이지.”

 

 뭐, 알 듯 말 듯 하다.

 

 “하지만 딥-원은 좀 특별해.

 인간처럼 생기고, 인간처럼 걷고 팔을 쓰지만 그 기반은 물고기란 말이지.

 물고기는 동물보다 훨씬 더 감정적으로 인간과 교류하지 않아. 개는 말은 못해도 꼬리를 흔들면 좋은 거고, 지긋이 노려보면 공격을 준비하는 거지.

 하지만 딥-원에 대해서 우리는 전혀 몰라. 그 움직임을 본다고 해도 이것이 공격하려는 건지, 도망가려는 건지도 알 수 없어.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 눈이야말로… 인간성의 완벽한 상실이었지.

 인간과는 아무 것도 소통할 수 없는, 그 눈.

 사람과 사람끼리는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잖아?

 하지만 우리가 딥-원의 눈을 봤을 때는…

 

 과연, 그 창은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창일까?

 우리는 지금 저 바닥에 누운 녀석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해…”

 

 소장님은 격정적으로 말했다. 나는 침을 한번 삼키고 소장님의 말을 끊었다.

 

 “살았시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

 

 내 눈빛은 살짝 긴장하고 있었지만, 소장님은 대답을 바라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유, 소장님, 그거시 뒤에…”

 “뭐야.”

 

 소장님이 중얼거리는 동안 어느새 일어서 자세를 바로잡은 딥-원은 육식 물고기가 그러하듯, 순간적으로 몸을뒤흔들며 소장님을 향해 쏘아지듯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벼락같이 달려들었기에 우리 둘 다에게는 소리지를 틈도 없었고, 기절할 듯 소리를 지른 것은 쥐새끼 같은 사내였다.

 

 “으아악!”

 

 사내의 비명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딥-원이란 놈이 입을 쩍 벌리는 순간, 마치 아구처럼 입이 쩍 벌려지며 두 줄로 난 이빨이 드러났다. 젠장, 젠장, 어딜 봐도 턱힘이 엄청 좋을 것만 같은데. 죽은 거 아니었나. 살았나. 바닷물고기, 아니, 바닷인간 주제에 민물에서 별 문제 없었던 건가. 대단한데. 소장님 이야기대로 엄청 건강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내 경고가 좀 늦은 것만은 확실하다.

 

 “일어났다니까유!”

 

 나는 소장님을 향해 달려드는 그놈의 지느러미랄까, 뭔가를 잡아채며 소리쳤다.

 물기 때문에 미끈거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붙잡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간발의 차로 녀석의 이빨은 허공을 물어뜯었고, 소장님은 애라도 떨어진 것 같은 사람 같은 표정으로 입을 뻐끔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지느러미를 억세게 패대기치며 말했다.

 

 “진작 좀 피하시쥬.”

 “늦어!!! 돌 굴러오는 줄 알았냐!!!”

 “지역 편.견.이.에.요.”

 

 이럴 때 쓰자고 배운 서울 말씨입니다.

 야멸차도록 똑부러진 서울 말씨가 입에서 튀어나갔고, 소장님은 있는대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소리쳤다.

 

 “이럴 때만 서울말 쓰지 마!!!”

 

 물론 소장님이 더 이상의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나를 데려온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면 나에게 목숨을 위탁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내 경우에는, 이런 일 때문에 월급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다.

 

 하여튼 소장님을 향해 달려들다가 나란 계집애의 손에 걸린 딥-원은 비틀거리며 자세를 추스리고 그 둥근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나를 공격할까, 아니면 도망갈까.

  검고, 둥근, 깜박이지 않는 축축한 눈동자.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포유류와는 달리, 그 동작을 봐야지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딥-원은 등을 구부리며, 비늘이 돋은 다리에 힘을 준다. 달려들려는 것 같다. 공격은 이빨? 손톱?

 

 “어차피 죽어가던 놈이야, 크게 난폭하게 굴지는 못할 거야!”

 

 등 뒤에서 소리치는 소장님의 조언. 별로 도움되지는 않았다.

 나는 인상을 팍 쓰며 눈 앞의 딥-원을 노려보았다.

 

 “니미럴, 서양 물귀신 같은 놈이.”

 

 짧은 인생을 쩌어기 아랫지방 산골에서만 살아봐서 물고기의 습성 같은 것은 모른다.

 차라리 개구리나 뭐 그런 거면 좋았을텐데. 근데 물고기는 뭘 먹고 살까…

 입, 입이다.

 무는 공격이겠구나.

 

 딥-원은 바람처럼 이쪽으로 고개를 뻗으며 입을 쩍하니 벌렸다. 날카로운 두 줄의 이빨이 보인다.섬뜩한만큼 직선적인 공격이었다. 나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 순간 뭔가에 턱하니 걸렸다. 아니, 걸린 것이 아니다. 팔이다. 단단한 근육질의 팔이 내가 아까 지느러미를 틀어쥐었듯, 내 저고리를 쥐고 있었다.

 

 “젠장할.”

 

 팔이 있는 물고기었다.

 찰나지만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고 말았다.

 팔이 있는 물고기, 두 팔로 나를 틀어쥐고 나를 물어뜯으려고 하는, 젠장할, 저걸 물고기 취급해도 될까. 아무리 눈에서 아무 것도 읽을 수 없다고 해도…

 

 “팔은 나도 있다 이거여!”

 

 나는 내 소매를 틀어쥔 딥-원의 손을 꽉 잡아 거칠게 털어내면서 그대로 상대의 다리를 걷어찼다. 아차, 그럼 팔이 아니라 다린가. 말만한 처자에 어울리는 말 같은 발차기였다. 뭐, 농삿일로 다져진 탄탄한 허벅지 근육이 말보다 못할 것은 없다. 입만큼 팔다리를 잘 쓰는 것 같지는 않았던 딥-원은 비틀거리며 자세를 흐트러트렸다.

 좋아, 이대로 한 방 더!

 

 하지만 딥-원은 놀랍도록 날래게 내 공격을 피했다. 힘을 잔뜩 실은 내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대신 내가 내 주먹을 주체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빈 틈을 보일 때였다. 젠장할. 어디서 주먹질을 배우든지 해야하려나.

 

 “다복악!”

 

 비명을 지른 것은 소장님이었다.

 나는 두 팔로 내 멱살을 붙들고 내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딥 원의 공격을, 한쪽 발을 뒤로 뻗어 지지대로 삼고 몸을 빙글 돌리며 피해내고는 흘끔 소장님을 돌아보았다.

 

 “그거 지 이름 아니유.”

 “멍청아, 집중해!!!”

 

 딥-원은 내 사각으로 달려들었다.

 동물적인 감각이라고 해야하려나. 좋은 시도였다. 일부러 내가 보여준 틈이긴 하지만. 정확히 내가 예상한 방향으로… 딥-원 녀석의 공격은 확실히 직선적인 것 같다.

 

 나는 몸을 낮추고 달려드는 딥-원의 발목 부분을 노려서 찼다. 이번에 균형을 잃은 것은 딥-원 차례다. 아주 순간이었지만. 하지만 남의 목숨 노리는 녀석이면 순간 정도도 놓치면 안되지.

 

 괜히 서울로 올라 와서 너무 험한 일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지나갔지만 주먹이 반사적으로 먼저 나갔다. 나는 균형을 잃고 공격도 방어도 아닌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딥-원을 향해 쏘아지듯 주먹을 날렸다…

 

 딥-원은 그 노랗고 둥근 눈으로 내 주먹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그 시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포.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은.

 나도, 너도, 결국에 모든 관계의 본질이란, 타인은 서로에게 있어서 미지의 공포일 수밖에 없다.

 

 딥-원의 모가지로 내 돌덩이 같은 주먹이 날아들었다. 피부는 어물전의 생선을 집어들 때처럼 비리고 물컹거렸지만 그 속의 뼈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내 손을 다치게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둔탁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딥-원은 빠께스를 박살내며 뒤로 날아가 벽에 박혔다.

 나뭇조각이 먼지와 함께 비산했다.

 

 “헉.”

 

 내가 낸 소리는 아니다.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쥐새끼 같은 사내의 목소리다.

 나는 반응하지 않고 먼지 너머의 흐릿해진 딥-원을 눈으로 쫓았다. 벽에 처박혔던 딥-원은 잠시 뒤 바닥에 철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내 주먹을 얼굴로 받고도 살았는지, 딥-원은 어둔 창고 문을 향해 꿈지럭거리며 나아가려고 했지만 그 몸부림은 이윽고 축 늘어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모두 눈이 어쨌든간에 그 괴물이 숨이 끊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쥐새끼 같은 사내가 숨을 삼키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 죽었어.”

 “저런, 괴물한테 죽을 뻔 한 걸 살려줬네. 그쵸?”

 

 얄밉도록 빼지 않고 끼어드는 소장님의 목소리였다.

 사내는 잠시 울컥 화를 냈지만, 솔직히 좀 이해할 수는 있었다.

 (자기 말에 따르자면)큰 돈 받고 팔 수 있는 괴물을 죽였다며 사내는 약간 억울한 기색으로 소장님에게 약간 더 돈을 받아내려고 했지만, 목숨을 살려줬다는 주장과 그보다도 나와 눈이 마주친 뒤 좀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어쨌든 괴물을 주먹 한 방으로 때려잡는 기집애가 옆에서 자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지간한 사람은 겸허해지는 것이다.

 

 결국, 소장님이 구경값으로 낸 돈을 한 번 더 쥐어주고 나서야 우리는 그럭저럭 사건을 해결하고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마포변의 눅눅하고 차가운 밤바람을 쐬며, 나는 멍하니 인력거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소장님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시유?”

 “뭐가?”

 “그… 언니.”

 

 소장님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대답했다.

 

 “그러니까… 음. 약혼자랑 함께 건강해지기로 했어.”

 

 말없이 우리는 계속, 밤바람이 싸늘하니 뺨을 때려오는 강변을 걸었다.

 

 

 *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오후였다.

 식사를 하고 설거지까지 끝내놓고 나니, 소장님이 뭔가 달달한 것이 먹고 싶다 해서 카루피스를 뜯어서 예쁜 유리잔에 따라놓고 한 입 홀짝 마시기까지 한 후의 일이다.

 

 나는 소파 위에 길게 누워서 중얼거렸다.

 

 “마지막에 그 눈을 봤슈.”

 

 딥-원과 마주한 것은 어제의 일이고, 경성의 하루하루는 어제를 기억하기엔 너무 바쁘다. 그 와중에 주어도, 목적어도, 부연 설명도 하나 없이 툭하니 던진 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소장님은 찰떡처럼 대답하셨다.

 

 “딥-원?”

 “어째 참으로 찰떡같이도 알아들으슈?”

 

 언제나처럼 귀신처럼 사람 맘을 잘 읽는 사람이다. 준 상은 항상 소장님이 초능력자라고 의심하고 있기도 하다.

 소장님은 씩 웃었다.

 

 “어젯밤부터 그 표정이었는데, 당연하지.

 험한 일 시켜서 미안, 다복아. 딥-원 시체만 쓱 보고 나올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뭐, 호랭이든 여우든 딥-원이든 딥-원 할애비든, 남을 죽일라 하는 놈은 지 무덤 들어갈 각오도 해야쥬. 괜찮아유.”

 

 대충 사려 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소장님의 표정이 뒤늦게 뭔가 깨달았는지 살짝 굳어졌다.

 

 “…다 잡아봤어?”

 “뭐, 어, 야.”

 

 나는 최대한 대충 넘어가는 대답을 골랐다.

 호랭이가 나오는 산골 마을에 산다고 모두 호랑이를 잡는 경험이 있는 건 아니지만, 뭐, 사람 물어가는 호랑이가 있음 누군가 나서야 하긴 하고, 나는 힘이 세니까.

 소장님의 질린 표정을 무시하며 나는 내 잔을 홀짝거렸다.

 

  “여하간, 거 딥-원 눈을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니 인간과의 차이점을 느꼈다고 하셨잖아유?

 근디 마지막에는 살짝… 갸가 날 무서워하는 거시 느껴졌슈.”

 “그래?”

 “결국은… 서로서로 괴물 아니겠시유?”

 

 소통의 단절은 공포라는 공통점으로 희미하게나마 회복되었다.

 이제 다른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둘 중 하나는 괴물처럼 생겼고, 하나는 괴물처럼 힘이 세다. 그러나 괴물처럼 힘이 센 쪽이 괴물처럼 생긴 쪽을 때려잡았다면, 그 둘 사이에서 더 괴물이 누구인지는 명실상부하다. 소장님은 턱을 긁으며 말했다.

 

 “흐음. 사르트르가 말했지. 타자는 지옥이라고.”

 “뭐시깽이유, 그게.”

 “그냥, 멋있을 것 같아서 말해봤어.”

 “쓸모 없구만유.”

 

 나는 고개를 돌렸다.

 결국, 정도의 차이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결국 모두 다른 사람이고, 미지의 존재고, 공포고, 괴물이다.

 사람의 탈을 쓴 괴물은 얼마나 많은가. 생긴 것이 괴물이라고 상대를 괴물취급 하기엔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겐 괴물인 셈이다. 그렇다면 괴물 대 괴물로 친구가 될 수는 없었을까. 서로를 죽고 죽이는 관계 외의 다른 것이 있을 수는 없었을까.

 

 아무리 먼저 나를 공격했다고는 하지만, 딥-원과는 마지막에 눈이 마주쳤다.

 마지막에 느낀 최소한의 소통- 공포심.

 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공포를 느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괴물일 수 있다. 괴물로서의 나를 자각했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상대와의 공통점이 되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버리다니. 기이하고 끔찍해라.

 나는 팔로 이마를 덮으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같은 괴물이라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음. 힘들걸.”

 

 소장님은 단언했다.

 

 “왜유?”

 “딥-원들은 자기네 신에 대한 신앙심이 아주 좋거든.”

 “전도 부인들만큼?”

 “더 좋아. 광신에 가깝도록. 그리고 광신도는 친구로 삼기는 별로 좋은 종자들이 아니지. 날 믿어, 몇 번이나 죽을 뻔 했다고.”

 

 나는 낄낄 웃었다. 그래봤자 소장님이다. 모두 스스로 자처한 위험이었겠지.

 그 때 탐정 사무소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 나와 소장님은 번뜩 자세를 고쳐앉았다.

 내가 구르다시피 소파에 똑바로 앉는 순간, 목소리와 함께 비린내가 훅하니 들어왔다.

 

 “거, 계시오? 여기 수상한 것을 수집한다는 수집가 양반이 계신다고…”

 

 익숙한 목소리에 뒤따라 들어온 것은 어제 지겹게 본 사람의 얼굴이었다. 좀 짧게 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반가운 얼굴은 아니다.

 쥐새끼처럼 생긴 남자 역시 우리를 보면서 기겁했다.

 

 “뭐, 뭐야?”

 “그놈의 수집간지 뭐시꺵인지가 소장님이었슈!?”

 “나, 나?! 아냐??”

 

 소장님은 일단 반사적으로 대답하긴 했지만, 그 직후 주마등처럼 몰려드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린 모양인지 좀더 기세가 낮아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제나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는 중요하다.

 

 “아니, 아… 생각해보니 비슷한 것을 산 적은 있긴 한데… 미고의 시체를…”

 “그건 또 뭐시여!?”

 “그러니까… 귀한 건데...”

 “그러시겄쥬!!!”

 

 어째서 뭔 놈의 시체에 관심이 그렇게 많아!?

 아니, 도대체 왜 그런 걸 돈 주고 사서 소문이나 나고있냐는 말이다.

 하지만 소장님만 나를 열불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인상을 팍 쓰며 반대쪽으로 번개같이 고개를 돌렸다.

 쥐새끼처럼 생긴 남자는 내 이글거리는 시선을 마주하고는 눈에 띄게 흠칫 놀랐다.

 

 “아니, 그리고 도대체 거기 아재비는 그놈의 물고기 시체로 얼마를 벌어먹을 작정이유?”

 

 쥐새끼처럼 생긴 남자는 곧 죽어도 입은 살았다는 양, 우물거리며 변명을 꺼냈다.

 

 “아, 아니, 아녀, 나중에 집에 가서 보니 멀쩡히 살았더만.”

 “웃기고 있네!!!”

 

 모두들 대충 말처럼 들리지도 않는 변명을 하고 있는 꼴이, 총체적으로 인간의 욕망이 불러일으킨 대난리판이었다. 앞뒤없는 욕심과 뻔한 거짓말과 실수가 뒤섞인, 언제나와 같은 경성의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끝.

 

 
작가의 말
 

 사실 상어과 친구들이 입이 뿅 튀어나오면서 공격하는 경향이 있어서, 딥 원의 공격도 그렇게 묘사해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지간히 미쳤어도 약혼자에게 먹이를 주면 입이 뿅 튀어나와서 받아먹으면 좀... 사랑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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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17-11-23 13:40
 
1 2 화 재밌네요ㅎㅎ 잘 봤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최믹하 17-11-27 23:09
 
우와 첫번째 덧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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