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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서오세요! 마녀의 목장에!
작가 : 도개
작품등록일 : 2017.11.2

대기업 본부장으로 잘나가던 '서준'. 하지만 치명적인 누명을 쓰고 회사에서 잘린 후 자살하기위해 충동적으로 제주도로 내려간다. 그리고 '마녀 목장'이라는 이상한 목장에서 머물게 되는데...

<제 10항. 투숙기간 중 그믐달이 뜨는 날에는 오후 8시 이후부터 불을 절대 환하게 켜지 말고, 만약 불을 켰다면 즉시 주인장 방으로 달려오세요.>

알 수 없는 주의사항과 함께 서준에게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서오세요! 여름의 찬란한 마녀 목장으로!

 
S# 14. 중년의 신사
작성일 : 17-11-18 19:23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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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가 내뱉은 말은 농담이 아닌 진짜였고, 그 역시 눈치챘는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대로 서서 굳어버렸다. 어떻게 하나같이 다 똑같은 반응인지. 경계심이 가득한 길고양이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서준의 모습이 과거에 만난 소녀의 모습과 겹쳐지며 아련한 옛 기억이 떠올랐다.

 

 

 

 “네가 날 불러낸 건가?”

 

 

 악마는 억겁의 생을 사는 존재였다. 그 탓에 옛날의 기억들은 가물가물했지만, 그의 유일한 기억 조각 중 하나는 바로 ‘소선’, 그녀와 만남이었다.

 

 어느 날 여유롭게 계약자를 기다리던 에드는 갑자기 어디론가 소환을 당했고, 푸른색과 빨간색이 절묘하게 섞인 불꽃 속 소환된 악마의 모습을 보자 소녀는 놀라 자빠진 채 그저 에드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아마도 자신을 불러낸 인간인 듯싶었다.

 

 

 “우와... 혹시 악마에요?”

 

 

 자신이 불러놓고 놀라는 모습이 영 멀쩡해보이진 않았다. 하긴, 이 위대한 악마님을 직접 눈으로 봤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지. 이번 계약자도 좀 멍청해 보여 맘에 안 들었지만, 그럴수록 더 이용해먹기 쉬우니 내심 속으론 기뻐했다.

 

 

 “나랑 계약이 하고 싶어서 불러냈겠지? 자 어서 계약하자고.”

 

 “네?”

 

 

 새까만 흑발에 짧은 칼 단발을 한 신기한 듯 올라가던 입매가 에드의 말에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뭔가 일이 잘못됐다는 듯 악마가 나온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그녀는 허둥지둥 알 수 없는 책을 펼쳐 책장을 빠르게 넘겨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뭘 찾는 거지?”

 

 “어... 악마를 돌려보내는 법이요.”

 

 “뭐?”

 

 

 기껏 소환하고 다시 돌려보낸다니. 에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악마를 소환하고 돌려보내는 주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악마의 마음이었다. 인간 세상에 내려오는 것은 힘들었지만 한번 소환당한 이상 당분간은 계속 머무를 수 있었다.

 

 

 “힘을 얻기 위해 나를 불러낸 게 아니었나? 그럼 날 왜 소환한 거지?”

 

 

 드디어 새로운 계약자를 만나고 오랫동안 콤플렉스로 남을 자신의 이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던 그것이 눈앞에서 사라지기 직전에 에드는 기분이 팍 상했다.

 

 사실 ‘에드’라는 이름이 진짜 악마로 태어났을 때부터 지어진 이름이었긴 했지만, 지금으로부터 몇백 년 전 조선 시대에 처음으로 계약한 마녀가 있었다.

 

 

 ‘당신인가. 나랑 계약하고 싶은 마녀가.’

 

 ‘홀홀...’

 

 

 물론 그 마녀는 백발의 얼굴에 세월의 흐름을 알게 하는 깊은 주름이 팬 할머니였다. 그녀의 말로는 젊었을 적엔 왕실에서도 잡으려고 날뛰던, 즉 한 이름 날린 힘 있던 마녀였다고 한다.

 

 하지만 늙고 나서 힘을 거의 다 못 쓰게 됐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힘을 써야 할 곳이 생겼다며 에드를 소환한 것이었다. 그리고 평생의 콤플렉스를 만들어 준 계약이었다.

 

 

 ‘이름을 뭐라 불러야 할꼬?’

 

 ‘할머니가 정해. 정체가 탄로 나지 않을 정도로만 말이야.’

 

 ‘삼식이.’

 

 

 삼식. 그 이름을 듣자마자 에드는 열불을 내며 그녀에게 촌스러운 이름 말고 다른 것으로 당장 바꾸라고 따졌지만, 할머니는 이렇게 부르는 게 편하다며 결국 삼식이로 이름이 정해졌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구수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평생을 삼식이로 불리며 살아야 할 판이었지만, 딱 하나. 이 이름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었는데, 바로 새로운 계약자가 다시 이름을 정하면 옛날의 이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게... 다른 마법 주문을 외우다가 잘못 소환한 것 같아요. 죄송해요!”

 “안돼! 그냥 당장 계약해!”

 

 

 어떻게 온 계약인데, 삼식이를 벗어 던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기 직전에 다다르자 에드는 급하게 그녀를 붙잡고 계약을 하자고 말했다.

 

 맘 같아선 강제로 계약하고 싶었지만, 악마는 마녀에게 강제로 계약을 하게 할 수 없었다. 그 탓에 에드는 소선을 따라다니며 계약을 구걸했다.

 

 

 “죄송해요. 계약할 생각 없어요. 악마의 힘에 관심도 없고요.”

 

 

 하지만 매번 똑 부러지게 거절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자 에드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아련한 옛 기억의 조각이 떠오른 그를 현실로 불러온 것은 굳게 닫히는 욕실의 문소리였다. 언제 또 옛 기억에 빠진 건지. 세월이 지날수록 추억을 회상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것보다 기억의 그녀만큼 재밌는 반응이 없자 에드는 지루해진 건지 터덜터덜 침대로 가 잠자리에 누웠다. 한편 욕실로 들어온 서준은 양치질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정말 그가 악마일까? 겉모습은 평소에 떠올리던 악마의 모습은 아니었고, 오히려 새하얀 은발을 한 외모는 천사에 가까웠다.

 

 게다가 도의와 그 남자는 굉장히 친해 보였다. 대체 마녀와 악마의 접점이 뭔지 곰곰이 생각하다 인터넷에서 읽은 한 문장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 부지런히 솔질을 하던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

 

 

 ‘마녀는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힘을 얻으며,’

 

 

 설마, 도의가 이 남자와 계약을 한 건가? 그래서 옆에 있는 거고? 그렇기엔 저번에 도의가 자신은 악마와 계약을 하지 않은 그냥 평범한 마녀라고 했다. 마녀와 악마의 관계로만 보자면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문제는 에드와 도의의 사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고, 게다가 남자는 그녀를 딸이라고 부를 정도로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내가 이걸 왜 생각하고 있지.”

 

 

 어느새 정말로 악마인가 아닌가에 대한 생각이 아닌, 남자와 도의의 관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었다. 서준을 세수를 하며 도의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새롭게 생각을 시작했다. 남자가 진짜 악마라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우선 이 사람은 흔히 떠오르는 악마의 느낌은 아닌 것 같았다. 아까 낮에도 그랬듯이 매너가 없는 사람은 아니고, 도의에 관한 일이 아니면 관심도 없어 보였다. 즉, 이쪽에서 먼저 건들지 않으면 그쪽에서도 건들지 않는단 소리였다. 대충 에드에 대한 정리가 끝난 후 개운하게 욕실을 나서려던 서준의 시선이 창밖의 어느 한 곳으로 향했다.

 

 

 “뭐야?”

 

 

 호피 무늬의 끈나시 원피스를 입은 풍성한 파마머리의 한 여자가 맨발로 잔디밭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제정신인 여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도의를 깨워야 할까 고민했지만 금세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서준은 괜스레 찝찝함을 느끼며 커튼을 치곤 침실로 들어갔다. 이미 침대에 누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에드의 모습에 서준은 당연하다는 듯 소파에서 누웠다.

 

 

 “침대도 넓은데 그냥 여기서 자.”

 

 

 갑자기 들려오는 부스스한 목소리에도 그저 무시한 채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새벽 12시. 바닷가가 한눈에 보이는 목장 잔디밭에 금순이 앉아 있었다.

 

 바로 조금 전 서준이 본 호피 무늬 원피스의 여자였다. 그녀의 옆에는 한 흰색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기분이 좋은지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난 남자가 일주일 만에 떠난다에 걸게. 넌?”

 

 

 내기하자는 듯한 말에 고양이는 투명한 초록색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 나는 떠나지 않는다는 것에 한 표야. 그렇게 눈으로 말하자 금순은 푸하하 웃으며 미친 사람처럼 바닥에 드러누웠다.

 

 

 “넌, 내기에 소질이 없어.”

 

 

 일주일 안에 떠난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지켜봐야 알 일이었다.

 

 

 

 다음 날부터, 도의의 카페는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과수원의 피해는 아직 다 복구되지 않았지만, 이대로 계속 미룰 수 없다며 임시방편으로 다른 곳에서 재료를 사왔다.

 

 그리고 도의가 낮에 없는 생활이 시작되자 서준과 에드의 마찰이 일어났다. 처음엔 음식이었다. 저녁으로 나온 갈치조림에 평소 구이가 아니면 잘 먹지 않아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아 맞다. 서준 씨 생선요리 잘 안 먹는다 했죠? 깜박했네...”

 

 

 도의가 자신의 실수에 어찌 해야 할지 모르자 서준은 그냥 괜찮다고 말하며 눈 딱 감고 음식을 먹으려 했다. 하지만 옆에서 비꼬는 말투가 끼어들며 두 남자 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대부분 어렸을 때 편식 교육 받지 않아?”

 

 

 젓가락을 잡은 서준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지난밤의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저 남자는 그녀에 관한 일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그저 옆에 붙어있는 사람, 특히나 남자에 대해 싫어하는 티를 팍팍 냈다.

 

 정말 도의의 아빠처럼 행동하며 서준의 헬 처가 생활 뺨치게 만들기 위해 작정했는지 그 뒤로도 계속 신경을 긁어댔다. 뭐? 매너가 없지는 않아? 그래 매너가 있긴 했다. 매너 있게 사람을 돌려 까는 솜씨가 장난 아닐 뿐.

 

 

 “도의 힘들겠네. 카페 일 하느라 바쁜데 손님까지 와서 말이야. 듣자 하니 공짜로 있다며? 역시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어.”

 

 

 오는 말이 곱지 않으니 가는 말도 곱지 않았다. 먼저 건들지만 않겠다는 다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게다가 악마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에드가 서준에게 내 정체를 말했다고 하자 그가 걱정된 그녀는 악마는 계약하지 않으면 인간 세상에서 함부로 힘을 못 쓰니 괜찮다고 말해줬고,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서준은 무서울 게 없었다.

 

 

 “옷부터 침구까지 검은색이 뭡니까? 악마인 거 티내요?”

 

 “뭐?!”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서준의 본능이 다시 튀어나왔다. 한때 부하직원들에게 뒷담화와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던 과거의 특기를 살려낸 것이다.

 

 

 “저번에 청소한 거 맞아요? 청소 한두 번 하시나.”

 

 “내가 너보단 청소 잘할걸?”

 

 

 창가에 아주 조금 있던 먼지를 쓸어내리며 말하던 그는 에드의 말에 사람 좋게 웃었다. 서준을 괴롭히던 에드는 요새 역으로 당하자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던 참 이었는데 갑자기 웃어대니 또 무슨 생각인건지 가늠이 되지 않아 입술을 깨물었다.

 

 

 “아, 제가 청소를 안 해봐서요. 근데... 제가 발로해도 이것보단 잘할 것 같네요. 그렇다고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그냥 예상이니까.”

 

 

 재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방을 나서는 뒷모습에 에드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고, 서준은 통쾌한 듯 그를 비웃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악마가 아니었다. 서준의 신경을 긁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그는 작전을 바꿨다.

 

 

 “서준 씨~ 잘 잤-”

 

 “도의야! 잘 잤어? 밤새 뭐 악몽 꾸거나 그런 일은 없었지?”

 

 “...”

 

 

 바로 왕따 시키기. 아침 인사를 하는 도의와 서준의 사이에 낀 채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 카페 일을 도와주겠다며 도의 옆에 꼭 붙어 있고, 그들이 좀만 붙어 있을 낌새가 보이면 언제 알아챘는지 귀신처럼 다가와서 서준을 떼어놨다. 이 목장에서 왕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말할 사람 없이 무료해지자 그제야 서준은 서울에서 일어난 스캔들이 떠올랐다. 1층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켜보니 회사에서 한 건지 포털사이트에는 어느새 여배우 이름 하나만이 남아있었고, 이번 일의 영향으로 연예계 성 접대에 관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

 

 이렇게 숨어 있으면 언젠가 다 사라질 일이었다. 하지만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기도 하는구나 싶었지만 어째서 왜 하필 자신일지 생각하던 중 저 멀리 눈치를 살피며 도의가 살금살금 서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쁜 짓을 하고 몰래 도망 오는 사람처럼 까치발을 든 채 말이다.

 

 

 “서준 씨...!”

 

 “카페는요? 왜 여기 있어요?”

 

 “쉿...”

 

 

 도의는 서준을 향해 목소리를 죽이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그를 이끌어 어디론가 향했다.

 

 

 “어디 가요?”

 

 “빨리 와요!”

 

 

 두 사람은 집을 빠져나와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도의가 달리니 서준 역시 어쩔 수 없이 달리는 거긴 했지만 말이다. 숨을 쉬는 소리 외엔 아무 말도 없이 뛰어간 곳은 처음에 서준과 도의가 만났던 목장의 창고였다.

 

 

 “여긴 왜...?”

 

 “잘 잤어요?”

 

 

 뜬금없이 아침 인사를 하는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니 도의는 활짝 웃으면서 서준의 손을 잡았다. 화들짝 놀래 손을 빼려 했지만 두 손으로 꽉 잡아 놓기가 힘들어졌다.

 

 

 “갑자기 왜 아침 인사에요? 지금이 아침인가.”

 

 “아까 못 해서요! 삼식이가 보면 또 방해하니까 여기로 왔어요!”

 

 

 도의 역시 에드가 서준과 자신의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내심 아까 못 했던 인사가 맘에 걸려 도의는 잔망스러운 짓을 했다.

 

 

 “삼식아!”

 

 “에드라고! 에드!”

 

 

 카페에서도 자신의 옆에 딱 붙어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나 안 보이나 감시하던 에드는 자신을 삼식이라 부르는 도의에게 발끈했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는지 말을 이어갔다.

 

 

 “나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나 대신 카페 좀 봐줄 수 있어?”

 

 “아파? 많이? 병원 가자.”

 

 

 역시나 호들갑을 떨며 가게를 닫을 생각을 하던 에드를 붙잡으며 도의는 약간의 현기증 때문이니 그냥 방에 누워서 쉬고 싶다 말하니 에드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알겠다는 말과 함께 카페의 카운터를 지켰다.

 

 그녀의 귀여운 잔망에 넘어간 것이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서준은 눈앞에 있는 도의가 여기 있어도 되는 건지 걱정했다.

 

 

 “빨리 카페 들어가요. 인사는 내일 하면 되죠.”

 

 “내일 또 삼식이가 방해할 텐데요?”

 

 

 계속 고집을 부리는 그녀를 서준은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자신 때문에 카페가 망하는 꼴을 볼 순 없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인사하러 갈게요. 카페 망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전에도 말했지만 서준 씨는 낭만이 없어요.”

 

 

 전에도 생각했지만 자신은 그저 현실을 중시할 뿐이었다. 뾰로통해진 도의는 빠르게 포기하고 창고의 문을 열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어린아이처럼 순하고 맑은 그녀가 좋았지만 어쩔때는 정말 피곤했다. 안 그래도 스캔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가득 쌓였던 그는 낮잠을 잘 생각으로 도의의 뒤를 따랐다.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서준에게 인사를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도의는 그대로 카페를 향했다. 그러다 목장의 입구에서부터 들어오고 있는 낯선 외제차에 그대로 걸음을 멈춰 그곳을 바라봤고, 그녀를 따라 창고에서 나온 서준 역시 발걸음을 멈췄다.

 

 

 “누구지?”

 

 

 검은 정장의 한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었고 그곳에선 한 중후한 매력을 풍기는 한 중년의 남성이 내렸다.

 

 수트를 입은 그의 모습은 딱 봐도 예사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누굴까 곰곰이 생각하던 도의를 서준은 급하게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고, 그 탓에 도의는 서준의 등 뒤에 완벽하게 숨겨졌다.

 

 

 “아는 사람이에요?”

 

 

 궁금해 물어보는 말에도 서준은 그저 말없이 중년 남자를 바라봤고 대체 누구인가 궁금한 도의는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걸음에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중년 신사는 점점 자신들에게 다가왔고 어느새 눈앞에 서있었다.

 

 자꾸 등 뒤에서 나가고 싶은 도의를 서준은 움직이지 못하게 꽉 붙잡았고 어쩔 수 없이 뒤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어야 했다.

 

 

 “이젠 인사도 안 하는 것이냐?”

 

 “아버지.”

 

 

 가볍게 목례하는 그의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바로 서준의 아버지인 ‘형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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