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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거의 법칙
작가 : 하나송
작품등록일 : 2017.11.17

눈 떠보니 너는 나, 나는 너!
기구한 인생에도 열심히 살아가던 ‘죽고 싶지 않은 여자’ 유수연과 못 가진 거 없이 다 가지고도 ‘죽고 싶은 남자’ 강태주의 예측불허 바디체인지 동거 로맨스.
&
“촌스럽게 제 얼굴 하고 그러지 좀 마십시오. 제발.”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이쪽과는 영 연이 없는 소시민이라….”
&
[cin4418@nate.com]

 
2. 너는 나, 나는 너.
작성일 : 17-11-18 18:36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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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몸을 일으키는 자신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수연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꼭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살아 움직이는 자신의 몸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니.

 

 “무슨….”

 

 자신만큼이나 당황한 듯한 자신의 몸은, 의아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곧 화들짝 놀라 목덜미를 더듬거렸다. 그리고는 제 양 손을 쫙 펼쳐 눈앞에 대고 앞뒤로 흔들어보더니 얼굴을 더듬거리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강태주.”

 

 생긴 것, 그리고 목소리까지 의심할 여지없는 유수연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유수연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 뜬금없이 자신을 향해 “강태주.” 하고 낯선 누군가를 찾았다.

 

 “너 강태주 맞냐?”

 “저, 저요?”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보고 묻는 것 같아 수연은 당황스럽게 대꾸했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목을 타고 흘러나오는 굵직한 목소리가 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뭐야!”

 

 뒤늦게 수연은 자신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챘다. 제 몸이 그랬던 것처럼 양 팔을 뻗어 이리저리 뒤집어보았다. 값비싸 보이는 검은 슈트는 물론이고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번쩍번쩍한 금시계까지 전부, 소시민 유수연에게는 낯선 것들이었다.

 

 “다, 당신 뭐예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당신 뭡니까?”

 “전 유수연이요!”

 “그렇군요. 저는 강태주입니다.”

 

 뜬금없는 통성명이었지만 지금 그들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기에는 그만한 것이 없었다. 유수연의 몸을 입고 있는 사람이 강태주인 것이고, 강태주의 몸을 입고 있는 사람이 유수연인 것이었으니까.

 

 둘은 황당함을 금치 못할 상황에 한참을 멍하니 서로만 바라봤다.

 

 

 * * *

 

 새벽 1시 30분.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에는 늦은 시간에도 손님이 몇 있었다. 시간도 잊고 조잘거리는 그들 틈에 수연과 태주가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떨어지던 그 자리에 유수연 씨가 있었던 겁니까?”

 “네. 자살하려고 하시는 것 같아서 일단 신고하려고 했는데…”

 “쓸데없는 짓을 하셨네요. 죽고 싶어 죽는 사람을 굳이 살려서 뭐하시려고.”

 

 느릿하게 내뱉는 태주의 말에 수연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지금은 그의 말대로 괜한 오지랖 부린 것을 후회하는 중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7층에서 떨어진 사람과 정통으로 머리통을 맞부딪혔으니 못해도 죽음이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 때문에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하죠?”

 

 수연이 양 손을 입가에 가져다대고 울상을 지으며 물었다. 제 얼굴이 영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수연의 손을 잡아 내렸다.

 

 “죄송하지만 제 얼굴로 그런 표정 짓는 건 좀 자제해주십시오. 소름이 돋아서.”

 “지금 그런 게 중요해요?”

 “저한테는. 그리고 어차피 죽기를 결심했던 몸이라 별 생각 없습니다.”

 “저는 아니거든요!”

 “그러게 누가 쓸데없이 오지랖 부리라고 했습니까?”

 

 태연한 척 받아치고는 있지만 태주도 속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살에 실패했다면 다시 자살을 시도하면 그만. 그러나 지금 자신이 입은 몸은 제 것이 아니니, 다시 한 번 과감하게 뛰어내릴 상황이 못 되었다. 게다가 남들이 봤을 땐 달라진 게 하나 없는데 그 알맹이는 그렇지가 않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었다.

 

 “어딜 가야 하죠? 경찰서? 병원?”

 “유수연 씨가 경찰이고 의사면 지금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있습니까? 미친 사람들이라고 정신병원에 집어넣지나 않으면 다행이겠군요.”

 “아으… 그럼 어떻게 하냐고요.”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수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떨어뜨렸을 때 깨진 액정 위로 [수남이♥]라는 발신인 이름이 찍혀 있었다. 대뜸 받으려는 수연의 손을 태주가 잡아 말렸다.

 

 “누굽니까?”

 “남동생이요. 집에 안 들어오니까 전화한 거예요.”

 “이리 주시죠.”

 

 수연이 말릴 겨를도 없이 핸드폰을 빼앗은 태주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수남아.”

 - … 누나? 안 들어오고 뭐해?

 “어어, 누나 오늘 집에 못 들어가.”

 - 뭔 소리야? 지금 어딘데?

 “오랜만에 친구 만났어. 놀다가 알아서 들어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라. 끊는다.”

 - 아니, 누나!

 

 매정하게 뚝 전화를 끊은 태주를, 수연이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뭘 봐요?”

 “너무 저답지 않은데요?”

 “그래봤자 다른 사람일 거라고는 전혀 의심 못할 테니 걱정할 거 없습니다. 유수연 씨가 그대로 전화 받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그건 인정해요.”

 

 당황한 나머지 그대로 전화를 받아버릴 뻔했는데, 태주의 기지로 위기를 넘겼으니 다행이었다.

 

 “강태주 씨. 제가 방금 그럴싸한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어떤?”

 “지금 이건 굉장히 비현실적인 상황이잖아요. 그렇죠?”

 “예. 그런데요?”

 “그러면 비현실적이고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등을 기대며 태주가 한 쪽 눈썹을 쓱 올렸다. 마찬가지로 익숙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수연이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 집 뒤에 엄청 용한 선녀님이 계시거든요. 이게 어찌 된 일인지 한 번 여쭤보기라도 하게요. 혹시 알아요? 굿 같은 거 하면 원래대로 돌아올지도…”

 “아하. 무당?”

 

 수연이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일단 뭐라도 해봐야 하니 그렇게 합시다.”

 “네. 항상 다섯 시에 일어나시니까 시간 맞춰서 찾아가 봐요. 그리고 제가… 아홉 시부터 아르바이트를 나가야 하는데…”

 

 새벽 두 시를 가깝게 가리키고 있는 왼쪽 손목의 시계를 내려다보며 수연이 울상을 지었다.

 

 “아르바이트? 유수연 씨는 몇 살인데 아르바이트 합니까?”

 “아, 저… 스물아홉이요. 직장은 있는데 주말은 쉬니까 알바 해요.”

 “지금 이 상태로는 못 나가죠.”

 “그건 그렇죠. 아프다고 말하면 되기는 하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버틸 수는 없잖아요. 당장 지금 토요일이라서 다행이긴 한데, 저 월요일부터는 회사 나가야 하거든요. 만약 월요일까지 원래대로 안 돌아오면 어떻게 하죠?”

 

 곤란해지는 건 태주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시온전자의 전무이사로 있으니 그 또한 월요일 아침이면 출근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그날 점심에는 약속도 있었다. 얼굴 한 번 보질 못했는데 오래 전부터 약혼자로 내정돼 있었다가, 어제부로 결혼 날짜까지 받은 대광그룹 첫째 딸과 말이다.

 

 “하아….”

 

 태주가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주말 동안 해결이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대신 서로의 행세를 해야 하겠지요.”

 “마, 말도 안 돼….”

 

 혼이 쏙 빠진 듯한 수연의 모습을 태주가 물끄러미 응시했다.

 

 수연의 입장에서는 날벼락과도 같은 상황이다. 지나가다 자살하려던 사람을 보고 오로지 선의로 멈춰 섰고, 신고를 하려던 중 봉변을 당했다. 그대로 죽었으면 더 큰일이었겠지만, 몸이 바뀐 이 비현실적인 상황도 충분히 수연에게는 화가 나고 답답할 노릇일 테다.

 

 “일단 일이 이렇게 돼서… 미안하게 됐습니다.”

 

 괜한 오지랖 부린 수연에게 태주는 내키지 않지만 사과를 했다.

 

 “미안하실 건 없어요. 제가 제 의지로 강태주 씨를 도우려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걸요. 그리고 답답한 상황이긴 한데 어쨌든 눈앞에서 사람 죽는 모습은 안 보게 됐으니 다행이에요. 나도 죽고, 강태주 씨도 죽는 최악의 결말보다는 나으니까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되죠.”

 

 어깨를 으쓱하며 어색하게 웃는 수연은 좀 이상한 여자 같았다. 태주 자신이야 자살까지 하려고 했던 입장이니 죽은 채로 눈을 떴든, 생판 모르는 남의 몸으로 눈을 떴든 반쯤은 해탈한 정신이지만 이 여자는 아니지 않은가. 생긴 것과 달리 꽤나 대단한 적응력에 흔들림 없는 멘탈의 소유자라고, 태주는 생각했다.

 

 핸드폰 액정에 살짝 비춰본 수연의 외모는 나쁘지 않았다. 창백한 피부 위에는 화장기가 없고 몸도 마른 편이라 어디 아픈 사람 같긴 했으나, 딱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곳은 없었다.

 

 “무슨 일 합니까?”

 

 태주가 다 식은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기울이며 물었다.

 

 “저요? 저 시온전자 서비스 콜센터 직원이에요.”

 “풉!”

 “악!”

 

 태주가 마시던 커피를 확 뿜었다. 피한다고 피했지만 수연의 슈트 어깨 언저리가 젖고 말았다.

 

 “미, 미안합니다.”

 “아뇨.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거 강태주 씨 옷인데…”

 

 척 봐도 비싸 보이는 슈트가 신경 쓰였는지 수연이 허둥지둥 냅킨으로 젖은 곳을 닦아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러세요?”

 

 갸웃하는 수연에 태주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저도 거기서 일합니다.”

 “세상에? 정말요? 어디 담당이신데요? 저 가전제품이요.”

 

 반갑다는 듯 수연이 손뼉을 짝 치며 물었다. 아무래도 같은 곳에서 일한다고 하니 저와 같은 서비스 콜센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쪽은 아니고… 10층에서 일합니다.”

 

 서비스 콜센터 직원들이 근무하는 것은 2층이었다. 아, 사무직 직원이었나 보구나. 수연이 알겠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10층이면, 간부 직원들 사무실 있는 곳 아닌가요?”

 

 갸웃하며 묻는 수연에 태주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온그룹 후계자, 강태주.

 

 일반인들도 무인도에 갇혀 살며 속세와 단절된 이들이 아니고서야 태주의 얼굴을 모르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 기사에 얼굴을 올리는 준 연예인 급의 태주이니, 그를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수연의 밋밋한 반응은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 번도 제 입으로 ‘시온그룹 후계자이고, 지금은 시온전자 전무이사로 있는 강태주입니다.’라고 소개해본 적 없는 태주가 말을 덧붙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와, 거기서 일하시는 거면…”

 

 별생각 없이 중얼거리던 수연이 멈칫했다.

 

 강태주, 강태주, 강태주……

 대한민국 하면 시온, 시온 하면 강희원 회장, 그리고 강 회장의 유일무이한 아들, 후계자 강태주.

 

 얼굴은 본 일 없어 이름과 매치는 되지 않아도, 수연 또한 대한민국 국민인지라 ‘강희원’과 ‘강태주’, 그 두 사람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다.

 

 설마 그 강태주?

 뻣뻣하게 입꼬리를 씰룩이는 태주의 표정을 보니 맞는 모양이었다. 수연의 입이 떡 벌어졌다.

 

 

 * * *

 

 “전무님, 저기에요!”

 

 <선녀보살>이라는 다 낡아빠진 나무 팻말을 내건 1층짜리 건물을 가리키며 수연이 걸음을 빨리했다.

 

 다섯 시까지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강태주 씨’ 대신 ‘전무님’이 입에 붙어버린 수연이었다. 지금은 강태주의 모습도 아니거니와 함께 일해본 적도 없는 수연에게서 꼬박꼬박 전무님으로 불리는 것이 태주는 좀 어색했다.

 

 “그냥 강태주라고 부르라니까….”

 “어, 선녀님!”

 

 건물 입구에서 비질을 하고 있던 중년 여성을 향해 수연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달려갔다. 지금 강태주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행동이었다.

 

 “… 유수연이?”

 

 바보 같은 수연의 뒤를 따르며 한숨을 푹 내쉬던 태주가 선녀보살의 중얼거림을 듣고는 놀랐다.

 

 놀란 표정의 선녀보살은, 분명 강태주의 겉가죽을 두고 유수연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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