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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더 블랙 (The Black)
작가 : 김신
작품등록일 : 2017.11.18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문명화 되지 않았다.
우리의 삶을 기록할 아무 것도 남길 수 없다.
죽음조차 우리에게는 하나의 별이 될 뿐

 
01. 악마들이 춤추는 사막
작성일 : 17-11-18 15:07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5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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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악마들이 춤추는 사막

 

 1998년 xx월 xx일 겨울

 몽골 흐브스글 주(Хөвсгөл) 홉스굴 호수(Khövsgöl Nuur)

 

 “한 가지만 명심하거라.”

 

 병색이 깊은 노인.

 통나무로 지어진 집 안, 벽난로 앞에 누워있었다. 창밖으로 하얀 자작나무의 숲을 배경으로 눈이 나린다. 그리고 난 노인의 오른손을 꽉 쥐고 있었다. 큰 키의 노인은 아이의 손을 꽉 잡으며, 눈을 마주쳤다.

 

 “죽여라.”

 

 짧은 단어.

 그러나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노인이 무슨 말을 한 건지는 나와 노인의 몸에 세월로 새겨져 있으니까.

 

 ● * *

 

 2013년 01월 10일

  아프리카 사하라 서부 말리공화국(République du Mali)

  수도 바마코(Bamako) 외곽.

 

 

 나답지 않게 검은 두건을 얼굴에 쓰니 이곳 특유의 텁텁한 공기가 더욱 최악. 거기다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눈이 절로 찡그리려 진다.

  눈앞에는 일명 아라베스크 킬러, 하리마 함마드가 태연하게 담배를 피운다. 하리마의 주위로는 토막 난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고, 그 피바다 위로 하리마는 쿠션을 끼고 느긋하게 누워있다.

 

 저놈에게 날 쫓아 복수 하겠다고 쫓아온 녀석들은 하리마의 얼굴을 보자 뛰어들려고 한다. 난 오른팔을 들어 막았다. 하쉬람 케닉. 이쪽 출신 주제 자유용병으로 상당히 유명한 녀석이었다.

 

 “블랙! 막지 마라. 이건 정당한 복수야!”

 “그 복수를 누가 하게 만들어 줬는데. 하쉬람 기다려. 내 일은 이제 시작이니까.”

 

  하쉬람은 이를 악물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케닉 용병단의 생존자들 역시 대장인 하쉬람 케닉이 물러서자 같이 물러 선다. 하쉬람의 분을 견디지 못해 꽉 쥔 주먹에는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나른한 표정으로 물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는 하리마. 하지만 처음 만났으니 당연히 물어야 할 걸 묻는다.

 

  “하리마 함마드(Hileema hammad)?”

 

  난 두건을 풀며 입을 열었다. 이제 목표도 잡았고 이 징글징글한 노친네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었다.

 뻐-끔-

 물담배 특유의 끈끈한 연기를 후 뱉으며 하리마는 텅 빈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가슴께까지 오는 회색의 꼬불꼬불한 수염. 그 와중에도 꼼꼼히 두른 터번. 하리마는 물담배를 놓고 오른손으로 바닥을 더듬어 지팡이를 쥐었다.

 

  “Diable!(악마 놈!)”

 

  프랑스어는 잘 모르지만, 비슷한 단어의 게임이 있기에 바로 알아먹을 수 있었다. 젊었을 적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엘리트였으니 프랑스말이 유창하다. 물론 영어도 알아먹을 테니까 난 영어로 말했다.

 

  “악마는 당신이 악마지. 당신 때문에 지금 이 말리에서 내전이 터진 거잖아. 이슬람 근본주의? 웃기지 마.”

 

 그리고 난 왼손의 엄지만 들어 뒤에서 이가는 케닉 용병단을 가리켰다. 하쉬람의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에 따라 모인 사람들은 철저하게 이슬람의 왕국을 세워야 한다며 모든 피해를 정당화했다. 그러던 중 임무를 받아 나가 있던 케닉용병단의 마을을 습격했다. 하리마 반군은 어느 때와 같이 케닉용병단의 딸과 부인이었을 여자를 잡아서 성노예로 쓰고 어린애들은 세뇌해 자살폭탄테러를 시키거나 그대로 팔아버렸다. 그뿐인가 심심하다고 도망치게 만들어 움직이는 표적으로 만들어서 총질하던 녀석들.

 문제는 입으로만 알라를 외치는 그런 새끼들이 말리공화국 대부분을 순식간에 점령했다는 것이다.

 

 “네 놈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과 이 나라를 지옥에 처넣다니. 대단한데!”

 “쯧. 너는 모른다. 이 나라가 얼마나 썩어있는지를. 오직 알라의 뜻을 받아 움직이는 우리만이 정화할 수 있었지. 잠깐의 피가 흐를 순 있지만 곧 말리는 신성한 곳이!!”

 

  나는 더 듣기 싫어서 나이프 하나를 던져 하리마의 늘어져 있던 왼손을 바닥에 꽂아 버렸다. 그래도 나름 반군 지도자라고 꼴사나운 비명은 지르지 않는다.

 

 “무함마드가 살아있었으면 쿠란으로 네 놈 대가리를 까버렸을 거다. 주둥이 작작 놀려. 신성? 웃기고 있네. 그렇게 신성한 놈의 취미가 어린 여자애를 잡아다가 성교 중에 죽이는 거냐?”

  “악마 놈! 어디서 헛소리냐!”

 

  하리마 함마드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말리에 파견되기 전 프랑스에 들러 기본적인 사항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 기본적인 사항 외에 녀석들이 가지고 있던 자료도 조금 슬쩍 했고.

 

 “파리 9대학에서 관리학을 전공하던 하리마 함마드. 그런데 왜 갑자기 말리에 들어오게 된걸까? 그대로 쭉 있었으면 프랑스에서 나름 잘나가고 말리로 돌아왔을 때 떵떵거렸을 텐데 말이야.”

 “그건 알라의 계시가 내 꿈에….”

 “지랄. 당시 9세의 이웃집 여아를 납치하려다가 추방당한 거잖아. 그걸 그렇게 꾸미고 다녀? 돌아와서 아주 더럽고 치졸하게 행동했다더니만. 내가 웬만하면 심하게 안 대하는데 너네 같은 말종들은 답이 없어.”

 

 내가 한 걸음 더 다가가자 하리마는 고통을 참으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순간 오른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나한테 향했다. 두꺼운 앞부분이 순간 발랑 까졌다. 그 안에서 보이는 건 총구!

 

 탕-!

 “블랙!”

 

 케닉 용병단들의 외침보다 빨리 총알이 다가왔다. 물론 처음부터 영감이 지팡이를 쥐려고 했던 시점에서 이런 짓을 할 거란 건 알고 있었다. 지팡이에서 장미꽃이 튀어나올 린 없으니까.

 

 팅.

 

 하리마가 기세등등하게 쏜 불의의 총알은 내 앞에서 팅- 소리를 내며 으깨졌다. 하리마 함마드의 두 눈은 동그래졌다.

 

 “동방의 악마! 돌멘능력자였나!”

 “아닌데? 단지 운동을 열심히 했을 뿐이야.”

 

 난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오른손을 가볍게 쥐었다. 그러자 보이진 않지만 검 한 자루가 들린 촉감이 든다. 남들이 보기에는 기묘한 묘기겠지만 나한텐 너무 당연한 이 검으로 하리마의 지팡이를 베었다.

 

 스겅- 가볍게 지팡이를 반으로 그었고, 난 하리마의 오른손목도 잘라 버렸다. 오른손이 툭 떨어지고 피가 줄줄 흐르자 아무리 하리마라도 견디기 어려웠다.

 

 “죽이려면 깔끔히 죽여다오!”

 “누구보고 이래라 저래라야. 넌 내 식대로 끝나는 거야. 내가 DGSE*한테 일부러 시간을 30분 늦게 알려줬거든. 한 번 즐거운 30분을 보내보자고. 하쉬람! 등불을 가져와라.”

  (DGSE – 프랑스 대외 안보총국)

 

 하쉬람은 핏발이 벌겋게 선 눈으로 석유 등불을 가져왔다. 나는 하리마의 오른 팔뚝을 잡아 들었다.

 “피날 땐 지져야지.”

 하쉬람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복수 자의 미소. 그의 뒤에 있던 케닉용병단은 발을 구른다.

 “난 어디까지나 하리마를 안 죽게 하면 그만이야.”

 쿵-!

 “내가 하리마 새끼를 넘겨줘야 할 코쟁이 놈들은 좀 있다 올 거고.”

 쿵- 쿵!

 “케닉용병단. 사막의 불폭풍. 죽음은 이 녀석에게 너무 큰 구원인 건 알지? 프랑스에서 잡아가 봤자 감빵에 곱게 가둬두고 나중에 정치협상용으로 꺼내겠지만. 그 전에 내릴 불의 벌은 내려야지.”

 쿵- 쿵- 쿵!!

 

 ● * *

 

  “Maintenant officiellement au Mali - il peut être servi dans la guerre civile. (이제 정식으로 말리-내전에 참전할 수 있겠어.)”

 

 횃불밖에 없던 자연동굴에 인공조명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불어 특유의 느끼함을 담아 말하는 녀석이 입구에서부터 소리쳤다. 이젠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어차피 저 녀석들의 목표를 나불거렸다.

 

 “로돌프(Rodolphe) 불어 말고 영어나 한국어 하라고. 통 알아먹을 수가 있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시끄럽게 로돌프를 주축으로 프랑스 쪽 요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로돌프는 걷다가 움찔했다. 둔감해질 녀석의 코를 지독한 피 냄새.

 

 “Se niquer putain! 미친놈들!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리고 뭐야 이놈들은?”

 

  로돌프는 웃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케닉 용병단을 둘러보며 당황한 제스쳐를 취했다. 나는 녀석이 출발 전 매번 지껄이던 말로 답해줬다.

 

 “‘현지보급‘. 여기서 만난 친구들인데 도움이 되더라고. 자 그리고 여기 약속한 하리마 함마드.”

 

 내 손짓에 로돌프 일행은 후레시를 집중했다. 그러자 사지가 잘게 잘렸다가 불로 지져졌다가를 반복한 하리마가 죽지 않고 움찔움찔하는 모습이 보인다. 로돌프는 반사적으로 손수건을 꺼내 입과 코를 막았다.

 

 “Diable!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거지!”

 “그 말만 벌써 두 번째 듣는군. 로돌프, 그래도 살려는 뒀잖아. 하리마의 주둥이 때문에 죽은게 수십만이고 수백만이 울었고 여기 피해자들이 있는데 이 정도는 정당한 복수 아닌가?”

 “피해자? 설마? 케닉용병단? 하쉬람 케닉!?”

 

  말리를 담당하는 DGSE의 요원답게 바로 추론했다. 하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번을 요청했지만 백한 번을 거절하던 프랑스 안보총국을 보면 바로 총으로 쏴버리겠다고 생각했지만, 복수가 끝난 지금은 부질없었다.

 

  사막의 불폭풍, 케닉 용병단이 어떤 놈들인지 아는 로돌프는 속으로 그래도 살아있는 하리마 함마드에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리마 함마드가 반군을 조직해서 워낙 더럽게 놀아서 그렇지 그 전ᄁᆞ지 케닉용병단 역시 만만치 않은 미친개들이었으니까.

 

 “후…. 좋아. 우리 계약은 하리마 함마드의 생포였으니까. 거기다가 이슬람 반군까지 반파시켰으니 이번 건은 넘어가지.”

 

  로돌프는 오른손으로 하리마를 가리켰다. 그 뒤에 서 있던 저격수와 포획 조는 우리를 지나 하리마에게 다가갔다.

  DGSE의 말리 내전 작전팀장 로돌프는 날 보고 쓰게 웃었다. 더 블랙이라는 광오한 코드네임을 쓰던 한국의 요원에게 아무런 믿음이 없었다. 그저 한국을 비공식적으로 끼게 하여 국제사회의 동조를 받을 생각이었을 뿐이고, 프랑스의 인재들을 최소한으로 소모하려고 했던 건데….

  저 한 놈 손에 프랑스의 모든 계획이 삭제되게 생겼다. 과정 없는 결과는 그 끝이 좋을 수가 없겠지만…. 그 이상의 일은 로돌프의 관할은 아니었다.

 

  로돌프는 품속에서 위성 전화기 하나를 던져 주었다. 난 위성 전화기를 잡았고 자동으로 통화가 연결되기 시작한다. 위성 전화 특유의 고주파의 송신음이 멈췄을 때 드디어 연결되었다.

 

 - 해외 1과 백문후 파견 요원. 일 끝나셨습니까?

 “일 끝났습니다. 계약대로 프랑스 쪽 애들한테 하리마새끼 곱게 잡아다가 넘겨줬습니다. 이거 프랑스 애들 전화니까 참고하시고요.”

 

 약간의 정적. 그리고 다시 낭낭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확인되었습니다. 정해진 수송 편을 타고 서울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6개월간의 작전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서울 가서 보도록 하죠.”

 

  백문후는 위성 전화기를 기다리고 있던 작전팀장 로돌프에게 던져 주었다. 난 손에 묻은 피를 주위의 기둥에 대강 쓱쓱 닦았다. 실려 나가는 하리마를 보며 인상 쓰는 로돌프를 보며 난 비웃었다.

 

  “Diable.”

 

  연기력 또한 요원 심사기준에 들어가는지 연기력이 최상이다. 난 하리마가 끼고 있던 쿠션 중 하나를 잡아 뜯었다. 그러자 조그마한 검은 기계 하나가 나온다. 그걸 통해 프랑스 요원들은 상황을 감시하고 있었겠지. 내가 아무리 시간을 늦게 알려준다고 해도 녀석들 또한 세계무대를 뛰는 프로 이런 거에 속을 리가 없다.

 

  다만 DGSE가 나서지 않았던 이유는 프랑스의 인재를 고작 말리에서 잃기 싫었을 것이다. 날 통해 반군들의 수준을 알아보고, 인원과 장비를 준비해서 들이닥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프리카 전장의 노련한 무장한 반군들을 스무 명의 케닉용병단과 내가 두 주먹으로 그렇게 만드는 시점에서 이미 늦었을 것이다.

 

 다 들킨 로돌프는 과장되게 표현하던 걸 그만두고 실눈을 뜨며 웃는다. 나도 악마. 너도 악마. 쟤도 악마. 그 중 약한 놈이 잡아 먹힐 뿐.

 

  그리고 2013년 01월 11일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말리 내전에 군사개입을 시작했다.

 
작가의 말
 

 본 소설의 내용은 실제 사실과 다르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기관, 사건들은

 모두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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