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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Legacy of WW2xN
작가 : 제로드라링
작품등록일 : 2017.11.14

세계를 바꾸려면 두 번의 전쟁이 필요하다. 첫 번 째 전쟁으로 기존질서를 무너뜨리고 두 번째 전쟁으로 새 질서를 잡아야 한다. 1차세계대전으로 제국주의 시대가 무너지고 2차세계대전으로 미-소 양강체제가 세워졌고, 냉전으로 소련이 무너지고 @차대전으로.....


현 문명 멸망 후 수 천년 후.

새로 개편된 국제질서.

중앙아시아에서 충돌하는 강대국들의 로봇병기 이야기


*이미지는 영혼기병 라젠카입니다.

 
초원의 유랑객(4)
작성일 : 17-11-18 12:18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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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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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도대체 몇 번 째 쌈박질이냐!!!”

 

 “으갸갸갸!! 아파요, 네티넷 누님!!!”

 

 험비 내부, 암사자를 닮은 여원사 네티엣이 레가츠의 구레나룻을 힘껏 잡아당겼다. 레가츠는 짠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실제로 몇 가닥이 우두둑 소리를 내며 뽑혀 나가기까지 했다.

 

 “아프라고 한 거다. 인석아. 제발 정신 좀 차려!!”

 

 “우왓!!”

 

 네티엣은 마지막으로 레가츠의 구레나룻을 동그랗게 흔들고는 팍 놓아버렸다. 레가츠는 쇼파 등받이 탁 부딪히고는 눈물콧물을 찔끔찔끔 흘렸다. 그런 그를 보며 네티엣은 한심함으로 가득 찬 한숨을 쉬었다.

 

 “잘 들어라, 레가츠. 네가 이 와일드 센트럴 출신이고 고향에 왔으니 너도 모르게 옛날 습관 나오는 거 같은데 넌 이제 평범한 주민이 아니야. 왜 냐하면 넌...”

 

 “어엿한 셰하 연합제국의 군인이니까요~”

 

 울상을 짓던 레가츠는 돌연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 너무나도 태연자약한 모습에 네티엣도 따라 웃었다. 관자놀이와 입술가가 심하게 씰룩이면서 말이다. 무슨 피부 속에 벌레 몇 마리가 들어간 것처럼 심하게 꿈틀꿈틀거렸다.

 

 “기특하게도 잘 알고 있구나 레가츠.... 그런 놈이 이러고 다녀!!”

 

 네티엣은 다시 화가 뻗쳐서 으르르렁거렸다. 그리고 다시금 레가츠의 구레나룻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걸 아는 놈이 이러고 있니!! 민간인이 패싸움하는 거랑 군인이 끼어들어 싸우는 거는 문제가 다른단 말이다!! 자기들을 지켜준다는 군대가 사람패고 다니는 거 보면 여기 주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우와아악!! 그게 먼저 싸움 걸어온 쪽은 저 쪽이라니까요!! 그 나이프도 제 거 아니에요. 대머리 녀석이 먼저 거냈다고요!!”

 

 네티엣의 손길로부터 구레나룻을 요리조리 피하며 레가츠가 항변했다. 그러자 잠시 말을 멈추는 네티엣. 분노를 스윽 삼키더니만 이번에는 팔짱을 끼고 냉엄한 표정으로 레가츠를 응시했다.

 

 “네가 억울한 건 알겠지만 군인신분으로 민간인과 부딪힌 이상 어쩔 수 없어. 부대에 도착하자마자 군법회의 열릴 줄 알아라.”

 

 네티엣이 말했다. 군법회의. 쇠창살과 총살대와 교수대가 연상되는 무시무시한 단어. 그걸 듣고도 레가츠는 정신나간 것처럼 히죽 웃었다.

 

 “에이, 설마 열리겠습니까? 이번에도 대령님이 힘써서 유야무야 될 텐데요.”

 

 “어린 놈이 벌써부터 생각하는 꼬라지 봐라? 이 녀석아!! 네 빼낼 때마다 대령님 근무점수가 얼마나 깎이는 지 알아?!!”

 

 네티엣이 또 다시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레가츠도 지지 않았다.

 

 “어차피 그 인간 장군 포기한 대령이잖아요. 점수 쌓아봤자 진급할 일 도 없을 텐데 좀 깎여봤자지.”

 

 “진급말고도 성과급에도 다 반영 된다고!”

 

 “노총각 홀애비 독신이 돈 쓸 데가 어디 있습니까? 알뜰한 가정이 있는 다른 군인들한테 성과급 주는게 자원의 효율적이고 공평한 분배죠.”

 

 “이 자식이 아직 뭘 모르는구나. 성과급이나 수당은 일단 많이 받고 보는 거라고!! 너 빼낼 때마다 대충 1만 아크체를 받을 수 있는 점수를 깎이신단 말이다!”

 

 “아니 어차피 우리 성과급은 문제없고 대령님 성과급만 깎이는데 왜 네티엣 누님이 신경스세요?”

 

 “그야 그 인간, 아니 대령님이 나한테 빚졌으니까! 그 한량이, 아니 대령님이 얼른 돈을 모아야 나한테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아니냐!”

 

 돈 이야기가 나오자 네티엣의 언성이 거칠어졌다. 결혼자금 준비에 미친 이 노처녀의 아우라에 레가는 다시 압도되어 쫄아버렸다.

 

 “으으윽... 이야기가 그렇게 된다면 죄송하게 됐습니다만 그런데 솔직히 출격 때마다 제가 깎아먹은 거 이상으로 만회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신 한 기당 대략 1만 아크체로 알고 있는데. 이 정도면 딱 만회하겠데.”

 

 “그렇게 꽁으로 1만 아크체를 버는 기회가 어디 흔하냐?!”

 

 네티엣이 험비차창을 쾅 치며 말했다. 돈 이야기에 너무나도 열정적인 그녀다.

 

 “으으... 그래도 요즘은 자주 나오지 않습니까? 당장 지난 주만 하더라도 우리 세 번이나 출동했다고요...”

 

 돈 귀신 노처녀의 히스테리가 무서웠지만 그래도 레가츠는 용기를 쥐어짜냈다.

 

 “거신이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나타나 준데? 언젠가 어느 순간부터 안 나올 수 있는...”

 

 

 

 위이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이이잉

 

 

 

 네티엣이 또 돈지랄을 하려는 찰나 커다란 사이렌 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이 카잘라 마을 전체에 퍼질 정도로 큰 사이렌 소리였다.

 

  크흐흐흐 역시나, 하고 레가츠는 생각했다. 행운의 여신은 여자다. 그러므로 용기있는 자에게 끌린다. 돈 귀신 네티엣에게 용기내어 반항한 스스로를 자랑스레 여기며 레가츠는 입을 열었다.

 

 “헤헤헤, 다행히 이번 사고 친 걸 만회할 기회가 왔네요.”

 

 

 

 

 

 

 

 

 

 

 

 

 

 두당당당당당 탕 탕 쿵 쾅

 

 “갈겨 갈겨, 사정없이 갈겨!!”

 

 카잘라 마을 인근의 셰하군 중대급 기지. 최전방의 벙커에서 중대장이 직접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그의 명령에 따라 모든 벙커는 기관총과 박격포 세례를 퍼부었다. 무수한 총탄과 파편이 벙커 전방의 사격지점을 휩쓸었다. 운 나쁘게 근처를 지나가던 야생동물이나 잡풀들 모두 초토화되버렸다.

 

  하지만 정작 셰하군이 목표로 삼은 좀비병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녀석들은 무수한 총포 세례 앞에서도 포복이나 회피 동작 없이 정면을 당당하게 서서 흐느적흐느적 걸어왔다. 기관총탄에 벌집구멍이 뚫리고 온 몸에 박격포 파편이 박혔는데 이 통각을 모르는 좀비들은 계속 앞으로 걸어오기만 할 뿐이었다.

 

 “중대장님. 적은 좀비병사들인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쏘아댈 게 아니라 머리를 저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옆에 있던 부관이 물었다. 좀비병사를 움직이는 힘은 생명력이 아니라 마력으로 오염된 잔류사이다. 녀석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잔류사념을 공급하는 뇌를 파괴하거나 목을 잘라 중추경로를 제거해야 한다.

 

 “물론 그게 정석이지.”

 

 중대장은 일단 부관의 말을 긍정했다. 그리고 그는 저격총을 빼들어 벙커 밖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스코프에 눈을 밀착해 좀비병사 하나를 겨눈다. 호흡을 참고 표적의 철모 정중앙에 십자선을 맞춘다. 조준완료. 사격개시. 그는 반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팔에 힘을 꽉 주어 총신을 지탱하고는 마지막으로 천천히 방아쇠를 눌렀다.

 

 탕

 

 대구경 총탄이 좀비병사의 이마에 적중했다. 수 십년의 세월을 겪으며 잔뜩 녹이 슨 철모는 총탄을 막아내지 못했고 총탄은 좀비병사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 마력에 오염된 뇌를 연두부로 만들어버렸다.

 

 “저격은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렇게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네... 저리도 많은 좀비들을 일일이 하나 씩 저격으로 제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중대장은 스코프를 휙휙 돌렸다. 수 십구의 좀비병사들이 그들을 향해 우글우글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정도 수를 일일이 저격으로 헤드샷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방벙커는 총알을 있는데로 쏴재껴서 좀비들의 전진을 방해해. 그리고 부관, 내가 지시한 대로 155MM포들을 모두 벙커 위로 이동시켰나?”

 

 중대장이 부관에게 물었다.

 

 “예. 155MM포 10문을 견인해서 모두 벙커 위로 배치시켰습니다.”

 

 “좋아. 얼른 무전해서 155MM포 모두 직사상태로 전환시켜서 좀비무리들을 갈기라고 해.”

 

 중대장이 명령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지시대로 155MM포가 움직였다. 하늘 높이 향해 있던 10M가 넘는 포신이 치이이잉 소리를 내며 내려와 지면과 수평이 되었다. 이윽고

 

 쿵 팡 팡 쾅쾅 팡팡 쾅 쾅 쾅

 

 155MM 포문이 불을 뿜었다. 반경 30M는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그리고 본래 40KM의 사정거리를 가지는 포탄이 1KM도 안 되는 거리에 박히니 살상력은 가공할만한 수준이 되었다.

 

 그 지옥의 포탄세례를 정통으로 맞은 좀비병사들은 또 다시 지옥을 경험하게 되었다. 포탄 파편을 맞아 머리가 터져 버린 놈들이 부지기수였으며 운이 좋은 놈들도 모두 팔다리가 절단되어 몸뚱이만 땅바닥을 기고 있었다.

 

 “좀비들 모두 엎어졌습니다! 움직이지 못합니다!”

 

 “좋아. 그럼.... 전 중대원 돌격!!”

 

 중대장은 직접 무전기에 대고 명령하고는 앞장 서서 벙커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른 병사들도 중대장을 따라 돌격했다. 그들의 손에는 두꺼운 한손도끼가 쥐여져 있었다. 근접전을 자주 치루는 셰하 동방군의 독특한 무장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달려간 셰하군이 마침내 좀비병사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포격세례를 받고 대부분 팔다리가 잘린 좀비들은 별 다른 저항도 못하고 모조리 도끼날에 찍혀버렸다.

 

 푸석 푸석 푸석

 

 셰하군은 장작 패는 마냥 좀비병사들의 목을 썰었다. 오래 전에 핏기가 말라붙은 시체인 탓에 좀비들은 핏물도 안 튀기고 냉동육처럼 쩍쩍쩍 썰렸다. 그렇게 셰하군은 카잘라 마을을 위협하는 좀비병사 100여 구를 모두 소탕했다.

 

 “히야, 중대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집중포화로 불구로 만든 후 근접전으로 목을 딸 생각을 하시다니.”

 

 전투현장을 둘러보며 부관이 감탄했다. 그는 새삼 조국 셰하의 군사력을 실감했다. 고작 1개 중대에 155MM포를 10문이나 배치하는 화력밀도와 최첨단무장은 다 갖추었기에 이제 병사 개개인에게 손도끼를 지급하는 여유까지. 세계 최대 경제력을 가진 셰하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네 동방군에 처음 오는 티를 팍팍 내는구만. 어디서 발령왔다고 했지?”

 

 신기해하는 부관을 보고 중대장이 물었다.

 

 “예. 서방군 제22군단 아메리카 주둔부대에서 왔습니다.”

 

 “아주 최첨단 무기가 난무하는 곳에서 왔구만. 그럼 이 말 명심하게. 동방군, 특히 이 와일드 센트럴에 주둔하는 부대는 일반적인 군대와는 확연히 다르네. 미사일과 레이져가 난무하는 현대시대에서 창칼로 근접전을 벌이는 일이 부지기수지.”

 

 “예. 방금 전투를 보고 깊이 깨달았습니다. 좀비부대를 효율적으로 상대하려면 근접전을 벌일 수밖에 없겠군요.”

 

 부관이 말했다. 그러자 중대장은 갑자기 쓸쓸하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좀비병사들을 상대하기 위한 근접전이라... 상대할 게 좀비병사만 있으면 다행이지. 아니 우리 수준만으로 상대할 수 있기를 바라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중대장. 부관은 의아해하며 다시 묻는다.

 

 “네? 무슨 소리십....”

 

 

 

 

 쿵

 

 땅바닥을 진동시키는 지진같은 굉음이 부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검고 매캐한 전장의 포연에 거대한 인간형이 실루엣이 드리웠다.

 

 “저, 저것은? 설마...”

 

 차츰 다가오는 실루엣을 보며 부관이 입을 떡하고 벌렸다.

 

 “그래. 저게 우리 와일드 센트럴 주둔군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 거신(Titan)일세.”

 

 중대장이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포연을 헤치고 실루엣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동양식갑옷을 입고 손에는 동양식 방천극이 들고 있는 인간형 형체였다. 아무리 근접전 빈도가 잦은 와일드센터럴이라지만 저런 완전무장 갑옷은 박물관에나 어울릴 법했지 도저히 실제 전장에서 쓰일 법하지 않았다.

 

 저것이 그저 평범한 인간 사이즈였다면 말이다.

 

 쿵쿵쿵 휘슈우우웅

 

 그것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래알이 튀어오를 정도로 대지가 흔들렸고 그것이 손에 든 언월도를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엄청난 바람이 불어 셰하 군 병사들을 날릴 뻔했다. 이것이 바로 친(Chin ; 秦) 제국이 남긴 전쟁의 유산, 20m에 달하는 거신(Titan)의 위용이었다.

 

 “전군 신속히 후퇴!! 모두 다시 벙커로 돌아가!!”

 

 중대장이 무전에 대고 목청껏 외쳤다. 그의 명령에 따라 중대원들은 신속하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중대장은 후퇴하면서도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무전지시를 내렸다.

 

 “부관, 155mm포대에 연락해서 저 일대를 무차별 포격하라고 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포탄을 다 써버리란 말야!!”

 

 “예?!!! 예....”

 

 중대장이 지시했다. 부관은 그 지시에 또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군인답게 지시를 전달한 후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155mm포대. 목표물 일대에 전탄포격.....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중대장님. 저런 철갑을 두른 거체에는 철갑탄으로 저격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후우.... 자네 교육과정에서 거신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배웠나?”

 

 벙커로 무사히 귀환한 중대장은 이참에 이 신참 부관에게 동부전선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기로 결심했다.

 

 “예, 과거 대전쟁에서 친 제국이 만들어 낸 인간형 거대병기입니다. 전쟁이 끝난 지금에도 잔류마력 때문에 수시로 소환돼서 우리를 괴롭힌다는.....”

 

 “그런 것 말고. 거신의 재원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나?”

 

 “음... 평균 높이 20m나 되는 몸체에 갑옷 내부는 형체가 없는 마력 덩어리. 그리고 갑옷은 열에 반응하는 특수한 마력이 축적되어 있어 일반적인 화약병기로는 큰 피해를 줄 수 없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철갑탄으로 머리나 가슴 같은 급소를 저격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 않습니까?”

 

 부관이 되물었다. 그러자 중대장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아주 헛으로 배웠군. 잘 듣게. 화약병기로 큰 피해를 줄 수 없는 게 아니야.”

 

 중대장은 그리고 쌍안경을 들어 거신을 주시했다. 무수한 155mm 포탄이 거신에게 날아왔지만 단 한 발도 거신의 몸체에 닿지 못했다. 조준이 빗나간 것인가? 그게 아니다.

 

 “일정 온도 이상 되는 물체들은 갑옷에 닿을 수도 없어.”

 

 포탄들은 거신에게 닿기도 전에 터져버렸다. 그 폭발에서 나온 날카로운 파편들도 역시 거신에게 닿지 못하고 모기시체처럼 허공에 우수수 떨어졌다. 필연적으로 고온이 발생하는 화약무기는 거신을 상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막강한 화력이 장기인 우리 셰하군에게는 완벽한 천적이지.”

 

 중대장이 중얼거렸다. <열반응장갑>이라는 사기적인 방호구를 갖춘 거신에게 일반적인 부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오직 포연으로 거신의 시야를 가려서 전담 부대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

 

 쿵쾅 쿵 쾅 쿵.........

 

 매섭게, 그리고 의미없이 몰아치던 포격이 끝났다. 포병대가 재장전을 하는 동안 전장의 포연이 걷히었고 다시금 거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나 무수한 포탄 세례 속에서도 생채기 없이 최신 프라모델같은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다.

 

 다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거신이 셋이나 더 있었다. 각각 쌍검과 언월도, 삼지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뭐야?! 한 놈이 아니었어!”

 

 중대장이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 보고받은 바와 애기가 다르다. 한 놈이라면 중대수준의 화력으로도 충분히 버티지만... 셋은 다르다. 전문장비도 없는 일개 중대로는 저 거신들을 상대로 시간벌기도 벅차다.

 

 “지금 당장 포탄들 있는 데로 다 쏴! 어서!”

 

 중대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무선지시가 떨어지자마자 155mm 직사포들은 다시금 일제사격을 시작했다. 본래라면 집 한 채는 그냥 날려버릴 수 있는 화력의 대포지만 거신들 앞에서는 그야말로 무력, 아무 효과도 보이지 못했다. 발사하는 순간 포신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뜨겁게 달구어질 수밖에 없는 포탄은 거신의 장갑에 닿지도 못하고 그냥 허공에서 터져버리기만 했다.

 

  “놈, 놈들이 움직입니다!”

 

 부관이 소리쳤다.

 

 거신들이 포탄세례를 무시하고 포대 진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셰하군은 맹렬히 포탄의 비를 쏟았지만 거신의 이동속도만 잠시 줄일 수 있을 뿐, 아무런 피해를 주지도 못했다.

 

  “으, 으아아아아!”

 

  얼마 되지 않아 방천극을 든 거신 하나가 셰하군 벙커와 포대 바로 앞까지 왔다. 담당포병들은 20M 높이의 거신이 들이닥치자 대포를 버려두고 도망갔다. 그 자리를 거신이 방천극을 한 번 휘둘렀다. 방 하나 크기의 방천극 날이 땅을 한 번 스치자 서너 문의 대포가 그대로 잘려져 나갔다.

 

  다른 세 거신 역시 어느새 포대 너머로 들어와 셰하군 진지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셰하군은 엄청난 크기의 칼날에 잘려나가고 거신의 발에 밟히고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아아아... 이제 끝인가...”

 

 중대장이 맥없이 말했다.

 

 온 진지가 무너지고 사방이 흙먼지에 뒤덮였다. 여기저기를 휩쓸던 쌍칼을 든 거신은 중대장이 있는 벙커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칼자루를 하늘 높이 들어 내리칠 준비를 했다.

 

  “아아아아.......”

 

 

  -무선응답 바람. 여기는 안테티탄 제5전대, 충격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무선통신이 들어왔다. 그리고 별안간

 

 

 

  콰쾅

 

 

 

 엄청난 것이 무너지는 소리를 내며 쌍칼 거신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 위로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비행기 궤적이 드리워졌다.

 

 -여기는 안테티탄 제5전대, 12008중대 연락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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