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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월이 뜨던 밤
작가 : 달리아
작품등록일 : 2017.11.13

신월이 뜨던 밤, 죽은 중전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 시각, 서울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한 소월. 눈을 떠보니 내가 중전? 소월의 좌충우돌 중전 적응기.

 
낙화#3
작성일 : 17-11-18 04:05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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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마마."

 

 왕후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급히 잠에서 깨 달려온 사람처럼 눈가에 피곤이 덕지덕지 눌러앉은 소녀. 중전과 마주치자, 애써 그런 기색을 감추며 웃는 의녀의 이름은 화연이었다.

 

 "시료가 막 끝났사옵니다."

 

 울기라도 한 걸까, 발갛게 부어오른 눈을 한 여인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민 상궁의 상태가 어떠하더냐."

 "전반적으로 타박상이 매우 심하여, 침을 놓아 죽은 피를 빼내었사옵니다. 점차 부기가 심해질 것이나, 꾸준히 탕약을 먹고 정양하면 곧 가라앉을 것이옵니다. 다만…."

 "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이냐!"

 "그런 건 아니옵고…골절상이 심하여 한동안 운신이 어려울 것이옵니다. 적어도 달포 이상은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생명에는…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이더냐?"

 "예, 마마."

 

 하아. 그제야 맥이 풀린 중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여인을 잠자코 바라보고 서있던 화연이 작게 망설이다가는 말문을 열었다.

 

 "저…마마."

 "왜 그러느냐."

 "저번보다 안색이 안 좋아지신 듯하여…실례지만, 소녀가 마마의 맥을 한 번만 재어 봐도 되겠사옵니까?"

 "그건 아니 되겠구나."

 

 화연의 청을 단칼에 거절한 여인은 슬쩍 손목을 뒤로 감추었다. 중전의 완고한 태도에 화연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최근 중궁전에 들어가는 탕약들이 마마께 전부 반려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사옵니다. 사실이옵니까?"

 "나는 괜찮대도."

 "마마! 마마께서는 이 나라의 국모시며, 만 백성들의 어머니십니다. 그런데 어찌…!"

 "그만."

 

 왕후의 단호한 제지에 화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몹시 불만 어린 표정이었으나, 중전의 말을 거스를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여인도 미안했던 건지, 한결 상냥해진 어투로 말을 이었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하지 않았느냐."

 "하오나…."

 

 여인의 입매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고개를 젓는 중전에게, 화연은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하지 못 했다. 왕후는 성격이 매우 온화한 편이었으나, 한 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쇠고집으로도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나날이 안색이 안 좋아지면서도, 끝끝내 시료를 거부하는 중전을 화연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경고에도 꼼짝을 않고 버티는 모습에는 노련한 의녀들조차도 학을 뗄 지경이었다.

 

 '마마께선 마치…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시는 것만 같아….'

 

 그렇게 한참이나 머뭇거리던 화연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통을 챙겼다.

 

 "마마, 부디 지체 보중하옵소서."

 

 괜찮다고 몇 번이나 손사래를 치는데도, 여인은 기어코 툇마루까지 쫓아와 화연을 배웅했다. 내의원으로 돌아가는 길, 입가에 피어오르는 하얀 입김을 본 화연이 새삼 중전의 안위를 걱정하였다.

 

 '몸도 안 좋으신 분이 어찌 얇은 옷 하나 달랑 걸치시고서는….'

 

 자신처럼 천한 이들에게는 중전이 마지막 희망이었기 때문에 더욱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백성들이 굶주리면, 가문의 사재를 털어서라도 구휼미를 베풀던 중전이 아니던가. 아무래도 돌아가면 보약이라도 지어 교태전으로 올려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는 화연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

 

 

 

 드르륵.

 

 문이 열리고, 단향과 해정이 지친 표정으로 피에 젖은 수건과 대야를 들고 나왔다. 누가 처소로 돌아갈 것이냐를 두고 벌어진 두 나인과 왕후의 입씨름은 결국 왕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중전의 권위까지 들먹이는 데에는, 그 맹랑한 해정도 당할 도리가 없었다. 끝까지 완강한 태도로 버티던 단향마저도 민 상궁과 둘이 있게 해달라는 여인의 애절한 태도에 무너지고 말았다.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야릇한 미소를 짓는 중전에 당한 건가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솟아났지만, 이미 입 밖으로 뱉은 말을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인들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행각을 빠져나갔다. 문틈으로 해정과 단향이 떠나는 것을 확인한 여인이 문을 걸어 잠갔다. 지금부터는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숨소리가 들려왔다. 거칠고 투박한 숨소리. 잔뜩 부어오른 코가 호흡을 방해하는 모양이었다.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불편함은 느끼는 것인지 연심의 몸이 조금씩 뒤척였다. 그런 연심을 바라보는 여인의 입에서 울음기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회한다."

 

 마치 무슨 뜻인지 묻는 것처럼 연심의 숨소리가 조금 커졌다. 뒤척이는 와중에 눈가에 있던 상처가 벌어지기라도 한 건지, 조금씩 배어 나온 피가 하얗게 동여 맨 천을 선홍빛으로 물들였다. 걱정스레 바라보던 여인이 아직까지도 따뜻한 물에 깨끗한 천을 적셨다. 연심을 데려다준 세수간 상궁이 놔두고 간 것들이었다. 물기를 짜낸 천을 든 여인이 조심스럽게 연심의 얼굴을 닦기 시작했다. 여인은 마치 도자기를 다루는 사기장의 손길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솜씨로 구석구석 묻어 있는 피를 닦아내었다. 연심의 얼굴에 점차 편안한 표정이 떠올랐다.

 

 "후회해…."

 

 여인의 눈에 투명한 물기가 스며들었다.

 

 "내가 찾아올까 숨어 있었던 것이냐…? 이렇게 엉망이 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그래서 숨은 것이더냐…?"

 "…."

 

 당연하게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끝내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 똑하고 떨어진 물방울이 여인의 손목을 적셨다. 여인은 물기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 한채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거기까지 갔느냐…? 그 부러진 다리를, 잔뜩 부어오른 몸을 이끌고 대체 왜 그리 멀리까지 갔냐는 말이다…."

 "…."

 "대체 왜…!"

 

 중전은 연심의 손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꼭 평생 흘릴 눈물을 오늘 다 흘리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통곡하고 또 통곡했다. 한참을 울던 여인이 연심의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래서 나는 후회한다…."

 

 제게 충성을 맹세하던 씩씩한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토록 해사하게 웃던 아이가 지금은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제 앞에 누워있었다.

 

 "너를 데려오지 말 걸 그랬다. 나를 따르겠다 말하는 그 아이를 무정하게 외면했어야 했다…."

 

 여인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회한에 가득 찬 소리가 흘러나왔다.

 

 "적어도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싸워야만 했는데…나는…."

 "…."

 "힘 없이 당하기만 한 나 때문에 연심이 너까지 이런 일을 겪게 하였구나…."

 

 여인은 진정 스스로가 한심했다. 왕이 저를 외면한 이후로는 내내 익숙하게 여겨왔던 이 무기력한 패배감을, 중전은 난생처음으로 불쾌하게 느꼈다. 아무리 울분을 토해도, 연신 주먹을 쥐어 제 가슴을 내리쳐 봐도, 이 알 수 없는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인이 연심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분하다…너무나도 분해. 중전이 되어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고작 아픈 너의 곁에서 우는 것밖에는 없지 않으냐. 내 너를 위해 이 자리를 지켜내고 싶어도 이제 와서는 너무 늦어버리지 않았느냐…."

 "마마…."

 "…연심아?"

 

 갑작스레 연심의 목소리가 들리자 여인의 눈이 커졌다. 잔뜩 터진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뭉개진 발음에 여인의 가슴이 사무치게 아파졌다. 일어난 것이냐고, 괜찮냐고 묻는 여인의 애타는 말씨에도 그러나 대답은 들려올 생각을 않는다. 어딘가 잘못된 것인가. 덜컥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급히 연심의 상태를 살피던 왕후는 이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연심은 아직도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아무래도 잠꼬대를 한 모양이었다. 꿈속에서도 저를 찾고 있는가 싶은 마음에 왠지 가슴이 찡했다.

 

 "마마…울지 마시옵소서…이 연심이가…."

 

 띄엄띄엄 힘겹게도 내뱉는 걱정. 그런 연심의 말을 듣는 중전의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어찌 그럴 수 있느냐. 어떻게 해야 꿈속에서도 이 못난 주인을 걱정할 수가 있다는 말이냐…."

 

 여인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로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눈물이라도 흘리지 않는다면, 연심에게 느끼는 이 미안함이 조금도 가시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연심아…. 내 이제 너를 힘들게 하지 않으마. 그러니…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아파다오."

 

 미련이 남은 듯한 얼굴로 한참이나 연심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왕후가 이내 행각을 나섰다. 교태전으로 향하던 여인은 쌀쌀한 공기에 몸을 움츠렸다. 지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먼 동이 트고 있었다. 뿌연 빛깔의 하늘이 부슬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이번 편에 못 다 채운 분량은 6편에서 만회해볼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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