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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플래닛
작가 : 에르노
작품등록일 : 2017.11.13

[판타지 활극] 흉악한 인간살육병기가 되어 나타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 애인을 원래 모습으로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모험 이야기.

멸망한 고대왕국의 유산, 신비한 힘을 가진 마법유물 ‘아티팩트’가 지상을 지배하는 욕망의 세계. 그리고 아티팩트 유통을 독점해 절대 패권을 누리는 무역회사 ‘서해회사’와 옛 제국의 복수를 위해 서해회사를 대상으로 암살과 공작을 일삼는 테러조직 ‘쿠샤나바’가 극한 대립을 펼치는 공포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도둑길드의 일원으로 살아가던 아딘의 앞에 죽은 줄 알았던, 그러나 지금은 인간살육병기이자 쿠샤나바의 간부가 된 옛 애인 카멜리아가 나타난다.
아딘은 쿠샤나바에게 복수를 하고 옛 애인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서해회사 소속 유물탐사단에 입단하여 모험을 시작한다.

 
5.죽다 살아난 밤(5)
작성일 : 17-11-17 23:04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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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수 없네. 그럼 빨리 끝내자.”

  카멜리아의 사마귀 턱이 벌어지며, 그 사이로 인간의 혀가 뱀처럼 쑥 빠져나왔다. 그리고 혀가 반으로 쩌저적 갈라지더니 알 수 없는 장치가 나타났다. 끝은 벌겋다. 그리고 아딘을 향하고 있다.

  붉은 섬광이 일순 흐릿하게 나타나고,

  아딘은 재빨리 몸을 옆으로 던진다.

  핏빛 레이저가 아딘이 있던 자리를 꿰뚫는다. 요란한 소리도 없다. 실로 담백한 무기이다. 단지 닿은 자리에 검은 자국이 남고 재 냄새가 좀 날 뿐이다. 아딘은 주위를 둘러본다. 벽 곳곳에 검은 자국이 나있다.

  모두 이거에 당하고 만 건가.

  그런 생각을 할 무렵, 또 다시 카멜리아가 핏빛 레이저를 발사했다. 아딘은 정신없이 도망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신 차리고 보니 수중에 남은 화살도 두 개 밖에 없다.

  도망치고 훗날을 기약하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도망칠 수 있을까?

  또 핏빛 레이저가 아딘을 덮친다. 아딘은 몸을 날려 땅바닥에 구르면서까지 필사적으로 피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잔해에 왼다리가 깔려 일어날 수가 없다.

  젠장, 젠장, 젠장! 하필 이 때!

  〈소란스러워서 일어나봤더니, 이게 대체 뭐냐? 인간. 넌 매일매일 안 싸우면 심심한 것이냐?〉

  “프린?!”

  아딘은 화살촉을 바라본다. 어렴풋이 프린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네가 지금 위기란 건 잘 알겠다, 인간. 근데 네가 또 죽으면 나도 곤란해. 내가 잠시 힘을 빌려주마. 이 화살촉에 축복을 내려주겠다.〉

  프린이 말을 끝내자마자 화살촉이 청명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럼 잘 해보라고.〉

  아딘은 뭐라 말하려다가 위기감을 느끼고 고개를 든다. 카멜리아가 레이저를 쏘기 직전이다. 아딘은 축복받은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러자 화살촉이 밤하늘의 별처럼 푸른빛을 내뿜는다. 아딘은 레이저가 발사되는 동시에 축복받은 화살을 쐈다. 허공을 가르던 두 개의 궤적, 푸른 궤적과 붉은 궤적은 서로를 향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쇄도한다. 드디어 두 섬광이 부딪치자, 푸른 궤적이 붉은 궤적을 쪼개버리며 계속 밀고나갔다. 그 광경은 보고 경악한 카멜리아는 피하기 위해 땅을 차 도약한다. 그러나 푸른 궤적은 순식간에 카멜리아의 복부 절반을 집어삼켜버리고 말았다.

  “끄아아아아아악!!!”

  카멜리아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철푸덕 쓰러진다. 뻥 뚫린 복부에서 푸른 피가 새어나온다. 그 모습을 보며 아딘은 손을 덜덜 떨었다. 내가 카멜리아를 상처 입혔어,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어. 느끼면 안 될 죄책감과 연민인데 느껴버리고 만다.

  잠깐만. 아딘은 눈살을 찌푸린다. 카멜리아의 품속에 무언가 칼 같은 게 보인다. 근데 칼 치고는 뭔가 이상한 가지들이 많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커흐으윽!”

  카멜리아는 힘겹게 일어서서 검은 천으로 온 몸을 감싼다. 그리고 도망쳐버렸다. 상당한 피해를 입혔지만 쿠샤나바는 회복력이 대단하다. 아마 하루 만에 멀쩡해지겠지. 또 숨는 데는 도둑길드보다 탁월하다. 도시 속에 은닉해 버리면 찾을 길이 없다.

  “그래도 어찌어찌 살았네.”

  아딘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잔해에 깔린 다리를 꺼낸다.

  〈인간, 어디서 감히 슬쩍 넘어가려고 하냐?〉

  “뭐? 무슨 소리야?”

  〈화살은 하나 더 남아있지 않았느냐. 이걸로 끝을 낼 수 있었어.〉

  아딘은 고개를 돌렸다.

  “몸이 안 움직였을 뿐이야.”

  〈거짓말, ‘안’ 한 거겠지.〉

  울컥한 아딘은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만다.

  “시끄러워!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

  〈인간들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아딘은 절뚝거리며 지하본부를 빠져나가려다가, 드디어 풍기기 시작한 역한 시체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벌써 썩기 시작했어.”

  우선 도시 행정부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 도시와 도둑길드는 유착관계니까 잘 신경 써줄 것이다. 그 다음에는 장례식을 치러야겠지.

  젠장. 지긋지긋한 장례식.

  아딘은 지하본부를 빠져나와 잠겨있었던 문을 열고 사창가로 왔다. 그리고 포주를 찾아간다. 포주는 그를 흘긋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뜬다.

  “세,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쿠샤나바 놈들한테 습격당했어. 도시 행정부에 연락해서 시체처리를 도와달라고 해. 어서!”

  주변의 창녀들은 상처투성이인 아딘을 보며 수근 거린다.

  아딘은 몸을 돌려 사창가를 나가려고 했다.

  “다른 분들은 어디 있습니까?”

  “나만 남았어.”

  “그러면 다 죽었다는 겁니까.”

  아딘은 굳이 대꾸하지 않고 다시 도시의 길거리로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야할 곳이 있어.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

  아딘은 발길을 재촉한다.

 

 

  ************

 

 

  비석이 옆으로 쓰러져있다.

  아딘은 비를 추적추적 맞아가며 땅바닥에 삽을 내리꽂는다. 한 번 박고, 한 번 푸고, 한 번 던지고. 계속, 계속 한다.

  믿고 싶지 않다. 알고 싶지 않다.

  난 지금까지 대체 뭘 한 걸까.

  우물 속 개구리 마냥 어둠 속에 침전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힘들다. 벌써 손에는 물집이 잡혔다. 그래도 멈출 수 없다.

  아딘은 계속해서 카멜리아의 묘를 파고 들어간다.

  “어, 어어! 이봐!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주먹코 관리인이 아딘을 보고 아연실색하며 달려온다.

  “이게 지금 천벌 받으려고 이래! 잠깐, 너 아침에 봤던... 너 대체 왜 그래!”

  아딘은 아랑곳 않고 계속 땅을 판다. 주먹코가 아딘의 어깨를 붙잡는다. 아딘은 거세게 그의 팔을 뿌리친다.

  “이거 놔!”

  아딘은 분노에 가득 차 삽질을 한다. 주먹코는 그의 광기어린 행위에 넋을 잃은 듯 바라본다.

  “인마, 그만두래도!”

  주먹코는 아예 아딘을 뒤에서 감싸듯 붙잡는다.

  “우아아아아아!”

  아딘은 소리를 지르며 주먹코를 바닥에 패대기쳐버린다.

  “아이구야! 내 허리 부러지겠네!”

  주먹코는 신음하며 바닥을 구른다.

  아딘은 계속해서 묘를 파내려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콰직!

  “아!”

  삽이 관을 찔렀다. 아딘은 삽을 마구 내지르는 걸 그만두고 관을 덮고 있는 흙을 치우는 데 주력한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흙들이 무너져 내려 다시 관을 가렸다.

  “망할! 그만 좀 방해하란 말이야!”

  드디어 관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자 아딘은 삽으로 관을 쪼개기 시작한다. 주먹코는 미친 듯이 묘를 훼손하는 아딘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건 법 위반이야! 알아?”

  아딘은 삽으로 관을 쪼개다말고 우뚝 멈춰 선다. 관 속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삽을 옆으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비가 내려 질척질척해진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만다.

  “하하하하...”

  아딘은 자포자기한 나머지 미소마저 띤 얼굴이다.

  그의 눈은 공허한 관속을 응시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아딘은 슬픔에 젖은 낯빛으로 자그맣게 킥킥댄다.

  난 대체 지금까지 뭘 한 거지?

  아무도 없는 묘에 2년 동안이나 성묘하고 백합꽃을 올려뒀네. 정작 묘의 주인은 멀쩡히 살아서 쿠샤나바의 간부가 되어서 여기저기 사람 죽이러 다니고 기어코는 내 동료들까지 전부 죽여 버렸네. 아딘, 아딘, 아딘. 세상에 이런 멍청이가 또 있을까?

  속이 울렁거린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대체 어느 지점에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걸까. 감도 안 잡힌다. 원래부터 카멜리아는 죽었던 게 아니라 살아있던 건가? 아니면 누가 살렸나? 아니 그게 가능한가. 물론 내가 바로 어제 되살아나긴 했지만 그건 고대왕국의 피조물인 이른바 요정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지금 가능할 리가 없다. 아니면 스스로 되살아 난건가. 그건 더욱 말이 안 된다. 쿠샤나바가 선택한 건가? 그러면 왜 하필 카멜리아를?

  생각하면 할수록 머릿 속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지금의 카멜리아는 예전의 카멜리아와 같은 존재일까? 날 기억하고 있었어. 그러면 도둑길드의 동료들도 기억하고 있었을 거야. 내 동료들이 카멜리아에게 얼마나 잘 대해줬는데. 카멜리아도 부상당한 내 동료들을 치료해 준 적이 많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죽일 수 있는 거야?

  결국 지금의 카멜리아는 내가 알던 카멜리아가 아니야.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카멜리아는 비록 살아있긴 하지만, 내가 알던 그녀는 죽었어.

  내 연인은 없어.

  “그런 건......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망할. 그런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야.

  아딘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몸을 수그린다.

  비는 그의 등 위로 질책하듯 위로하듯 추적추적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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