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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르세라의 딸들
작가 : Alphafemale
작품등록일 : 2017.11.17

미래의 가상의 어느 나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성의 인구 비율이 여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자 정부가 남여를 차별하는 남아 특혜 정책을 시작한지 어언 삼십 년. 게다가 파산 직전의 정부는 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의 개발 투자를 급격히 제한하며 도시간의 빈부 차이를 심하게 조장해왔다.

이런 불평등한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는 깡촌 르세라. 그곳에서 자란 어린 클로이가 도시 청년 케이시를 만나면서 그들의 불평등한 계약관계가 암암리에 시작된다.


alisa46@hotmail.com

englishchung@gmail.com

 
일상에서 벗어난
작성일 : 17-11-17 22:13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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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넓게 펼쳐진 들판은 어디를 둘러봐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일년 내내 내리쬐는 강한 직사광선에 도저히 타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었다. 듬성듬성 이곳 저곳에 지저분하게 자란, 수분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푸석한 잔디, 이미 오래전부터 새로운 페인트칠이 필요했던 옥슬리 농장 Oxley Farm의 간판, 뿌리까지 말라 비틀어져 그 생을 마감한 고목. 그나마 이 지루하고, 선명한 색깔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풍경에서 흥미로움을 더하는 단 하나의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적토였다. 그러나 그 적토 조차도 손으로 한 웅큼 퍼낸다 한들 삽시간에 손에서 흘러내릴 곱디고운 적토였다.

 

 [메에에에에~~]

 

 사십 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 먹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어진 회색빛의 양들이 그나마 몇 안되는 나무 밑에 그늘을 찾아 몰려있었다. 관례대로 한다면 양들의 털은 아무리 늦어도 지난달까지는 깎여져 있어야 했다. 그러나 육 개월이 넘도록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이례적인 가뭄 때문에 양들은 털의 생산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 년 전까지만 해도 이천 마리를 웃돌았던 양들의 수는 줄고 줄어서 이제 이백 마리도 채 남지 않았다.

 

 저 멀리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땅에서 갑자기 거대한 먼지 구름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어? 아빠가 이 시간에 웬일이지?”

 

 현관문 바로 옆에 걸려 있는 그네에서 일어선 클로이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쌍망원경으로 먼지가 이는 쪽을 살폈다. 오래된 하얀색 토*타 랜드 크루저가 비포장 도로를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색깔의 같은 차종을 운전하므로 클로이는 쌍망원경을 몇 배로 확대해 운전자를 살폈다.

 

 그들이 같은 차를 운전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도시 근처에 거주하는 부유한 농장주들과는 달리 가난한 르세라의 농장주들은 항상 정부에서 파는 중고차를 할인받아 사기 때문이었다. 이런 외딴 시골에서 정부에 소속된 차들은 무조건 하얀색 토*타 랜드 크루저였다.

 

 “누군지 보이지가 않아…”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는 차가 크게 흔들려서 운전자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었던 그녀가 쌍망원경을 테이블에 도로 내려놓고는 집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거실 구석에 자리한 작은 문을 열어 벽에 세워져 있는 엽총과 탄약 두 개를 집어 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시 밖으로 나갔다. 클로이가 다시 쌍망원경을 들어 운전자를 확인해 보지만 여전히 식별이 불가능했다.

 

 “에이씨!”

 

 엽총을 굽혀 열려진 구멍에 탄약을 장전하고는 총을 바로 했다.

 

 [철커덕!]

 

 완전 무장을 한 그녀는 차가 가까워지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먼지 구름이 시야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차의 웅웅거리는 묵중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총을 쥔 손이 떨리며 땀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침착해. 아빠일거야.

 

 하지만 그녀의 솔직한 마음과 거짓된 믿음은 합쳐질 줄을 몰랐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오는 저 사람이 그녀의 아빠인 매튜일 거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이른 아침 새벽 다섯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자신이 물려받은 거대한 농장을 돌보느라 바쁜 매튜가 대낮에 집에 들르는 일이란 있을 수가 없었다.

 

 [부우웅-]

 

 차가 점점 가까워지자 클로이는 엽총을 가슴 앞에 대각선으로 세우고는 운전자를 위협할 자세를 취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남자는 분명히 그녀의 아빠가 아니었다.

 

 “버니 할아버지!”

 

 조수석에 앉은 스너기를 발견한 클로이가 엽총을 내려놓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컹! 컹!]

 

 차의 열려진 창문으로 풀쩍 뛰어내린 밤색 개, 스너기가 그녀에게 뛰어와 안겼다.

 

 “스너기, 그만해. 간지러.”

 

 스너기가 그녀의 얼굴을 마구 핥자 클로이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클로이,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철조망 자르는 가위가 있나 좀 찾아볼래?“

 

 인사도 없이 무턱대고 가위를 찾는 버니 할아버지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는 그의 표정 하나 없는 굳은 얼굴에서 막연한 이유를 짐작했다. 안 좋은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매튜가 차고를 둘러보라고 했어. 비틀 Beetle 근처에!”

 

 이미 서둘러 차고로 뛰어가는 그녀의 등뒤로 그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트럭 두 대는 족히 들어갈만한 크기의 넓은 차고는 농부가 작업을 하는 차고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벽쪽으로 세워진 크고 작은 타이어들과 차를 수리하기 위한 무거운 장비들이 선반 위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비틀 근처를 확인해 보라고 했지?

 

 차고 중앙에는 옛날에 화려한 시절을 가졌을 것 같은 녹슨 비틀의 초란한 몸체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1938년 산으로 클래식 차 중에서도 꽤나 값어치를 하는 차지만 문짝도 남아있지 않은 껍데기만 비틀인 그 차가 과연 백년 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나마 매튜가 지난 이 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취미로 이곳 저곳 손을 봐서 엔진은 겨우 살려놓은 상태였다.

 

 버니가 말한대로 비틀 주변을 빠르게 둘러본 클로이가 작업 테이블 위에 놓인 은색의 끝이 뭉툭한 가위를 집어서는 차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저도 같이 갈래요!”

 

 “넌 그냥 집에 있어. 그 가위나 빨리 넘겨라.”

 

 “싫어요. 저도 갈래요. 도울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황소 고집의 그녀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버니가 못마땅한 얼굴로 차문을 열어줬다. 스너기가 먼저 차안으로 깡충 올라탔고 그를 따라 클로이가 힘겹게 차안으로 들어섰다. 그 입구가 트럭만큼이나 높은 것은 아니었기에 기어올라오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체구가 작은 그녀에게는 역시나 버거운 높이였다.

 

 “자, 내 손을 잡아.”

 

 그녀를 한번에 끌어올린 그가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급하게 악세레이터를 밟았다.

 

 “꺄악!”

 

 “꽉 잡아!”

 

 스너기를 꽉 끌어안은 클로이의 가벼운 몸은 안전벨트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채 이리저리 사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절대 편할 수 없는 이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에서 버니는 시속 60 킬로미터로 달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예요?”

 

 “가보면 알아아아.“

 

 그의 목소리마저 몸만큼이나 심하게 떨려왔다. 상황이 급박한 것을 깨달은 클로이가 입을 다물고는 차문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머리 위의 카우보이 모자가 성가시게 느껴졌는지 버니는 모자를 벗어 뒷자리로 던지고는 악세레이터를 더 힘껏 밟았다. 그녀가 사이드 미러로 후방을 바라보니 차로 인해 일어난 거대한 먼지가 뿌옇게 공기를 떠돌고 있었다.

 

 “쿨룩쿨룩!“

 

 그제서야 열려진 창문을 닫은 클로이가 그가 향하는 방향에 관심을 모았다. 남서쪽. 현재 그 쪽의 땅은 내년에 양들에게 먹일 잔디를 보존하기 위해 닫아놓은 상태라 특별한 작업이 필요할 리가 없었다. 드디어 더이상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그녀가 버니에게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운전에 집중한 심각한 표정을 보고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어차피 도착하면 다 알게 될 일인데 참자.

 

 저 멀리 남쪽과 서쪽의 경계를 알리는 철조망이 보이고는 그 위에 걸려있는 예상할 수 없는 무언가를 돌보고 있는 매튜가 보였다.

 

 [끼이익!]

 

 “아빠!”

 

 랜드 크루저가 먼지를 심하게 일으키며 급정거를 하자 클로이가 문을 열고는 매튜에게 뛰어갔다.

 

 “너도 왔구나…?”

 

 매튜의 놀란 기색이 반기지 않는 표정과 교차하는 것이 얼굴에 역력했다. 그러나 그의 등뒤에 힘없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본 클로이는 그제서야 왜 버니 할아버지가 애초에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오지 않으려고 했는지를 깨달았다.

 

 매튜 소유의 옥스리 농장은 서쪽으로는 버니 할아버지네와, 그리고 남동쪽으로는 먼고 국립공원과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국립공원을 바로 옆에 두고 있어 다른 농장주들과의 마찰이 적어 편하기는 했다. 그러나 심한 가뭄으로 음식과 물을 얻으려는 야생동물들의 농장 침범이 잇달아 양들이 겁을 먹거나 다치는 사례가 요즘 들어 부쩍 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눈앞에 한 다리가 철조망에 엉켜서 자포자기하고 있는 캥거루가 보였다. 상처난 곳에서 흘러내린 피는 이미 말라붙어 수도 셀 수 없는 파리들이 그곳에 달라붙어 있었다. 더이상 발버둥칠 기운도 남아있지 않은 그 가엾은 캥거루는 사형 선고라도 기다리는 것처럼 맥없이 철조망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게 왜 내 땅에 들어와서는…”

 

 클로이의 눈이 공포로 떨리는 것을 본 버니가 변명이라도 하듯 나지막이 읖조렸다.

 

 사건인즉 이러했다. 깜깜한 이른 아침 캥거루의 침입을 알아챈 버니는 엽총을 들고 나와 공포탄 몇 발을 공중을 향해 발사했다. 자신의 가축들을 보호하기 위한 농장주들의 당연한 처사였다. 그러나 문제는 공포탄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캥거루가 철조망에 걸리면서 시작됐다. 먹던 아침을 마저 끝내려고 집안으로 돌아온 그는 동물의 우는 소리를 듣고는 밖으로 다시 나갔다. 손전등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까이 가보니 이 캥거루가 철조망에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동물이 어떻게 해서든 그곳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을테고 그 행동이 자신의 상처를 더 악화시켰을 것이 분명했다.

 

 “클로이 너는 집으로 돌아가 있어. 키는 차에 꽂혀 있어.”

 

 매튜의 말에 대답도 없이 그녀의 눈은 한곳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클로이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지며 한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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