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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신비록
작가 : 강지인
작품등록일 : 2017.11.16

죽음의 신이, 신관에게 작은 부탁을 한다.

바람의 신을 좀 죽여줬으면 하는데...

바람의 신이 지상으로 현신해버려 곤란하단다.
죽이라는 부탁을 쉽게 하지말라고.

벚꽃이 내리는 봄날의 여의도.
신관은 지상으로 현신한 바람의 신을 찾아낸다.
사랑스러운 그녀를,

/

귀신들이 인신주왕을 둘러싸고 윽박지르고있다.

그런데 이 귀신들...
우리나라위인전에나 이름을 올릴 법한 위대한 선조들이다.

왜! 나도 내 인생이 있다고! 안해, 안해.
내가 무슨 세상을 지키냐고! 내일 출근해야 돼..

/

칠 년 간 잠들었던 소녀가 잠에서 깨어난다.
그녀의 긴 잠은,
지옥같은 미래를 그리는 예지몽이었다.

 
1. 봄
작성일 : 17-11-17 21:26     조회 : 50     추천 : 0     분량 : 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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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는 맑다.

 푸른 언덕, 초봄의 언땅을 뚫고 나온 새싹들이 보인다.

 한 남자가 돗자리를 펼친다.

 흰 셔츠에 가벼운 면바지 차림새다.

 쌀쌀한 초봄의 바람을 막으려 체크무늬 담요로 온 몸을 두르고 있다.

 소풍이라도 온걸까. 무어가 그리 좋은지 배실배실 웃는다.

 

 -

 

 햇볕은 따사롭다. 땅은 차갑다.

 어려운 날씨다. 봄이 온다.

 매년, 날씨가 이렇게 애매해질 시기, 하루, 먼 길을 떠난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30분. 완만한 언덕이 있다.

 도시와도 멀지않고. 풍경도 예쁘게 트여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가파르지않은 푸른 언덕이 쭉 펼쳐져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 듯 하지만, 사유지인지라 접근이 어려워 이 곳을 찾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이 곳에 홀로 서서 계절의 변화를 겪는 드넓은 언덕을 바라보는건, 혼자 누리기엔 지나친 호사다.

 

 수중에 차가 없던 때는 한참을 걸어야 했던 언덕이다.

 자가용이 생기고 얼마지나지않아 언덕 위로 콘크리트 도로마저 생겼다.

 예전에는 생각만으로도 지치던 여행이 이제는 가벼운 산책쯤으로 여겨진다.

 

 남자는 돗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른 도착 시각이나 해가 뜬 정도, 주차 후에 돗자리를 펼쳐두고 업드려 읽은 소설책이 백여장을 넘긴걸로 보아선,

 시간이 정오를 넘긴 듯 하다.

 " 지금쯤인데."

 남자는 혼잣말을 하며 돗자리 끝에 놓아 둔 가방에 손을 뻗는다.

 가죽가방은 네모모양으로 터질듯이다. 가방 속에 든 상자때문이다.

 상자를 따로 들고오려했지만, 손에 무언갈 들고 다니기 싫어하는 성미때문에 기어이 가방 속에 밀어넣고 왔다.

 주머니 속을 더듬던 손에 차가운 시계가 만져진다. 시계를 손에 쥐고 돗자리에 주저앉는다. 손으로 햇볕을 가리며 시계를 본다.

 초심은 분주히 움직인다. 1시 07분. 약속된 시간이 가까워진다.

 남자는 가방 속에서 상자를 꺼내려 한다. 종이상자지만 꽤나 단단하다. 가방 속에 넣을 때보다 뺄 때 시간이 더 들거란 걸 미처 생각치 못했다.

 남자는 위기감을 느낀다.

 '약속된 시간까지 상자를 뺄 수 있을까.'

 씨름하듯 가죽가방 모서리를 양발로 밟고 빈틈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넣어 상자를 조금씩 빼낸다.

 상자가 반쯤 빠져나올 때 쯤, 언덕 주변 풍경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남쪽 언덕 끝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남자는 저 현상이 무슨 의미인지 안다. 그녀가 오고있다.

 위기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더니, 남자는 기묘한 신음소리를 얕게 뱉으며 상자를 빼낸다.

 그 바람에 벌러덩 드러누웠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남자는 용수철처럼 튕기듯 몸을 일으켜, 세워 맨발로 잔디밭을 밟고 나아가 가까운 도로변에 선다.

 

 남자는 숨을 가다듬고 남쪽을 바라본다. 아지랑이가 스쳐지나가면 언덕의 잔디와 풀들이 좀 더 힘있게 자라난다. 드문드문이지만 하얀 들꽃도 피어난다. 길 위에는 자그마한 분홍빛이 일렁인다.

 꽤 먼거리지만, 박력이 느껴진다. 분홍빛은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있다.

 보통사람들이라면 바로 앞에 있더라도 볼 수 없지만,

 언덕 위의 남자는 그 빛의 정체를 알고 있기에 멀리있어도 그 형체를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분홍빛 드레스를 입었을지라.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마치 비단같으리.

 

 분홍빛이 가까워진다.

 남자는 상자의 뚜껑을 열고 도로쪽을 향해 한 쪽 무릎을 꿇는다. 왕에게 보물을 진상하듯이. 굳이 이럴 필요는 없지만 장난과 진심이 섞여있다.

 눈으로 봄이 오고 있음을 본다. 예상한 바는 미묘한 차이로 둘 다 틀렸다.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가 아니라 단정한 분홍원피스 차림이다. 머리카락은 포니테일로 꽉 묶여있다. 묶인 머리카락이 워낙 길어 시계추처럼 좌우로 움직이긴 하지만, 흩날리지는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작년과 또 다른 모습으로 달려오고있다.

 언뜻 보면 그녀는 가벼이 뛰는 듯 하다. 그녀의 표정은 싱그럽고, 볼과 입술은 아직 꽃도 피지않은 나무의 열매를 떠올리게한다. 흰 피부는 햇살에 따라 봄꽃처럼 밝아졌다가 붉어진다. 무릎까지 오는 연분홍빛 원피스는 뜀박질을 할 때마다 맑은 허벅지가 보일듯말듯 파도처럼 춤을 춘다.

 그녀는 남자를 발견하고 장난기 어린 표정을 띄운다.

 남자도 저 멀리서부터 눈이 마주쳤지만 무심한 척 눈을 피하거나 곁 눈질로 주변 풍경을 살핀다.

 서로의 말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지자, 그녀는 눈을 꼭 감은 채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남자는 앞머리가 거슬려 손으로 살짝 넘긴다.

 그 찰나 그녀가 빠르게 앞을 스쳐간다.

 그녀는 늘 이렇게 꽃향기를 풍긴다.

 남자는 마음 속으로 숫자를 센다. 그녀는 다시금 뒤로 돌아올 것이다. 하나, 둘,..

 마음 속으로 셋 다 세기도 전에 그녀는 총총총 뒷걸음질로 돌아온다. 그녀는 감았던 두 눈 중 한 쪽 눈만 살짝 뜨고 상자 안을 내려다본다.

 그녀는 달리는 자세를 그만두고 상자 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린다.

 남자는 손이 가벼워지는게 느껴진다.

 그녀는 상자를 안고 상자 속의 선물을 집어든다. 미소를 넘어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럴 수 밖에, 취향에 맞을 수 밖에.

 

 유명한 장인이 오랜 공을 들여 제작한 흰 가죽운동화. 예전에 그녀가 설명한걸 조금씩 기억해내며 완성한 신발이다.

 그녀는 하얗고 가느다란 두 손으로 신발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이내 신고있던 슬리퍼를 던져버린다. 저런 슬리퍼는 또 어디서 주워신은걸까. 날아가는 슬리퍼는 꽃무늬가 화려하게 장식된 실내용 천 슬리퍼다.

 그녀는 귀여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흰 가죽운동화를 신는다. 양발에 꼭 맞는다.

 그녀는 신발이 마음에 드는지 깡총깡총 뛰었다가 가만히 서서 땅을 바라보며 춤추듯 발을 움직여본다.

 그러다 문득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단걸 깨닫고 남자와 눈을 마주치고 노려본다. 선물이 마음에 들었음은 숨기지못해 그녀의 입꼬리는 웃음을 머금었다. 그녀는 턱을 살짝 들어 먼 곳을 바라보다가 달리는 자세를 취한다.

 

 그녀는 이제 떠난다. 그녀는 봄이다. 봄의 신이다. 가끔은 꽃으로 만든 머리띠를 하고 온다. 봄이 오면 그녀에게 선물을 한다. 올해의 선물은 마음에 들었나보다. 올해는 봄이 조금 더 길어질테다.

 봄의 뒷모습은 금방 사라진다. 아지랑이와 함께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본다. 전보다 더 가볍게 뛰는 그녀의 신발은 흰 가죽 운동화다.

 

 남자는 돗자리를 개고, 널브러진 신발상자와 포장종이를 줍는다. 소설책과 함께 가방에 넣는다. 짐을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트렁크를 닫는다. 운전석으로 가다가 차 밑에 무언가 있음을 본다. 꽃무늬 슬리퍼다. 한 쪽은 어디로 날아간건지 모르겠지만, 슬리퍼를 손에 쥐고서 운전석에 앉는다.

  봄이 지나가면 바람은 따스해지고 풀은 생기를 머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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