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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 세계의 이야기
작가 : macarong
작품등록일 : 2017.10.30

[현대판타지]
일그러진 세계, 탐욕으로 물든 전쟁속에서 깨어나서는 안될 존재들이 눈을 뜬다

다가오는 그 날을 막기 위해 자신을 망가트려야만 했던 그 세계의 이야기

 
#0007 세계의 모순
작성일 : 17-11-17 21:23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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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적인 상태라면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결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마력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서지훈에겐 잠깐의 전력질주조차 힘들었다.

 

 “하아 하아…”

 

  결계의 입구를 열기 위해 멈춰선 서지훈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꽤나 먼 거리를 달려왔음에도 남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흥미롭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

 

  또 다시 기분 나쁜 이질감이 머릿속을 간지럽힌다. 서지훈은 애써 그것을 무시하며 결계 속으로 발을 대딛는다.

  겹겹이 둘러싸인 결계를 넘어 도착한 그곳에는 두 사람의 보금자리가 있었다. 서지훈은 서둘러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지막이 들려오는 그녀의 신음소리에 서지훈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지애야…”

 

  서지훈은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의 손을 감싸주었다. 그녀의 손에서는 삶의 온기가 아닌 죽음에 가까운 한기가 느껴져 온다. 오로지 희미하게 들려오는 숨소리만이 그녀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서지훈은 자신의 무력함에 기도하듯 고개를 숙인다.

 

 “무슨.. 왜 벌써 이정도까지 상태가 악화된 거지?!”

 

  서지훈을 따라 들어온 남자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인상을 찌푸렸다. 남자는 서둘러 서지훈을 밀쳐내고 서지애의 상태를 살핀다.

 

 “큭.. 무슨 짓…”

 

  서지훈은 남자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지만 그의 다급한 표정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남자는 서지애의 배에 손을 얹으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안에 들어있는 거대한 무언가를 느낀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건 설마…? 이렇게 되어버릴 줄은…”

 

  사태를 파악한 남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서지애를 내려다보며 자그마한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인지 그녀를 바라보는 표정에는 깊은 죄책감이 떠올라 있었다.

  남자의 손에서 퍼져 나오는 거대한 힘이 서지애의 몸을 감싼다. 마력과는 다른 이질적인 힘이 서지애의 몸속으로 스며든다.

 

 “아아…!”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서지훈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창백하던 서지애의 얼굴에 따듯한 혈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서지애의 상태가 호전된 것을 확인한 남자는 지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서지훈을 부른다.

 

  “일단 응급처치는 끝났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서지애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잠시 따라오시겠습니까. 자세한 건 밖에서 이야기해드리죠”

 

  복잡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남자는 자그마한 한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갔다.

  남겨진 서지훈은 조심스럽게 누워있는 서지애의 손을 붙잡아보았다. 그 손에서 전해지는 따듯한 온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것으로 끝난 것일까,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가슴을 죄어온다. 서지훈은 알 수 없는 불안을 애써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지… 선택은 그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남자는 서지훈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곤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하려는 이야기가 뭐냐 무엇이 지애를 저렇게 만든 거지?”

 “진실을 알고 싶으신 겁니까”

 “….”

 

  순간적으로 그 대답을 들어선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을 순 없었다.

 

 “말해줘.. 도대체 이렇게 된 이유가 뭔지”

 “알겠습니다. 진실을 이야기해드리죠. 그녀가 죽어가는 이유는 그녀의 안에 있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서지훈이 되물으려는 순간 남자는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뱃속에 자리잡고 있는 존재가 그녀를 죽이고 있죠”

 “무슨…”

 “그 존재를 어찌하지 않는 이상 그녀는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니…? 완전히 나은 게 아니란 말이야?”

 “제가 한 건 그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아마 시간이 흐른다면 그녀는 또 다시 죽어가겠죠”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라는 건가…”

 

  남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서지훈은 고개를 들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이없는 현실에 웃음조차 나지 않는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습니다. 나머지는 당신과 그녀의 선택에 달려있겠죠”

 

  서지훈은 남자가 말하는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서지훈에게 해서는 안 될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다른 방법은 없나?”

 “없습니다”

 “하하… 그렇군…”

 

  구역질이 올라온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서지훈은 올라오는 무언가를 참아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서지훈에게 그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도와줘서 고맙다”

 

  서지훈은 진심으로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한다.

  처음에는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과 절망 속에서의 마지막 발버둥,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두 사람을 구원해주었다. 비록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원인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두 사람에겐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서지훈은 그를 살려 보낼 수 없었다.

 

 “그리고 미안하다”

  이곳은 절대로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두 사람만의 장소, 애초에 그를 이곳에 데리고 오기로 결정했던 그 순간부터 서지훈은 그를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공간을 장악할 필요조차 없다. 이곳은 이미 서지훈의 공간, 서지훈은 망설임없이 남자를 향해 손을 그었다. 그것을 따라 생겨난 얇은 선이 공간을 가른다. 공간 그 자체를 잘라내는 능력, 세계에 그어진 하나의 선 위로 풍경이 쏟아져 내린다.

 

 “무슨?!”

 

  당황한 듯한 서지훈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떨어져 내리는 풍경 속에서 유일하게 서 있는 한 사람, 서지훈은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무차별적으로 마력을 쏘아냈다. 수십의 선들이 남자의 몸에 새겨지며 주변을 토막 낸다. 하지만 남자는 그 중심에서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무표정하게 서지훈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소용없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서지훈은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존재를 압도하는 미지의 공포가 서지훈의 몸을 옭아맨다.

  남자는 어느새 서지훈의 앞에 섰다. 하지만 그는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아직까지 제 소개를 안 했군요. 저는 에르스라고 합니다”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굳어 있는 서지훈의 손에 자그마한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것 밖에 없군요”

 “…”

 “당신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 저에겐 그걸 막을 자격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거래를 잊지는 마세요”

 

  에르스는 조용히 등을 돌린 채 어딘가로 나아간다.

 

 “그럼 언젠가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에르스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멍하니 에르스가 사라져간 공간을 바라보던 서지훈의 표정이 굳어간다. 두 눈으로 보고 있었음에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존재는 마치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무언가를 이용해 몸을 숨긴 것일까, 공간을 넘어 어딘가로 이동한 것일까, 무슨 수를 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 그를 보내선 안 된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서지훈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결계 내부의 공간은 서지훈의 의식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정보로써 서지훈에게 인식되어왔다. 서지훈은 공간과 동화되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들을 받아들인다.

 

 “없어...”

 

  의식이 공간을 내달린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에르스의 흔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째서! 왜 없는 거냐고!”

 

  서지훈은 그제서야 자신이 느꼈던 기분 나쁜 이질감이 무엇이었는지 깨닫는다. 어째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일까, 서지훈은 자신의 멍청함에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젠장…”

 

  공간을 다루는 능력의 특성상 서지훈은 언제나 주변 공간을 정보로써 인식하는 습관이 있었다.

  에르스와 함께 결계에 들어섰을 때에도 느껴졌던 이질감, 다른 누군가가 결계 내부로 들어왔다면 결계와 연결되어 있는 서지훈은 당연히 그것에 대한 정보를 인식할 수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결계는 에르스라는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처음만난 그 순간에도 에르스에게선 아무 정보도 인식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허상이었다고?’

 

  자신에게 의문을 던져보지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이해할 순 없지만 에르스는 분명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허상 같은 것이 아니었다.

 

 “에르스…”

 

  조율자로서 수십년을 살았었지만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이제 와선 그 정체를 짐작할 수조차 없다. 오히려 생각을 할수록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갈 뿐이다.

 

 “거기에다 이것은...”

 

  서지훈의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에르스가 떠나며 쥐여준 물건, 그것은 자그마한 보석이었다. 서지훈은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느껴져 오는 거대한 힘, 그것은 분명 마력석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진짜 ‘파편’이었다.

  서지훈은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찌푸렸다.

 

 “오빠?”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서지훈은 고개를 돌린다. 그토록 바라왔던 그녀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지애야…!”

 

  서지훈은 에르스에 대한 것도 잊은 채 한걸음에 달려가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품속에서 전해지는 따듯한 온기에 참아왔던 슬픔이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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