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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의 집 2층에는 미친 무언가 숨어있다.
작가 : 접견
작품등록일 : 2016.8.26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댁에서 지내게 된 류설하와 류진, 그 집, 2층에서 승강기를 발견한다.
(지구라면, 시계탑의 숫자가 13까지 있을 리 없고, 건물이 허공에 떠 있지 않으며, 바다가 하늘에 뒤집혀 있을 리 없다. 구름이 그 바다 밑으로 붕붕 떠다니고 있을리가 없다. 태양이 두 개일 리도 없다. 잔디 잎이 먼지처럼 붕붕 떠다니고 있을 리도 없다. )

 
4. 어쩌다, 세상이 미치게 됐는지 그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작성일 : 16-08-30 23:07     조회 : 342     추천 : 0     분량 : 7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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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어쩌다, 세상이 미치게 됐는지 그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가운의 사내는 가루를 컵에 탔다. 그리고는 다시 마셨다.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억지로 짜내보자면, 피부가 좀 더 탱탱해진 느낌이 든다 뿐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이 애를 살려줬단 말이지?”

 그가 되물었다.

 

 대체 가루가 대체 무슨 효능이 있을지 류진은 알 수 없었지만 비장하게 숨겨둔 만큼, 화려하게 꺼내든 만큼 피부마사지 효과 외에 대단한 게 숨어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응”

 

 “너 뭐하는 애냐?”

 

 ‘제가 묻고 싶은 겁니다. 당신들, 대체 뭐하는 누구입니까. 왜 제 병실에서 난동입니까?’

 류진이 마음속으로 물었다.

  그러다보니 뜬금없이 설하가 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그런 생각이든 건, 그의 인생에서 역사적으로 길이길이 남을 첫 번째 사건이리라.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데?”

 

 “잠깐만요.”

 류진이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고는 진즉에 했어야 할 질문을 이제야 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말이에요, 이게. 당신들은 대체 누구고, 대체 눈이 어떻게 건물 안에서 내리고?”

 

 “어, 그러니까....”

 가운의 사내는 손을 뭉그적거리며 설명하려고 애쓰는 듯했지만 꽤나 어려운 일인지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벌렸던 입은 의미 없는 한 마디만 간신히 붙일 뿐이었다. “너, 말을 하실 줄 아는구나.”

 

 그가 류진 앞으로 다가왔다. 팔 하나 정도로 가까워지자 멈춰 서서 최근, 너무 많은 일을 겪었으니, 집에 가서 쉬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선글라스가 얼굴을 가려 류진에겐 잘 보이진 않겠지만, 분명 그랬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여행 안내서를 내밀었다. <당신이 영원히 떠나지 못할 휴양지에 대한 모든 것>.

 

 “이걸 꼭 한번 꼼꼼히 보오거라.”

 

 류진은 별 생각 없이 받아들었다. 받으라니 받아야지 어쩌겠는가.

 

 사내는 류진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걸 보면, 병실에 눈이 왜 내리는지 다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잠시 자리 좀 비켜주겠어?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야.”

 

 그는 여자 쪽으로 돌아서며 컵 안을 보여주었다. 가루가 섞인 콜라가 조금 남아 있었다.

 

 “이거 보여?”

 

 류진은 그 중요한 일이 먹던 콜라를 보여주는 일이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아무렇게나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응”

 그녀가 말했다.

 

 “이건 에테르 탄 코카콜라야. 난 그걸 마셨고. 그게 뭔 말인지 알아?”

 

 “모르겠는데”

 그녀가 우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왜 이걸 마셨는가! 바로 네 놈이... 콜록콜록”

 그가 너무 힘을 주어 말하는 바람에 사래 걸리고 말았다.

 

 류진은 그 괴상한 광경을 보며, 그냥 이 미친 병실에서 떠나면 어떨까,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쯤이면 대통령이 자기에게 전화 한 통 걸고 있을 지도 모른다.

 

 “콜록콜록...크헉...., 그러니까..., 그러니까, 난 네가 ‘버처’라는 걸 알아챘다고”

 그는 가슴을 두드리다가 입을 닦으며 말했다. 선글라스 너머 눈빛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가 컵 밑바닥을 쥐고 손목을 비틀자, 검은 액체가 용처럼 솟아 나와 그의 몸을 감싸 돌았다. 용의 형체를 띠고 있었지만, 기포가 올라오며 거품이 포도 알처럼 몸에 붙는 걸 보니 성분은 콜라인 모양이었다. 꼬리까지 빠져 나오자 포악하게 입을 벌리며 그녀에게로 돌진했다. 한 번에 집어 삼킬 기세였다.

 

 콜라 덩어리가 그녀의 우뚝한 코에 닿을 찰나, 방 안에 냉기가 순식간에 스미더니, 여태껏 쌓였던 눈이 저절로 그녀 앞으로 모여들었다. 바닥의 눈도, 곧 내리려던 참이 눈도, 류진의 머리에 묻어있던 눈도, 사내의 선글라스 위로 쌓인 눈도. 단 한 송이도 남기지 않고 전부 다.

 그것들은 빽빽하게 뭉쳐서 빙벽을 만들었다. 용은 갑작스럽게 생긴 빙벽에 부딪혀 찌그러지면서 형체를 잃어갔다. 흩어진 콜라방울들이 사방팔방으로 튀며, 병실 안을 더럽혔다. 콜라처럼 검은색으로, 눈과 얼음처럼 하얗게.

 

 안 그래도 많던 눈에, 콜라까지 더하니. 부피가 뻥튀기처럼 부풀어 오른 모양인지, 거의 발목 위까지 잠겼다.

 

 류진은 이 놀라운 광경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했다. 뉴런이 허리케인을 직격으로 맞아 지워진 듯했고, 조울증 걸린 주가만큼이나 혼란스러웠으며, 꿈에 온 듯 몽롱했다.

 

 콜라로 잠긴 병실은 좀 많이 지저분했고, 약간 단 내가 났다.

 눈을 뿌려대던 아이린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안도의 한숨을 내리 쉬어라. 어리석은 자여”

 가운의 사내가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아니, 차가운건 어투가 아니라, 실제로 그가 추워하는 거였다. 가운은 촉촉해졌고, 머리와 선글라스에서 콜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 ‘버쳐’는 갔으니까. 다아- 끝난 거라고”

 

 류진은 워낙에 정신이 없던 터라, 그게 뭔지는 몰라도 위험한 것이겠거니,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여행안내서는 정말로, 정말로 꼼꼼히 읽어 보길 바란다. 나도 그거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 그럼 난... 이제 샤워나 하러 가야겠어. 정말, 끈적거려 미치겠군,”

 

 그는 왔던 문으로 나가려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참, 네 여친은 옆방에 있다.”

 

 그가 문을 힘겹게 열자 콜라가 틈으로 빠져나갔다,

  류진은 넋 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그가 설하였다면 그 순간 까마귀 소리를 냈었을 것이다.

 그가 까마귀였다면, 될 수 있는 한, 오래 소릴 질렀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또 열렸다.

 간호복을 입은 여자였다.

 그녀는 문을 열자마자, 병실 광경을 보고는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다.

 

 혼돈에 빠져 있던 그를 다시금 현실로 돌아오게 한 건, 침대 옆, 탁상 위에 놓여있는 손목시계였다.

 시간은 9시 5분.

 그는 시계가 콜라 웅덩이에 빠져 기포가 올라오고 있는 걸 보고, 재빨리 물기를 털어내고 왼 팔목에 찼다.

 

 고개를 들어보니, 탁상 너머, 아이린이 말했던 창문을 볼 수 있었다. 창틀 쪽으로 다가갔다.

 문을 여니 바람과 풍경이 그를 맞이했다.

 

 모든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의 눈은 판단했다. 이곳은 시골이 아니었다.

 도시. 그렇다고 어느 곳에나 볼 수 있는 시내도 아니었다.

 그가 알던 도시 세상과는 전혀 달랐다.

 아니, 도저히 지구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지구라면, 저 멀리있는 시계탑의 숫자가 13까지 있을 리 없고, 건물이 허공에 떠 있지 않으며, 바다가 하늘에 뒤집혀 있을 리 없다.

 구름이 그 바다 밑으로 붕붕 떠다니고 있을 리가 없다.

 태양이 두 개일 리도 없다.

 잔디 잎이 먼지처럼 붕붕 떠다니고 있을 리도 없다.

 

 그는 한 차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컴퓨터 그래픽을 실제로 경험했던 덕분인지, 충격이 그리 심하지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세상이 미쳤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한 순간, 눈동자가 휘둥그레졌으니까.

 

 판단과 이성은 평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판타지같은 이 세계의 숨겨진 일면은 무얼까, 고독의 심연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진 정신세계의 종합체는 지금 이 각막을 통해 시각화 되고, 청각화 되며, 자기 자신을 속이려드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당장,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있었던 세상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설하는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했다.

 더하여, 병실에 일어난 일에 대해 쓸데없는 오해나, 누명을 쓰일까봐, 두려웠다.

 구석에 달린 CCTV가 없다. 그렇다고 사건을 설명할 방법도 없다. 병원 측에서 돈을 받아야겠다면 현장에 남아있는 사람 탓으로 돌릴 것이다.

 

 손에 쥐고 있던 안내서를 환자복 주머니에 쑤셔놓고, 문을 열어나가려던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가니?”

 

 아이린이다. 옷은 말끔했고, 표정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너.....! 너.....!”

 

 류진은 뭐라 말하려 했지만, 너무나 많은 말들이 떠올라서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기껏해야 뱉은 건... 이거였다. “나빴어!”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 거니?”

 언제나 그렇듯, 무감정하게 말했다.

 

 “왜냐니? 넌, 날 죽이려 했었다며.”

 

 “맞아”

 

 “대체 왜 죽이려 했던 거야?”

 

 “난 널 죽여야 하기 때문이야”

 

 “왜?”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저 멀뚱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녀가 할 말을 잃은 건지, 이유가 없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류진은 질문을 바꿔보기로 했다.

 

 “여기는 대체 어디야?”

 

 “여긴 병원인데”

 

 “그거 말고”

 

 “7층 병실?”

 

 “그런거 말고.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알던 지구는 어디 갔냐고.”

 

 “여기 지구 맞는데.”

 

 “바다가 하늘에 있고 태양이 두 개가 떠 있는데 지구라고? 원래 바다는 땅에 있고 태양은 한 개잖아”

 

 “태양은 원래 하나라니, 대체, 넌 뭔 말을 하는 걸까? 여긴 지구가 맞아. 너 현실도피증이니? 아니면 망상증이라던가? 우울증이라던가?”

 

 “그런 거 아니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들을 수 있는 정보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질문을 해도, 병명이나 읊으면서 처방이나 해줄 것이다. 혹은 동문서답이나.

 

 “너, 내가 학교 급식실에서 깨어났다고 했지?”

 

 “맞아. 네가 실려 왔을 당시, 들은 게 있어서 알아”

 

 “거기로 데려다줄 수 있어?”

 

 “안 돼, 난 학교에 갈 수 없어”

 

 “그럼, 어딘지 알려주기라도...”

 

 갑자기, 그녀가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류진은 재빨리 창문으로 달려가 내다보았지만, 그녀는 없었다. 마치 공중에서 눈이 기화되어 사라진 것처럼, 자그마한 흔적조차 없었다.

 소리 없이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라진 것이다.

 

 바깥의 분위기는 뭔가 달라져있었다.

 각자의 광고를 틀던 전광판들이 모두 똑같은 화면, 연설대 앞에 서 있는 노인을 잡고 있었다. 눈빛이 날카롭고, 풍성한 주황색 턱수염을 하고 있었는데, 류진은 그를 어디서 본 듯,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노인 뒤에는 처음 보는 국기가 늘어서 있고, 경호원들은 기가 바짝 든 표정으로 꼿꼿이 서 있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저마다 가까운 전광판을 보고 있었다. 흩날리는 잔디 풀만 아니면,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노인은 대중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회의원장, 이선문입니다. 오늘, 스프링 롬, 독립 30주년을 맞이하여,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물론 매년, 빠짐없이 올라서긴 합니다만, 설 때마다 늘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30주년을 맞이해서 우리들의, 여러분들의 독립과정을 되돌아보며 애국 의식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우선은 50년 전 버쳐와의 전쟁부터 시작할까 합니다.

 

 버쳐’는 아시다시피, butcher, 즉 도살자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그들은 겉보기에는 인간과 같지만, 인정없고, 고통에 무감각하고,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이 게으르고, 오만하고, 사이코패스같은 무감정 괴물들은, 사람을 죽일 때도 자기 동료들이 죽을 때도 눈물하나 흘리지 않는 짐승만도 못한 것들입니다. 게다가 하는 거라고는 초능력을 이용해 인간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또 죽이는 일이었죠. 우리 인간들을 잔인하게 도살하고, 포살하며, 학살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이 가만히 죽음을 당할 리는 없습니다!

  우리의 영웅들은 그들과 맞서 싸우는 방법을 갈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하고, 신도들은 기도를 올리며, 병사들은 용맹하게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다가 한 과학자, 제이콥 리는 한 실험체로부터 인간의 기억, 꿈, 상상 등과 같은 정신 능력을 외부로 끄집어내서 잠재되어있던 초능력을 발현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버쳐’들과 동등하게 싸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환호 소리. 진정하라는 노인의 손짓

 

 “결국 우리 인간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독립 기념관을 세우고, 버쳐들은 ‘추방’되었습니다.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를 죽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기습을 한다고 해도, 테러를 한다고 해도,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우리들은 그들을 끝까지 몰아낼 것입니다. 지구 끝까지 쫒아서라도, 놈들을 박멸할 겁니다.”

 

 군중들의 박수 소리와 그 뒤에서 들려오는 금관악단의 음악 소리.

 

 류진은 갑자기 떠올랐다. 이선문이라는 연설가, 국회 위원장은 외할아버지댁 승강기를 숨기고 있었던 천막 그림의 주인공이었다.

 

 .

 .

 .

 

 류진은 병실에서 나왔다.

  고개를 좌우를 돌려 복도를 살폈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왠지 쫓기는 같은 기분을, 류진은 느꼈다.

 

 병실 옆, 환자 명단에 ‘류진’ 이라고 써있는 이름표가 있었다. 그는 이름표를 위로 뺀 후 구겨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복도를 따라 걷자 병실 하나가 나왔고, 환자 명단에는 ‘류설하’ 석 자가 쓰여 있었다.

 그 종이 역시 빼서 주먹으로 뭉개버렸다. 그리고는 문을 열었다.

 

 “류설하!”

 

 그녀는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바깥이 어떤지, 세상모르게 자고 있다.

 류진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야, 일어나 봐”

 

 “....5분 만 더 자고...”

 설하가 베던 베개를 끌어안고 몸을 옆으로 고쳐 누우며 잠결에 말했다.

 

 “5분이고 자시고, 당장 일어나”

 

 “...왜”

 

 “창 밖 좀 봐봐”

 

 그제야 설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일어나 앉았다.

 

 “너 옷이 왜 그러냐... 이상한 냄새나..”

 

 “그런건 됐고”

 

 “승강기에 갇혔던 건 기억나는데... 여긴 어디야?”

 그녀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나도 몰라.”

 

 “..병원 병실 같은데?”

 

 “그건 맞아.”

 

 “그러면서 뭐가 모른다는 거야... 우리 구출된 거야? 미정이 언니는?”

 

 “미정이 누나는 아마 여기 없을 거라 생각해. 여기, 우리가 아는 세계가 아니야. 역사가 바뀌던지, 미래로 간건지, 죽은 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이 세계는 우리 ‘지구’가 아니야”

 

 “뭔 소리야 또. 게임하다가 망상증 걸렸냐....”

 

 “뭐가 됐든, 우린 빨리 나가야 해.”

 

 “왜...자꾸.........”

 그녀는 말을 하다가 졸기 시작했다.

 류진은 설하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싫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 차라리 그 먹통 집보다 병원이 낫겠어. TV도 있고, 분명히 데이터도....”

 

 “그런 거 없어. 여긴 휴대폰이 필요 없는 세계니까”

 

 “뭔....소리야”

 

 “이번은, 네가 내 부탁 좀 들어줘. 이건 뭣도 아닌 농담이 아니고,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거야.”

 

 류진은 설하의 팔을 붙잡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창가 쪽으로 끌었다.

 

 “이거 좀 봐”

 

 “아, 진짜!”

 설하의 짜증.

 

 하지만 그 짜증도 오래가지 않았다. 창밖을 내다본 순간, 전혀 그럴 수 없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단 한 마디밖에 내뱉지 못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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