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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하나, 혹은 둘 어쩌면 나
작가 : 콤마
작품등록일 : 2017.11.16

바로 그 날,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꿈은 현실이 된다. 나는 저주 받았다.

 
<01. prologue:저주 받은 아이>
작성일 : 17-11-17 16:00     조회 : 381     추천 : 0     분량 : 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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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남자는 불에 타며 지옥에서나 울릴 것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끔찍하게 일그러지는 얼굴과 고통에 찬 신음, 나는 그저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눈을 감을 수조차 없다. 나에게는 왜 이런 운명이 주어진 걸까.

 

 

 

 *

 숨이 넘어갈 듯 찢어지게 울어대는 갓난아이의 비명은 고막을 울리는 풍물소리에 묻혀들었다.

 촛불이 일렁이는 어두운 방, 그 방 한가운데 올려진 상 위에는 붉은 천에 둘러싸인 젖먹이 아이가 놓여있다. 세상에 나온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죽을 힘을 다해 목청을 터트렸다.

 

 무당은 아이의 주변을 돌며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을 방언 터지듯 반복했다. 한 쪽 벽면에 방방 뛰는 무당의 그림자가 기괴하게 일렁거렸다.

 

 그 맞은 편, 촛불이 거의 닿지 않는 어두운 방 한 구석에는 젊은 여자가 웅크린 채 몸을 떨고 있었다. 흔들리는 여자의 동공에는 오직 사력을 다해 울고 있는 아이의 고통스러운 얼굴만이 번질 뿐이었다.

 저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저 핏덩이가 도대체 뭘 안다고.

 여자는 당장이라도 아이를 들처업고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두려웠고, 무능력했다. 여자는 흘러내린 머리카락 하나 제대로 쓸어올리지 못했다. 그저 가슴을 치며 눈물을 토해낼 뿐이었다. 북소리가 공간을 울리고, 꽹과리 소리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아이의 비명소리가 고막을 울릴 때마다 옷자락을 쥐어뜯었다.

 후회스러웠다.

 그 때, 아직 너무 늦기 전에 무당의 말을 들었더라면 자신은 지금 행복하게 웃고 있었을까.

 그랬다면 저 어린 핏덩이는 차가운 붉은 천이 아닌 자신의 품 안에 포근히 잠들어 있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 사람은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까...

 

 

 

 *

 선화와 기준은 어린 시절 같은 보육원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5학년, 기준은 학교에서 선화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전부 실컷 패주었다. 그 일로 보육원 원장에게 뺨 세네대를 맞긴 했지만 그 이후 기준과 선화는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그리고, 선화의 주변에 기적을 가장한 우연같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선화를 괴롭힌 사람들은 꼭 며칠 후 안 좋은 일들을 겪었던 것이다. 고아라는 이유로 선화를 도둑으로 몰았던 담임은 교통사고를 당해 당분간 학교를 쉬게 되었고, 선화를 꾸준히 괴롭히던 무리들이 전부 식중독에 걸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선화가 억울하고 분한 일을 겪으면 꼭 그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정말 이 모든게 다 우연의 일치일까?"

 중학교 3학년, 선화를 성추행하려 했던 세탁소 집 할아버지의 가게에 불이 났다는 말을 들은 선화가 기준에게 물었다.

 "아니, 내가 너 못살게 구는 사람들 다 벌 받게 해달라고 기도해서 그래. 신이 내 기도는 다 들어주거든."

 그래서 선화는 기준이 자신의 수호신이라고 믿었다. 기준이 옆에 있다면 두려울 게 없었다.

 

 성인이 된 기준과 선화는 곧장 보육원을 나섰다. 의지할 곳 없는 둘에게 서로는 유일한 가족이자 사랑이었다. 기준은 기술을 배워 직장을 잡았고, 선화가 늘 하고 싶어 했던 디자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학비를 대주었다. 힘든 시간들도 많았지만 드디어 선화가 정식 디자이너로서 첫 출근을 하던 날, 둘은 결혼을 약속했다. 누구보다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고 결심했다. 자신들은 가져보지 못했던 좋은 부모가 되리라고.

 

 스물 넷, 첫 아이가 태어나던 날, 선화와 기준은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행복했다. 고아로 자란 그들에게 드디어 진짜 가족이 생긴 것이었다. 아이는 선화와 기준이 그동안 겪었던 고통과 불행을 한꺼번에 보상해주는 축복이자 선물이었다.

 홍조가 가시지 않은 빨간 얼굴의 선화가 막 태어난 소중한 생명을 양팔 가득 안았다.

 "기준아, 우리 아이야."

 아직 눈도 뜨지 못한 갓난아이가 선화의 품에서 고요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기준은 감격에 찬 얼굴로 말 없이 아이를 내려다봤다.

 "드디어 아빠가 되는 기분이 어때?"

 선화는 기준의 감정을 어서 확인하고 싶은 듯 물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야.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아."

 감당하지 못할 행운을 만난 듯 기준은 벅찬 미소를 지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온지 2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손님이 많지 않은 그들의 집으로 한 사람이 찾아왔다. 무당이었다. 기준이 어렸을 때부터 믿고 따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선화와 기준은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지만, 집에 들어선 무당은 사색이 되어 손에 들고 있던 과일바구니를 놓쳐버렸다. 오렌지나 사과같은 둥근 과일들이 신발장 앞으로 와르르 굴러 떨어졌다.

 "괜찮으세요?"

 기준이 당황해서 무당의 팔을 부축했다. 무당의 굳어진 시선이 선화의 팔에 안겨 있는 볼이 발그레한 아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새파랗게 질린 무당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악마의 새끼를 낳았구나."

 어린 부부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소중한 아이였다. 그런 저주스러운 말을 듣기에는 누구보다도 천사 같은 얼굴로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예쁜 아이였다.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에요?"

 놀란 기준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무당의 고개가 기준을 향해서 훽하고 돌아갔다. 무당의 목소리는 엄숙하고도 창백했다.

 "어쩌려고 이런 아이를 낳았어? 네 목숨 잡아먹을 새끼를."

 너무 당황하면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잊어버리는 법이다. 기준과 선화는 그저 놀란 눈으로 무당을 바라볼 뿐이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기준이었다. 그는 급하게 무당의 등을 현관문 밖으로 밀었다. 나이 든 무당은

  몸을 휘청이면서도 저주를 멈추지 않았다.

 "태어나지 말아야 할 생명이 태어났어. 악마의 자식이 태어났어. 곧 큰 화가 닥쳐올 것이야."

 급기야 기준이 소리를 지르며 무당을 끌고 나갔다. 현관문이 쾅하고 닫혔고, 무당과 기준이 서로에게 소리치는 소리가 굳게 닫힌 철문을 통해 넘어왔다. 충격과 당혹감으로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굳어 있던 선화가 품 안의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에게서 달콤한 베이비 파우더 향이 났다.

 이렇게 예쁜 아가인데, 이렇게 순하고 착한 아가인데... 서러운 마음에 아이를 품에 안고 엉엉 울었다. 무당은 무슨,

  미친 여자가 분명했다. 그런 미친 여자의 말 따위 신경쓰고 싶지 않지만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지금이라도 뛰쳐나가 그 무당이라는 작자에게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런 미친 여자를 초대한 기준이 원망스러웠다.

 잠시 후, 상기된 얼굴의 기준이 집으로 들어왔다.

 "미안해."

 기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화는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로 기준을 노려봤다.

 "도대체 그 미친 여자 뭐야? 어떻게 이제 막 태어난 우리 아이한테 그런 정신나간 소리를 할 수가 있어? 우리가 얼마나, 얼마나 기다리던 우리 아인데!"

 울먹이는 목소리로 선화가 소리쳤다.

 "정말 미안해. 신경쓰지마, 그사람. 정신이 나갔나봐. 원래 그런 분이 아닌데..."

 말 꼬리를 흐리는 기준의 표정에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떠올랐다.

 

 집에서 끌어내 아파트 현관까지 끌려나온 무당은 기준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내뱉었었다.

 "저 아이는 죽어야 해."

 기준은 자신도 모르게 번쩍 손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무당은 지지 않고 노려봤고, 기준은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억눌렀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에요."

 "저 아이는 너와 달라. 통제 할 수가 없다고. 시간이 없다. 그 애가 너와 지 엄마를 죽이고야 말거야."

 기준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극도의 흥분상황에서 극도로 이성적이고 차가운 눈빛이었다.

 "당신 그 알량한 신기 하나 있다고 그런 더러운 소리 입에 담지 마십쇼. 우린 다 같이 살겁니다. 지금까지 무녀님을 친부모처럼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를 죽이라고 말 하는 사람하고는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내 새끼도, 내 목숨도, 내 아내도 내가 스스로 지킬 능력은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쇼."

 기준은 차가운 얼굴로 말을 내뱉고는 등을 돌렸다. 등 뒤로 무당의 끈질긴 외침이 들렸다.

 "네 이놈, 한기준! 내 말을 들어야 한다! 저 아이는 안 돼."

 나중에는 거의 울먹이다 시피 말했다. 자신의 팔을 잡는 무당의 손목을 움켜쥐며 기준이 낮게 읊조렸다.

 "한번만 더 지껄이면 당신도 가만 안둬."

 

 집으로 돌아와 상처받은 선화를 마주한 기준은 선화에게 무당과의 대화를 말 할 수 없었다.

 기준은 선화의 손을 잡아 주었다.

 "누가 뭐래도 우리의 아이들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야."

 기준이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 또한 깊고 검은 눈으로 집요하게 기준의 눈동자를 쫓았다. 기준은 그런 아이를 보며 다짐했다. 보란 듯이 잘 살아 주겠다고.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겠노라고. 신은 나의 편이라고.

 

 그리고 3일 뒤, 기준이 죽었다.

 모든 기도를 들어준다던 그의 신은 돌연 그를 버렸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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