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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동쪽마녀 사칼린
작가 : 하나송
작품등록일 : 2017.11.17

코딱지만한 반도 국가에서 일어난 토네이도에 휘말렸다.
말하는 까마귀에게 뺨을 겁나게 후들겨 맞고 일어나보니 생판 모르는 세계.
놈이 말한다. 내가 마녀란다.
&
“너 대체 누군데?”
“나?”
놈은 새빨간 눈동자를 번뜩이며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잘생긴 얼굴에 핀 웃음이 아주 음흉해보였다.
“네 애완동물.”
&
[cin4418@nate.com]

 
<1>
작성일 : 17-11-17 15:17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5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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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

 

 

 “이 미친 계집아! 일어나! 일어나라고!”

 

 뺨이… 더럽게… 아프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뭔가 나를 깨우려는 모양인데 방법이 더럽게 난폭하다. 일어나라고 빼액빼액 내지르는 소리를 구령삼아 뺨을 짜악짜악 갈기는데 정말 죽여 버리고 싶었다. 나를 이딴 식으로 깨우는 건 도대체 어떤 벼락 맞을 놈이란 말인가.

 

 응징해줄 것이다. 응징해주려면 일어나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아파!”

 

 붕 떠 있던 정신의 경계에서 겨우 눈을 떠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푸드덕 하고 조류가 날갯짓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냐?”

 

 그건 까마귀였다.

 

 굳이 안 만져 봐도 무척 부드러울 것 같아 보이는(극세사 이불 촉감이 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까만색 털, 대가리 위로 멋들어지게 한 뼘 정도 솟아오른 까만색 깃, 크고 날카롭게 뻗어있는 까만색 부리.

 

 그래, 색만 봐도 더럽게 재수 없어 보이는 그건 까마귀였다.

 

 “설마 네가 내 뺨 쳤니?”

 “그래, 이 끓여먹어도 시원찮을 계집아아악!”

 

 혹시 도망가지는 않을까 얼른 손을 뻗어 까마귀의 모가지를 콱 움켜쥐었더니 고통스러운 듯 놈이 소리를 빽 내질렀다. 날개 푸드덕대는 걸 말리려고 한 손을 더해 옮겨 쥐었더니 겨우 얌전해졌다.

 

 “네가 날 끓여먹는 것보다 내가 널 끓여먹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어디 하찮은 조류 주제에 고지능을 보유한 영장류의 뺨에 손을 대? 너 주인 어디 있어? 확 씨, 그냥,”

 

 근처에 주인이 있지 않을까 싶어 시야를 넓히는데 그제야 스펙터클하게 터지고 무너진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집 한 채가 폭삭 부서졌는지 이리저리 찢겨지고 부서진 판자때기가 널브러져 있었고, 중간 중간 웬 연기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 부서진 건물 사이에 한가롭게 누워 있다가 일어난 내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까, 어리둥절하지도 않고 바로 뺨 맞은 분노가 앞섰던 게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지더라.

 

 와중에도 맞고는 못 사는 거지.

 

 우리 엄마는 날 그렇게 가르쳤다.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돌려주라고.

 

 “아아악! 아파, 이 계집아!”

 

 얄밉게 쫑알거리는 까마귀를 붙잡고 앞뒤로 탈탈 털었더니 또 소리를 빽 내지른다.

 

 “어디서 계집, 계집이야. 지금부터 계집의 ‘계’자 꺼낼 때마다 깃털 하나씩 뽑는다. 민머리 까마귀 되기 싫으면 부리 간수 잘하자.”

 “이, 이… 난폭한…”

 

 난폭한 계집이…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털 뽑겠다는 협박이 잘 먹혀들어간 모양인지 까마귀는 끝까지 말을 잇지 않았다.

 

 학습 능력 괜찮고!

 

 “일단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듣기 쉽게 기승전결로 딱딱 정리해서 설명을 좀 해줘야겠다. 내가 학교를 급식만 먹으러 다녀서 똑똑하지가 못하거든. 그러니까 맞춤형으로 잘 설명해봐라. 말 잘하는 것 같으니 기대하마.”

 

 나는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까마귀의 설명이 시작되기 전 궁금한 것을 먼저 묻기로 했다.

 

 “설명 들어가기 전에, 까마귀야.”

 

 하늘이 참 예뻤다. 어떻게 예뻤냐면, 머리 위로 경계선이 쫙 나누어져 한쪽 밤하늘에서는 별이 총총 빛났고, 한쪽 낮하늘에는 무식하게 큰 해가 반짝였다.

 

 “여기 지구는 맞니?”

 

 

 

 

 ***

 

 “끙차.”

 

 나는 까마귀, 아니 칼(조류 주제에 뭔가 멋들어진 영국 오빠 이름이라 조금 놀랐다)을 어깨에 얹은 채 열심히 널브러진 판자때기를 들추고 있었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는 칼의 주인을 찾는 중이다.

 

 원래의 내 무심한 성격이라면 주인 잃은 조류 따위 냉정하게 내다버려야 맞는데, 이것저것 상황 설명을 듣고 보니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더라.

 

 그러니까 지금 이곳은, 빌어먹을 까마귀가 장난치는 게 아니라면 지구가 아니고, 뜬금없이 낮과 밤이 똑 나누어진 기이한 하늘을 가진 이세계에 떨어진 내 기구한 상황을 타개해줄 은혜로운 존재는 바로 칼의 주인뿐이란다.

 

 일단 내가 알아들은 건 그 정도였다.

 

 “이게 뭔 고생,”

 

 제일 무거워 보이는 판자때기 하나를,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 들어냈을 때 나는 비로소 칼의 주인을, 아니, 생전 칼의 주인이었을 걸로 예상되는 여자 시체 한 구를 발견했다.

 

 생사를 확인도 안 하고 왜 시체라고 얘기하냐고 묻는다면…

 

 “사, 사칼린….”

 

 그냥 딱 봐도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건물이 무너짐과 동시에 그대로 깔려버린 듯한 그녀는 웬만한 고어물은 다 섭렵했다고 자부하는 내 눈살도 쉽게 찌푸리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몰골로 죽어 있었다.

 

 앵무새도 아닌 것이 애타게 “사칼린을, 사칼린을 찾아야 해!” 하고 같은 말 반복하던 걸로 봐선 제 주인과 애정이 상당히 두터웠던 모양인데, 저리 꿈도 희망도 없이 뭉개진 시체를 본 느낌이 어떻겠는가.

 

 푸드덕 날갯짓을 해 제 주인의 시체 곁에 내려앉는 칼의 힘없는 뒷모습은 감수성 부족한 나의 측은지심을 자극할 정도였다.

 

 “얘, 괜찮니?”

 

 까마귀도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칼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왠지 울고 있을 것만 같아서, 궁금함을 견디지 못하고 살짝 움직여 그의 앞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칼은 울지 않았다. 슬퍼하는 표정도 짓지 않았다. 오히려 엄청 분노한 얼굴이었다. 조류의 얼굴 표정 따위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냐 묻는다면 어렵지 않다고 답해주겠다. 제 깃털 색처럼 새카맸던 두 개의 눈이 피라도 차오른 듯 시뻘겋게 변했는데 어떻게 못 알아봐.

 

 “이 개 같은 년!”

 

 역시나 분노했던 모양인지 칼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그는 곧 날카로운 부리로 이미 다 뭉개진 시체의 머리 부분을 거세게 쪼아댔다. 뇌로 추정되는 것이 쪼아지는 대로 허공을 향해 튀어 올랐다.

 

 “사칼린! 사칼린! 이 시발년!”

 “야, 칼….”

 “빌어먹을 년! 사칼린!”

 “그만해.”

 “개 같은 년! 사칼린!”

 

 칼에게 뭔 죽을죄를 지었는지 모를 이 사칼린이라는 여자가 아니라, 금방이라도 부리가 깨질 것 같은 작은 까마귀가 걱정되어서 말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친 것처럼 연신 부리질을 해대는 칼을 와락 잡았다. 흥분한 칼은 내 손에 잡혀서도 대가리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부리를 세웠다. 힘이 얼마나 센지 미처 제압하지 못한 움직임에 내 팔 위로 하나둘, 부리에 쪼인 생채기가 났다.

 

 “칼….”

 “사칼린! 사칼린! 이 지옥에 떨어질―”

 

 퍽!

 

 대가리를 때려줬더니 금세 축 늘어졌다.

 

 “아프잖아, 조류 새끼야.”

 

 축 늘어진 칼은 반응이 없었다. 설마 죽은 거 아니야? 덜컥 겁이 나서 손에 들린 걸 위로 쭉 올려 확인하는데, 죽진 않았고 다행히 광분한 상태만 가라앉은 모양이었다. 빨갛게 물들었던 눈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가라앉았다기보다는 뭐랄까, 죽진 않았는데 생기를 잃은 눈빛이었다. 칼은 축 쳐진 채 작은 목소리로 힘없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사칼린.

 사칼린.

 사칼린.

 

 

 

 

 ***

 

 “사칼린은 마녀야.”

 

 한참 사칼린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나사 빠진 태엽 인형처럼 굴던 칼은, 정신을 차리고 나서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다.

 

 “마녀? 내가 아는 마녀가 맞나?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고 막 마법 부리고 하는?”

 “맞아.”

 

 나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선 쫙 나눠진 하늘이며 말하는 까마귀까지 비현실적인 것투성이니까 마녀도 있고 몬스터도 있고 해도 놀라울 건 아니었다.

 

 놀랍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궁금하고 알고 싶은 건 이 비현실적인 곳에 대한 이런저런 지식들이 아니라 내가 도대체 어떤 경위로 이곳에 떨어지게 되었는가 하는 전말이었다.

 

 개미 눈곱만한 크기의 반도 국가에서 뜬금없이 일어난 토네이도에 휘말린 것도 충분히 꿈과 같은 상황이건만, 휘말려 툭 떨어진 곳이 미국도, 러시아도, 염라대왕님 계신 지옥불도 아닌, 말하는 까마귀와 밤낮이 공존하는 판타지스러운 세계라니.

 

 “사칼린은 소환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어.”

 “소환? 여기서 저기로 불러내고 막 그런 거?”

 “맞아. 이세계의 인간을 불러오겠다고 거의 한 달 동안 고전했었지. 이것저것 불러낸 건 많았는데 인간은 한 번도 없었어. 이런 쓸모없는 것들만 수십 개 떨어졌었다.”

 

 어깨 위에서 조잘대던 칼은 어딘가로 푸드덕 날아오르더니, 잔해더미 사이에서 뭔가를 물어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미친! 핸드폰이잖아!”

 

 내 눈이 어떻게 된 게 아니라면 그건 분명 최신식 스마트폰이었다. 얼른 받아들어 전원을 켜보는데 아쉽게도 배터리가 나간 건지, 고장이 난 건지 반응이 없었다.

 

 “네 세계의 물건이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칼은 잔해더미 위를 날아다니며 이것저것을 더 물어 가져다주었다.

 

 핸드폰, 책(수학 교재의 기본서라고 불리는 홍 모 교수의 ‘수학의 정X’이었다), 신발(값비싼 해외 메이커 브랜드였다), 유명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실내용 쓰레기통 등등… 전부 지구와의 괴리감을 좁혀주는 친근한 것들이었다.

 

 분명 지구에서 날아온 듯한 물건들을 바라보면서, ‘인간을 불러오겠다’고 했다던 생전 사칼린의 의지를 곱씹어보고 있으려니 내 머릿속에서는 혹시? 하는 의문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혹시, 혹시 말이야.”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 일어났던 토네이도는 분명 현실이었다. 같이 승급전 하던 영록이도 태풍 무섭다는 소릴 했고, 마지막으로 본 TV 뉴스에서도 재해 속보라며 토네이도 어쩌고 하는 자막을 깔아줬으니까.

 

 그래, 아닐 거다. 설마 내가 그녀의 소환 마법인가 뭔가 하는 거에 덜컥 소환되어버린 상황은 분명히 아닐 거다.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

 “맞아. 소환되고 나타난 게 너야. 왠지 평소랑 다르게 아무 것도 안 떨어져서 이번에도 실패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모래 폭풍에 집이 다 날아가고 그 속에서 네가 툭 떨어졌지. 이번에는 성공이었던 거야.”

 “와, 와. 말도 안 돼. 도대체 마법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 코딱지만 한 반도 국가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는 거래? 짱이다. 진짜 짱이다.”

 

 진짜 짱이다.

 

 난 그 순간, 태어나서 27년간 단 한 번도 거세게 뛰어본 적 없는 심장이 쾅쾅 박동하는 걸 느꼈다. 잔뜩 흥분한 피가 뜨겁게 온 몸으로 몰아치는 기분은 생소하면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매사가 지루하고 따분하고 흥미 없었던 백조 인생에 실로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스펙터클한 상황이 아닌가.

 

 물론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난데없이 지구도 뭣도 아닌 곳에 툭 떨어졌는데 도대체 어디가 흥미를 가질 만한 포인트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딱 나를 보고 있는 칼의 표정이 그래 보였으니까.

 

 “너 살던 곳 인간들은 다 그러냐? 난데없이 소환돼도 너처럼 막 흥분한 표정 지으면서 좋아하고 그래? 그 정도로 그쪽 세계가 살기 안 좋냐?”

 “아니. 당황하겠지. 울고불고 질질 짜는 놈도 있을걸.”

 

 나는 툭하면 징징대는 친구 영록이를 떠올렸다. 놈이었으면 이곳에 툭 떨어지자마자 배 까뒤집고 발 동동 구르며 집에 보내달라고 떼를 썼을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

 

 그쪽에서야 살아있는 자체가 부모님께 죄송하고, 숨 쉬는 자체가 지구에 민폐인, 인간 바퀴벌레들 줄 세웠을 때 단연 상위권에 랭크되는 무가치한 백조가 아니었던가.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살고 있던 마당에, 죽음 대신 이런 스펙터클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일 여자였다. 나는.

 

 효도도 하고. 죽지도 않고. 이거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일석이조의 상황이 아니던가.

 

 지구에 있는 60억 인구 중에 내가 선택된 건 분명 더럽게 한심하고, 적당히 삶에 의욕 없고, 그래도 나름 적응력 좋고, 요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인간이기 때문일 거라고 예상해 본다.

 

 이미 죽어서 못 들을 테니 속으로라도 인사한다. 고마워.

 

 나이스 마녀, 나이스 사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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