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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거의 법칙
작가 : 하나송
작품등록일 : 2017.11.17

눈 떠보니 너는 나, 나는 너!
기구한 인생에도 열심히 살아가던 ‘죽고 싶지 않은 여자’ 유수연과 못 가진 거 없이 다 가지고도 ‘죽고 싶은 남자’ 강태주의 예측불허 바디체인지 동거 로맨스.
&
“촌스럽게 제 얼굴 하고 그러지 좀 마십시오. 제발.”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이쪽과는 영 연이 없는 소시민이라….”
&
[cin4418@nate.com]

 
1. 죽고 싶지 않은 여자, 죽고 싶은 남자.
작성일 : 17-11-17 15:06     조회 : 367     추천 : 0     분량 : 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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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

 

 유수연은 죽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비루한 삶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십년지기 친구, 막말 여신이라 불리는 박승아에게 “내가 너였으면 그냥 빨리 자살했을 거야.” 따위의 말을 들었을 때에도.

 엊그제 새로운 1억 6천만 원짜리 빚 문서가 집 앞으로 도착했을 때에도.

 없는 형편에 쪼개고 쪼개 조금씩 뒷바라지해줬던, 3년 만난 공시생 남자 친구 지환이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이별 통보를 한 오늘도.

 

 술이 조금 고팠을 뿐이지, 결코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어째 일부러 기구하게 빚은 듯한 유수연의 인생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가 불행의 연속이었으므로, 굳이 새롭게 더해지는 불행에 마음 약해질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정확히 19년 전에 집을 나갔다. 유수연의 다 쓰러져가는 6천만 원짜리 전셋집에는 정신이 오락가락한 외할머니와 거동 불편한 외할아버지, 도박 중독 아버지, 열심히 막노동판을 전전하는 남동생 수남, 수험생인 여동생 수지, 그리고 왕년에 아버지와 썸씽 있던 미스 차가 난데없이 “네 아버지 딸이야!”하며 맡기고 간 여섯 살배기 애늙은이 수리가 살았다.

 

 어머니는 수지를 낳자마자 줄줄이 딸린 자식들과 부모를 버리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연년생인 수남, 수지와 각각 9살, 10살 터울인 유수연이 동생들을 업어 키워야만 했던 것은 딱히 선택권 없는 현실이었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수지의 대학 등록금, 외조모와 외조부의 병원비, 가족들 생활비 등등을 감당하려면 작은 가스기기 회사 서비스 콜센터 직원 월급으로는 턱도 없었다. 퇴근 후에는 집 앞 편의점에서 자정까지 아르바이트를 했고, 돌아와서는 인형 눈알 붙이기라든가 사탕 포장 같은 손 부업을 했으며 주말에는 마트 직원으로 일했다.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기구하고 빡빡하게 나열된 이 현실은 결코 소설이나 드라마가 아니다. 스물아홉 여성 유수연의 순도 100% 현실이다.

 

 십년지기 친구 박승아는 틈만 나면 유수연에게 호구, 등신, 착한 여자 콤플렉스 등등 듣기 싫은 소리를 해대며 걱정했다. 그러나 유수연은 자신이 냉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삶 기구하다 하여 불쌍한 동생들을 버리겠는가, 어쩌겠는가. 그녀가 없다면 답 없는 아버지 밑에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어린 동생들이 셋이나 되는 것을.

 

 그렇다고 딱히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었다. 박승아가 착한 여자 콤플렉스라고 비웃는 이유가 그거였다.

 일할 생각도 않고 돈만 조금 모아졌다 하면 곧바로 노름하기 바쁜 유수연의 부친은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했다.

 

 ‘한 탕만 크게 성공하면 돼. 그러면 우리 딸 고생했던 거 한 번에 다 갚아줄게.’

 

 물론 빚을 1억 6천이나 만든 이 시점에서 그것이 상당히 의미 없는 말임을 유수연도 알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박승아가 듣는다면 코웃음을 칠 말이겠으나 부친은 도박하는 것만 빼면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아내가 집을 나갔어도 장인, 장모를 모시고, 자식들을 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이라도 쳐보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 한두 번 불행했던 인생도 아닌데 새삼 뭘 우울해하고 그러냐?”

 

 3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자신의 불행한 인생을 곱씹던 수연은 언제나 그러했듯 이번에도 쿨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쁜 자식, 잘 먹고 잘 살아라!”

 

 공시생은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

 

 “응?”

 

 쌀쌀해지는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던 수연이 우뚝 멈추어 섰다. 대로변에 한참 공사 중인 상가 건물 꼭대기 층에 성인 남성의 실루엣이 아른거렸다.

 

 현재 시각 오전 12시 15분. 시간도 그렇고 장소도 그렇고, 어째 불길한 것이다.

 

 “저, 저기요!”

 

 7층 높이 정도이니 있는 힘껏 내지르는 수연의 목소리가 들릴 법도 하건만, 난간에 우뚝 서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는 미동도 없었다. 수연이 다급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도움을 요청할 만한 이들이라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 보였다.

 

 “저기요! 거기 위험해요!”

 

 위험한 걸 모르고 거기 올라갔겠는가. 필히 안 좋은 마음을 먹고 일부러 생사의 갈림길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거였다.

 

 “내려와요! 죽으면 안 돼요!”

 

 올라가서 말리고 싶지만, 올라가는 사이에 뚝 추락해버릴 것이 걱정돼 수연은 섣불리 움직이지도 못했다.

 

 “저기요! 제발…”

 

 나 같은 사람도 사는데!

 한껏 당황한 수연이 다급한 손길로 니트 카디건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신고라도 하기 위함이었다.

 1, 1, 2…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누르며 잠깐 떨어뜨렸던 시선을 다시 올렸을 때였다.

 

 “신이시여.”

 

 수연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짐과 동시에 차마 통화 버튼이 눌리지 못한 핸드폰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물론 추락한 것은 그녀의 핸드폰뿐만이 아니었다.

 

 의아한 일이지만, 단숨에 일어나야 할 그 순간이 어째선지 수연의 눈에는 느릿한 슬로우 모션처럼 비춰졌다. 미련 없이 발을 뗀 남자가 천천히 추락하는 모습이 그대로 시야에 담겼다. 무표정한 남자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져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수연은 생각했다.

 

 ‘이거 같이 죽는 그림이지?’

 

 정확히 둘의 머리가 부딪혀 박살이 날 상황이었다.

 

 

 * * *

 

 강태주는 죽고 싶었다.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강태주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에 흥미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딱히 죽고 싶다고 지겹도록 염원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살고자 의지를 불태운 적은 없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강태주는 소위 말하는 재벌 3세였다.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시온>의 유일무이한 후계자였고 그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참 빡빡하게 살았다. 꼭 그만 그런 건 아니고, 내로라하는 재벌 기업 자식들은 후계 수업의 일환으로 다들 그렇게 살았다.

 

 그는 똑똑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평범한 스타일이었고, 야망이 있지도 않았다. 후계자가 하나뿐이니 가만히 있으면 다 제 것이 될 텐데 굳이 눈에 불을 켜고 기를 쓰며 열심히 살 필요가 뭐 있었겠는가.

 

 그는 정말로 평범한 재벌 3세들처럼 살았다.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 하고, 놀고 싶을 땐 놀고, 너무 눈치가 보일 때면 가끔 회사 경영에 힘쓰는 척도 하면서, 그렇게.

 

 그러나 남들이 부러워할 법한 그런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삶 속에서도 강태주는 자신이 엄청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분명 이렇게 삶에 대해 무료한 태도를 갖게 된 계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뭐였더라.

 

 ‘이 바닥은 정말 끔찍하단다. 내가 네 아버지에게 시집을 온 것도, 네가 태어난 것도 다 예정된 수순이었어. 참 웃기지 않니? 넌 말이야, 책 속 주인공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어떨 것 같아?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설정이지만,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전부 작가의 손끝에서 나오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 거지. 그게 재벌이든, 왕이든, 대통령이든!’

 

 아, 그때부터였다. 원래부터 정신적으로 위태로웠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모습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부터.

 

 자살의 이유는 그의 머리가 좀 크고 나서야 알게 됐다. 뻔하고 진부한 내용이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재벌 기업 간의 결속을 위하여 팔려오듯 시집을 왔고,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허수아비처럼 살아야 했던 일련의 시간들 속에서 어머니는 미쳐버린 거였다. 진부했지만, 강태주는 그만큼 이해되는 이유는 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생이 재미가 없어.’

 

 그때부터 정말 거짓말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데도 삶이 무료하고 따분했다. 죽어버린 모친의 저주 때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마따나 딱히 선택권 없을 삶을 열정적으로 꾸려가고 싶다는 의지 따위 들지 않았다.

 

 ‘왜 나보다 더 행복해 보이지?’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는 자신보다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테다. 몇 없어야 맞다. 그런데 그냥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보다 행복해 보였다. 강태주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평범해빠진 삶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들도, 화려하고 값비싼 삶에도 전혀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도.

 

 ‘그냥 죽자.’

 

 삶에 의미가 없고, 사는 게 재미도 없는데 굳이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살아봐야 무얼 하지?

 

 <시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광그룹 첫째 딸의 결혼식 날짜가 매스컴에 보도된 날. 그녀의 예비 신랑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온그룹 후계자 강태주’라고 적힌 기사를 보게 된 날. 강태주는 자살을 결심했다.

 

 결코 어머니와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 강태주는 불타는 사랑을 해본 적도 없었고, 그렇기에 딱히 연인이라고 칭할 만한 존재도 없었기에 아쉽지 않았다. 게다가 언제고 이런 날이 올 것이라 분명 예상도 하고 있었다. 그냥 원래부터 사는 게 재미가 없어서 죽고 싶었는데, 우연찮게 시기가 맞물렸을 뿐이다.

 

 ‘어떻게 기사가 날지 궁금한데, 그걸 못 보고 가는 건 정말 아쉽네.’

 

 <시온>에서 공사 중인 역세권의 7층짜리 상가 건물.

 생각했던 대로 두려움 따위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건물 7층 난간에 발을 디디고 서서, 태주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모친의 죽음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었다. 결혼 발표가 나자마자 자살을 한 태주에 대한 기사에는, 분명 그의 모친이 등장할 테다. 이를테면, ‘강태주 자살, 재벌 생활과 정략결혼에 회의… 결국 어머니와 같은 길 걸었다.’ 정도?

 

 “큭큭….”

 

 태주는 상황에 맞지 않게 킬킬댔다. 어쩌면 그를 자살하게 만든 원래의 연인을 찾아내겠답시고 기자들이 눈에 불을 켤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웃길까. 자신은 모친처럼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서 자살한 게 아닌데.

 

 “아쉽네.”

 

 한편으로는 정말 아쉽기도 했다. 한 번도 어머니를 대단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할 수 없어서’라는 자살의 이유가 지금에서야 근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33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그런 열정적인 감정 하나 못 가져본 자신이 왠지 바보 같았다.

 

 ‘그냥 빨리 죽자.’

 

 죽을 때 되니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진다. 괜히 울컥거리는 감성을 접어둔 태주는 미련 없이 몸을 기울였다.

 

 

 * * *

 

 번쩍, 눈을 떴을 때 세상은 그대로였다. 쌀쌀한 가을 하늘과 아직 공사 중인 7층 상가 건물이 그대로 시야에 잡혀 왔다.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킨 수연이 제 이마부터 더듬거렸다.

 

 ‘아무렇지도 않네?’

 

 추락하던 남자와 정통으로 부딪혀 박살이 났을 걸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멀쩡했다. 고통도 없었다.

 

 ‘분명히 부딪혔는데?’

 

 순간 남자가 걱정돼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수연의 시야에 익숙한 모습이 잡혀 들어왔다. 낡은 베이지색 카디건 차림을 한 창백한 얼굴의 여자. 아주 익숙한 얼굴이다. 무려 29년을 본.

 

 ‘나 죽은 거 맞구나….’

 

 쓰러져 죽은 듯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수연은 좌절했다. 자신은 죽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죽어있는 제 모습을 제 눈으로 볼 수는 없을 테니까.

 

 ‘평생 고생만 하다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원망해본 적 없던 얼굴 모를 신을 향해, 처음으로 시원하게 욕지거리 한 번 해보려던 순간이었다.

 

 “으으….”

 

 수연은 깜짝 놀랐다. 눈앞에 죽은 듯 누워있던 자신이, 작은 신음과 함께 천천히 감은 눈을 뜨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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