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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ANTI(안티)
작가 : 고전부
작품등록일 : 2017.10.30

한 독자의 초대장을 받고 일본 오사카로 간 작가 '시호'. 그곳에서 '시호'의 소설 속 장면과 똑같은 살인이 벌어진다.

 
09. 분칠
작성일 : 17-11-17 13:09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7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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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 분칠

 

 

 서정은 무의식적으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피곤함이 몰려온 탓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은 어느덧 새벽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거실에 모두 모인 시간은 밤 9시였다. 그로부터 무려 7시간이 흘렀다. 한숨도 눈을 붙이지 못한 그 사이에 요코의 시신이 발견됐고 수경이 연행됐다. 체력이 소진되는 건 비단 서정의 일뿐만은 아닐 것이다.

 

 “경위님. 사건도 다 해결됐고…이제 모두 방으로 돌려보내는 건 어떨까요? 저희도 서에 가서 보고해야 할 사항들이 있고요.”

 

 서정이 수연을 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음성의 크기가 줄어들고 눈꺼풀이 절로 감기는 게 느껴졌다.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수연은 수경을 태운 경찰차가 완전히 하숙집을 떠날 때까지 평소와 다름없는 멀쩡한 얼굴로 서 있었다.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엿볼 수 없었다.

 

 “경위님. 정확히 7시간하고도 10분이 지났어요. 우리가 밤을 새운 지요. 일단 사건도 해결됐고 분명 모두들 피곤할 게 뻔하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정리를….”

 “요코 씨의 사망 추정 시각인 10시부터 12시 사이에 다들 한 번씩 자리를 이동한 적이 있습니다. 적게는 5분, 많게는 20분 정도까지요. 죄송하지만 다들 그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이미 진술했던 유정 씨는 제외하고요.”

 

 태연하게 입을 떼는 수연을 보며 서정은 헛기침을 했다. 기가 찼다. 유력한 용의자가 잡혀간 상황에 또다시 알리바이 진술이라니. 아무리 소은의 증언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해도….

 

 서정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모두 순식간에 표정을 굳혔다.

 

 “경위님. 하지만 수경 씨는 이미 덜미가 잡혔어요. 사건이 해결된 거라고요. 만약 추가로 더 조사하실 게 있다면 다들 조금 더 눈을 붙인 후에….”

 “그렇게 졸리면 먼저 자도록 해. 스미레 형사.”

 

 수연이 싸늘하게 시선을 흘기며 말했다. 서정은 두 팔로 제 몸을 감싸며 단번에 입을 닫았다. 무감한 표정. 소름이 끼쳤다. 역시나 수연은 다른 속내가 있는 듯했다. 수연은 서정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지친 상태일 거라는 거 압니다. 더군다나 저희가 밤을 지새우는 동안 또 한 번의 살인이 일어났습니다. 더불어 유력한 용의자도 체포됐습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든 상태겠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으실 걸 알지만…다시 한 번만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수연은 간단하게 말을 늘어놓은 뒤 무릎을 꿇을 듯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리고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그 자세를 유지했다. 수연은 진심으로 양해를 구하고 있는 듯 보였다.

 

 “볕 하나 들지 않는 짙은 어둠에도 형사는 의심의 끈을 거두지 않아야 하죠. 물론 탐정도 마찬가지지만요.”

 

 도연이 능청스러운 투로 말했다. 도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수연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도연의 말투엔 장난기가 섞여있었다. 하지만 도연의 얼굴에도 역시나 피곤한 기색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 우리 장소를 좀 옮겨도 될까요? 아무리 그래도 서있기는 조금 힘이 드네요.”

 

 효정이 한쪽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목을 풀었다. 그리고는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 수연에게 정중히 물었다. 효정은 얼굴이 완전히 잿빛을 띄고 있었다. 수연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몸을 틀며 주방의 미닫이문을 열었다. 어딘가 모르게 휑한 기운이 느껴졌다. 수연은 싱크대에 살짝 몸을 기댔고 서정을 포함한 모든 이들은 하나둘씩 의자에 앉았다. 너나 할 것 없이 무거운 숨을 뱉었다. 공기는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전 3층에 있는 제 방에 책을 가지러 갔어요. 시호의 다른 소설을 가지러 가려고요. 그때 시간이 아마…10시 20분쯤이었어요. 방에 있었던 시간은 15분 정도 됐던 거 같아요.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서 조금 찾았거든요.”

 “네. 정확히 10시 20분쯤에 제가 3층으로 도연 씨와 함께 올라가 방문 앞에 기다리면서 손목시계를 보았으니 도연 씨의 진술은 틀림없습니다. 도연 씨가 방을 나올 때 10시 35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소지품은 인쇄된 소설의 종류만 바뀌었을 뿐, 변한 게 없었습니다.”

 

 수연이 도연의 말을 덧붙였다. 수연은 도연에게 가졌던 개인적인 감정은 모두 배제시킨 채 사무적인 어조로 딱딱하게 말했다. 수연은 스스로 도연의 진술을 모두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소설의 이름은 ‘잔나비’라는 책인데…뭐. 더 말할 필요 없겠죠? 보아하니 다들 한 번쯤 읽어본 거 같은데. 저번에 다들 시호라는 작가의 팬이라고 했으니까. 그것도 꽤나 열렬한.”

 

 도연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유정은 도연을 한번 쏘아본 뒤 다시 한 번 모두의 반응을 살폈다. 모두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을 뿐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유정은 조금 김이 샜다.

 

 수연은 얄궂게 조롱하고 있는 듯한 도연의 태도에 눈썹을 찌푸렸다. 언제 보아도 적응이 안 되는 묘한 웃음이라고 수연은 생각했다. 그런데 수연은 시호라는 이름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중간에 자주 화장실을 가긴 했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라 굳이 말은 하지 않을게요. 제가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던 때는 게임기의 건전지를 가지러 갔을 때에요. 저도 역시 3층에 있는 제 방으로 갔죠. 제가 3층에 올라갔을 때 경위님이 방문 앞에 계셨고, 도연이도 방에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도연이는 방을 나갔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네요. 건전지가 없어서 게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으니까요.”

 “해림 씨가 거실을 나선 시간은 10시 30분입니다. 그때 휴우카 경위님은 3층에 계셨고 전 거실과 부엌을 동시에 살피고 있었죠. 해림 씨가 다시 거실로 내려온 시간은 아마….”

 “10시 45분.”

 

 서정이 천장을 보며 머리를 굴리자 수연이 말을 끊으며 분명히 말했다. 서정은 감탄했다는 얼굴로 수연을 보았다. 서정이 수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말의 존경심은 진심이었다. 섬세함이나 치밀함 같은 것들에.

 

 “해림 씨가 방에 들어간 후 정확히 5분 후인 10시 35분에 도연 씨가 방을 나와 다시 거실로 내려갔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엔 스미레 형사가 여러분들을 살피고 있었죠. 해림 씨가 다시 방을 나온 시간은 10시 45분. 해림 씨의 손엔 다량의 건전지가 들려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해림 씨와 함께 거실을 내려왔습니다.”

 

 말을 마친 수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효정과 소은을 향했다. 서정은 수연의 태도에 조금 의아함을 가졌다. 하숙집에서 같은 방을 쓰는 건 도연과 해림이 유일했다. 그런데 도연과 해림이 5분간 같은 방에 있었을 동안 뭘 했는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수연은 조금도 궁금해하지 않는 눈치였다.

 

 수연은 정말 남은 이들의 ‘진술’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쇼고가 죽었을 때와 달리 수연은 재빠르게 사람들의 알리바이를 파악했다. 그리고 스스로가 확실히 그들의 진술에 못을 박았다. 이미 진범을 수경이라고 여겨서일까. 그렇다면 굳이 지금처럼 성가신 일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서정은 여러 가지 이유로 수연을 이해하지 못했다.

 

 “전 3층에 있는 다락방에 올라갔었어요. 카드는 조금 질려서 혹시나 다른 게임을 할 만한 게 있나 해서 가 본 거였는데 역시나 없었어요. 아마 제가 거실을 나선 시간은 11시 30분쯤일 거예요.”

 “효정 씨가 다락방에서 나온 시간은 11시 45분. 제가 다락방 방문 앞에 있었으니 이것도 틀림없습니다. 손엔 효정 씨가 들고 갔던 카드가 그대로 들려있었죠. 자. 그럼 이제 남은 사람은….”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소은에게로 집중됐다. 그러나 소은은 아무 말도 없었다. 멍하니 땅만 응시할 뿐이었다. 소은의 맞은편에 앉은 효정은 소은이 아까부터 어딘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소은은 다른 이들의 진술이 이어지는 내내 시선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손톱을 뜯었다. 입술을 씹었고 손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소은의 옆에 앉은 유정은 조심스레 소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소은 씨. 소은 씨 밖에 남지 않았어요.”

 “아. 네. 그래요? 저요?”

 

 힘겹게 대답을 하는 소은의 이마는 땀으로 젖어있었다. 열이 있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소은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건 무엇보다 두 눈에 서려있는 공포감이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듯한 다급함이 느껴지는 동공. 소은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극심하게.

 

 “전…그러니까 전…제 방에 잠깐 갔었어요. 지하에 있는 제 방이요.”

 “그게 대략 언제쯤이죠.”

 

 소은이 주방 안을 이곳저곳 둘러보며 물었다. 목소리만으로도 초조해하고 있는 티가 났다.

 

 “11시 50분쯤이었습니다. 제가 소은 씨를 따라 내려갔죠. 소은 씨가 방에 있던 시간은 아마 12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내 기억에도 그래. 12시가 얼마 남지 않았던 때였으니까.”

 

 수연은 아까의 상황을 떠올렸다. 11시 50분쯤 소은이 자신의 방에 가봐야겠다고 말했고, 눈치를 보던 서정이 소은을 뒤따라 나섰다. 그로부터 시간은 무겁게 흘러갔다. 무차별하게 피로가 축적되었지만 수연은 그때의 그 오묘한 기분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12시가 가까워질수록 빨라졌던 심장박동. 알 수 없는 불안감의 엄습. 영혼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만 같이 고갈되어갔던 체력.

 

 “무슨 일로 방에 간 거였죠?”

 

 수연의 물음에 소은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다물리지 않은 입안에서 무언가가 맴돌고 있는 듯 보였다. 삼켜지지 않는 알맹이와 같은.

 

 “형사님 전…이전에 형사님께 홧김에 확실하지도 않은 사실을 말하고 말았어요. 쇼고 씨를 죽인 게 수경 씨일지도 모른다는.”

 

 소은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다시 일제히 소은에게로 꽂힌 채 완전히 고정되었다. 더운 공기가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소은 씨는 쇼고 씨를 죽일 동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수경 씨라고 했죠. 확실한 범인이라고는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네. 수경 씨의 과거를 알고 있었던 건 맞아요. 쇼고 씨에 대해 수경 씨가 갖고 있던 악감정도 이해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제가 수경 씨의 이름을 언급한 건 그저 제가 오해받을 만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때 전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었으니까….”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은 소은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서정이 있는 곳을 보았다. 서정은 어깨를 움찔했다.

 

 “하지만 전 수경 씨가 진짜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수경 씨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죄송해요 경위님. 그땐 제가….”

 “소은 씨.”

 

 소은은 급기야 눈물을 흘리며 수연에게 애원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뒷짐을 진 수연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조금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서정에게 조금 시선을 두기도 했다.

 

 “수경 씨가 체포된 건 수경 씨가 가지고 있던 로프와 깨진 그릇이 요코 씨를 죽인 흉기로 사용됐다는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은 씨의 말에 수경 씨와 쇼고 씨와 있었던 일을 물어본 건 맞지만, 수경 씨가 범인으로 지목된 결정적인 이유는 순전히 물증입니다. 소은 씨와는 아무런 관계없어요.”

 “하지만…하지만 진짜 범인은….”

 

 서정은 눈을 조금 치켜뜬 채 유심히 상황을 살폈다. 서정은 소은이 무언가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렇다면 소은은 해방감을 얻기 위해 발설을 하려나. 자기에게만 은밀하게 말했던 그 비밀을. 서정은 티가 나지 않게끔 입꼬리를 올렸다. 서정은 기대가 되는 동시에 호기심이 일었다. 만약 소은이 그 말을 하게 된다면 수연은 수사를 어떻게 진행시킬까. 소은이 믿고 있는 진범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소은의 말은 정말일까. 그렇다면 범인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하지만 소은은 말끝을 흐릴 뿐 이내 침묵했다. 아직 밝힐 때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서정은 다시 미소를 내렸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수연은 소은을 꼿꼿이 내려다보며 물었다. 서정은 수연의 톤에서 수연이 소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챘다. 수연은 자신으로 인해 수경이 잡혀갔다는 극도의 죄책감에 휩싸인 일종의 나약한 환자와 같이 소은을 보고 있었다. 한 마디로, 수연은 소은의 말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조금 성가시게 여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더 하실 말씀이 없다면 모두들 그만 방으로 돌아가셔서 주무셔도 괜찮습니다. 저희는 내일 점심쯤 다시 오겠습니다. 다시 한 번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연은 다시 아까처럼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영락없이 훌륭한 경위의 자태였다. 수연의 말에 모두 종이 친 듯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소은은 조금 비틀거리며 위태롭게 계단을 내려갔다.

 

 서정은 의자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채 수연에게로 다가갔다. 하숙집은 단숨에 조용해졌다. 서정이 나지막하게 수연의 이름을 부르자 수연이 몸을 일으켰다. 수연의 눈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휴우카 경위님. 이 상태로 운전하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스미레.”

 “네?”

 

 서정은 수연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흠칫하고 놀랐다. 수연의 말에 깜짝깜짝 놀라고 괜스레 찔려 하는 건, 소은의 말을 들은 이후부터였다.

 

 “나, 독서를 해볼까 하는데. 시호라는 작가의 책들을.”

 “네? 갑자기 무슨….”

 

 서정은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이 판국에 독서라니. 그것도 도연이 읽었던 책들을. 정말 수연은 좀처럼 파악이 안 되는…. 아니. 아니었다. 현재 용의자 중에 있다고는 하나 도연도 꽤나 유능한 탐정이었다. 그런 도연과 수연이 동시에 시호라는 작가의 책을 읽으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둘의 목적은 분명, 같을 게 뻔했다.

 

 “그 시호라는 작가가 이번 사건과 무언가 관련이 있는 건가요?”

 

 서정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말소리를 줄인 채였다.

 

 “조금은.”

 “그럼 그 사람이 범인과 연루되어 있는 건가요?”

 “아니. 초점은 작가가 아니야.”

 “네?”

 “그의 소설이지.”

 

 수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서정은 더한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도연과 수연의 꿍꿍이는 무엇일까. 아니, 애초에 같은 걸 노리고 있는 것이 맞을까. 서정은 다시 한 번 질문했다.

 

 “그럼 경위님은 수경 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수연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방을 나서 현관을 지나치기까지 수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문을 열어 마른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수연은 입을 열었다.

 

 “내가 취조가 끝난 후에 했던 말 기억해?”

 “…….”

 “이번 사건의 범인은 피해자를 죽인 동기가 없을 거라는 말.”

 “네. 당연히 기억하죠.”

 “하지만 수경 씨는 죽은 쇼고에 대해 너무나 확실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어. 이게 뭘 뜻한다고 생각해?”

 

 얼빠진 얼굴로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는 서정에게 수연은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서정의 어깨를 한번 치더니 경찰차를 향했다. 운전석엔, 수연이 앉았다.

 

 서정은 정신을 차리고 수연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두어 번 흔든 후 조수석을 향해 달려갔다.

 

 피곤함이 가셨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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