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습관이 된 듯 머리를 손질하였고, 버릇처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거리 위에서 시간을 하염없이 흘려 보내고 있었다.
"찾을 수 있어. 나만 믿어"
처음 달민에게 했던 말과는 무색하게 나는 하루하루 지치기 시작했고
그 지침은 나태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나태는 핑계로 이어졌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에휴"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나는 달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고
달민의 부탁은 한 여자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달민이 나에게 알려준 건 정말 별거 없었다.
첫 번째. 그녀는 매우 미인이라는 것.
두 번째. 그녀의 이름 달랑 세 글자.
고작 이름 세 글자로 사람 찾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가까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 그 자체였다.
불과 몇 주전 뭘 믿고 자신만만해서 도와주겠다고 했는지..
그저 오늘도 멍하니 사람들을 보고
패잔병처럼 그에게 힘없이 돌아가 오늘도 못 찾았다고 할 생각에 맥이 빠져버린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고, 할 수 있다면 해야만 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과 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었기에
오늘도 하릴없이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이제는 지정석이 되어버린 편의점 파라솔 밑 의자에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보는데 애꿎은 담배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담배 한가치 물고 불을 붙이려는데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때아닌 여우비.
"이야 이젠 뭔 별 비까ㅈ...."
그때 나는 보았다.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에 당황하며 이리저리 뛰는 사람들 사이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마치 봄날 산책 마냥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가는
우산이 없음에도 비에 젖지 않는 그녀를.
입에 물었던 담배는 불도 붙이지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