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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11
작성일 : 17-11-16 22:57     조회 : 294     추천 : 1     분량 : 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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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

 쟃빛양털 씨가 너럭바우를 따라오는 여든 남짓한 사람들을 보며 혀를 찬다.

 "안부만 묻기는 개뿔. 가시버시를 맺을 거였으면 돌아오지 말았어야지."

 너럭바우가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봄단풍 아씨가 그를 제치고 나선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런 여유 부리려고 온 게 아닙니다."

 항상 이죽거리는 잿빛양털 씨가 어울리지 않게 근엄한 표정을 짓는다.

 "아주 급하신 모양이군. 하지만 내 부족 사람들도 사정이 변변치 않거든. 응석은 부리지 말았으면 하네."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시네요. 우리들도 활 쏘고 창 던질 줄 압니다."

 "그럼 굳이 우릴 찾아올 이유가 없겠소이다. 방해 않을테니 볼 일 보러 가시오."

 잿빛양털 씨가 쌀쌀맞게 뒤돌아보자 봄단풍 아씨가 주먹 휘드르는 시늉을 한다.

 "받아달라는 부탁을 하려 온 게 아닙니다. 우리가 당신들을 데려가려고 여기까지 온 거에요."

 "그래야 할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말거라."

 "봄비 씨가 숲으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남은 어르신들마저 불에 타고 창에 맞아 죽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어요."

 잿빛양털 씨가 다시 뒤돌아 허리를 굽힌다. 그가 아씨와의 눈높이를 맞추고 짜증스런 말투로 비웃는다.

 "그건 네 사정이지. 어르신들은 죽으면 안 되는데 봄비 씨는, 내 사람들은 죽어야 할 이유라도 있느냐?"

 너럭바우가 한 발짝 나아간다.

 "하지만... 동족을 죽이거나 잡아먹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잿빛양털 씨는 납득할 마음이 전혀 없는 듯 다시 뒤돌아선 채로 팔짱을 낀다.

 "애초에 그와 어르신들은 동족이었던 적도 없다. 설사 그런 적이 있었다손 쳐도 지금은 아니지. 그러니 봄비 씨는 동족을 죽인 적도, 잡아먹은 적도 없는 거다."

 너럭바우는 애가 탄다. 봄단풍 아씨가 참다못해 뒤돌아있는 잿빛양털 씨를 잡아끈다.

 "지금 이 아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길 원하는지 알 것 같군요."

 "글쎄. 내가 보기엔 모르는 것 같은데? 알아도 개의치 않아. 너럭바우 저 아이의 입으로 직접 말하기 전까지는 손을 빌려줄 생각이 없어. 실망은 하지 마시게. 신방 정도는 차려줄테니 오붓한 시간이나 보내시오."

 "당신, 처음 볼 때부터 맘에 안 들었어."

 

 58.

 봄비의 눈에 숲이 보인다. 그는 잠시 군대를 멈추고 재정비를 지시한다. 군사들이 포대자루에 자갈과 흙을 담아 벽을 쌓는다. 가슴께까지 올라오도록 쌓는 것만으로도 낮이 꼬박 지나버린다. 그러나 누구도 잠들지 않는다.

 "나바재 씨. 화공 준비까지는 얼마나 남았습니까?"

 "네. 다들 벽을 쌓느라 모두 준비를 갖추려면 이틀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엿새 전처럼 봄단풍 씨족이 습격할 수도 있으니 경계에 힘쓰라 전하세요."

 "이미 그렇게 일러두었습니다. 그런데 봄비 씨.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하세요."

 "이번에도 죄다 태워버릴 참입니까?"

 봄비가 머뭇거린다.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생각이오. 왜,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하려는 겁니까?"

 나바재 씨가 손사래를 친다.

 "가능하면 숲은 그대로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많은 목재들을 몽땅 숯덩이로 만들기는 아까운 일입니다."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거요."

 "나무 하나 상하게 하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한 쪽을 태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군요. 연기 쪽으로 어르신들을..."

 봄비가 말을 가로막는다.

 "짐승들."

 "네... 연기를 내는 것만으로도 불을 끄기 위해 짐승들이 모여들 겁니다. 그 때를 틈타 사람들을 뒤로 보내 빠져나가지 못하게 불을 놓으면 한 번 싸움으로 모두 해치울 수 있습니다. 숲도 덜 타겠지요."

 "뒤로 보내 불을 지른다는 건 좋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들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동참하기로 한 봄단풍 사람 네 명이 있잖습니까."

 "그렇지요."

 "그들도 안개를 부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들키지 않을 거에요."

 

 59.

 너럭바우는 봄단풍 아씨와 함께 집으로 들어간다. 예전에 동굴에 같이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아씨. 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한다는 건가요?"

 "답답하구나. 잿빛양털 씨가 한 말이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니?"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야."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전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봄단풍 아씨가 가슴을 쿵쿵 친다.

 "잿빛양털 씨는 그런 정도로는 직접 나서지 않으실거야."

 아씨가 너럭바우의 어깨를 붙든다.

 "봄비 씨는 더 이상 어르신들을 동족이라 여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죽일 수 있고, 먹기도 하는 거다. 너는 봄비 씨를 죽일 수 있느냐?"

 "죽일 수 없습니다. 그러는 아씨는 봄비 씨를 죽일 수 있습니까?"

 "할 수 있어. 그 자는 더 이상 내 동족이 아니다."

 "잿빛양털 씨가 정말 그걸 바라는 걸까요?"

 "너도 알다시피 그는 봄비 씨와 친한 사이야. 우릴 돕기는커녕 그 패륜아들의 편에 붙지 않은 게 다행이지. 나는 지금 그에게 요구하고 있는 거야. 친구를 죽일 각오로 싸워달라고 말이야. 당연히 우리도 그 만한 각오 정도는 해야 해."

 너럭바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그래. 너처럼 어르신들도 동족이고, 봄비 씨도 동족이라고 생각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

 아씨가 그의 뺨을 쓰다듬는다.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 잿빛양털 씨가 내 부탁을 거절한 것도 그것 때문인걸."

 "내일 잿빛양털 씨에게 말씀드려야겠어요."

 "내키지 않는다면 거절해도 좋아.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아니에요, 아씨."

 너럭바우가 아씨의 손을 잡는다.

 "하지만 봄비 씨를 먹지는 않을 거에요."

 "누구도 그런 것까진 시킨 적 없어..."

 

 60.

 밤이 지나 나무그늘 쪽으로 노을이 질 때 너럭바우는 잿빛양털 씨를 찾아간다.

 "아저씨. 결심했습니다. 저는 어르신들을 돕고 싶어요."

 잿빛양털 씨는 등을 돌린 채 잠든 척을 하고 있다.

 "알아요. 그런 마음으로 가봐야 봄비 씨를 막지 못한다는 거."

 그는 너럭바우의 얘기를 듣지도 못했다는 것처럼 억지 코골이를 해댄다.

 "봄비 씨는 어르신들을 동족으로 여기지 않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저도 봄비 씨를 동족으로 여기지 않을 겁니다."

 원하는 대답이 나오자 그가 막 일어난 듯이 기지개를 켠다.

 "동족으로 여기지 않으면, 그럼 무엇으로 여길 셈이냐?"

 "... 당연히 적이죠."

 "이미 봄비 씨는 어르신들을 적으로도 여기지 않는다."

 "그래요. 봄비 씨는 이제부터 제 사냥감입니다. 망설이지 않을 거고, 살려두지도 않을 겁니다."

 잿빛양털 씨가 미리 싸둔 짐을 챙긴다.

 "그래. 내가 차려준 신방에서 같이 잤는데 그럴 줄 알았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가 창을 챙기고 휘파람을 불며 천막 밖으로 나선다.

 "자식새끼~ 키워봐야~ 가시버시맺으면~ 남남일세~"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잿빛양털 씨가 부족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소리친다.

 "다 일어나라! 오늘은 나무그늘로 사냥나간다!"

 그는 아씨를 보더니 다시 농을 던진다.

 "역시 잠자리 부탁을 거절하기란 힘든 법이지."

 "내 나무에 대고 맹세하건대,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지껄이면 당신부터 쏴죽일거야."

 

 61.

 봄비가 지시하자 불화살과 기름단지가 벽 너머 숲을 향해 날아든다. 어르신들이 불을 끄기 위해 나무를 타고 달려든다. 누군가는 날아서 오고 누군가는 기어서 간다. 코끼리들은 활쏘는 이들을 밟아버리려 뛰쳐나가지만 태반은 벽에 가로막히고 만다. 몇몇은 벽을 허물어버리고 엄니에 적들을 꿰어놓지만 그것도 잠시뿐, 화살과 창이 날아든다. 불을 끄는 어르신도, 나가 싸우는 어르신도 죽어나가기는 마찬가지다.

 성성이 어르신들이 적란운을 모아 벽을 향해 벼락을 날린다. 긴팔원숭이 어르신들이 바람을 일으켜 불을 숲 밖으로 몰아내려 한다. 그 순간 뒤에서 돌연 불길이 치솟는다. 풍향을 바꾼 것이 되려 독이 된다. 채찍같은 빗발로도 불이 꺼지지 않고 물이 묻을수록 더 강하게 타오른다. 가죽과 털에 불이 옮겨붙는다. 불길이 팔다리를 그슬린다. 어느새 바짝 타 꼬부라진 시체들이 빗발 속에서 쓰러진다. 나바재 씨가 화마를 지켜보며 미소짓는다. 어차피 비명소리는 비바람과 천둥에 먹히고 말았으니.

 싸움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죽고 말았다. 그러나 적어도 움직이는 어르신은 보이지 않는다. 이겼다. 나바재 씨는 활도 내팽개치고 봄비에게 달려간다.

 "봄비 씨. 이겼습니다. 불을 끄러 나오지 않은 짐승들이 남아있는지 수색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봄비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나바재 씨, 잠깐만요."

 "네. 듣고 있습니다."

 "아직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짐승들은 죽이지 말고 살려두세요, 나머지는 다 죽여도 좋습니다."

 
작가의 말
 

 오늘도 빼놓지 않고 찾아주시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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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와곰 18-01-06 21:25
 
잘 읽고 있어요~~근데 다른 부족은 자연을 다스리는?이용하는?능력이 있는데 봄비네는 그런능력이 없나요?? 읽다보니까 그런건 기술처럼 배우는 것 같은데 왜 일부에게만 가르쳐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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