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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일곱 악녀의 사랑
작가 : 서윤하
작품등록일 : 2017.11.16

세상의 반은 여자!
그니고
그녀들의 사랑을 지배하는 일곱 악녀!
누구라도
일곱 악녀의 심장만 얻는다면
세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단,
목숨을 건 사랑만이
칠악녀의 뜨거운 심장을
움직일 수 있다.

 
협박
작성일 : 17-11-16 22:08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3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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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협박

 슈턴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양손에 쥐고 있던 복면인들을 냅다 던졌다. 축 처져있던 놈들은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처박혔다.

 “하하하하!”

 웃으면서 힐끔거리다가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더욱 큰 소리로 자지러지게 웃는다.

 “으하하하하하!”

 “……?”

 오버해서 컥컥거리는걸 보니 뭔가 크게 잘못했나보다.

 “미안! 미안…둘의 데이트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궁금해서.”

 손에 묻은 핏자국을 바지에 쓱쓱 문지른다.

 “여긴 어떻게 안거야?”

 “윌리엄, 네가 아무리 날뛰어봐야 너는 내 손바닥 안이야. 그래도 오늘은 작전이 좋았어. 이반 아저씨까지 판 덕에 내가 속을 뻔 했거든. 그런데 베로니카?”

 말꼬리를 돌린다.

 “왜? 이 거머리야!”

 “오늘따라 꽤 섹시해 보이는데? 둘이 오늘 뭘 하려고 이리…흐흐.”

 슈턴이 어깨로 베로니카를 툭툭 친다.

 “또 몇 대 맞아야 정신 차리지?”

 “그 주먹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하하하.”

 “언제까지 윌리엄을 쫓아다닐 건데?”

 “저 녀석이 죽을 때까지. 그 약속은 베로니카도 알잖아.”

 당연하다는 말투다. 표정이 오히려 억울해서 무너지려 한다.

 “너 때문에 우린 첫날밤도 못 지내겠다.”

 “걱정하지 마라. 오늘 치르게 해 줄게.”

 “오늘?”

 괜히 뜨끔해지며 얼굴이 붉어졌다.

 “여긴 나에게 맡기고 하려던 거나 마저 해.”

 “하…하려던 거?”

 “흐흐…나도 다 알아. 윌리엄! 맞지?”

 스토커의 추궁이 느닷없이 날아온다.

 “내가 뭘?”

 “오늘 할 거라며?”

 “내…내가?”

 꾸부정하게 억지로 일어서던 몸뚱이가 언제 아팠냐는 듯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안되면 술이라도 먹여서….”

 “야! 내가 언제?”

 너무 놀랐는지 베로니카를 쳐다보는 눈동자가 앞으로 튀어나오려고 한다.

 “분명히 그렇게 들었는데. 그래서 내가 여자 옷 벗기는 방법까지….”

 “진짜 죽을래!”

 언제 올라왔는지 윌리엄의 피 묻은 손이 슈턴의 입을 막았다. 베로니카는 어이가 없는지 두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둘이 붙어 다니더니 아주 지랄도 쌍으로 해요.”

 “어허! 숙녀의 입에서 어디 그런 쌍소리를.”

 슈턴이 친구의 손을 뿌리치며 한마디 한다.

 “시끄러워! 내 걱정은 참아주시고 제발 철 좀 들어라.”

 “됐고!”

 이쯤에서 끊지 않으면 베로니카의 잔소리는 끝이 없다.

 “……?”

 “여긴 내가 처리할 테니까 두 사람은 데이트나 하셔.”

 “오케이!”

 윌리암이 슬그머니 그녀의 손을 낚아챈다.

 “그럼 우리는 너만 믿고 간다.”

 “알았으니까 빨리 가기나 해.”

 손을 털어 두 사람을 멀리 쫓아내려 했다.

 “무식하게 다 죽이지 말고 저놈들 정체까지 밝혀내.”

 “아이고…알았다니까. 제발 1절만 하셔.”

 인상까지 박박 쓰면서 귀찮은 표정으로 귀를 후볐다. 베로니카가 그런 슈턴에게 눈을 흘기며 애인의 등을 밀었다.

 “윌리엄, 가자!”

 “그래.”

 베로니카의 뒤를 쫓는 윌리엄이 싱글벙글한다. 무엇보다도 진짜 남자가 될 기회를 다시 얻은 것에게 감사했다. 술까지 먹여서라도…흐흐…베로니카의 최대 약점은 알코올이었다. 그런데 스토커의 음성이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나도 30분 뒤에 쫓아갈게.”

 “30분?”

 둘이 동시에 돌아섰다.

 “자백까지 받는데 30분이면 충분할 거 같은데?”

 어깨를 들썩하며 그들의 의심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둘만의 시간이란 길면 길수록 좋은 것이었다.

 “안 돼! 오려면 최소한 두 시간은 있다가 와.”

 베로니카가 씩씩거린다.

 “에이, 내 실력 알면서, 뭐하러 그렇게 오래 걸려?”

 “야! 우리가 토끼냐?”

 “토끼?”

 두 남자는 베로니카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표정은 사뭇 달랐다. 스토커는 음흉한 눈빛으로, 애인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어…어쨌든 두 시간은 필요해. 만일 시간을 어기면 평생 조카는 못 보는 줄 알아!”

 “조카?”

 지금껏 살아오면서 처음 듣는 단어다. 그러니까 조카란 윌리엄을 닮은 아가라는 말이잖아. 우와! 나에게 조카가 생기다니…어떤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기쁨이 피어올랐다. 평생 부끄럼을 모르던 베로니카가 종종걸음으로 윌리엄과 쑥스럽게 사라지는 모습이 얼마나 여자답던지…그러나 벅차오르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놈들을 잡아라!”

 복면들이 점점 멀어지는 윌리엄의 뒤를 쫓으려 했다. 전쟁터의 살인귀가 길목을 버티고 있더라도 그냥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 슈턴의 등장으로 잠시 주춤거렸던 복면인들이 목표물을 향해서 달려가려고 했다.

 “멈춰!”

 슈턴이 놈들을 막아섰다.

 “비켜라! 너하고 원한을 만들고 싶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윌리엄뿐이다. 둘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이번만은 물러서야 할 것이다.”

 “하하…그런데 어쩌지? 윌리엄은 친구가 아니라서.”

 “친구가 아니라고?”

 ‘루벤스 제국’에서 둘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니던 슈턴이 보이지 않기에 이번 암살 작전을 벌인 것인데 결국은 낭패를 보게 생겼다.

 “윌리엄은 친구가 아니라 내 목숨이야. 다시 말해서 네놈들을 다 죽여야 나도 살 수가 있는 거지. 그런데 오늘은 피를 보고 싶지 않아. 왜냐면 조카가 생기는 날이거든.”

 “조카?”

 “그래. 윌리엄을 닮은 아가…하하하.”

 “시끄럽다. 정녕 비켜서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신중한 자세의 복면들은 칼자루를 모로 잡았다. 아마 사생결단이라도 하려는 심산이다. 그렇다고 눈 하나 깜짝할 슈턴이 아니었다. 그는 무리를 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인제 그만 나오시죠?”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놈들은 움찔한다. 마치 느닷없이 날아온 돌팔매에 놀란 표정이다.

 “쪽 팔리게 뒤에 숨어있지 말라니까.”

 슈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놈들의 틈 사이로 가냘프고 히스테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후…나인 줄 알았나?”

 “당연히 알죠. ‘루벤스 제국’에서 ‘알프레드 가(家)’의 장남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이미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래서 나를 치겠다는 건가?”

 “아뇨. 저하고 협상을 하시죠.”

 전혀 꿀림이 없는 고자세이다.

 “협상?”

 “황태자님이 원하는 걸 드리죠. 대신 무슨 일이 있어도 윌리엄을 건들지 않기로.”

 “협상이 아니라 협박같이 들리는군.”

 “협상이든 협박이든 선택은 황태자님의 몫이죠.”

 이젠 거드름까지 피우며 황태자를 압박한다.

 “거절한다면?”

 “저 하나 죽이는 거야 쉬울지 모르지만, ‘알프레드 가(家)’를 건드리면 아버님이신 황제 폐하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병세가 깊다 해도 그 정도 능력은 아직 충분하신 분이죠.”

 “과연 그럴까?”

 째진 눈을 모로 뜨고 히죽거린다.

 “그럼 제가 황제 폐하에게 당장 알아보죠.”

 “궁궐까지 찾아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황태자의 표정을 살피던 복면들이 내려놓았던 칼을 다시 세운다. 그러나 슈턴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제가 바로 ‘전쟁터의 살인귀’입니다.”

 “그래서?”

 잠시 슈턴을 노려보았다. 아버지인 황제까지도 최고의 젊은 용사로 인정한, 그래서 아들인 자신보다 더욱 믿고 좋아하는 놈이었다.

 “친위대도 아니고, 궁중 마법사도 없이 저놈들로만 가능하시겠습니까?”

 “으음!”

 고민거리는 고민거리였다. 함부로 대할 상대가 아니었다.

 “신중하게 판단하십시오.”

 “협상이라…….”

 슈턴은 칼을 만지작거리며 황태자의 결정을 기다렸다. 어차피 시간은 충분하다. 2시간이나 지나야 조카가 어찌 됐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기다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좋아! 너의 협상을 받아들이지.”

 “후후…그렇다면 황태자님께선 원하시는 걸 말씀해 보시죠.”

 기다렸다는 듯이 한 번에 대꾸한다.

 “악녀들의 심장!”

 자신만만하던 슈턴의 얼굴빛이 일그러졌다.

 “악녀라 함은 100년 전에 사라져서 전설로만 남은?”

 “그래! 칠악녀의 심장을 가져와라! 그것만이 윌리엄을 살리는 길이다.”

 “으음!”

 순간, 신음의 주인이 뒤바뀌었다. 이건 하루 이틀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제국을 떠나야 한다. 어쩌면 윌리엄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었다. 줄곧 강인하던 슈턴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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