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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혼돈과 함께하는 나날
작가 : ghostS
작품등록일 : 2017.11.15

[현대판타지]

혼탁한 시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어설픈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품 소개 :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도 끊임없이 기괴하면서 위험천만한 사건사고들이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한 혼탁한 시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어설픈 그들이 움직인다.
아직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 초짜 ‘퇴마사’ 지망생 '선우명'.
그에게 빌붙어 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아애'.

그 둘이 많은 이들과 만나 우역곡절 끝에 힘을 합쳐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괴상한 일들을 해결하고,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존재들과 맞서 싸워 퇴치하는 이야기.

 
#2. 제자가 매일 해야 하는 일
작성일 : 17-11-16 18:20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7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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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유능한 퇴마사의 어설픈 제자

 

 #2. 제자가 매일 해야 하는 일

 

  “도대체 무슨 꿈을 꾸는 거야?”

 

  상대의 목소리에는 호기심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평소에는 괄괄한 선머슴 아니면 약아빠진 능구렁이처럼 굴다가도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순진한 소녀 마냥 제법 큰 눈망울을 잔뜩 반짝이며 귀엽게 깜박이는 것이 녀석의 수법이다.

  선우명은 절대로 지금은 눈을 마주치지 않으리라고 마음을 다 잡았다.

 

  “하아, 나도 모른다고. 솔직히, 꿈을 꾸는지 마는지, 그게 무슨 꿈인지 알게 뭐야. 기억 안나. 비명이라면, 잠에서 깨자마자 널 제일 먼저 보게 되니까 그걸 보고 기겁을 하는 거겠지.”

 

  “뭐래니? 웃기고 자빠졌네.”

 

  하지만 사실이었다. 선우명은 정작 자신이 무슨 꿈을 꾸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꿈을 꾸면 항상 땀범벅이 될 정도로 긴장을 한다는 것과 절대로 그 꿈 속 상황이 재미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 그 정도가 선우명이 확신할 수 있는 거였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녀석의 재수 없는 면상을 보는 것 역시, 자신을 기겁하게 만든다는 것도 확실하다.

 

  “깔깔깔, 아, 근데, 너 그거 알아? 사내자식이 꿈에서 처녀귀신을 보게 되면, 실제로도 귀신한테 생기를 뺏기기도 한다던데?”

 

  “미친, 또 뭔 헛소리야?”

 

  “너 사실은, 매일 밤, 처녀귀신 만나고 있는 건 아니냐? 그리고 막막 기운 뺏기고? 어? 너, 솔직히 기억 다 나면서 쪽 팔려서 나한테 말 못하는 거지? 그지? 응?”

 

  명은 수저통을 통째로 앞에서 혀를 내밀며 놀리고 있는 얄미운 존재에게 집어던졌지만 상대는 이번에도 솜씨 좋게 머리를 옆으로 꺾어서 조금의 데미지도 입지 않았다.

 

  “큭큭큭.”

 

  “시끄럽다고! 넌 도대체 어디서 그런 것만 듣고 오냐? 응?”

 

  선우명은 눈앞의 요물 같은 여자, 아니 여자 인척 하고 있는 요망한 괴물을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진 수저통과 숟가락들을 다시 챙기고, 먹던 라면 그릇들 까지 대충 설거지 한 후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외출 준비라고 해야 별거 없었다. 서둘러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샤워를 한 후, 잠옷 겸 평상복이었던 낡은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대신 역시나 낡은 외출용 티셔츠와 청바지로 갈아입었을 뿐이다.

 

  “끄억. 아아, 배가 부르긴 한데, 역시 좀 뭔가가 부족하네. 영양분이 부족해. 이렇게 인스턴트만 먹고 살 수 는 없어.”

 

  여자가 배를 쓰다듬으며 헛소리와 트림을 요란하게 내는 것을 무시하고 선우명은 운동화 끈을 바짝 쪼아 신었다. 그리고 집을 나오기 전, 경고를 남기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시끄럽고. 넌 내가 갔다 오는 동안 말썽 피우지 말고 얌전히 있어라. 괜히 나돌아 다녀서 엄한 사람들 놀라게 하지 말고.”

 

  “비가 이렇게 오는데 나가긴 어딜 가겠냐? 넌, 오늘도 거기 가는 거야?”

 

  “어.”

 

  “역시 진짜 대단한 정성이다. 큭큭큭. 그런데 제법 요란하게 오는 걸 보니, 너 오늘은 진짜 조심 좀 해야겠다?”

 

  “하아. 도와 줄 거 아니면,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말지?”

 

  “나는 배도 부르겠다, 실컷 잠이나 자야겠네. 그럼, 잘 다녀오라고. 킥킥킥킥.”

 

  현관 문 밖으로 나오자, 새벽에는 그저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오전에 들어서자 본격적으로 몰아치고 있었다. 조만간 천둥 번개까지 칠 모양새다.

  선우명은 서두르기로 마음먹었다. 자칫 더 늦어져서 지금보다 더 하늘이 어두워지기 전에 일을 마쳐 두는 것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여러모로 좋을 터였다.

 

  돈이 없어도, 내일 당장 먹을 게 없어도, 당장 살던 집에서 내쫒기는 한이 있어도 해야 할 일은 해야만 한다.

 

  사부님이 떠나기 전, 선우명에게 자신의 제자로서 꼭 해야 할 일이라며 지시한 것이 있었다. 딱 두 가지였다. ‘혼자 있다고 농땡이 치지 말라’거나 ‘정신 수련을 열심히 하라’거나, ‘귀찮더라도 신체 훈련도 틈틈이 해야 한다’ 같은 잔소리는 없었다.

 

  첫 번째는, 집에서 멀리 떠나지 말 것. 특히 밤에. 즉, 거의 외박은 금지였다.

  그리고 만약 불가피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집을 24시간 이상 떠나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한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게 중요했다.

  조금은 이상한 지시사항이지만,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선우명은 이년 전 이 집으로 들어온 이후, 사부님과 함께 외출하는 경우 이외에는 거의 집 안에서만 생활 해왔다.

  만약 이번에도 갑자기 생긴 애물 덩어리, 밥벌레로 인해 생활비가 그렇게 빨리 동이 나지만 않았다면, 굳이 집 밖으로 나와 일을 구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을 거였다.

  물론 사부님이 제때 집으로 돌아오신다는 가정에서의 일이지만 말이다.

 

  두 번째 지시 사항은, 좀 더 괴상한 거였다.

  매일 한 장소에 꼭 갈 것.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가서 살펴보아야 하는 장소가 있었다. 그렇다고 거기에 가서 선우명이 특별히 뭔가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몇 분이라도 시간을 들여 두 눈으로 확인하고, 왔다 갔다 주위를 둘러보라는 것이 사부님의 지시사항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고 천둥 번개가 몰아쳐도 매일 한 번씩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물론 이유는 모른다. 사부님은 원래부터 뭐든 차근차근 애살맞게 설명을 해 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거기에다 6개월 전 그날 워낙 급작스럽게 떠나면서 대충 던져주고 간 지시였던지라 선우명으로서는 ‘왜 이런 단순한 일을 매일 매일 빼먹지 않고 해야 하는지’ 같은 걸 물어 볼 겨를조차 없었다.

  게다가 그 땐, 사부님이 며칠 내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니 돌아오신 후에 제대로 물어 이유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부님을 볼 수 없을 지는, 정말이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오늘도 선우명은 그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매일 매일 제자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해낼 뿐이다.

 

  집에 있는 우산이라곤 모두 구멍이 송송 난 낡은 것들뿐이라 쏟아 내리는 장대비를 막는 데엔 별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무거운 우산을 쓰며, 선우명은 서둘러 집밖으로 나섰다.

  이런 날씨에 밖으로 나가는 건 솔직히 썩 내키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보이던 기이하고 역겹고 냄새나는 그것들은 맑은 날씨의 밤보다도, 밤낮 상관없이 이렇게 비가 오거나 습기 가득한 날에 더 잘 보이곤 했으니 말이다.

  찢어진 커다란 우산은 비록 비를 막는 데에는 충분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못 본 척 할 수 있도록 시야를 가려주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

 

  수리오래 못.

  선우명이 지금 가는 곳은 바로 선우명과 사부님이 살고 있는 동네 한 가운데에 있는 자그마한 호수다.

  서울특별시 신문구(區) 휘온동(洞)의 자랑인 ‘신문 호수’. 사람들에겐 ‘신문 호수’ 보단 옛 이름 ‘수리오래 못’이 더 익숙한 곳이다.

 

  먼먼 옛날, 원래는 한강의 한 줄기였을 것이 한반도 땅에 발생한 대지진이나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큰 강으로 연결 되던 좁은 물길이 끊기고 그 후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퇴적물이 자연제방을 쌓고 쌓아 결국 지금의 아름다운 호수가 되었다는 곳.

  이곳을 모르는 사람들이 ‘수리오래 못’을 찍은 풍경 사진만을 봤을 때, 백이면 백 모두 절대로 서울 안에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수리오래 못은 천연의 모습, 태곳적 고유의 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천 년 전의 느낌 그대로를 간직한 수리오래 못은 단순히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이른 새벽의 안개가 서릴 때나 저녁놀 질 때의 풍광은 신비로울 때도 있었다.

 

  이 수리오래 못은 주변이 아예 최첨단 관광단지로 꾸며진 잠실의 석촌 호수에 비해선 많이 소박하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휘온동 내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작고 한강변 치고는 개발이 늦은 지역구인 신문구 구민들 -신문구에는 휘온동, 현무동, 영봉동 단 세 동만 있다- 사이에서는 흔히 즐겨 찾는 산책 장소였다.

 

  게다가 선우명의 집과도 불과 십 여분 떨어져 있는 곳이라 선우명은 항상 조깅삼아 가볍게 뛰면서 호수 전체를 돌며 꼼꼼히 살펴보곤 했다. 넉넉히 잡아봐야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단순한 일이었다.

  그래서 사부님이 남기신 두 번째 지시사항, 즉 이곳을 매일 둘러보는 일은 선우명에겐 ‘즐겁게 기꺼이 할 수 있는 일’ 이었다.

 

  하지만 선우명에겐 이곳을 찾는 시간대나 그 날의 날씨에 따라서 즐겁고 기꺼운 일에서 무섭고 내키지 않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수리오래 못은, 낮과 밤에 따라 흘러나오는 기운이 많은 차이가 난다. 마찬가지로 맑은 날과 흐린 날 호수가 풍기는 기운도 각각 달랐다.

 

  수리오래 못의 ‘수리’는 ‘신神’ 이라는 뜻, ‘오래’는 ‘문門’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자 뜻 그대로 ‘신들이 오고가는 문’이라는 의미의 ‘신문(神門)구’나, 신들이 내뿜은 빛과 향기로움이 골짜기 구석구석 남아있다는 전설 때문에 지어졌다는 ‘휘온(輝馧)동’같은 지역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리오래’라는 옛 이름이 수 천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그대로 이어져 오는 이 호수의 이름도 ‘신의 문’이라는 의미였다.

  이름 그대로 이 작은 동네는 먼먼 옛날 고대의 신들이 오고가던 신비한 문이 있다는 거창한 전설을 머금고 있는 지역이었다.

  전설이 맞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사부님 말로는 이곳도 옆 동네 ‘용산’ 만큼이나 기운이 센 땅이라고 했다.

  선우명 같이 어설프게 영안(靈眼)을 가지고는 있으나 제대로 다스리지는 못하는 녀석은 쉽게 신기(神氣)를 머금은 땅과 물의 센 기운에 잡혀 먹힐 수도 있을 거라고도 했다.

  그래서 사부님이 선우명을 처음 이곳 휘온동 집으로 데려왔을 때, 제일 처음 말한 것이 밝고 맑은 낮 외에는 함부로 ‘수리오래 못’ 근처로 가지 말라는 경고였었다.

 

 *

 

  “하아아아. 그래놓곤, 결국 이 날씨에 거길 보내는 건 사부님이네요.”

 

  선우명은 긴 한숨 끝에 혼잣말을 했다.

  존경해마지 않는 사부님에게 불만을 토하는 건 아니지만, 사부가 2년 전 명에게 경고한대로 이런 날은 지시사항에서 예외로 해주면 얼마나 좋냐 말이다.

 

  예상대로 우산은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비와 바람을 제대로 상대할 수 없었다. 몸에 걸친 것들은 이미 흠뻑 다 젖어버려 사실 우산을 쓰는 건 더 이상 소용없는 행위였다. 세찬 바람 따라 이리 저리 휘청거리는 우산은 안 그래도 곧 사망하기 직전이다. 하지만 선우명은 우산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앞쪽 우산 끝을 더욱 더 내리면서 선우명은 묵묵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죽은 존재들. 그것이 생전에 인간이었든 아니면 동물이었든, 심지어 인간이 기르던 식물이었든, 그것도 아니면 인간이 오래도록 사용하여 인간의 기운이 물건에 스며들어 버린 것들이었든, 절대로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들이 존재한다. 분명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또 보여서는 안 될 그것들.

  그러한 것들이, 선우명이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 때부터 항시 선우명의 눈에 띄어 선우명을 힘들게 만들었다. 물론 그것들 중에서 선우명을 괴롭게 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죽은 인간들이었다.

 

  차라리 눈을 파낼까, 귓구멍을 찢어버릴까, 아님 할머니의 유언이고 뭐고 그냥 이대로 깔끔하게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릴까, 고민하고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내던 시절에 만난 것이 바로 사부님이었다.

  사부님의 몇 마디 중얼거림과 손짓만으로도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것들이 정화되어 사라지는 기적을 직접 경험 한 후, 선우명은 사부님 같은 존재가 되기로 결심했다.

  뭇사람들이 사부님을 도사라 부르던지 아님 점쟁이라 부르던지 아님 영화나 만화처럼 엑소시스트나 퇴마사라고 부르던지, 아니면 사이비 사기꾼이라고 부르더라도, 선우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부님의 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었다.

 

  “하아, 이 잡것들은 왜 이렇게 나를 좋아하는 거냐?”

 

  스멀스멀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것들이 이미 선우명의 앞에, 옆에, 등 뒤에 가득 붙어있었다.

  냄새야 있는 힘껏 참아내고 귀를 괴롭히고 있는 손톱으로 쇠를 긁어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는 억지로 무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수로라도 그것들과 눈을 맞추게 되는 것만은 정말이지 피하고 싶었다.

  선우명의 눈에는 그런 죽은 존재들이 그들의 혐오스런 냄새보다 훨씬 더, 몇 배로 더 역겨운 형상으로 보여 지는 것이 문제였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나 만화책에는 귀신이라도 그나마 인간의 형태로 그려지지 않나. 아무리 무시무시한 귀신 영화에서 등장하는 귀신이라도, 이리저리 꺾이고 휘어지고 피칠갑을 하고 있더라도, 적어도 아, 이건 그래도 생전에 이런 얼굴의 인간이긴 했구나 짐작하게끔 하는 형상을 하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악마라고 묘사해놓은 것들도 하나 같이 인간이나 동물의 형상에서 조금 더 괴기스럽게 덧붙여졌을 뿐이고.

 

  하지만 선우명의 눈에는 절대로 그 생전의 얼굴을 짐작할 수 없는 흉측한 형태로 보여 졌다.

  선홍색 피를 뚝뚝 흘리는 피범벅이라고는 말할 순 없지만 역겹고 징그러운 검붉은 피 색깔은 맞다. 그리고 굳이 형상을 묘사하자면, 사람의 겉과 안이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 같달까.

  그러면서도 형태가 있는 좀비나 괴물 같은 것이 아니라 귀신 이라는 것, 즉 이쪽에선 물리적으로 때리고 공격할 수도 없으면서 또 완전히 피하고 도망 갈 수도 없다는 게 문제였다.

 

  안쪽의 붉은 피부와 다 터져버린 핏줄과 모든 내장기관이 완전히 뒤엉켜 버무려진 모습으로 걸쭉한 배설물 같은 핏줄기를 흘려대며 천천히 눈앞으로 더듬더듬 다가오는 모습은 정말이지 끔찍하다.

  거기에다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은 양옆으로 양껏 흉측하게 찢어진 채 낄낄 웃어댄다. 온 몸에서 으스스하게 느껴지는 그 지독한 한기는 또 어떻고.

  어찌나 괴기스럽고 역겨운지 그걸 한 번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 그 잔상이 몇 달이나 선명히 남아 선우명을 괴롭히곤 했다.

 

  그것들은 이젠 단순히 선우명의 곁에 딱 들러붙어 고약한 기운을 내뿜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건지, 어느새 선우명의 두 다리와 등, 그리고 우산을 든 팔 여기저기를 건들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손길에 선우명은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며 또 한숨과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아. 젠장. 무슨 전설의 고향처럼 내 한을 풀어주시오, 하는 것들도 아니고. 이 세상엔 이런 흉측스런 잡귀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냐고? 정말로! 왜!”

 

 

 

 ~~~~~~~~~~~~~~~~~~~~~~~~~~~~~~~~~~~~~~~~~~~~~~~~~~~~~~~~

 

 <자체 설정>

 

 '서울에는 신문구 라는 구가 있고 단 세 동만 속해 있다!!!' 라는 설정임.

 

 신문구 : 신령 신神, 문 문門, 구분할 구區

 ->서울특별시에 속한 자치구 중 하나. 용산구, 성동구 사이에 위치. 한강변에 있다.

 ->신문구에 속한 동이 달랑 세 게 뿐이라, 한때 용산구나 성동구에 속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아직도 개별적인 자치구로 남아있는 특이한 케이스.

 

 

 휘온동 : 빛날 휘輝, 향기로울 온馧, 골짜기 동洞

 -> 신들이 오고가는 문이 있어 신들의 빛과 향기가 골짜기를 가득 채웠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현무동 : 빛날 현炫, 무당 무巫, 골짜기 동洞

 -> 신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간으로서는 최고의 능력자 무당이 이곳에 살았었다는 전설이 있다. 신들과 어울렸던 이들은 모두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강한 능력을 발휘했는데, 그들이 힘을 발휘할 때는 온 몸에서 빛이 났다는 야사가 남아있다.

 

 영봉동 : 신령 영靈, 만날 봉逢, 골짜기 동洞

 -> 신성한 존재들을 맞이하던 곳이라는 의미로, 이 곳 역시 인간계에 들린 신들과 그 신을 만난 인간에 관한 많은 전설과 야사가 남아있다.

 

 
작가의 말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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