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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작가 : 박재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살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한채강
눈치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현아진

갑작스러운 사고로 판타지 세계로 가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

 
[8화] 신의 자식
작성일 : 17-11-16 17:08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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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8화] 신의 자식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러는 걸까? 갑자기 이렇게 아진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한국에서 와서? 한국과 아스트에는 과연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다른 세상에서 신의 자식이 오셨다!”

 

 마법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엎드려 있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신이 우리를 구원하셨다!”

 

 핵심은 한국이 아니었다. 다른 세상이었다.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말이 저들에게 꽂힌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전개인가? 하지만, 딴지를 걸자면 애초에 우리가 이 세계로 온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세상은 개연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우연의 극히 일부분만이 개연이라는 말로 설명 되는 것에 불과했다.

 

 아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하다. 아무리 눈치의 달인이라 해도 이런 반응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을 테다. 그녀가 원했던 건 단순히 상황을 바꿔보는 것 정도였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오래지 않아 아진은 평상시의 눈빛을 되찾았다. 표정에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을 펴고 목을 살짝 들었으며 엉덩이를 살짝 뒤로 뺐다. 활처럼 팽팽해진 기운이 온 몸을 감쌌다.

 

 ‘뭐지? 저 위엄은?’

 

 아진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혀를 내둘렀다. 아진이 상황파악을 마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신의 자식으로, 신이 보낸 구원자로 만들고 있었다.

 

 아진이 손을 들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왕만은 이 사태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이 이단자 개새끼들! 감히 너희 앞에 있는 왕을 모욕할 셈이냐! 다 죽여 버릴 테다!”

 

 왕이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오직 마법사만이 고개를 들어 왕을 빤히 쳐다봤다.

 

 “아스트의 예언에는 왕국이 위기에 빠질 때 다른 세상에서 신의 자식이 건너와 왕국을 구하고 만년의 번영을 내릴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스트 왕국의 통치자인 폰 자바르 국왕께서도 분명히 이 예언을 따를 것이라 맹세 하였습니다.”

 

 저런 종류의 예언은 흔하고, 또 강력하다. 과학보다는 종교가 우선인 시대에서 신탁이나 예언은 과학보다 더한 진리이자 맹신의 대상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과연 저런 가녀린 소녀가 신의 자식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

 

 나는 아차 싶었다. 아진은 아직 앳된 여자였다. 나이도 겨우 21살인데다가 실제 외모는 고등학생이라고 말해도 충분히 믿을 정도로 어려 보였다. 그런 소녀 같은 외모를 지닌 사람이 악마와 괴물이 쳐들어오고 반란까지 일어난 이 아스트 왕국을 위기에서 구한다? 나만해도 믿기 힘들 것이었다.

 

 “그 증거를 보이기 전에 짐은 저 여자가 신의 자식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그리고 저 여자가 신의 자식이라는 증거를 보이지 못한다면, 신의 모욕죄로 저자를 완전히 갈갈이 찢어 죽여 버릴 것이며, 지금 여기에 있는 니놈들 모두의 목을 다 베어 걸어놓을 것이다! 근위병!”

 

 왕을 보호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근위병들이 폰 자바르의 앞으로 나와서는 칼을 꺼냈다. 그 칼끝은 아진을 향하고 있었다.

 

 “신의 자식께서는 증표를 보여주십시오!”

 

 마법사가 큰 소리를 외치며 무릎을 꿇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증표를 보여야 했다. 그러나 아진은 이 난국을 해쳐나갈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것 같았다.

 

 “빨리 증표를 보이란 말이다!”

 “부디 증표를 보여주시옵소서!”

 

 폰 자바르의 채근에 다른 모든 이들이 한 마음으로 외쳤다.

 

 증표.

 

 도대체 신의 자식이라는 증표를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있다. 그래. 그게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최대한 몸에 힘을 빡 주고, 위엄 있게 걸어가 아진의 앞에 무릎 꿇었다.

 

 “신의 자식! 현아진!의 호위전사 한채강이 맡겨 놓으신 신의 증표를 전하옵나이다!”

 

 큰소리로 외치며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건넸다. 아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 핸드폰을 잡아들었다.

 

 “신의 증표 후레쉬를 보이시옵소서!”

 

 내가 슬쩍 힌트를 던졌다. 아진은 물론 기가 막히게 눈치를 챘다.

 

 “보아라!”

 

 아진이 외쳤다. 그러자 다들 고개를 들었다. 아진이 스마트폰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서 무릎을 꿇었다. 곧게 세운 스마트폰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들었다.

 

 “신이시여, 답을 주소서!”

 

 스마트폰이 켜지면서 회면에 사과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오오오!”

 

 사람들이 또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고, 몇몇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럴 만 했다. 저들에게 스마트폰은 눈앞에서 보이는 기적이자 신탁이었다. 마법이 있다고는 해도, 이런 물건은 본적이 없을 터였다.

 

 스마트폰이 다 켜졌다. 아진은 재빠르게 잠금을 풀고는 외쳤다.

 

 “신의 자식인 나 현아진은 여기에서 그대들에게 신의 증표를 보이노라.”

 

 아진은 핸드폰의 후레쉬를 켰다. 그리고는 사람들에게 비추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빛을 맞아 눈이 부신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신을 외쳤다.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이 신을 외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세계로 온 이후 당연히 스마트폰을 켜봤고,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둘 다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서 꺼놓기로 했던 차였다. 언젠가 이 세계와는 완전히 이질적인 이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진의 스마트폰을 받아서 가지고 있었다. 주머니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웃기지마! 저거 마법 아니야?!”

 

 폰 자바르가 외쳤다. 그때 마법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껏 저런 마법은 없었습니다. 저것은 마법이 아니옵니다.”

 

 마법사의 말에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조아렸다.

 

 “이 꼰대 같은 마법사 새끼!! 신의 자식이고 뭐고! 내가 이 아스트의 국왕이다! 근위병!”

 

 근위병이 멈칫 멈칫 주저했다.

 

 “근위병! 저 국왕을 모욕한 쓰레기들을 당장 처단하라!! 처단하란 말이다!!”

 

 폰 자바르의 계속되는 압박에 근위병 하나가 뛰어 나왔다. 나는 일어서서 그의 칼을 받아쳤다.

 

 “쨍!”

 

 칼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병사의 칼은 묵직했다. 오랜 훈련을 해왔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나도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칼을 잡아왔다. 묵직함이라면 뒤쳐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만의 재능. 살인점.

 

 나는 갑옷의 틈사이로 허점을 봤고 그곳에 칼을 찔러 넣었다.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간 칼이 어깨에 붙어 있는 근육을 가르고 목을 살짝 뚫었다. 칼을 빼자 바람 빠진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병사가 더 달려왔고, 나는 몸을 숙이며 역시 갑옷이 보호하지 못하는 뒤 장딴지를 베어버렸다. 병사는 쓰러졌고 움직이지 못했고 울음 섞인 절규를 내뿜었다. 나는 근위병이 떨어트린 칼을 걷어차고는 쓰러져 있는 근위병의 목 뒤를 칼로 지긋이 찔렀다.

 

 ‘드드드드득.’

 

 목뼈가 갈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피가 바닥을 가득 덮었다. 2명의 몸에 얼마나 많은 피가 들어 있는지, 아마 다들 모를 것이다. 지금 내가 알려줬다.

 

 살인은 처참하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보는 경험은 더욱 끔찍하다. 여기에 있는 많은 이들이 아마도 문관일 것이다. 두 눈으로 살인의 처참함을 봤으니 신을 거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신을 화나게 하지 말라!”

 

 큰소리로 외쳤다. 근위병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폰 자바르만이 분노의 눈빛으로 아진을 째려보고 있었다. 당연하다. 그에게 남은 것은 처참한 죽음뿐인 상황이었으니까.

 

 “웃기지마! 내가 아스트의 국왕 폰 자바르다! 내가 곧 신이다!!”

 

 폰 자바르가 아진에게로 돌진했다. 그리고 나는 칼을 뽑아 폰 자바르의 살인점을 노렸다.

 

 “우브리 사마흐!”

 

 내 칼이 폰 자바르의 목숨을 뺏기 전에 마법사의 주문이 먼저 폰 자바르를 결박했다. 폰 자바르는 바닥에 처박힌 채 몸부림을 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신의 자식 현아진을 찬양하라!”

 

 마법사의 커다란 외침이 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현아진을 환호했다. 그리고 마법사는 아진의 앞에 와서 무릎을 꿇었다.

 

 “부디 통치의 좌에 앉아 길을 잃은 아스트를 살펴 주시옵소서.”

 

 아진은 고민 따위는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바로 마법사의 어깨를 살짝 잡더니 최대한 위엄있게 말했다.

 

 “그리 하겠다.”

 

 아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환호를 했고, 궁중의전을 담당하는 대신들이 달려와 아진을 통치의 좌로 에스코트했다. 방금 전만 해도 국왕 폰 자바르가 앉아 있던 곳에 지금은 아진이 앉아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

 

 그로부터 3일, 우리는 공부에 공부를 거듭했다.

 

 “신의 자식인 나 현아진은 이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다.”

 

 이 한마디로 교육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아스트의 역사부터 화폐의 가치, 각 지역에 대한 설명까지 모든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우리는 아스트를 이해했다.

 

 아스트의 폰 자바르는 말 그대로 폭군이었다. 매일 밤마다 비싼 술을 마시며 향응을 즐겼고, 나라 안에 예쁘다는 여자는 가리지 않고 침소로 불러들이곤 했다. 심지어는 친척의 딸과 대신의 손녀까지도 그 대상이었다. 맘에 들지 않은 사람은 죽이기 일수였다.

 

 “무엇보다도 마법사들을 죽였습니다.”

 

 교육 대신들의 목소리에서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 나왔다.

 

 아스트의 북쪽에는 악마들이, 동쪽에는 괴물들이 있는 지역이 존재했다. 악마가 사는 곳을 ‘붉은검음’이라고 부르고 괴물이 사는 곳을 ‘축축한추움’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붉은검음 밑에는 전사부족이 통치하며 전사를 길러내는 도시 ‘한주’가 있었고, 축축한추움 옆에는 마법사들이 통치하고 마법사를 길러내는 ‘트레이트’가 있었다.

 

 그러니까 악마는 전사가, 괴물은 마법사들이 막아서고 있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이 중 폰 자하르는 마법사들을 먼저 죽이기 시작했다. 이유야 단순했다. 반역을 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대신 중의 일부는 아주 조심스럽게, 마법사들이 가진 힘을 두려워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마법사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바로 서쪽 반란의 원인이었다.

 

 나와 아진은 왕을 제압하고 아진을 통치의 좌에 앉힌 국왕직속 근위 대마법사 이안을 불렀다. 그리고는 물었다.

 

 “마법사의 능력이 어떤지 궁금하다. 혹시 우리를 신의 세계로 되돌려 보낼 수도 있는가?”

 

 아진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여나 의심을 받으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저는 그러한 능력이 없사오나 신의 마도사라 불리는 티나 아르젠이라면 아마도 가능할 것이옵니다.”

 “티나 아르젠?”

 

 마침내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진의 눈에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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